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빠샤 (2003-08-10 23:05:14, Hit : 123, Vote : 10)
Subject 현대차노동자들의 영악함
제가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놀란 건 생산시설의 거대함이 아니었습니다. 매주 2회씩 발행되는 노조소식지를 비롯해서 여러 노동단체에서 발간되는 엄청난 유인물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습니다.
때로는 일반대중들에게 필요한 내용일까 싶은 꼴통좌파들의 정치적입장을 밝힌 선전물도 아무 꺼리낌없이 뿌려지는 겁니다.
더 놀란 것은 노동자들의 반응입니다. 대부분 시큰둥하고 뻔한 내용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빼놓지않고 읽는 겁니다. 때때로 서너종류의 유인물이 출근길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반응은 항상 똑같습니다.
중소기업노조에서 한때나마 노조간부로 활동한 저로서는 이정도 물량의 선전전이라면 자본의 이념공세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더군요.
제가 보기에 십수년이나 반복된 활동이지만 과연 그러한 활동들이 현대중공업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계급적관점을 이해시켰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단지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집행부가 임금을 더 챙겨줄 것인가라는 고민외에는 없는 듯 합니다. 여러 현장조직들의 주장에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유인물을 꼭 챙겨읽는 이유는 뭘까요?
노조집행부선거때마다 혹은 임금협상시기마다 어떤 세력들이 더 많이 챙겨줄까 선택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좀더 깊게 고민하는 분들은 고용안정까지 생각을 하겠지요....
'노동운동가는 단순히 노동조합의 서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죠.
활동가들이야 당연히 노조의 서기로 머물지 않으려 하겠지만 제가 보기에 대기업노조의 활동가들은 대기업노동자들의 잇속챙기기에 이용만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세상을 변혁하고 있다는 착각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현중과 비교해서 현대차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현대차의 현장노동자조직이 몇개나 될까요? 제가 아는 것만도 6개입니다. 공식적으로 사무실 차려놓고 있는 것만도 그 정도이고 비공개적으로 또는 미미한 조직들이 더 있을 수도 있겠죠.
비정규직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이 호들갑 떠는 그들이 전 정말로 한심합니다. 현대차에 비정규직 도입을 공식적으로인정한 것도 그들입니다. 자신들의 고용안정 방패막이로 말입니다.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는 회사창립과 거의 동시에 실시된 고용형태입니다. 현대차도 벌써 오래전에 도입되었죠. 그런데 이제와서 세상이 천지개벽이라도 한 듯 호들갑을 떱니다.
그러면서 현대차노조의 경우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직영노조의 직가입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단지 주장에만 그치지않고 비정규직노조출범 당일 독자노조 망할 것이라는 망발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를 했죠.
민주노총의 선봉으로서 주5일제근무도입을 관철시켰다고 자족하고 있을 겁니다. 또한 비정규직요구안도 포함해서 협상을 마무리 지었는데 '대기업노조 이기주의'로 매도당하니 황당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현자노조가 관철시킨 비정규직 요구안이 당장 그들에게 몇푼의 잇속을 가져다주더라도 비정규직노조의 사수와 투쟁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지는 의문입니다.
아마 비정규직노조와 관련해선 회사와 노조가 한통속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내년 상반기내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직가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요? 독자노조가 불가능하다면 당장 직가입을 성사시키면 될텐데 왜 안될까요? 지금 안되는 것이 해가 바뀌면 어떤 이유로 가능할까요? 천지개벽이라도 된답니까?
80년대 학생운동과 현재의 모습을 보면, 대기업노조운동도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울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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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샤
청산별곡/ 애초에 그 비율을 정하면서 하청노동자도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것이 현자노조이죠. 당연히 정리해고시 하청부터 짜른다는 협약도 맺었던 걸로 압니다. 2003/08/10
청산별곡
여기서 현중 노동자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현중노조 조합원이며5대 집행부 때 잠시 전임자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자노조에서는 사내하청의 비율을 16%를 초과할 수 없도록 단체협약을 맺었다고 하던데... 지금 잘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고 합니다만 2003/08/10
ㅋㅋㅋ
현자 비정규직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자기들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을 방패막이로 쓴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노조와 사측이 고용안정협약서를 맺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헌구가 노조위원장으로 있을때로 기억합니다
경기 어려워지면 하청부터 짤라낼라꼬 ^^*... 2003/08/10
ㅋㅋㅋ
정말이지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으로는 아니꼽꼬 치사하고 추저봐서 못 해먹겠더라구요...ㅋㅋㅋ 2003/08/10
빠샤
ㅋㅋㅋ/그래도 현중노조에 비하면 현자노조는 양반이죠. 그들이 의도하든 안하든 비정규직노조가 제대로 설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봐야죠.. 잘하는 건 잘하는 겁니다. 현대차노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