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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미치고 자연에 취하다-
옛 문인과 화가 23인의 뜨거운 삶과 예술
저자 박경희 지음 출판사 아트북스
책소개왜 술과 자연은 예술가를 뒤흔드는가?
술에 취해 달을 잡겠다며 채석강으로 뛰어든 당나라 시인 이백, 문인들과 벗하며 그림과 음악으로 풍류를 즐긴 조선 화가 김홍도, 술체 위해 옷을 벗어던지고서야 그림을 그린 광기어린 조선 화가 장승업, 제 머리를 도끼로 찍고 귀에 못을 박은 명나라 화가 서위... 이처럼 술과 자연에 취해 살아간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술에 미치고 자연에 취하다』.
한국과 중국의 문인과 화가 23명의 삶과 예술을 술과 자연, 광기에 집중하여 조망한 것으로 예술가들의 천재성을 불태우고 경지에 다다르게 한 발판이 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동양의 예술가들이 공유했던 자연관은 삶과 예술, 역사에까지 깊이 관여하는 독특한 것으로 예술가들의 술과 자연을 이해해야만 그들의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술이 미치고 자연에 취하다》는 창작의 고통을 술과 자연으로 달래면서 때로는 비극적으로 때로는 풍취 짙은 놀이로 살아가던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술에 미치고 자연에 취하다" 통합검색 결과보기 저자소개박경희
지금은 번화해진, 서울의 신림동이라는 동네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곳의 흙냄새가 그립다. 아이 때 친구들과 뛰놀던 정겨운 기억들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해서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그때 병을 얻어 한동안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웠다. 암 선고를 받은 후 웬일인지 미술이론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세상의 즐거움을 얻은 듯 행복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옮겨 가게 된 대전 목원대학교에서 미술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다시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 들어가 지금도 공부 중에 있다. 목원대에서 한국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박경희" 통합검색 결과보기 목차들어가는 글
선비 정신을 세우기 위해 술과 자연에 취하다―한국의 옛 문인들
치솟는 기세가 미칠듯 하구나__이규보
병중의 병! 서화벽__이병연
막걸리 두 사발에 안주는 김치뿐__박지원
옛 그림 베끼기의 즐거움__박제가
술잔 들고 신필을 휘두르다__한국의 옛 화가들
나옹이 죽으니 세상의 풍류가 다하였다__이정
천부 받은 신필__김명국
천하명산에 죽다__최북
음악을 잘하는 술 취한 환쟁이__김홍도
노란 눈동자에 딸기코__장승업
속세를 떠나 술 취해 자연을 떠돌다__중국의 옛 문인들
노장사상가의 술에 대한 찬미__유영
술로 시대를 통곡하다__완적
아름다운 멋과 풍류의 소유자__왕희지
속세에 자연의 집을 짓다__도연명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다__이백
술 취한 아홉 번째 신선__두보
술에 취해 자연의 화풍을 완성하다__중국의 옛 화가들
머리채를 먹물에 적시다__장욱
장군의 검무를 보고 크게 깨닫다__오도자
폭풍이 하늘을 휘몰아치듯__장조
먹을 쏟아 붓듯이 뿌린 후에야__왕묵
감필묘의 멋__양해
술 취해 임금 앞에 선 화가__오위
제 머리를 도끼로 찍다__서위
몰락한 왕족 후손의 끝없는 고독__팔대산인
미디어 서평총 1 편 | 전체보기<신간> '바람과 별의 집'연합뉴스 | 2008-07-18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바람과 별의 집 = 김선미 지음. 전직 산악잡지 기자였던 저자가 남편, 두 딸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자연 속에 작은 집을 새로 짓자'며 떠났던 여행을 기록해 야영일기를 펴냈다. ..
출판사 서평왜 술과 자연은 예술가를 뒤흔드는가?
'천하명인은 천하명산에서 죽어야 한다'며 금강산 구룡연으로 몸을 날린 조선 화가 최북과 술에 취해 달을 잡겠다며 채석강으로 뛰어든 당나라 시인 이백
문인들과 벗하며 그림과 음악으로 고품격 풍류를 즐겼던 조선의 화가 김홍도와 아름답고 품위 있는 풍류를 즐길 줄 알던 진나라의 서예가 왕희지
술에 취해 옷을 벗어던지고서야 그림을 그렸던 광기 넘친 조선 화가 장승업과 제 머리를 도끼로 찍고 귀에 못을 박은 광증의 명나라 화가 서위....
술에 취하여 자연 속으로 스며든 옛 문인과 화가 들의 치열한 삶 이야기!
술과 자연에 미친 예술가들의 광기 어린 삶
영화 「취화선」 하면 지붕 위에서 옷섶을 풀어헤친 채 한 손에 술병을 든, 흡사 미치광이 같은 인물이 떠오른다. 조선의 화가 장승업이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장승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은 술에 만취하고 방랑했다. 왜일까?
그저 오가는 대화 속에서 가볍게 스쳐지나갔던 '주광청광(酒狂淸狂)'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꽂힌' 지은이는 주광청광, 즉 술과 자연에 미친 예술가들을 찾아 나섰고 그 발품의 성과로 한 권의 논문과 한 권의 책을 손에 쥐었다. 논문과 다르게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풀어 쓴 『술에 미치고 자연에 취하다』는 지은이 역시 23명의 옛 문인과 화인에게 취하고 미친 듯이 몰입한 결과다.
예술가들의 술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야 동서양을 구별할 필요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향이지만, 특히 동양의 예술가들이 공유했던 자연관은 삶과 예술, 심지어 역사에까지 깊이 관여하는 독특한 것이었다. 이것이 저자가 한국과 중국의 예술가들로 관심을 한정지은 이유다. 한국에서는 고려부터 조선에 이르는 시대의 문인과 화가들 아홉 명의, 중국에서는 서진부터 청나라에 이르는 시대의 문인과 화가들 열네 명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되 그들의 삶과 예술을 뒤흔든 술과 자연, 그리고 광기에 집중했다.
조선의 장승업이나 제 머리를 도끼로 찍는 기행으로 '동양의 반 고흐'로 통하는 명나라의 서위처럼 광기로 유명한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술을 벗 삼고 자연을 즐긴 그야말로 아름다운 멋과 풍류를 즐기며 작품생활을 한 중국의 왕희지나 그림 못지않게 음악에서도 조예가 깊었던 우리의 김홍도 같은 풍류객들의 삶과 예술도 담았다.
술 마시고 물 좋고 산 좋은 곳에서 노니는 건 딱히 '한 예술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즐기는 여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특별히 예술가들의 술과 자연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걸까?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술과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마약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창작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예술가들이 광적인 열정을 쏟아 부은 문학이나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다. 만약 예술가들이 술과 자연에 미치지 않았다면 우리는 오늘날 위대한 문학과 그림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것은 '주광'하고 '청광'하여 비롯한 그들의 기괴한 삶이다. 술과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간 그들의 삶 속에는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을 후비는 일화가 가득하다. 이러한 삶을 들여다볼 때 그들의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에 한 발 들여놓을 수 있는 것이다.
주(酒), 예술가는 왜 취하는가?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글을 쓰지 않은 문인과 그림을 그리지 않은 화가들이 있었다. 물론 평상시에도 술을 즐겼겠지만 술을 마셔야만 창작열이 솟아올랐던 이들에게 술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은이는 "뜨거워진 창작의 욕구를 술로 달래기도 하고 또 술로 다시 달구어가며 감흥이 고조된 채로 자신의 천재적인 끼를 화선지에 투영시킨 것이다. 한때 그림을 그려본 입장에서, 그 과정 자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지 이해한다. 스스로 견뎌내기 힘든 무언가가 분출할 때면 예술가들은 더 괴팍해지지만, 그럴수록 작품이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창작의 고통을 맛본 지은이의 경험과 수많은 문헌에 남겨진 증언들을 통해 찾은, 술이 예술가들에게 갖는 의미다.
술을 창작의 기폭제로 삼은 만큼 문인들이니만큼 술을 주제로 한 작품도 여럿 전해진다. 그 중 당나라 시인 이백이 지은 '술을 마시게'라는 뜻의 장편시 「장진주」도 있다. '인생은 덧없고 뜻대로 되기 어려우니 술이나 마시자'는 내용의 그 시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무상함이 담겨 있다. 이백과 둘도 없는 지기였던 두보는 아예 '술 취한 신선 여덟'이라는 제목의 「음중팔선가」를 지었다. 성당 시기에 술로 이름이 났던 사람들의 기이한 행태를 묘사한 시다. 이들 여덟 명의 주당의 모습에 "친자연적이면서 초속적인 의식과 낭만적인 풍류의식 등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
단순히 비교할 순 없지만 대부분 관직에 있던 문인보다는 신분이 좀더 자유로웠던 화가들에게 술은 그림의 소재가 되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나 화풍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언제나 노란 눈동자에 주독이 올라서 코끝이 붉은 딸기코"였던 장승업처럼 술을 마시고 한껏 취한 후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그림을 그리는 등 일종의 퍼포먼스처럼 창작 행위가 기이했던 화가들이 있었다. 또한 광적인 음주벽을 가졌던 김명국이 거칠고 간략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린 데에는 술에 취한 후 그림을 그린 까닭이었을 것이라고 지은이는 보고 있다. 아무래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보다는 거칠고 과감한 필치가 나오기 마련이라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인조의 공주에게 김명국이 그려준 빗첩 그림의 일화를 예로 들며 김명국이 묘사 또한 뛰어난 화가였음도 잊지 않고 알려준다.
중국의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중당 시기의 화가 왕묵 또한 술이 취한 후에야 그림을 그렸는데, 술에 취한 상태였으니 그림 그리는 방식이 파행적이고 기괴했다 한다. 먼저 먹물을 뿌리고 거기에 적당한 붓질을 가하면 그것이 나무가 되고 돌과 구름이 되어 산수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발묵(潑墨) 방법으로 득의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왕발묵'이라 불렀다 한다. 이 화가들은 술을 마셔 기운을 돋운 후에 전통적 규율에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천재적 감각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감각적 그림을 역사에 남기게 된 것이다.
술이 명작을 탄생시키는 데 유용했을는지 모르지만 술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불우한 삶도 있었다. 갑작스런 홍수를 만나 열흘이나 굶주리게 된 두보는 자신을 구해준 섭씨가 대접한 자리에서 음식뿐만 아니라 술도 마음껏 마셔 크게 취했는데, 그 식사가 생의 마지막 음식과 술이 되고 말았다. 또 이백의 술로 인한 죽음은 너무 유명한 일화다. 만취한 이백이 채석강을 건너던 중 강에 비친 달을 잡겠노라며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천하명인은 천하명산에서 죽어야 한다'며 금강산 구룡연의 못으로 몸을 날렸지만 지인이 붙잡은 덕분에 가까스로 죽음을 면한 조선 화가 최북의 기행이 떠오르는 일화다.
물론 술로 인해 모두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그 술잔을 받은 사람이 시를 짓는 풍취 짙은 놀이를 즐겼다던 왕희지의 '유상곡수연'이 대표적이랄 수 있다. 그는 술을 풍류를 돋우는 도구로 잘 이용한 인물이었다.
청(淸), 예술가는 왜 자연으로 뛰어드는가?
지금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멋진 풍경을 볼 요량으로 자연을 찾지만, 선조들에게 자연은 그 이상의 목적이 있었다. 자연을 하나의 대상물로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 도(道)를 구현하는 이상세계로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자연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자기 내면을 충실하게 하는, 그러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자기 수양의 방법으로, 그것을 실천하려 했다.
이러한 수양의 한 방법으로서의 자연을 대하면서 예술가들은 집착을 넘어 광적으로 몰입해갔다. 자연을 찾아가 풍류를 즐기기도 했지만 산수화를 집 안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것으로 자연을 접하기도 했다. 무엇이든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서면 광(狂)이 되기 마련. 이병연은 서화벽(書畵癖)이 있어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면서도 집 안에 그림이 넘쳐났다 한다. 이병연은 겸재 정선과 60년의 긴 세월을 시와 그림을 나누며 우정을 쌓은 사이였는데, 정선은 그림을 그리고 이병연은 시를 쓰는 식으로 주고받아 『경교명승첩』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이들의 우정은 병마에 시달리는 이병연을 생각하며 정선이 인왕산에 올라 그렸다는 「인왕제색도」에 짙게 남아 있다.
풍속화로 유명하지만 김홍도는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는 생활로 삶이나 예술적 수준을 높인 화가다. "집이 곧 자연이고 자연이 그대로 집인 듯 둘러쳐진 산과 그 아래 바위가 담처럼 마당에 자리하고 있어서 마치 아름다운 산수화를 보는 듯"한 집에서 살며 많은 문인들과 교유하며 살았던 것이다. 자신의 집을 소재로 한 그림 「단원도」가 이 모습을 전한다. 자연 속에서 거문고와 피리를 연주하며 낭만을 즐긴 단원은 "세속을 초월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세속을 떠나 자연으로 들어간 죽림칠현은 중국 예술문화의 기류에 크게 영향을 끼쳤는데, 이후 후손들이 그들의 모습을 흉내 내며 풍류를 즐기는 일종의 붐까지 일었다고 한다.
관복을 벗어던지고 자연의 섭리대로 살겠다며 향리로 돌아간 도연명이 국화를 기르고 술을 마시며 여생을 살아,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는 구절이 생기기도 했다.
광(狂), 예술가는 왜 미치는가?
"마치 미친 사람처럼 온전히 그것에 미쳐 광기와 열정을 쏟아낼 때 가능한 것이 바로 예술적 성취가 아닐는지..... 그것이 예술이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광기와 열정을 품고 몰두할 때 이룰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 아닐까."
몰입을 중요시하는 이규보의 글과 삶에 대한 지은이의 말이다. 미칠 정도로 빠져든다는 것은 보통의 몰입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예술가들이 혹자들에게 미치광이라고 불리곤 한 것이다. 그러나 미칠 정도의 몰입으로 이룬 예술적 성과 이면에는 견디기 힘든 현실 속의 삶이 있었다. "서위의 삶은 얼마나 우울하고 비참했던가. 위대한 작품의 이면에는 한 사람의 삶을 우울로 치닫게 하거나 풍요롭게 하기도 하는 요사스럽고 독한 측면도 있다."
문인들은 스스로 몰입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애썼을 뿐만 아니라 몰입의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박제가의 「회인시」다. 더불어 박제가는 「백화보서」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매화벽이 있던 김홍도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내부에서 솟구치는 그 무엇을 감당하기 힘들어 기이한 행위를 하곤 한 예술가들의 삶도 조명되고 있다. 계모의 손에서 자라다가 자신의 재주를 알아주고 자신을 믿어준 호종헌을 마음 속 아버지로 여겼던 서위가 호종헌이 감옥에 투옥되고 자살한 일을 겪자 광질이 심해진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주, 청, 광. 이 셋은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 완충되며 그것이 뭉쳐져 천재성을 불태우고 경지에 다다르게 한 발판이 된다. 그래서 '술에 미치고 자연에 취한'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은 때론 극도의 아름다운 낭만과 풍류로 나타났지만, 때론 미치광이라 손가락질 받는 비극적 삶과 죽음에 다다르기도 했던 것이다.
[지은이의 말]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발묵(潑墨)으로 그려 우연히 얻은 그림의 형상처럼 그저 스치는 우연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인생에 공짜가 없듯이, 거저 얻어지는 우연 또한 없다. 우연처럼 보이는 무심한 형상 뒤에는, 실은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기 위한 깊은 공부가 있고, 가슴에 쌓인 내적인 심상을 그려내기 위해서 대가들의 그림을 끊임없이 임모(臨摸)한 노력이 있는 것처럼.
내가 이러한 주제에 흥미를 느끼고 책을 쓰리라 마음먹었던 것은 주변에 술을 적잖게 마시는 주당이 많았던 탓이기도 하다. 남편을 비롯하여 가족, 또 몇몇 지인들의 주벽은 못 말릴 지경이었다. 우리 보통 사람에게 술은 찌든 일상의 탈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고달픈 현실을 벗어나고픈 욕망에서 시작한 한 잔 술 때문에 한순간에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폭군 같은 낯선 얼굴을 드러낼 수도 있다. 술로 인한 스트레스로 나 자신이 당나귀처럼 우매해졌을 무렵, 술 취한 예인들의 이야기가 물 깊은 파도처럼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도대체 이 술이란 것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기에, 옛 사람들은 그것을 연인을 그리워하듯 열망했을까? 그리고 술이 어떻게 사람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 군림하게 되는 걸까? 물음표는 끝이 없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이 묶인 지금 그것을 알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인간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아져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과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눈으로 미술사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는 말로 대신해야겠다. 이 책은 그 작업의 시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