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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는 아느냐 ①] 김수현
1S# 바다가 배경으로 된 堤防이나 그런 장소.-토요일 오후 2시 쯤.
@ 遠景으로/두 소년이 자전거 배우기와 배워 주기를 하고 있는 그림.
2S# 장수와 경호.-10세 소년들.
장수-(경호를 태워놓고 뒤에서 잡아주면서/).......(자전거가 옆으로 기울
며 비틀거리자)아냐아냐아냐 아니라니까아?(벌써 옆으로 쓰러지는 자전거와
경호/장수/자전거 일으키면서)하아아 참 못 알아듣네에. 쓰러질려구 하면
그래 좋아 쓰러지자 그러구 쓰러지는 쪽으로 같이 기울이라니까아 이렇게.
그럼 자전거가 도로 선다니까아?
경호-(무안하면서 일어나는데)
장수-안 다쳤어?
경호-엉.
장수 -쓰러지는 쪽으로 응? 쓰러지는 쪽으로. 알었어? 버티지 마. 버티지
말고 그냥 쓰러져 줘. 나를 믿어.(보는 경호 위에)
장수E-선생님 말을 믿으라구/ 알었어?
경호-씨이 그럴려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단 말야. (좀 불만이다)
장수-..(잠깐 보다가 한손으로 경호 어깨 가볍게 치면서)그래.. 나도 그랬
어. 너도 이제 곰방 잘 타게 돼. 이거 쉬워. 하나두 안 어려워. 내가 너 삼
일 안에 잘 타게 돼. 자..해보자. 타 얼른.
경호-(자전거에 오르고)
장수-가자.( 뒤에서 잡아 주고)
@ 앞으로 곧잘 나가는 자전거.
장수-(신나서)그래그래.. 잘한다 한경호!...(오른 쪽으로 기우뚱)오른 쪽/
오른 쪽으로 비스듬히!(경호/시키는대로 하고/자전거 균형이 잡힌다/좋아
서)바로 그거야 짜샤아! 하하 흐흐흐흐
경호-(뒤돌아보며 좋아서)흐흐흐흐(하다가 기우뚱)어어어
장수-어어어(반대쪽으로 몸 버틴 경호 자전거와 함께 쓰러진다)
장수-(재빠르게 자전거와 경호 한꺼번에 받아 아예 쓰러지는 것은 막고)아
이고오 내 팔짜야. 너 전생에 내 원수냐? 속 엄청 썩인다 응?.
경호-히히히히히(에서)
3S# 같은 장소.
@ 자전거 등 뒤에 세워놓고 바다 쪽으로 나란히 앉아서 고구마 먹고 있는
두 소년.
장수-(고구마 입에 잔뜩 물고 화면 시작과 동시에)몰라. 나 낳구 나서 울
엄마 애기 집이 고장났대. 그래서 동생은 영원히 틀렸대.
경호-(고구마 먹으며)너 내 동생 하나 데려 가라.
장수-?(돌아보며)
경호-우리 엄마 아빠는 주책없이 왜 자꾸 애기만 만드는지 몰라..
장수-짜식..귀엽잖아.
경호-귀여울 때두 있지만 엄마가 일을 못하시잖아. 돈은 더 많이 드는데...
장수-(먹으며 보는)...(문득 고구마 봉지 집어 내밀며)니 동생 갖다 줘..
경호-아냐아 괜찮아아
장수-금방 저녁땐데 더 먹으면 저녁 못먹어.(나머지 입에 구겨 넣고 손바닥
탁탁 털며) 난 다 먹었어.(에서)
4S# 수산 시장 안 노점 같은 간이 점포. '진짜 옛날식 순대'라는 포장.
엄마-(활짝 웃으면서/익숙한 솜씨로 마지막 순대 썰면서)아예 반나절 장사
만 작정했어어.(같은 또래 여자. 생선 다루는 앞치마 같은 것 입고)할 일이
좀 많어야지.(좀 눈웃음치며). 아직 다 쑤셔 넣지두 못했어. 웬 허접 쓰레
기가 그렇게 많어어?
여자-(썰고 있는 순대 집어 먹으며)없는 살림이 열두 트럭이지 왜.
엄마-그렇더라구 글쎄. 낄낄 (양푼에 단지 한 줄 남아있던 삼십 센티 정도
짜리 순대 들어내며)오늘 장사 헛했네. 인심쓰구 말자 까짓.(썰며)갑절이다
갑절.
여자-어이구 고거 갖구 또 매상 올릴라구 했니?..무섭다아아아.
엄마-깔깔깔깔.(환하고 행복하게)
5S# 시내버스 종점
장수-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버스 타이어 발로 차보고 있는 기사/또는 정
비사들/-눈에 띄는대로 쾌활하게 인사.-경호는 자전거 잡고 조금 뒤편에 서
있고-)
어른들-(각각)어 장수 왔냐?/(네)햄버거 먹구 싶어서?(아니에요 하하)
어른-(아버지 또래)야 너 이리 와봐 이눔아.(장수에게 다가오며)
장수-네.(어른에게)
어른1-(머리 가볍게 흐트러뜨리며)새 아파트 좋으냐?
장수-네 무지 좋아요.
어른1-(한 손 주머니에 들어가며)그래 좋은 꿈 꿨어?
장수-네 하늘을 마악 날아 다니는 꿈 꿨어요.
어른1-(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두장 꺼내 내밀며)이놈아 건 키 크는 꿈야. 햄
버거 사 먹어..
장수-? 아니에요 아저씨 아니에요(하며 꽁무니 빼는)
어른1-(잡아 당겨 손에 쥐어주며)까불지 마 임마. 받어.
장수-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어른1-너 내 사위야. 딴 생각하면 안돼.
장수-(얼굴 난처해지고)
남자들-(와악 웃고)
어른1-(장수에게서 돌아서며)쥐약 멕이는 거지 뭐.
남자들-(소리내어 웃으며)
정비사-(연장 들고 장수 옆 지나가며) 장수 야단 났다 하하.
남자2-저자식 저 똥 찍어 먹었어 똥.
다같이-(소리내어 웃는데)
@ 들어오는 아빠의 버스.
남자1-야 니 아빠 들어오신다.
장수-(잽싸게 움직이고 있는 버스 운전석 쪽으로 가 붙어선다).....(버스
멈출 때까지 기다리며 쫓다가 멈춰지고 브레이크 채우자)아빠아!
아빠-?....(유리 안에서 활짝 웃고 내리면서)왜애.(왜 왔어)
장수-아빠한테 할 얘기가 있어요.
아빠-(주머니에 손 들어가며)그놈에 피씨방 때매 언제구 엄마한테 너랑 나
합동으루 작살날 거다
장수-(오버랩)아니 그게 아니구 저기요 자전거 있잖아요 아빠/경호한테 하
루만 빌려 주면 안돼요?
아빠-?...
장수-쟤 혼자 하루만 연습하면 자알 탈 거 같아요. 낼은 심부름 하느라 바
빠서 자전거 만질 틈두 없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아빠-(오버랩)나는 괜찮은데 늬 엄마가 좋아하까?(공범자 얼굴로)
장수-엄마는 안 좋아하시겠죠오.
아빠-그래 빌려 줘 까짓.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 빌려줘.
장수-하하 네 아빠(하고 벌써 경호 쪽으로 뛰려 하는데)
아빠-야야 아빠 일 끝났어 손 씻구 나올테니까 잠깐 기다려.
장수-아아(참 그랬지. 일찍 끝내기로 했지)네 알았어요.(하고 경호 쪽으로)
아빠-(잠깐 웃는 얼굴로 아들 뒤 보다가 돌아서는)
장수-(경호 족으로 뛰어와서) 야 우리 아빠가 허락 하셨어. 너 오늘 낼 빌
려 줄테니까 내 자전거 갖구 가서 연습해.
경호-?(눈 휘둥그레서)진짜아?
장수-진짜지 그럼 야/ 우리는 영원한 친구야. 그 대신 도둑 맞으면 절대 안
돼. 나 이사하기 전에는 할머니 방에다 들여놓구 잤구 어제두 현관 안에 들
여놓구 잤어.
경호-그래 알았어 걱정하지 마.(너무 좋아서)
장수-이거 십육단 기어 비싼 거야.
경호-알었다니까 짜식.
장수-(경호 어깨에 한 팔 탁 걸면서)그래 됐어 나가자. 나 우리 아빠랑 같
이 갈 거야. 너 먼저 가라구.(움직이며)
경호-어 알었어.
장수-열심히 연습해서 월요일에 보여줘야 해애?
경호-어엉..
장수-짜식,(머리 만지며)요거 귀여운 놈이란 말야아아.
경호-(좋은 얼굴로 웃으며 흘기는)웃기지 마 임마.
장수-아 잠깐.(하고 경호 반응 살필 새도 없이 옆의 가게로 뒤어 들어간다)
경호-?
6S# 가게 안.
장수-(들어와 대짜고짜 라면 있는 곳으로 가서 라면 봉지 집어든다)
S# 가게 밖
장수-(라면 네봉지 들어 있는 비닐 봉투 들고 나와/고구마 봉지 매달려 있
는 자전거 손잡이에 끼우면서)새로 나온 라면 맛있더라? 한번 먹어 봐.
경호-야 싫어어 너무 신세만 지는 거.
장수-?.....쨔샤 선물야 선무울(선물인데 안 받을 거야?)
경호-...(뿌우해서 보는)
장수-(같이 뿌우해서 보는)...
7S# 거리.
@ 부자가 다 바지 주머니에 양손 찔러 넣고 걷는/느리지 않게)
장수-(화면 시작과 동시에 수다 떠는)다아 좋은데/술 잡숫는 거 까지도 좋
은데 주정만 안하셨으면 소원이 없겠대요.
아빠-주정을 한 대?
장수-심하시대요. 술만 잡쉈다 그러면 엄마랑 동생들이랑 전부다 도망쳐야
한대요. 간난애기구 뭐구 없대요. 다 집어 던진대요 다.
아빠-쯔쯔쯔쯔. 거 참.
장수-어 (잠깐 걸음 멈추며)참 아빠.
아빠-?..
장수-김자 용자 출자 아저씨 때매 미치겠어요.
아빠-..왜.
장수-나만 보시면 너 내 사위야 딴 생각하지 마 그러시는데/아빠 나 진짜
딴 생각하면 안되는 거에요?
아빠-껄껄껄껄껄
장수-(걷기 시작하며)아저씨 딸 보셨어요?
아빠-(걸으며)봤지. 관심 있냐?
장수-아니이 아저씨가 자꾸 그러시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거 있죠.
아빠-하하하
장수-이뻐요?
아빠-용출이 아저씨 닮었어.(못 생겼어)
장수-에에?(있는대로 찡그리고)
아빠-하하하하하
장수-(땅 보면서 투덜거리는)시이. 그럼 이제부터 천 원 이 천 원 씩 주시
는 거 안 받을 거야.
아빠-하하 오늘두 주디?
장수-예 이 천 원(불만스레 아빠 보며)
아빠-(앞보며 걸으며)받어어. 받어서 챙겨어.
장수-에이 아빠 인간이 그럴 수는 없죠오.
아빠-(웃는 얼굴로 아들 내려다 보고)
장수-(땅보며 갸웃) 하아아 고민이네에에.
8S# 시장 안.
@시장을 훑고 다니는 父子.
아빠-어디 들어가 쑤서 박힌 거야..아주머니 우리 집 사람 못 봤어요?
여인-(생선 가게)아까 여기서 오징어 다듬어갖구 저어리 갔는데에?
아빠-(움직이며)저어리 갔단다.
장수-저기 계신데요? 엄마아!
엄마-(저만큼 멀찌기 조개 종류 파는데서 물건 고르다가 보고)?너 왜 나왔
어 할머니 도와 드리라니까.
장수-(엄마 쪽으로 뛰어면서)할머니가 귀찮다구 나가라는데 뭘.
엄마-그럼 공부하지?
아빠-이 판국에 공부가 돼?
엄마-판국이 무슨 판국인데요. 아줌마 바지락 이천 원어치만 주세요.
여인-이천 원어치 갖구 누구 코에 부쳐. 전 부쳐 손님 친다면서.
엄마-그럼 삼천 원어치 하까?
여인-(까놓은 바지락 담으며)돈 만원 어치는 가져야
엄마-아구구구 아줌마.(바지락 담는 여자 손 잡아 치우며)어림 없는 소리
마세요. 빈대떡두 부칠 거구 먹을 거 많어요. 삼천원 어치만 줘요.
아빠-아 좀 넉넉히 사아.
엄마-?(잠깐 아빠 돌아보고) 천 원 어치만 더 줘요 그럼. 사천 원 어치.
아빠-아(하고 무슨 말 하려는데)
장수-(아빠 잡아 다닌다)
아빠-?(아들 돌아보고)
장수-(나직히/아빠 안보고 엄마 쪽 보는 채)혼나지 말구 가만 계세요.
아빠-(피시시 웃으며 한 손 아들 머리에 올라 가며 아내 쪽 보는)
9S# 시장 입구를 벗어나고 있는 세 식구.
@ 이튿날 손님 치를 시장 꺼리 나누어 들고
엄마-돈 쓸 거 너머 없어. 십 만 원 갖구 시작했는데 삼만 원이나 남었나아
?
아빠-어이구 삼만 원이나 남겼어?(장하다 내 마누라)
엄마-삼겹살 서근/고등어 한 손/코다리 열마리/ 배추 두 포기 기부 받구두
그렇게 썼어. 도둑 맞은 거 같어. 산 것두 쥐뿔두 없는데.
아빠-웬 기부야?
엄마-으흐흐흐/ 집사서 이사한 거 축하 한다구.
아빠-나발불구 다녔니?
엄마-으흐흐흐 어머니가 불구 내가 불구 모르는 사람 없을 걸?
아빠-(이쁘고 귀여워 보면서 웃는)못 말린다 암튼 흐흐. 부담되게 뭐하러
그런 걸(떠들어)
장수-(오버랩)좋아 그래. 컴퓨터 안 샀다.
부부-?(아들 돌아 보는)
장수-제 컴퓨터 살 돈/ 기부하께요. 다른 사람들도 다 기부하는데 아들이
모른 척할 수가 없네요, 컴퓨터 중학교 입학 선물로 사 주세요.안 사께요.
부부-(서로 눈 맞추고/동시에)사 준댔어? 사준댔어요?
아빠-아니.
엄마-나두 안했는데?
장수-글쎄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 안 사도 돼요. 집 사느라 빚진 거 다 갚
고 그런 담에 사 주세요. 괜찮아요.
아빠-임마 사 내라는 말보다 더 무섭다.
엄마-컴퓨터 안돼. 보나마나 맨날 게임만 두드릴 거 뻔할 뻔인데 안 그래두
전생에 웬수 처럼 공부 안 해서 속 썩이는 놈한테?
아빠-사주면 공부 한다잖어.
엄마-어이구 어수룩하기는. 믿을 게 따루 있네.
아빠-신경 쓰지 말어.. 안 사두 된다는데 뭘 신경 써..
엄마-떡 줄 사람 생각두 안하구 있는데 김칫국부터 들이키지 마라 엉?
장수-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저 포기했다니까요?
아빠-(기막혀 허 웃고)
엄마-어이구 참 내...(남편과 동시에)
장수-손님 몇 분이나 오세요?(분위기 바꿔서/옆의 아빠 올려다 보며)
아빠-어 한 열 사람쯤 되겠더라.
엄마-히익/(잠깐 멈추며) 여서 일곱이랬잖어어.
아빠-글쎄 좀 늘더라. 여서 일곱이나 열이나.
엄마-당신 입으루 열이라면 열 서넛은 된다 왜.(걸음 다시 떼어 놓으며)
아빠-(걸으며)그렇게 알구 준비하면 되겠네.
엄마-뽕 빠지는 건 생각 안 해?(밉지 않게 흘기며) 빚 갚어야지이.
아빠-장수가 컴퓨터 값 내놨잖어.
엄마-(남편과 눈 맞추고 입으로만 쭝얼거리는/입 모양/거봐/안 샀어두 됐잖
아)
아빠-(아뭇 소리 하지 말라고 눈짓하고)고맙다 장수야. 아들 둔 보람이 크
다.
장수-(올려다 보며)너무 감격하지 마세요. 중학교 들어가면 살 거니까요.
아빠-알었어 임마. 못 박지 마.
장수-그런데 그땐 더 비싼 거 사야 해요.
아빠-알었다 알었어.
엄마-(아빠와 동시에/눈 크게 뜨고)왜 더 비싸?
장수-수준이 그렇거든요.
엄마-아니 수준이
아빠-(오버랩)초등학생 수준하구 중학생 수준이 같나 어디. 그 말이지?
장수-네에.
엄마-(흘기며)그렇게 공부 안해서 중학교나 들어갈래나 모르지.
아빠-그래두 장수 뒤에 열 다섯 명이나 있대.
엄마 그거 갖구 돼?
아빠-그래두 공학박사 된대잖아.
엄마-(입 벌리고 남편보는/공학박사는 무슨/공불 그렇게 안 해서)....
아빠-엄마 보고 웃는/)
10S#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세 식구.
장수-(같이 들어오다가 냅다 제 집 쪽으로 뛰고)
엄마-(잠깐 걸음 멈추고 고층 아파트 올려다 보면서)....
아빠-(잠깐 걷다가 돌아 보는)...뭐해.
엄마-(올려다 보며 남편 쪽으로 움직이며)여보 난 우리 집이 여기 있다는
게 믿기질 않는 거 있지.
아빠-(그냥 미소로 보며)
엄마-(남편 옆에와 남편 올려다 보며)좋아 죽겠구 흥분돼 죽겠어 그냥. 하
루 종일 부웅 떠서 구름 타구 있는 거 같어. 당신은 안 그래?
아빠-나는 인간 아니니?.흐흠 나두 그래..휘파람이 저절루 나오구 말야. 내
내 휘파람 불구 다녔다. 오줌 누면서 그거 붙잡구서두 빙글빙글 웃구 있더
라구 보니까.
엄마-아으아으(흘기며)흐흐흐흐,
아빠-흐흐. 허허허허(웃으며 따라 걷는)
11S# 아파트 계단을 정신없이 빠르게 뛰어 올라가고 있는 장수.
12S# 다른 계단/뛰어 오르고 있는 장수.
13S# 현관 앞
장수-(벨 누르며/헐떡이며)할머니이이이/.......(기다렸다가 다시 벨 누르
며)할머니할머니할머니이이이/
조모 E-(좀 떨어진 곳에서)누구냐. 장수냐?
장수-네 할머니 왜 문 안 여세요오!
조모E-아이구... 아이구 내 새끼...못 들었지...물일 하느라 못 들었지이.
(하며 문 연다)
14S# 현관 안/ 거실
장수-(들어서며)못 들으셨어요? 안 들려요?
조모-아니아니아냐. 저어기 물 청소하느라 못 들었어. (하며 잠그려)
장수-내버려 두세요.(신 벗으며 돌아보며)엄마랑 아빠 오세요.
조모-그려? 같이 왔어?
장수-네. 아빠한테 갔다가 (냉장고 있는 쪽으로 가며) 엄마한테 가서 같이
들어오는 길이에요.(냉장고 문 열면서 돌아보는)엄마 시장 엄청 많이 봤어
요.
조모-(벌써 손자 쪽으로)뭐 물 먹을라구?
장수-(물병 꺼내며)네.
조모-내 주께. 할미가 주께... (플라스틱 머그에 물 따르며) 그런데 왜 그
렇게 숨이 차.
장수-계단으로 뛰어 올라 왔거든요.
조모-(물잔 주며)왜. 엘레베타 고장 났든?
장수-맨 꼭대기 층에 있어서 안 기다리고 그냥 올라 왔어요.(마신다)
조모-고구마 다 먹었어?
장수-네.(마시며/벌컥벌컥)
조모-맛있지? 밤 같지?
장수-(물잔 내리며)네.
조모-물 사먹구?
장수-그냥 천천히 먹었어요.
조모-쯔쯔 물 사 먹으라니까아.
장수-(부엌 돌아보며)할머니 혼자 다 하셨어요?
조모-다 했지.
장수-이제 할머니 엄마한테 혼난다. 엄마가 다 한다구 할머니는 옷장만 정
리하시라 그러든데(하며 나가는)
조모-(물컵 싱크에 넣으며)할 일 쌓아두구 염불하구 앉었어 뭐해.(반 혼잣
소리).
장수E-우와아 좋다아.
조모-?(내다보는)
15S# 거실
장수-(제사 상으로 쓰는 교자 상 마루 가운데 펼쳐져 있고/ 거기 앉아서 나
오는 할머니 보며)이렇게 해 노니까 우리두 꼭 드라마에 나오는 집 같네.
조모-거기다 방석까지 끄내 노면 더 근사하지.
E-현관벨.
장수-(오버랩/일어나며)문 열렸어요 엄마아!(조모는 현관으로)
엄마-(들어오며)즈이들 들어왔어요 어머니.(아들도 들어오고)
조모-오냐 애들 썼다.(짐 받으려 손 내미는)
엄마-놔 두세요.(올라오며)점심 해 드셨어요?
조모-오냐.
엄마-(주방으로 움직이며 실내 돌아보며)어머니 또 잠시두 안 쉬구 움직였
구나.(조모 돌아보며)아무 것두 하지 말구 쉬시라니까아.
아빠-(짐들고 주방으로 움직이며)거 하나마나 한 소리 뭐하러 해. 뻔히 알
면서 괜히 입발림.
조모-(엄마가 든 짐 하나 잡으며)얘 입발림이래두 나는 하는 게 좋더라.
엄마-입발림 아니에요.
조모-아이구 그래 됐어.(주방으로 앞 서며)어디 보따리나 풀어 보자.
엄마-당신은 나와서 장수랑 박스나 풀어요 얼른.
아빠-E-알었어 그래 알었어. 물 좀 마시구.
장수-(오버랩)엄마 나는 내 방 정리해야 하는데에?
엄마-(주방으로 들어가며)박스 먼저 풀어. 마루 먼저 치워야 손님 치를 거
아냐.
장수-알었어요. 오줌 먼저 누쿠요.(하며 화장실로)
16S# 화장실
장수-(들어와 싱글벙글/변기 뚜껑 열어놓고 쏴아아 시원하게 소변보고 나서
씻어내리고/세면대로 가 수도 틀어 손 씻는다/이런 일들이 다 신기하고 기
쁘다).....(그러다 문득 욕조 위에 달린 샤워 꼭지 보고 급하게 화장실 문
열고 소리 지른다)엄마아 저 지금 목욕하면 안돼요?
17S# 거실
엄마-(부엌에서 시장꺼리 꺼내면서)주책 떨지 말구 빨리 나와. 이따 밤에
해.
장수-에에이.(화장실 문 닫는다)
18S# 주방
아빠-(물건들 꺼내는 것 보다가 돌아서 나가며)하구 싶으면 하라 그러지 뭐
말려.
조모-그러게 말이다.
엄마-김치 좀 보셨어요?
조모-잘 익구 있어. 낼은 딱 먹기 졸 게야.
엄마-슬금슬금슬금 언제 그렇게 올른 건지 원. 돈이 종이야 종이.
조모-아이구 얘 참 내 정신/ 컴푸탄지 뭔지 왔더라.
엄마-?..언제요(소리 죽여)
조모-아까 한 한 시간이나 되나아.
엄마-낼 오전에 온댔는데에?(하며 부지런히 나가다 돌아보며)장수 봤어요
어머니?
조모-글세 깜박했다니까?
엄마-잘 깜박 하셨어요..가만 계세요.
19S# 거실
엄마-(나오며)여보...당신 어딨어?
아빠-(베란다에서 박스 풀다가 기웃)왜 불러 여?어어.
엄마-(조르르르 남편에게)컴퓨터 왔대 여보.
아빠-?..낼 아니었어?.
엄마-장수 아직 모른대.
아빠-(씨익 웃고)그래?(베란다에서 거실로 나오며)장수야 뭐하니?
장수E-(화장실에서 물 소리 나던 것 잠그며)세수 했어요.
부부-(잠깐 서로 마주보고)
아빠-일하기 싫어서 꾀부리구 그럼 곤란해애.
장수-(수건으로 닦으며 나온다)아니에요. 엄마 수건에서 냄새나.
엄마-(얼른 수건 빼서 뭉치며)정신없어 제대루 못말려 그래. 옷 안 갈어 입
어? 얼른 갈어입구 나와 일해 빨리이?
장수-갈아 입기는 뭐 이대루는 안돼요?
아빠-임마 샤쓰 그거 새거잖아. 빨리 갈어입구 나와 빨리.
장수-알었어요.(하고 제방으로)
20S# 장수의 방.
장수-(들어온다.)
@ 헌 책상 헌 책꽂이/대충 반 만 정리한 방.
장수-(들어오면서/방문 열어 놓은 채- 한 켠에 겹쳐논 이부자리 쪽으로 가
입고 있던 셔츠 벗어 놓고 이부자리 위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앗던 셔츠 집
어 목을 끼면서 돌아서다가 눈이 활짝 커진다)
@ 책상위에 버겁게 올라 앉아 있는 컴퓨터.
장수-?...(벌어진 눈/벌어진 입/믿기지 않아 눈을 냅다 비비고 다시 본다).
........
21S# 마루.
부부-(신경이 장수 방으로).....
장수 E-(순간 느닷없이 터지는)엄마아아! 아빠아아아!
부부-(얼굴 맞추고 웃는)
장수-(냅다 뛰어 나오며)와아 하하하하하/(미친 아이처럼 펄쩍펄쩍 온 마루
를 뛰어다니면서)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와와와와와와/으흐흐흐흐흐/으아
으아으아으아/(부부/웃으며 보고 있고/조모 나와서 웃으며 보고)
22S# 거실
@ 장수와 아빠/옷 박스 마주 들고 베란다에서 나와 안방으로.
23S# 안방
@ 들어온 부자/같이 박스에서 옷 가지들 들어내 방바닥 장 앞에.
@ 이미 잔뜩 쌓인 옷가지들.
@ 괜히 서로 보며 싱글거리며
아빠-뭐가 그렇게 좋아 임마.
장수-아빠는요.
아빠-임마 니가 좋아하니까 나두 좋아서 그래.
장수-(새삼스레)우하하하하
아빠-우하하하 하하.(하며 아들 머리 가볍게 치는)
24S# 거실
낡은 석유난로 부자가 함께 심지 잘라내고 청소하고
아빠-아빠는 말야....니가 꼭 박사 안돼두 좋아.(아들 안보며 일하면서)박
사 아니면 어때. 그저 양심 껏 열심히/성실하게 사는 올바른 인간이기만 하
면 되는 거야. 회사원이면 어떻구 나처럼 버스 기사면 어때. 무슨 상관야.
(과장없이 차분하게)
장수-상관 없지요.
아빠-나는 정말 이거 진심이구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너 크게 출세하는 거
안 바래. 잔머리 굴려 딴 사람 밟구 올라설 궁리나 하구/ 자리랍시구 의자
하나 차지하구 앉어서 거드름피며 뇌물이나 받어 챙기구 ...그런 지저분한
인간들보다는 내가 백 배 천 배 낫다구 생각하면서 사니까 뭐 나는...내
말에 불만 있어?
장수-아뇨. 없어요.
아빠-그저 남한테 폐안 끼치구 못할 짓 하지 말구 ..언제든지 항상/ 누군가
한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산다면 그게 바루 성공이지 딴 게 성공 아냐 너.
장수-(끄덕인다/역시 안 보고 일 하는채)
아빠-그래서 이제부터 공부 좀 할 건가?
장수-?(본다)
아빠-컴퓨터 사줬잖어 임마.
장수-네.. 해야죠.
아빠-전생에 웬수 소리 듣기 지겹지두 않냐? 니 엄마 좀 기쁘게 해 줘봐
엉?..
장수-예 알었어요.
엄마-(행주 들고 상 닦으러 나오다가 오버랩)아이구우 석유 냄새 나는구먼
베란다서 하지 건 왜 끌구 들어와아.
부자-(동시에)춰어./ 춰요 엄마.
25S# 거실
@ 저녁 먹고 있는 가족들. 김치찌개와 김치/콩나물 무침 정도.
조모-(찌개 떠 올리며)..돼지고기 잘 샀다.
엄마-냄새 안 나지요?
조모-맛 있어.
엄마-(밥 뜨면서 아들 보는)...웬 일야? 잠꼬대두 컴퓨터어 컴퓨터어 하던
녀석이 왜 컴퓨터 는 본 척두 안 해?
장수-(먹으며)할 일 많은데 컴퓨터 만지다가 또 전생에 웬수 소리 들을려구
요?
조모-으흐흐흐(조금 소리내어 웃고/아빠도 웃으며 아들 보고)
장수-(볼이 미어지게 밥 넣으며)컴퓨터 학원에를 다녀야 하는데...
엄마-?..뭐야 /할 줄두 모르면서 사내라 그랬단 말야?
장수-으흐흐흐/그럴 줄 알었어 흐흐.엄마 펄쩍 뛸 줄 알었다구요.
엄마-할 줄두 모르면서 컴퓨터컴퓨터 그런 거야?/ 뭐? 학원? 학원 또 보내
야 하는 거야?
장수-학원 안가구 혼자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책보구 혼자 주무르다 보면
다 돼요. 혼자 해요 혼자. 걱정 마시고 진지나 드세요 어머니.
엄마-(그래도 믿기지 않아 꼬나 보는)
장수-제가요? 여얼심히 연구해서 스타크래프트 열 배 더 끝내주는 게임 개
발 할 거에요.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여기 이런 아파트를 천 개 더
살 수 있구요? 할머니랑 엄마랑 아빠랑/ 자가용 비행기 한 대 씩 따로따로
사 드릴수도 있고요? 아빠한테는 버스 회사를 통째로 사 드릴 수도 있어요.
엄마-(말하는 아들 입 벌리고 보고 있다가)얘가 무슨 이런 황당한 소릴 해
애? 그게 뭔데.
장수-게임요.
엄마-...(보며)
장수-컴퓨터 게임인데요 엄마/(하다가)에이 엄마는 몰라요. 아뭏든 그런 게
있어요.
엄마-그래애 그렇지 당신 내가 뭐랬어. 컴퓨터 사줘봤자 게임마안 두둘겨댈
거라구 했어 안했어.
아빠-아 게임마안 두들기다가 자가용 비행기에 버스 회사 통 째루 사주면
좋지 뭘 그래.
엄마-이이는 물렁 팥죽모양 아무 거나 좋아좋아/애 다 버린다니까아?
아빠-게임마안 두드릴 거야?
장수-에이 어디요오. 공부하는 틈틈이 연구한다 그거죠오.
아빠-공부하는 틈틈이 연구한대.
엄마-내가 걸 믿으면 우리 아버지 딸이 아니다. 너 자전거 사주면 공부한다
더니 (자전거 있을 현관 돌아보며)자전거 사주구/(하다가?자전거가 없다)
장수-(쫀다)
엄마-(장수 보며 황당해서)너 자전거 어쨌어.
조모-(현관 쪽 보며 오버랩)어어 어째 자전거가 안 보인다?
엄마-잃어버렸니?(빽)
아빠-(오버랩의 기분)아 왜 제대루 알지두 못하면서 도끼눈부터 떠. 자전거
경호 하루 빌려 줬어 .
엄마-?..(남편보는)
아빠E-(아내 위에)내가 빌려 주랬어. 제일 친한 친구가
아빠-자전거 좀 배워 보겠다는데 그걸 안 빌려 줘? 그럼 나쁜 놈이지.(조모
돌아보며)안 그래요 어머니?
조모-나쁜 눔이지지이.(숟가락 입으로 올리며)친군데에.
엄마-....(시어머니 잠시 보다가 그만두고)나만 악질이니까 아무튼 이 집에
서. ...(먹다가 문득 새삼스레)고장 내키면 어쩔 거야.
아빠-고치면 되지.
엄마-우리 돈 들여서?
아빠-니 저금으루 고쳐. 고쳐 까지는 못 줘.
장수-네 알았어요.
엄마-쯔쯔쯔쯔쯔쯔. 못 살어 내가.
조모-(화제 돌리려는듯)오징어 데치구 잡채 묻히구 삼겹살 보쌈하구 또 뭐
가 있냐.
엄마-빈대떡하구 전 좀 쬐금 부치구요
조모-어 그래 참.
엄마-찌개루 하나 국으루 하나.(남편보며)
아빠-(찌개 뜨며)찌개찌개. 이거 얼마나 맛있어. 국 안 먹어. 찌개루 해.
장수-잡채하구 빈대떡 좀 많이 하세요. 경호 갖다 주게.
엄마-어이그어이그 그저어 /내가 말을 말어야지.
조모-으흐흐흐흐(손자가 기특해서 엉덩이 두드리며)
26S# 부엌
엄마-(씻은 그릇에 마른 행주질 하며)죽을 때 죽더라두 수술이나 받어 봤
으면 한다네요 어머니...
조모-(나물 다듬으며)그렇지이. 죽기에는 아까운 나이지이.
엄마-(잠깐 돌아보는 듯 했다가 도로 행주질하며)그러니... 병수발에 그집
두 전세가 월세가 되구 대학 다니던 큰애/학교 그만두구 노동판 다니면서
보태두 숨이 차다는데..,수술비 들이밀라면 가게 밖에 내놀게 없대요..../
가겔 내 노면 남은 식구들은 어떻게 먹구 사냐구요.(그러더라구요)
조모-(한숨처럼)어떻게 먹구 사나아....뭐니뭐니 해두 그저 식구 중에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한 게 행복 중에 제엘 큰 행복이지.
엄마-그럼요 어머니.
조모-쯔쯔쯔쯔쯔. 야단났다 그집은..
엄마-이제 그만 들어가 쉬세요. 어머니 병 나시겠어요.
조모-다 됐다아아(한숨처럼)
27S# 베란다.
아빠-(난간에 두 팔 올려놓고 담배 태우며 아래 내려다 보는).....
장수-(같이 내려다 보다가 아빠 보는).....
아빠-(맛있게 빨아서)푸우우우 ....(내뿜는)
장수-우리 빚 얼마나....많이 졌어요?
아빠-?...(보며)왜...건 알어서 뭐 할려구.
장수-아니이...빚도 졌는데 컴퓨터 사구...꼭 안 사도 되는 건데 미안한 생
각이 들어서요.(아빠 보며)
아빠-임마. 다 알어서 해. 빚졌어두 /엄마랑 아빠가 다 갚을 수 있을 만큼
이니까 쓸데없는 걱정 할 거 없어. 니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빵꾸나게 빚
지구 컴퓨터 사 주구 그래. 어림 칠푼어치 없는 소리 하덜덜덜 마라 엉?
(하며 빨아 들인다).
장수-(씨익 웃고 다시 아래 내려다보며)그럼 안심이고요.
아빠-푸우우우우 아아아 담배두 내 집에서 피는 게 더 맛있다는 거 예전엔
미처 몰랐네.
장수-(아빠 올려다 보며)건강에 이롭지도 않은 거/뭐가 그렇게 맛있어요.
아빠-흐흐 글쎄 말이다.(하며 하늘로 고개 치켜드는)
장수-끊으면 엄마가 되게 좋아하실텐데.
아빠-별 나왔다 장수야.
장수-(고개 치켜 들며)서울에 별은 니리끼리이 /껌벅껌벅...다 병들었어요.
아빠랑 낚시 가는 데 별은 빤짝빤짝 똑똑하고 건강한데.
아빠-그래...공해가 심각해......(문득 아들 보며)더 높은 층이었으면 좋았
을 걸 그랬지?
장수-아빠는 할머니 어떡하구요.
아빠-?할머니 뭐.
장수-만약 엘레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 할머니가 시장에서 돌아오셨다 그럼
어떡해요. 걸어서 올라 오셔야 할 텐데 십층 십이층 그럼
아빠-아아아(알겠다)
장수-(아래 내려다 보며)우리는 사층인 게 할머니 위해서 아주 다행인 거에
요.
아빠-(좋은 눈으로 아들 보며)....(빙그레)
장수-(아래 내려다 보는 채)사층 정도면 쉬면서 쉬면서 올라 오실 수 있거
든요.
아빠-아들아.
장수-?..(아빠 돌아 본다)
아빠-(아들 머리에 손 얹으면서)그런 생각이 어디서 나니.(머리 흐트러트리
며) 요기/ 요기서 나오는 거야?
장수-사실은 제 생각이 아니구 엄마가 그러셨어요.
아빠-?...뭐?
장수-나중에 집 값 많이 받는 건 더 윗층이 좋은데/ 할머니 위해서는 아래
층이 낫다구요.
아빠-어쩐지이이/에이/ 깜박 속았잖아..(머리 가볍게 치면서)
장수-(웃으며 아빠 허리 안고 달라 붙는데)
E-전화벨 소리/거실에서/
아빠-들어가 . 엄마 바뻐.
장수-(후닥닥 거실로)
아빠-(베란다 바닥에 놓아두었던 재떨이 집어 올리는데)
28S# 거실
장수-(뛰어 들어와 전화 받는다)네에 안녕하세요....어 경호니? 나야나.(들
어오는 아빠 잠깐 돌아보며)엉..엉...그으래? (펄쩍)진짜?...진짜 안 넘어
지고 탈 수 있어?...
29S# 구멍가게 공중전화
경호-(자전거 잃어버릴까봐 한손으로 붙잡고 서서)진짜 안 넘어지고 탈 수
있다니까?(누가 안 붙잡아 줘두?)안 붙잡아 주구우우. 야 누가 붙잡아 주니
붙잡아 줄 사람도 없다 야.나 혼자 연습했어...으응 우리 아빠네 공장 마당
에서....근데 너 니네 엄마한테 혼 안났니?...자전거 빌려줬다구.
30S# 거실
장수-어어.. 아아니? 잘했다 그러시더라. 우리 엄마가 친구끼리는 그래야
하는 거래.(엄마 주방에서 나오는 것 힐끔 돌아보며)안 그러면 나쁜 놈이랜
다.
엄마-갖구 놀아라 갖구 놀아.(상 아래서 냄비 뚜껑 끄집어 내며)고장 내키
지 말구 잘 하라 그래.
장수-어 아냐. 내일은 나 탈 시간 없으니까 니가 밤중까지 타. 월요일에 학
교 끝나고 내가 니 집에 같이 가서 가져 오께. 그럼 되지 뭐.
엄마-(부엌으로 들어가다가 ?해서 돌아본다)
장수-괜찮아 괜찮아. 실컷 타. 실컷 타버려 까짓 거.
엄마-(입 벌리고 보고)
장수-아냐 우리 엄마 안 그래 임마. 얼마나 착하신데에/(엄마 돌아보며)엄
마 그렇죠?
엄마-(눈 째지게 흘기고)
장수-(무안해서 얼른 엄마와 등 돌리며)야 너 공중전화 같은데 빨리 끊어.
돈 들어...엉 그래 월요일에 반갑게 만나자. 엉..엉. 잘자.(전화 끊고 엄마
쪽 돌아보면 엄마는 이미 부엌으로 들어가고 없다.)...(입술이 마르는지 입
벌리고 혀로 입술 핥는다/부엌 쪽 보면서)
S# 아파트 전경(밤)
S# 장수의 방
장수-(컴퓨터 켜 놓고 매뉴얼 뒤적이며 주무르고 있다)......
S# 부부의 방
엄마-(아까 남편과 아들이 갖다 쏟아 놓았던 옷가지들 정리해서 장에다 넣
고 있다.).....
아빠-(이부자리는 펴져 있고/아주 낡은 화장대 거울 마른 걸레로 닦으며)웬
게 그렇게 많아...안 입는 건 싸서 어디 필요한 사람들한테 보내줘.
엄마-안 입는 게 어딨어. 다 쓰레기 같어 보여두 아직 버릴 건 없네(요)...
세 식구 옷인데 뭐가 많어.
아빠-...(그냥 닦으며)딴 건 못해두 당신 화장대 하나는 개비 할 걸 그랬
다.
엄마-거울 멀쩡한데 왜 화장대는 들먹여. 화장대가 뭐라 그러나?
아빠-여자한테 화장대 하나 새걸루 못 사주구 남이 쓰던 거 얻어서 십년이
니...가슴이 애려서 그런다.
엄마-어이구 풋/ 감동 먹어 눈물 나네. 듣기 존 소린 암튼..(흘기며) 속아
사는 게 십년이다.
아빠-(화장대에서 떨어지며)속다 보면 속은 게 아니었네 할 날 있을 거다.
(아내 앞에 어질러져 있는 옷가지들 걷어내며)니가 내 깊고 깊은 슬픈 맘을
어떻게 알겠니.
엄마-왜 그래?
아빠-에이구우우(벌렁 아내 다리 베고 누으며)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알랴아아아(노래로)
엄마-호...호호호호/ 새 집 사서 이사해 놓구 웬 청승이래?(남편 내려다 보
며)
아빠-미안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십년/연애 시절까지 합치면 십 오년이다
십 오년.
엄마-아버님 병원비 꼬라박는 바람에 오륙 년 늦었지 뭐.(옷 집어들려)
아빠-(그 손 잡아 들고 만지면서)방울 같은 마누라 시장에 내보내 이놈저놈
침흘리게 해놓구 .
엄마-(손 빼며 오버랩)방울 같은 마누라/ 늙어서 이제 침은커녕 쳐다보는
놈도 없어.
아빠-이제 그만 자자.(허리에 팔 두르려 하며)
엄마-(밀어내며)졸리면 먼저 자. 할 일 많어. 낼은 집 치울 시간두 없어.
이 구석 저 구석 오방 난전을 만들어놓구 손님 쳐?
아빠-아무 데나 쑤셔 너면 되잖어.
엄마-두 번 일야 두 번 일. 자라구 먼저어.(자라는데 왜그래)
아빠-(밀쳐지면서 일어나 앉은 자세.방바닥 두 손으로 짚고 앉아서)......
(아내보는)
엄마-...(벌써 옷가지들 잰 손놀림으로 챙기는)
아빠-....숙자야.
엄마-(안 보는채)-왜 그러셔. 왜 은근하게 불러. 뭐 하자구.
아빠-그만 자자아아.
엄마-아이구 참 할 일이 태산이라니까아?
아빠-(그러는 아내 한꺼번에 안아 쓰러 트린다)
엄마-아으 아으 갤갤갤갤/(간지러워서 밀어내며)아우 왜 그래애애애. (때리
며)어머니 아직 안 주무셔어어어....(밀어내다가)이이가?..아이 이이가 정
마알?
아빠-가만 좀 있어!(좀 위협적으로)
엄마-?
아빠-생전 처엄 내 이름으루 된 내 집야. 그냥 잘 수 없잖아.!
엄마-아으아으.
아빠-어제두 그냥 자구 오늘두 그냥 자구 싶어 당신은?
엄마-핑계가 없다 핑계가 없어. 아이구 몰라.(내 맡기는)잡어 먹어 그래...
..(잠시 가만 있다가
얼굴 피하며)들어오는 길루 수염이나 깎지.따거 죽겠네...가만 잠깐
있어 봐.
아빠-뭐야 또.
엄마-이게 무슨 소리야?
E-장수 방에서 들리는 게임 음악 소리.
아빠-누구 네 음악 틀었어.(하고 도로 들러붙는.)
S# 장수의 방
장수-(신나게 게임하고 있다).........
@ 현란한 화면과 음악 소리.
장수-.....(몰두해서 하다가 문득 입 벌리고 탁상 시계 본다)......(콧구멍
속으로 손가락 하나 넣어 후비고 컴퓨터 끄는)
S# 조모의 방
조모-(작은 방에 짐 정리는 다 됐고 쭈그리고 앉아 걸레질하고 있다)
E-노크.
조모-?누구냐.
장수-(들어오며)뭐하세요?
조모-걸레질 하구 이제 잘 참이다.
장수-(할머니가 들고 있는 걸레 빼 내서 문께 던지고)다리 펴세요.
조모-으흐흐흐흐 그래.(하고 다리 펴는데 아파서)아으으으으(우두둑 소리가
날 거 같다)
장수-특히 더 아프실 거에요.(벌써 다리 꽉꽉 주무르기 시작하면서)할머니
일 많이 하셔서.
조모-아으 아으으으 시원하다아아(하며 손자 머리로 손이 올라가고)
장수-파스 있지요?
조모-그럼 있지.
장수-삼십 분 주물러 드리구 파스 갈아 드리께요.
조모-삼십 분 씩이나?
장수-많이 아프시니까요.
조모-흐흐흐 삼십분 씩 필요 없다. 십분 만 해. 십분만 해두 돼.
장수-그럼 이십분요.
조모-그래 그럼 십오분.
장수-하하 네에...
좀모-아이구 잠깐 비켜라.(한쪽 엉덩이 들며)
장수-(코 막고 비키면서)알었어요.
조모-(부앙 방귀 꾸고/손으로 냄새 쫓는)
장수-(같이 쫓는)
조모-미안하다.
장수-에이 아니요오.
조모-(장수 엉뎅이 두드리며)으흐흐흐흐
S# 마루 -잠시 사이 두었다가-
엄마-(안방에서 조심스레 나와서 욕실로)
S# 욕실
엄마-(들어와 씻으려고 플라스틱 대야에 물 받아 바닥에 놓고 괴춤 올리는
데)
장수-(펄쩍 들어온다)
엄마-(기겁을 해서)아이구머니나/ 야아!.
장수-?(이상해서 보는)
엄마-노크를 해야지 노크으. 간 떨어져 죽을 뻔 했잖어.(야단치는)
장수-엄마 바닥에다 오줌 눌라구요?
엄마-노망 났어? 왜 바닥에 눠?
장수-엄마 지금
엄마-뭐하러 들어왔는데. 얼른 볼일 보구 나가.
장수-(그래도 좀 이상하면서 변기 앞으로)
엄마-안 자구 있었어?
장수-오늘 밤 샐 거에요.(소변 보기 시작하며)
엄마-왜.
장수-컴퓨터요.
엄마-아따 공부를 그렇게 하면 얼마나 이쁘까.
장수-컴퓨터도 공부에요(공부만 공부가 아니에요).
엄마-많이두 참었네. 오줌 참으면 병 되는데 왜 그렇게 참어.
장수-(플러시 하려 손 대며)잊어버렸(하는데)
엄마-놔둬놔둬. 엄마가 하께.(돌아보는 아들)물 애껴야지. (아들 잡아 문께
로 밀 듯이 하며)물값 엄청 나올 거 같어 얘.
장수-안녕히 주무세요.
엄마-응 너두 잘자.
장수-(나가고)
엄마-큰일 날 뻔 했네.(하고 괴춤 다시 올리는데)
S# 안방
아빠-(누웠다 몸 일으키며)어 왜.
장수E-컴퓨터 고맙습니다 아빠.
아빠-어 고맙다니 고맙다 그래.
S# 거실
장수-안녕히 주무세요.
아빠E-잘자라 아들아.
장수-(씨익 웃으며 돌아서는데서)
S# 아파트 광장(오전 9시쯤)
장수-(비닐 봉지 양손에/한쪽에는 두루마리 화장지 서너 개/한쪽은 두부 달
걀 대파 소주 다섯병 등등/바람처럼 달려 들어와 아파트 입구로)
S# 거실
장수-(뛰어 들어오며)엄마아/돈 모자라서 휴지 세 개밖에 못 샀어요!
엄마E-어 그래.수고 했어.
아빠-(거실에 텔레비전 위치 다시 잡으면서 꿍얼거리는)밤낮 모자라 밤낮.
S# 주방
장수-(들어와 시장 본 거 싱크에 아무렇게나 쿵쿵 놓으며 숨차서 시끈 거리
는)
조모-(송편 빚으며)또 계단으루 왔어?
장수-아니에요 수퍼에서 집까지 뛰어왔거든요(하며 돌아서다가)?떡두 해요?
엄마-추석에 남은 떡가루루 쬐끔만 하는 거야. 솔잎두 냄겨뒀거든.
장수-나는 깨 송편이 존데.
엄마-깨는 못하구 콩이네 여보게.
장수-에에에.
아빠E-장수야!
장수-네에/(하고 뛰어나간다)
S# 거실
아빠-(텔레비전과 값싼 노래방 기계/마이크 들고)아아 마이크 시험중 마이
크 시험중.제대루 나오냐?
장수-나오는데요?
아빠-이거 너무 오래 안 건드려서 될래나 모르겠다.
장수-노래 방두 할 거에요?
아빠-우리나라 사람 모이면 노래잖아.
엄마E-(부엌에서)점심 먹는데 무슨 노래 방이야.
아빠-고스톱 보단 낫잖어.
엄마-E-딴 집에서 시끄럽다 그럼 어떡해.
아빠-한밤중에 잠 못자게 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 뭐래..(노래방 기계 조작
하며)
엄마 E-이제 찍힌다/
아빠-괜찮아. 소리 크게 안하면 돼.....(반주 나오는/화면 뜨고/혼잣소리처
럼)다 그러구 사는 거지 뭐. 얼마쯤 참아 주구 또 참게 만들구 그게 이웃이
야. 사나이 우는 마음 그 누가 아아랴아아아....(장수는 그저 웃으며 보고)
S# 주방
엄마-(조모 잠깐 핼끗 보며)저 사나이는 밤낮 울어 왜 뭐 울 일이 그렇게
많어서.
조모-노래두 나이 먹네...줄었다.
엄마-줄었어요?
조모-아 목소리가 얼마나 청아하구 좋았는데..
엄마-?(가당치도 않다)
조모E-그 뭐냐 조 뭐시깽인가 하는 녀석보다 더 좋았잖냐 애비 청이.
엄마-아이그아이그 어머니두 차암. 아무리 자식 앞에 바보 아닌 사람 없다
지만 저이 청이 어디 아으아으 /갖다 부칠데다 부치세요. 조 뭐시깽이 난
뭐 별루 좋아두 안하지만 그 청에 비교할 청은 아니네요 애비가.
조모-왜 쌍지팽이여? 나한테는 내 아들 청이 조 뭐시깽이 보다 백배는 낫
다.
엄마-어머니두 암튼...알었어요. 우기자 작정하셨으면 누가 당해요. 으흐흐
흐흐
조모-으흐흐흐흐흐/됐다. 앉히자.(송편 손 터는/바닥에 준비해 두었던 콩알
만한 작은 시루 당겨 놓고 솔잎과 송편 앉히기 시작)....
엄마-....(보고 있다가)어머니.
조모-?...(왜)
엄마-아무래두 김치찌개가 좀 걸리네요오?
조모-삼겹살 멕이구 또 돼지고기 김치찌개 내는 게 좀 그렇지?
엄마-에...
조모-그렇더라구.
엄마-?..생각 하셨었어요?
조모-사람 머리 다 비슷비슷해.
엄마-그럼 왜 암말씀 안하셨어요.
조모-내가 무슨 언권 있는 사람이냐? 돈 주머니 찬 며느리 무서워 어디 입
을 뻥끗 할 수가 있나.
엄마-어유어유 참 어머니두. 누가 들으면 참말인 줄 알어요.
조모-으흐흐흐흐
엄마-(불끈 일어나며)얼른 갔다 오께요. 생태루 하죠 어머니.
조모-얘 장수 데리구 내가 갔다오면 안되까?
엄마-?왜요 뭐 살 거 있으세요? 말씀하세요. 제가 사오께요.
조모-아냐/(끄응 일어서며) 그제 어제 바깥 구경을 못했더니 갑갑증이 나서
그래. 콧구멍에 바람 좀 넣구 들어와야겠다.
엄마-흐흣 그러세요 그럼.(주방 나가며)세타 걸치구 나가세요. 감기 들어
요.
조모-오냐 알어서 하마.(싱크로 손 닦으러 가며)
S# 거실
장수-(마이크 들고 약간 지난 아이들 노래 부르며 펄쩍거리고 뛰고 있고)
아빠-(같이 손뼉치며 장단 맞추고 있는데)
엄마-(나오다가 질색)야야 뛰지마뛰지마인석아아! 아래 층에서 고옴방 뛰어
올라온대애.
아빠-누가 뛰어 올라와아.(노래는 자동적으로 정지되고)
엄마-아래층 사람. 서너살 짜리 애들이 뛰어두 득달같이 애들 좀 뛰지 말게
하라구 쫓아 온다는데 어이구 어른까지 같이 펄쩍펄쩍 /철 좀 나요.(안방으
로 들어가며) 아파트에 사는 게 그게 젬병이래!
아빠-.....(들어가는 아내 보다가)아파트 괜히 왔다.(장수 보며)
장수-그러네요.
조모-(주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가며)장수 뭐 겉옷 걸쳐라. 할미랑 시장
가자.
장수-또요?
조모-(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아빠-뭐 또 빠트린 거 있어요?
엄마-(돈 들고 나오며)생태찌개 할려구 그래. 암만해두 돼지고기 보쌈에 또
돼지고기 김치찌개 너머 성의없는 거 같어서.
아빠-생태찌개 조오치.
장수-조오치(하며 아까 수퍼에서 들어와 벗어 놓았던 상의 집어들어 입는
데)
E-현관벨 소리
엄마-?..당신 손님 벌써 오는 거야?
아빠-아냐아 아직 시간 안됐는데 무슨
장수-(오버랩 벌써 현관으로)네에 누구세요오?
고모- E-고모다. 문 열어 빨리.고모 바뻐.
장수-(부모 돌아보며)고모신데요? (문 열고 꿉벅)안녕하세요?
고모-(들어서며)생각보다 단지가 꽤 ?찮아 보이네.? 꼭짝꼭짝 할 줄 알었
는데.
엄마-(비위 상하고)
아빠-어 괜찮아 아주 괜찮다 얘.
고모-아는 척 좀 합시다.
엄마-오셨어요?
고모-( 주방 들여다 보며)뭐 무슨 날이유? 웬 떡시루가 다 나와 있어?
아빠-아 우리 회사 사람들/비번인 친구들 점심 먹으려구.
고모-(주방에서 떨어져 안방으로 가며)경기 존가부네요. 집 사 이사하구 파
티두 다 하구.
아빠-파티는 야 무슨 파티 흐흐
고모-(안방문 열어 보며)가구두 좀 바꾸지. 어차피 빚 지구 이사하는 거.
엄마-(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조모-(자기 방에서 나온다)
엄마-(그만두고)고모 오셨어요 어머니.
조모-...(얇은 목도리 매면서 안 보는채) 바쁜 사람이 어떻게 틈을 냈냐.
고모-그렇잖어두 바뻐서 앉을 새두 없어.(핸드백 열어 봉투 두 개 꺼내 하
나 엄마에게 내밀며)엄마 용돈.
조모-...(받으며)고맙다.
고모-(나머지 봉투 엄마에게 내밀며)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그냥 봉투 만들
었어요. 보태 써요...
엄마-(쓰게 웃으며)안 그래두 되는데요..
고모-받어요 시간 없어요.
엄마-(받으며)잘 쓰께요.
고모-(오빠에게)그럼 나/ 가요.(현관으로 가며)장수 너 공부 잘 하니?
장수-잘하지는 못하구 하던대루는 해요.
고모-(픽)영감같은 녀석. 하던대루 하면 어떡해 더 잘 해야지.(신신으며)
아빠-뭐가 그렇게 밤낮 바쁘니.
고모-지난 번에 산 밴이 속썩여 미치겠어요. 중고찬 사는 게 아닌데 말 안
듣구 사더니 이게 사흘돌이루 길에서 퍼져버려...그딴 차 팔아 먹은 놈 멱
살잡이 하러 가는 길야. 엄마 나 가요.(현관 문 열며)
조모-어이 가.
고모-(나가고)
조모-쯔쯔쯔쯔..에이구우...(현관으로 움직이며)장수야 가자.
장수-네...
@ 조모와 장수 나가고
아빠-......(가라오케 끄고 마이크 치우면서 묵묵히...)
엄마-....(보다가 고모가 주고 간 봉투 풀쑥 내민다)
아빠-...?
엄마-당신 가져.
아빠-...왜 그래...
엄마-열어 보구 열 받기 싫어. 당신 써. 얼만가 말하지두 말어. 말 안해두
아니까.
아빠-......(보며)
엄마-빨리 받어어?
아빠-(봉투 받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넣으며)태생이 그런 걸 어떡하니...
그러지 마. 똑같은 사람 돼.
엄마-(주방으로 들어가며)마루 걸레질이나 해 줘. 걸레질하구 깨끗하게 빨
아놓구. 걸레 화장실에 있어.
아빠-알었어..(벌써 움직이며)
엄마-(돌아보며)오만 원 들었음 많이 들었을 걸? 차를 두 대 씩이나 굴리면
서 어머니 용돈 이만 원 주는 사람이니까.
아빠-(화장실로 가다가 돌아보며 좀 열 받아서)언젠 그 덕에 살었냐?..그러
려니 하면 되지 시끄럽게 말이 많아.
엄마-(아뭇 소리도 못하고 주방으로)
아빠-(화장실로)
S# 화장실
아빠-(들어와 세면대 아래 있는 깨끗하게 빨아 담겨진 걸레 그릇 들고 돌아
서려다가 문득 걸레 그릇 세면대에 놓고 주머니의 봉투 꺼내 알맹이 꺼내본
다/ 만 원 짜리 다섯 장.).../쓴 웃음.용하네/기막힌 년이네)
S# 시내 버스에 오르고 있는 조모와 장수.
S# 버스 안.
장수-(할머니 잡고 올라타 움직이며)아저씨 쪼꼼 있다 출발하세요. 우리 할
머니 자리 잡으면 출발하세요.
기사-(돌아보며)허허 그래 알었다 이눔아.
학생-(얼른 일어나며)여기 앉으세요 할머니.
조모-아이구 고마워요 학생.
장수-고맙습니다아.
학생-(장수 보고 웃으며 끄덕이고)
장수-복 받을 거에요 형.
학생-뭐?
장수-복 받을 거라구요. 그렇죠 할머니.
조모-그러엄 복 받구말구.
학생-네에 감사합니다. 하하하 너 웃기는 놈이구나.
장수-몇 학년이세요?
학생-고삼.
장수-후우 고삼....도서관 가세요?(맑게 올려다 보며)
S# 수산 시장.
조모-(생태 고르고 있고)....
장수-저게 더 큰 거 같은데 할머니.
조모-?..어떤 거 요거?
장수-아니 그 옆에 거요.
장사-아유 다 비슷비슷해요 할머니. 고만 좀 주물러요.
조모-?....주무르긴 누가 주물렀다 그래.
장사-다 비슷비슷하다구요.
조모-..(다시 고르며)댁에 눈에는 비슷비슷해두 내 눈에는 안 그렇소. 비슷
해 보여두 더 실한 게 있구 덜한 게 있지 무슨 말이야.
장수-할머니 조거요 조거.(에서)
S# 수산시장 출구
@ 두 사람 손 잡고 걸어 나오며
조모-.....자아아 생태는 샀구우..아이구 무를 사야지 참. 잊어버릴 뻔 했
네.무 사러 가자 무.(방향 돌리는)
S# 큰 길/ 건널목은 아니고 /건널 목에서 십여미터 떨어진 곳 약국 근처
길.
두 사람 오고 있는/무도 샀습니다.
조모-.....
장수-(두리번 거리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조모-(약국 조금 못미처서 멈추고 장수에게)할미 잠깐 약국에 들어갔다 나
올테니까 넌 여기 있어.
장수-파스 살려구요?
조모-그래 파스가 다 됐어(하며 돌아서는)
장수-같이 들어 가요.
조모-약국 냄새 싫다면서 그냥 여기 있어. 금방 나올텐데 뭐.
장수-...(보다가)그럼 그러세요. .
조모-금방 나오께.(하고 불편한 다리로 약국으로 돌아선다)
장수-..(잠깐 보다가 할머니 쪽으로)할머니 그거 주세요. 제가 들고 있을게
요.
조모-?(봉지 들어보고)그럴래?..그래 그럼.(생선과 무 봉지 손자 주고 약국
으로)
장수-(할머니 들어가는 것 보다가 지나가는 늘씬한 미니 스커트 다리에 시
선이 따라 가는).....(보다가/바지 주머니에 손 넣으며)쥑인다.(혼잣말 처
럼)
S# 약국 안.
조모-(파스 봉지 들고 서서)글세 까닭없이 요 며칠 여기가 (귀 위쪽 머리)
뜨끔뜨끔 하면서 머리두 뻑뻐억한 게 영 개운치를 않구 그러네요.
약사-심하세요?
조모-자다가 깜짝깜짝 깨요.
약사-소화는 잘 되세요?
조모-글세 소화두 시원찮은 거 같구우...
약사-할머니 혹시 혈압 재 본 일 있으세요?
조모-평생 병원하구는 담 쌓구 살었수. 건강해요.
약사-혈압 좀 재 보시죠.(혈압기 꺼내) 이리 잠깐 들어오세요.
조모-아이 거 혈압까지 잴 건 없구/ 머리 개운해지는 약이나 지어 줘요.
내가 아주 바뻐요 지금.
약사-시간 많이 안 걸려요 할머니 얼른 들어오세요. 이 분이면 돼요 이분이
면.
조모-아 그건 재서 뭐해. 약이나 지어 달라니까..
S# 약국 앞.
장수-(생선 봉지 들어 냄새 맡아보며 찡그리고/무우 봉지 들어 냄새 맡아보
고 이번에는 안 찡그리고/다시 생선 봉지 들어 냄새 맡고 하는)
@ 달려오던 택시 앞으로 어떤 할머니가 지나치면서 순간 택시 할머니 피하
면서 휘이익 인도로 뛰어든다.
@ 지나던 행인/어억/어머나/어어어어/피하는데
@ 튕겨져 떨어지는 장수와 시장 봉지들.
지나던 행인들-(모두 얼어 붙고)
S# 인도로 뛰어든 택시 안 운전대.
호철-(입도 눈도 다 벌어져서)...........(그러고 있는데)
행인-(느닷없이 유리 밖에 나타나 유리 두드리며)이거봐 이거봐. 뭐하구 있
어 애 쳤어! 빨리 나와!(소리 친다)
호철-(그 상태 그대로)...
행인-빨리 나와보라니까 뭐해. 빨리 안 나와?
호철-(그제야 넋 빠진 사람 모양 슬로모션처럼 택시에서 내리기 시작하는)
S# 자동차 밖 인도.
행인-(내리는 호철에게)미친 놈 아냐 이거. 멀쩡한 길 놔두구 왜 인도루 뛰
어 들어! 당신 운전 얼마나 했어!
여자-(행인의 일행)왜 자기가 흥분하구 이래애.
행인 -빨리 경찰 불러 경찰/ 경찰 어딨어!
다른 남자-경찰두 경찰이지만 응급차 먼저 불러야지..
다른 행인-응급차 부를 새가 어딨어요 택시라두 잡아야지.
다른 행인-택시 잡을 거 뭐 있어요. 택시 있는데!
S# 약국 안.
약사-역시 혈압이 좀 높으세요 할머니 병원 가셔서 진찰 제대루 받으시구
(하는데)
약국청년-(밖에서 들어오며/오버랩)사고 났는데요?
약사-?무슨 사고.
조모-?
청년-택시가 길루 뛰어들었어요.
조모-아이구 저런. 그래 누가 다쳤수?
청년-예 사내애가 치었어요.
조모-?..(순간/혹시나와 설마)....(후닥탁 일어나 나가며)장수야
S# 약국 밖
조모-(나오며 장수 찾는)장수야 장수야아!...(이미 잔뜩 몰린 구경꾼들.조
모...겁내하면서도 그 쪽으로 주춤주춤 다가가 한꺼번에 화악 헤집고 들어
선다)
장수-(호철이 안아 올리고 있는 깨끗한 장수)
조모-(뒤집어진다 달려들며)장수야 장수야아! (호철이 안고 움직이려던 참
이다. 장수 뺏어 내리며 바닥에 퍼지른다)장수야 아가. 장수야 (뺨 때리
며) 할미다 정신 차려 정신차려 이 자식아. 장수야! 장수야아?! 이게 무슨
일여 이게 무슨 일여어! 장수야 장수야?(마치 잠든 아이 어거지로 일으켜
세우려 하는 것 처럼 겨드랑이 아래 두손 넣어 일으키려 하며)아가 일어나
정신 차려 (완전히 척 늘어진 장수) 장수야. 장수야 이눔아아아아! 이눔아
야아아
행인-(흥분했던)흔들지 마세요 할머니. 혹시 뇌를 다쳤을지두 모르니까 흔
들지 마시구 얼른 병원으루 데리구 가세요.
조모-(버럭 오버랩)그런 말 말어!! 뇌를 왜 다쳐 뇌를! 아이구 누가 우리
애 좀 병원에 데려다 줘요. 누가 차 좀 잡아 줘요 빨리이이이.(하다가 한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호철 본다)?..니눔이냐?...니눔이야?...이런 죽일 눔.
전생에 무슨 웬수가 졌길래 이눔아 멀건 대낮에 이런 사고를 쳐 이눔아아아
! 이눔아 이눔아(호철 패기 시작하며)
S# 헤드라이트 켜고 클랙슨 마구 누르며 달리는 호철의 택시.
S# 차안
호철-(핸드폰 들고..기다리고 있는).../호철 등 뒤로).
조모-(장수 안고 얼굴 만지며)장수야 장수야. 내 강아지야 응응응응응.
호철-(허탈하고 기막힌).......
S# 아파트 거실
아빠-올라와 올라와. 올라오세요 제수씨. 여보오. .명미 엄마두 오셨는데?
엄마-네에 나가요오(낭랑하게)
S# 사고 현장.
행인들 발길에 채여 흩어져 있는 토막난 생태와 무 봉지.
(2부로 계속)
..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