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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안전 플러스
겨울철보다 요즘 같은 해빙기에 하는 등산이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대 박광일 반장에게 봄철 등반 안전에 대해 물었다.
산악사고는 날이 풀리는 이맘때 오히려 많이 발생합니다. 땅 표면만 녹고 속은 얼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특히 3월은 땅이 녹으면서 곳곳이 질퍽하고 미끄러워 낙상이나 골절 사고가 많고 추락으로 인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긴장감이 풀어지는 것도 사고 급증의 한 요인이죠.
KBS 2TV <남자의 자격> <1박 2일> 등 많은 방송 프로에서 지리산 종주니 설악산 종주니 산행과 관련된 아이템을 많이 내보내고 있습니다.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졌음을 반영하겠지요. 그러나 등산인구가 많아진 만큼,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울소방방재본부 특수구조대 구조기동팀 박광일 반장에게 조난사고 시 대처법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땅이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추락이나 낙상 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도봉산, 북한산, 불암산, 수락산 등 서울 근교의 산들은 특히 바위가 많은데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와서 많이 다치곤 하죠. 봄 가을에는 한 달에 30회 정도 출동하는데 사고는 주로 행락인구가 많은 주말에 일어납니다. 겨우내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산에 오르거나 음주를 한 경우에 특히 산악사고가 빈번합니다.
겨울철에는 오히려 사고가 적죠. 지난해 특수구조대의 총 출동 건수는 350건으로 산악구조 146건, 인명구조가 150건이었습니다. 골절, 타박상, 염좌(삔 것)에서 심하면 추락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산을 좀 탈 줄 안다고 자세를 잡다가 사고가 난 경우도 있습니다.
산악구조용 들것을 분해해 조금씩 분산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를 받으면 7명 이상의 대원이 동시에 출동합니다.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끝나면 조립한 들것으로 환자를 옮기죠. 심장 마비처럼 구조가 시급하거나 척추나 경추가 골절되어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헬기 지원을 요청해 접근 가능한 곳까지 환자를 이송합니다.
구조대의 현장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의 경우 헬기에서 행동대원이 로프 와이어를 타고 내려와 응급처치를 한 후 호이스트(들것을 통째로 들어 올리는 도구)를 통해 이송하고 병원에 인계합니다.
산악사고에서는 대부분 발목을 삐거나 다리 골절 상태가 많다. 이런 경우 상처 부위에 부목이 될만한 목재를 대고 내의를 찢어 감은 후 벨트 등으로 꽉 묶어서 고정해야 한다. 자세를 편하게 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조치를 취하고 대기하는 것이 좋다. 부러진 뼈를 맞추고 다친 곳을 건드리거나 환자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다.
골절 자체보다 골절로 인한 2차 감염이 문제. 잘못 처치하면 완전골절이 되거나 불구가 될 수도 있고 부러진 뼈 끝이 피부를 뚫거나 복합골절이 될 수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구급대원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수신이 되지 않는 지역에 있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불빛으로 주위에 알려야 합니다. 조난신고가 들어오면 인근 소방서와 군경이 합동으로 산 전체를 뒤져 조난자를 찾아냅니다. 특수구조대는 산길을 훤하게 꿰뚫고 있어, 최초 목적지만 알면 대부분 쉽게 환자를 찾아내지요.
산에서는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고, 그나마 터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하고 산을 오르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를 당해 자신의 위치 설명이 어려운 경우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빙기에는 온도 변화가 심합니다. 특히 산속에서는 일교차가 심하므로 겨울철에 준하는 보온의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체력만 믿고 초반에 너무 급하게 오르다 보면 중반에 체력이 급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준비 없이 인수봉 정상에 올랐다가 저체온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었지요. 장비 없이 자신의 체력만 믿고 산행을 하다 보면 이런 위기 상황이 많이 닥칩니다.
얼마 전 북한산에서 구조된 모녀의 경우 등산복이나 아이젠도 없이 고지대에 올랐다가 발목 골절로 인해 조난사고를 당했었지요. 몸무게가 90kg가 넘어 일곱 명의 대원들이 30~40분 거리를 교대하며 구급차까지 이송하느라 고생했습니다.(웃음) 일반 점퍼에 운동화를 착용하고 산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위험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괜찮다고 생각하지요.
최소한 경등산화는 준비하고 보호 폴라텍스나 기능성 의류를 갖추세요. 발에 잘 맞고 통기성과 방수성이 좋은 신발이어야 합니다. 여분의 의류, 수분 이온음료, 과일, 먹을거리를 가지고 등반해야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랜턴, 우의, 휴대전화와 예비 건전지, 상비약품, 등산용 스틱과 아이젠도 잊지 마세요. 작은 준비가 평생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 앞서 1997년도에 최초로 창설된 119특수구조대로 경기도에서도 현재 창설 준비 중이다. 방학동에 위치한 서울소방재난본부 119 특수구조대는22개 소방서에서 차출된 정예 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대 12명씩 총 24명이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체력, 인성, 응급구조사 자격증 등의 기준을 통해 선발된 20여 명의 대원들은 80~90%가 특전사, UDT, 해병대 출신. 하루 2시간씩 매일 체력 단련을 하며15kg의 출동장비를 메고 8~10km를 순찰한다.
이들이 도봉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5분~40분. 일반인의 경우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이들은 ‘뛰어서’ 오른다. 구조본부에는 구조 전용 헬기를 비롯해 고성능 생화학차와 특수소방차, 매몰자탐지기, 내시경카메라, 유압절단기 등 최신 첨단 구조장비가 있으며 산악철에는 사고다발 등산로 구간 유동순찰과 요구조자 발생 시 신속한 구조 활동을 펼친다.
구조기동팀과 화생방팀으로 이뤄진119 특수구조대는 일반 화재보다는 산악출동이나 수난 인명구조, 화생방 테러 등 특수한 유형의 재난 발생 현장에 출동하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각종 대형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돼 현장 구조를 이끈다. 등산인구가 많은 봄과 가을에는 특별히 산악 훈련을 실시하며 G20 등 주요 행사가 열리면 화생방 테러대응훈련 등도 진행한다.
산에서 걷기는 평지와 우선 운동량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평지에서 시속 6km로 걸을 때 심장의 박동수는 1분간 약100회(성인 평균 맥박수는 분당 70회 전후, 호흡수는 16~20회)이며 산소 섭취량은 휴식 시의 약 4배에 달합니다.
한편 휴식 시의 산소 요구량을 1이라 했을 때 산에서 경사를 오를 때는(약 9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8.8정도의 산소를 요구하며, 경사를 내려올 때도 5.7정도의 산소를 소모하게 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숨과 날숨을 쉬며 호흡을 자연스럽게 발걸음에 맞추십시오. 숨이 가쁘다고 심호흡을 계속하면 산소 과다 섭취로 인해 현기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올라올 때뿐 아니라 내려올 때도 역시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행을 처음 시작하면 경사를 오를 때 숨이 차고, 다리에 근육통이 오기도 하죠. 내리막길에서는 자세를 낮추고 손에는 되도록 물건을 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관절염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천천히 걸으며 보폭을 줄이고 지팡이나 스틱을 사용해 충격을 분산시켜 보세요.
처음 산행을 시작하는 초보자일 경우 30분 걷고 5분간 휴식하세요. 산행에 적응되면 1시간 정도 걷고 10분간씩 규칙적으로 휴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초보자는 급한 마음에 빨리 가려고 보폭을 넓게 하고 속도를 빨리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면 쉽게 피로해지고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보폭은 개인에 따라 다르나 성인의 경우 보통 75cm, 분당 115보 정도가 적당합니다. 걸을 때는 평형을 유지하며 일정하게 리듬을 타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곤란이 올 때, 가슴에 통증을 느끼거나 통증이 목과 어깨 등으로 뻗칠 때,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느껴질 때는 즉시 하산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기상과 지리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체력의 3할은 비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체력 고갈로 인한 하지 골절, 저체온증, 심장마비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무리한 산행은 피해야 합니다. 강풍이나 낙뢰 등 기상 급변 시에는 행동을 멈추고 몸을 낮춰 적당한 은신처를 찾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취재에 도움 주신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본 코베 대학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현재는 삼성화재 방재연구소에서 근무 중에 있다. 2009년까지 3년 동안 KBS 2TV<위기탈출 넘버원> 전문가로 출연 했던 생활안전의 대가로 교통과 화재, 재해 등 각종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오늘도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삼성화재에서 메일로 보내온 정보를 옮긴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