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진의 연구 노력 결과 치아 및 무릎 관절염 등에 줄기세포 치료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의식 전북대학교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베타카테닌 단백질이 치아뿌리를 형성하는 '상아모세포'의 분화 결정 사실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그간 치아의 초기 발생과 치아머리(치관) 형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뤄졌으나 치아뿌리의 형성에 대해서는 자세한 과정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조 교수팀은 치아의 단단한 조직인 상아질을 분비하는 세포인 상아모세포에 베타카테닌 단백질이 많다는 점을 주목하고 상아모세포가 분화되지 않으면 치아뿌리도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조 교수팀은 유전자 조작생쥐에 대해 치아뿌리가 형성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베타카테닌이 만들어지지 않는 유전자조작생쥐를 만들어 정상생쥐와 비교한 결과에서 확인됐다.
베타카테닌을 매개로 하는 신호가 없으면 상아모세포가 제대로 분화되지 않고 증식해 상아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
조 교수는 "분화 중인 상아모세포와 베타카테닌 유전자의 역할을 밝힌 것은 치아·치주조직 재생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치아뿌리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발견은 향후 줄기세포로 만드는 인공치아인 '바이오 치아' 연구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면서 "손상된 치아·치주조직에 대한 치료법과 바이오치아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성과는 치의학 분야 학술지 '국제치과연구학회지(J Dent Res)' 최신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연골재생·세포치료 연구소 연구팀은 무릎 관절염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연구팀은 18명(남 6명, 여 12명)의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와 혈소판 풍부혈장(PRP)을 함께 주입한 뒤 2년여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통증지수는 줄어들고 관절 기능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인체 내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다.
이번 임상에서는 환자의 무릎 관절과 엉덩이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과정 없이 무릎에 주사하는 방식을 썼다.
또 '자가혈(혈소판) 주사'로 불리는 PRP는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만 원심분리기로 추출해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사했다.
무릎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지방줄기세포와 PRP의 효과를 다년간 추적 관찰한 임상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논문은 국제학술지 '관절경검사(Arthroscopy)'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에 의하면 환자들의 무릎 관절 통증 수치는 줄기세포를 주입한 지 2년이 지나자 평균 60%가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무릎의 기능은 평균 83% 향상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손상됐던 연골 부분의 일부 재생 효과도 관찰됐다.
통증과 관절의 강직도를 0점에서 100점 사이로 수치화 한 'WOMAC' 점수는 수술 전 평균 49.9점에서 1년 후 38.3점으로 떨어진 뒤 2년 후에는 30.3점으로 감소했다.
객관적인 무릎의 악화 상태를 MRI로 촬영해 점수화한 'WORMS' 점수도 수술 전 60.3점에서 48.3점으로 떨어졌다.
지방세포는 전체의 10~20%가 중간엽 줄기세포로 이뤄져 있어 별도의 배양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분리만 하면 바로 연골 재생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단, 이 시술은 아직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이번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도 모두 시술 비용을 내지 않았다.
논문 제1저자인 고용곤 병원장은 "이번 임상결과가 향후 무릎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법 선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보건당국에 정식 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타인의 제대혈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성마비를 치료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나오기도 했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팀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주사해 질환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자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성마비를 치료한 적은 있었지만 다른 사람(타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성마비를 치료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0년 5월~10월 총 31명의 뇌성마비 아이들을 대상으로 차병원 공여제대혈에 보관된 제대혈 중 임상연구용 허가를 받은 제대혈을 사용했다.
면역적합성 등의 검사를 거쳐 환자와 유사한 면역성을 가진 제대혈을 말초 정맥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대혈 주사 후 6개월을 추적한 결과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몸의 자세가 보다 정상적으로 잡히고, 운동 능력 향상이 관찰됐다.
인지능력도 개선됐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기어 다니거나 앉아 있지도 못하던 뇌성마비 아이들이 줄기세포 주사 후 기거나 혼자 앉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효과는 신체에 대한 정밀촬영에서도 나타났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담당하는 뇌부위의 세포밀도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뇌 포도당 대사활성도를 보는 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PET CT)에서는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저핵과 시상 부위가 활성화가 됐다.
이같은 임상 성공에 따라 제대혈을 보관하지 않은 뇌성마비 환자일지라도 자신과 면역적합성이 맞는 제대혈을 찾는다면 뇌성마비증상을 치료 또는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차병원 측은 이번 연구성과를 향후 뇌졸중과 같은 난치성 뇌손상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뇌성마비 환자들은 뇌신경 손상으로 신경의 수가 감소돼 있는데 제대혈 줄기세포 주사 이후 세포밀도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뇌의 중요 부위가 활성화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뇌손상에 자가가 아닌 타가 줄기세포 치료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상 결과를 담은 논문은 줄기세포 분야 국제학술지 '스템 셀(STEM CELLS)' 최신호에 실렸다.
[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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