[사설] 유권자 절반에게 돈 뿌린 농협 조합장 출마자

[관리부장]

경북 봉화군 상운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사람이 조합원 540여명에게 5만~50만원씩 뿌린 혐의로 구속됐다. 상운농협 조합원이 1067명이니 절반이 넘는 조합원에게 돈을 뿌린 셈이다.

경북 봉화에선 2006년 지방선거 때도 군수 당선자측이 10만~20만원씩을 뿌렸다가 선거운동원 15명이 구속되고 돈 받은 주민 139명이 입건된 일이 있다. 당선자는 공천 대가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2007년 12월 청도군수 재선거 때는 40여명이 구속되고 1200여명이 입건됐다. 수사 대상이 5700명이나 돼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자수하러 가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그때의 충격으로 지방선거에서 금품이 오가는 일은 상당히 정화됐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불과 4년 전 돈 선거에 데었던 봉화에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 걸 보면 지방의 돈 선거는 여전한 듯하다.

전국 1180개 지역 농협 중 올해 조합장을 뽑는 곳이 460곳이다. 조합장 선거엔 '억당천불(億當千不)'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억 단위를 쓰면 당선되고 천만원 단위는 불안하다'는 뜻이다. 조합장은 급여와 성과급, 판공비를 합쳐 연 1억원 안팎 보수를 받고 계약직 사원 채용에 재량권이 있는 데다 유지로 대접받는다. 당선만 되면 들인 비용을 충분히 뽑는다는 생각 때문에 선거 때마다 금품 살포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수나 농협 조합장 선거는 유권자가 많지 않아 돈을 뿌려서라도 일부 표만 확보하면 당선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얼굴만 봐도 서로 아는 사이에 표를 사고파는 부끄러운 짓을 서슴지 않는다. 그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신세를 망친다는 사실을 법으로 깨우쳐주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