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으로 더욱 다양해진 차문화와 아이스크림을 만난 와플, 그리고 영국식 촉촉한 파이까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를 고민하는직장인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운 고민이 생겼다.
글 사진_ 이여영
디저트만 보이고, 디저트만 생각나고, 디저트에 미쳐본 적 있나요?
광고 카피가 아니다. 디저트에 푹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맛에 끌리는 인간의 본능 때문일까, 아니면 말로만 듣던 탄수화물 중독증 때문일까. 이유야 어찌됐든, 이 사람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요식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급 호텔들은 디저트 뷔페를 선보이고, 대학가에는 각종 디저트 전문점들이 생겨난다. 다양한 국적,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달콤한 디저트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유혹한다.
오랜 기간 평범한 디저트의 역할을 해왔던 커피가 에스프레소를 만나 다양해지더니 녹차, 그리고 홍차까지 그 뒤를 잇는다. 스타벅스 앞장서 이끈 테이크아웃 커피 바람이 이제는 홍차에까지 미쳤다. 직장동료들과 점심을 먹은 후, 커피한잔 사 들고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된 지금, 녹차 전문점에서는 각종 녹차 디저트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초록색 아이스크림과 쉐이크의 달콤쌉싸름한 그 맛이란.
테이크아웃 홍자 전문점도 생겼다. 이화여대 앞에 생긴 홍차 전문점에서는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서나 즐길 수 있던 티 세트(다양한 파이와 홍차를 예쁜 접시에 내오는)를 예약제로 판매한다.
가격이 무려 3만원에 이르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맛조차 볼 수 없다는 사실. 놀랍다.
와플도 인기다. 여고시절 500원을 내면 시럽을 발라주던 그 밀가루 와플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을 중심으로 와플이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만나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커다랗고 하얀 접시에 따끈하고 고소한 와플이 바닐라향을 폴폴 풍기며 자리를 잡고, 그 위에 부드러운 생크림과 진한 아이스크림, 빨강 노랑 색색의 과일들이 얹힌다.
눈꽃 같은 슈가 파우더는 필수. 삼청동 몇몇 유명한 와플전문점들은 평일 오후에 가도 자리가 없다.
기본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와플의 인기가 이렇게 높이 치솟다 보니, 시내 곳곳의 커피전문점들도 와플을 굽기 시작했다. 매우 주관적인 견해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조각케잌이 가고 파이가 떳다.
연대 동문길에 유명한 파이집이 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영국서 파이 만드는 법을 배워와서 운영하는 유기농 파이전문점이다.
가게는 말 그대로 ‘코딱지’만하다. 언제부터 우리가 파이를 그렇게 좋아했냐고 생각할 지 몰라도, 이 가게는 하루 종일 손님으로 꽉 차있다.
택배로 전국 배송까지 한다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 디저트 기호가 정말 다양 해졌나 보다.
동부이촌동에 있는 루시파이도 꽤 괜찮다. 어느 여자 연예인이 하는 곳이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확인할 길은 없고, 다만 파이가 끝내주게 맛있다. 앉아서 먹을 자리는 없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한데도 손님이 줄을 선다. 초코머드파이는 목이 메이게 달고 레몬머랭은 새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딱 봄의 맛이다.
커피 전문점에 파는 조각 생크림 케잌을 맛보기 위해 차를 타고 시내를 나오던 게 바로 3년 전쯤인데 이제는 영국식 파이를 집까지 배달해 준다니 멋지다.
테이크아웃으로 더욱 다양해진 차문화와 아이스크림을 만난 와플, 그리고 영국식 촉촉한 파이까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오늘 점심엔 뭐 먹을까’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운 고민이 생겼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하루가 다르게 종류가 늘어나고 맛이 발전하는 서양식 디저트에 비해 우리 전통의 디저트는 잘 눈의 띄지 않는 다는 점.
그리고 다만 조금 걱정되는 것은 나날이 부풀어 오르는 뱃살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