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이 이어간 토종 씨앗의 여정 씨앗, 깊게 심은 미래
변현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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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씨앗 한 알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긴다. 일찍이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깨달은 저자는 2008년부터 ‘토종씨드림’ 활동으로 우리네 씨앗을 지키고 보급하고 있다. 이 책은 마을을 돌며 찾아내고, 심고, 거두며 나누는 토종 씨앗 이야기이다. 나아가 종자회사의 논리가 아닌, 대물림 되는 씨앗이 품은 오래된 미래를 되새기며, 생태적 다양성이 필요한 까닭을 말한다.
추천사
이 책은 먹기 위해서 먹지 말아야 했던 씨앗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며, 제대로는 먹고는 있는지, 그 이유를 근본부터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미 사라져 흔적만 남은 것까지, 우리 씨앗을 집대성하기 위해 발품을 판 흔적들을 만나보니 시골집 씨앗이 떠올랐습니다.
“굶지 않기 위해 밥그릇을 조금 줄이면 된다.” 농부였던 할아버지가 씨앗을 따로 남겨놓으면서 하셨던 말씀으로 기억합니다. 다양한 씨앗들은 마당에서 툇마루로 방으로 계절마다 이동하면서 집에서 바람 제일 잘 드는 곳들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면 홍수에 논이 쓸려도 최소한 목구멍에 거미줄은 치지 않았습니다. 씨앗의 다양성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씨앗’이라는 단어는 ‘배고픔’보다는 역설적이게도 ‘적당한 배부름’을 뜻하는 단어이면서, 또한 먹는 것을 절제하고 기다린다는 의미이기도 했나 봅니다. 어쩌면 저자는 씨앗을 통해 굳어버린 우리의 영성을 깨우려는 지침서를 써내려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진재운(KNN 국장, '물의 기억' '위대한 비행' 다큐멘터리 감독)
출판사 리뷰
마을을 돌아
찾아내고, 심고, 거두며, 나누는
‘토종 씨앗’ 이야기.
씨앗 한 알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긴다. 일찍이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깨달은 저자는 2008년부터 ‘토종씨드림’에서 활동하며 우리네 씨앗을 지키고 보급하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토종에 공감하고 식물학적 의미 이상으로 사회, 문화, 생태 환경,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자는 취지로” “토종이 어떻게 토종이 되는지, 우리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어떤 점에서 토종이 중요한지, 왜 토종이 아니라고 배타하면 안 되는지” 등 저자가 그동안 토종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증식하고 나누어준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곧, 토종 씨앗을 이야기하지만 토종을 규정하지 않는 책이다. 토종의 범위에 대한 의견은 각자가 가진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따져보고, 다른 누군가는 우리 땅에서 우리 농민 손을 통해 자가 채종된 씨앗이 토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하는 토종의 정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토종주의에 빠져 의미와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려고 움직일수록 토종이 갖는 의미는 배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씨앗을 품은 자,
씨앗을 심는 자,
씨앗을 먹는 자
오늘 날 토종 씨앗 수집은 밭을 일구는 할머니를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이들을 ‘씨갑시’라고 칭한다. 이들은 토종 씨앗의 명맥을 유지하는 씨갑시이자,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며, 이를 맛보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시집올 때 친정에서 가져온 씨앗, 대대로 물려받은 씨앗, 이웃집 할머니가 나눠준 씨앗을 모두 품어낸다.
이 책은 전국을 다니며 씨갑시를 찾고 그들의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마음씨 덕분에 씨앗을 수집하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담았다. 뒤이어 씨앗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농부의 지혜와 자연의 원리를 풀어놓았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심어왔는지, 콩과 팥, 고추, 배추, 감자, 고구마 종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 식탁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작물별로 만나본다. 뒤이어, 우리 땅에서 토종 씨앗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삶의 일부로써 토종 씨앗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
미래 위기에 맞서는 토종 씨앗의 힘
농부의 손에서 손으로 대물림 되는 씨앗은 종자회사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다. 종자회사에서는 우수한 씨앗끼리 교배해 수확량이 많다거나 병충해에 강한 씨앗을 상품으로 판매한다. 다만 한해 심고 나면 그걸로 끝난다. 씨앗을 받아뒀다가 다음해에 심으면 좋은 특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자회사의 씨앗으로 농사를 지으면, 매년 많은 돈을 주고 씨앗을 사야만 한다.
토종 종자라고 해서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예시로 남도참밀이나 앉은뱅이밀, 앵두팥은 상업적 보급에 성공했다. 맛 좋은 씨앗을 지역 특성에 맞춰 보급하고 지원한 결과 로컬푸드로써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국가에서도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활동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가 공감하는 기후 위기 앞에서도 토종 씨앗은 의연한 편이다. 각자가 품은 종자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이 땅에서 오랜 시간 길러온 토종 씨앗이 수많은 위기 앞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다. 이상기온이나 긴 가뭄 혹은 큰 비가 오더라도 기후에 맞게 살아남는 종자가 있다. 저자는 “앞으로도 특정 요소만을 강조한 품종은 변화하는 환경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품종이 살아있는 토종 씨앗은 기후 변화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생태계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본문 중에서
황금 종자 내지는 골든 시드(Golden Seed)라는 말이 있다. 씨앗이 금값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예컨대 2021년에 금 1g은 6~7만 원에 거래되었다. 같은 시기 파프리카 씨앗 1g(250립)은 9~10만 원에 달했다. 파프리카 씨앗이 금값보다 더 비싸다. _5쪽
대물림된 씨앗을 계속해 오는 경우는 “맛이 좋아서”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맛이 없는데 계속 재배하는 경우 는 거의 없다. 더욱이 자급용으로 주로 집안 식구가 먹는 경우 수확량보 다 맛에 비중을 둔다. 대물림 씨앗을 흔히 토종의 범주에 넣는 이유는 맛 중심의 음식문화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_20쪽
“이거 참 좋은 서리태인데…. 얼마 없어서 가져갈 게 없겠네요.”라고 아쉬워하니 “난 4알만 있으면 돼. 다 가져 가서 잘 불려서 나눠줘요.”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정말 당신 손에 콩 한 줌만 남기고 나머지를 봉투에 한가득 넣어주었다. “나 혼자 사는데 오이 는 3포기만 있으면 돼. 오이씨 3알 남기고 다 가져가.”라고 하던 담양 할머니도 기억난다.
한 알의 씨앗에 얼마나 많이 달리는지 아는 할머니들은 자신이 필요한 양만 남기고 모두 건네준다. 자식들이 농사를 안 지어 씨앗을 대물릴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할머니들은 씨앗을 보전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흔쾌히 내어주신다. “씨앗아~ 널리 널리 퍼져라.” 하면서. _27~28쪽
굼벵이 동부라는 것이 있다. 꼬투리 모양이 굼벵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꼬투리를 까면 진한 미색의 동부가 나온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는 흰동부라고 한다. 또 어금니동부라고도 한다. 씨앗 이 어금니처럼 생겼다고 해서 명명된 이름이다. _51쪽
우리가 먹는 다양한 재래종은 하나같이 그 오랜 세월 동안 농민의 손길이 들어간 결과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품종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육종가들의 노고가 들어 있다. 이 점을 생각할 때, 한 사람에게만 이익을 집중시키지 말고 이익 공유제를 실시해야 한다. 독점적 이익을 강조하는 것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한 공로를 갈취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씨앗은 공장에서 새롭게 찍어낸 플라스틱이 아니다. _102쪽
돌연변이란 애초부터 없다. 씨앗의 역사 속에서 언젠가는 있었던 형질이 드러났을 뿐이다. 만약 새로운 돌연변이가 있다면 그것은 식물보다 동물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자연교배가 아닌 인위적 교배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이 세상에 출현한 적이 없는 상태로 나타난다. 돌연변이는 결국 인간 중심의 과학이 만들어낸 것이다. _137쪽
재래종 수수는 키가 2m 이상이다. 생각하면 토종은 작을 것 같은데 벼도 그렇고 수수도 키가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숫대로 사립문을 만들고, 흙집을 지을 때면 흙을 잘 붙이기 위한 대살로도 이용했다. 지금도 농촌 빈집에 가면 무너진 흙 사이로 수숫대 살을 볼 수 있다. _276쪽
작은 웅덩이에는 부들이 자라고 연이 자란다. 손바닥만 한 논에는 보랏빛 벼이삭이 자란다. 바위돌이 있고 감나무가 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은은가 밭에서 옛날 그대로 모두 손으로 농사를 짓는다. 천연농약도 비닐도 야자매트도 없다. 그냥 사람의 손길이 있고 수백 종의 식물과 곤 충, 수많은 토양생태생물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퍼머컬쳐다. 이만하면 자연농과 한국형 퍼머컬쳐의 모범이 아닌가. _344~345쪽
저자 소개
변현단
전남 곡성에서 토종씨앗으로 자연농을 하는 농부. 토종씨앗 조사와 수집, 특성 연구, 정책,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전국 토종씨앗 모임 ‘토종씨드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연에 천착한 자립적 농사와 삶을 통해 얻은 지혜를 ‘글-씨’와 ‘말-씨’로 옮겨, 세상의 씨앗들이 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연두, 도시를 경작하다 사람을 경작하다』(2009 문체부 우수교양도서)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2010 문체부 우수교양도서) 『소박한 미래』(2011 문체부 우수교양도서) 『자립인간』(2013) 시문집 『색부의 노래』(2015) 『토종농사는 이렇게』(2018년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화성에서 만난 씨앗과 지혜로운 농부들』(2019년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씨앗철학』(2020)
토종씨드림 홈페이지 www.seedream.org
유튜브 www.youtube.com/user/dbeodud
다음카페 http://cafe.daum.net/seedream
페이스북 @NativeSeedream
인스타그램 @nativeseedream
목차
머리말
PART 1. 토종 씨앗을 찾아다니며 알게 된 사실
씨앗을 다루는 사람들
씨갑시를 찾아서
이름의 중요성
씨앗은 어떻게 이동할까?
PART 2. 토종 씨앗을 증식하면서 알게 된 사실
아낌없이 불어나다
아낌없는 지혜를 만나다
수확량을 많게 하려면
PART 3. 토종 씨앗이 일깨워준 자연의 원리
시간이 응축된 자연의 힘
야생에서 작물로, 개량의 역사
다양성과 작물의 변이
콩팥의 상상력
배추, 무가 우리 채소가 되기까지
불같은 맛
PART 4. 우리 씨앗 현명하게 사용하기
우리 땅의 기운 읽기
낟알 천대를 하면 볼기를 맞는다
버릴 것이 없게 먹는다
PART 5. 삶으로서 토종 씨앗: 오래된 미래
전통의 태동
왜 토종 씨앗인가?
미래를 향한 경고와 기대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화
맺음말 - 씨앗, ‘너는 나다’
부록 - 씨앗의 지속성과 다양성, 농부권을 위해
첫댓글
ㅎㅎ~글에 녹아있는 변현단샘을 만나게 되겠군요.ㅋㅋ^^
출간을 축하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지인들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축하드려요~~ 얼른 사서 보겠습니다♡
바쁘신 중에 귀한 책을 내주셔서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책 읽으며 씨앗 철학을 또 새겨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공감 도 가고 몰랐던 것을 알게되고 소중한 글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