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의 얼굴
- 대전 유성 을 후보자 초청토론회(4.7)
기획 취재 : 대전작가회의 총선 르포작가단
CMB 대전방송국에 들어서자 로비에 각 당 색깔별로 유니폼을 입은 후보자들의 도우미들이 보였다. 그들을 뒤로하고 후보자들이 있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봄의 절정을 느낄 시간도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바쳐보겠다는 후보자들(기호1번 김신호, 기호2번 이상민, 기호3번 김학일, 기호4번 이성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김신호 후보와 김학일 후보는 당의 색깔에 맞는 넥타이를 하고 있었고 이상민 후보와 이정우 후보는 당의 색과 상관없는 넥타이를 맸다.
방송 시작 10분 전 스텝들의 손길이 바빴고 후보자들은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필자의 눈에 들어왔던 것은 후보자들 얼굴이었다. 생방송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선거 일이 며칠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긴장감이 얼굴에 배어있었다. 순간, 내가 저 자리에 앉아있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싱거운 생각을 했다. 후보자들 얼굴에는 좀더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데 나는 그들의 공약에 대한 토론을 눈겨보는 주권자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편했다. ‘지금 이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생각들이 나 같은 주권자들을 향하고 있을까. 아니면 가문의 영광을 위해 이름 석자 남기고 싶은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토론이 시작되었다.
후보자들과 방송 스텝들을 제외하고 모두 밖에 있는 귀빈석으로 옮겨 TV 화면으로 후보자들의 토론을 지켜보았다. 귀빈석에는 각 당의 도우미들이 앉아 TV를 보거나 잠시 지친 몸을 달래려 눈을 감고 있거나 쉼없이 걸려오는 문자나 전화에 응답을 했다. 약 100분간 진행된 토론은 총 6부(기조발언, 공통질문1, 공통질문2, 지목토론, 후보들간의 칭찬의 시간, 마무리 발언)로 나누어져 있었다. 1부, 2부, 3부로 진행되면서 긴장감은 열의로 바뀌었고 내가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국가를 지금보다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공약(가정으로 배달된 후보자들 투표 안내문, 선거공보 참고)을 토로했다.

필자가 사는 지역의 후보자들의 토론이라 좀 더 집중해서 보았다. 네 명의 후보자들의 공약만 볼 때 그 어떤 분이 당선이 되어도 유성구을은 지금보다 훨씬 좋은 동네가 되고 정치도 한층 성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약(公約)이라는 것은 지키지 않아서 공약(空約)이라는 우스게 소리도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든 후보자들이 내게 국회의원 뺏지를 달아준다면 분명 유성구 을 지역을 변화시키겠다는 공통적인 말을 쏟아냈다. 우리 동네를 위해 더 나아가서는 국가를 위해 기회를 달라고 말하는 후보자들의 목소리는 토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지친 기색이 보였다. 후보자들에게는 100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지 않겠지만 지켜보는 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지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까지 생각한다면 후보자들 건강이 걱정이 되었다. 그런 후보자들의 마음을 읽으면서 ‘저렇게 간절하게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해보겠다고 하는데 모두 선거 없어 국회로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북유럽의 스웨덴, 핀란드 등의 국가는 정치라는 직업이 3D 업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내가 한번 꼭 지역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해보겠다는 마음이 강한 것을 보며 언젠가 후보자들이 생각하는 국가가 반드시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그려보았다.
희망이라는 것은, 사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이 없다면 희망을 키울 수 없다. 내 마음속에 희망의 나무를 키우기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씨앗을 찾아야 하는 수고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노력없이 우리나라가 우리동네가 다른 동네에 비해 더 잘 살길 바란다면 그거야 말로 도둑놈 심보이다. 이런 심보가 후보자들 눈에 띄거나 들킨다면 그날부터 우리는 주권자가 아니라 백성으로 강등이 되는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내 눈에 될성부른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면 한 줌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후보라도 골라야 한다. 모두가 똑같은 나무라고 생각하는 순간 무더운 여름 우리는 고스란히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