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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201화] '세계 무역 8강', 내실 갖춘 목표 달성을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정부는 어제 열린 제4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올 들어 10월 말까지의 수출액이 2,940억달러로,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을 제치고 역대 가장 높은 9위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는 3,620억 달러어치를 수출해 세계 10대 수출국에 진입할 게 확실시되며, 무역수지 흑자도 사상 최대치인 4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는 12위였다. 이번 쾌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교역량이 줄어든 가운데 거둔 것이어서 더욱 뜻 깊다.
우리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는 것은 단연 수출 호조 덕분이다. 특히 휴대폰과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큰 기여를 했다. 수출 증가와 무역 흑자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4%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5년 뒤인 2014년에 무역규모 1조3,000억달러를 달성, 지난해 11위에 이어 올해 10위로 예상되는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 순위를 8강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몇 가지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우선 대기업 편중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수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해 현재 30.9%에 머무르고 있는 중소기업 수출 비중을 2014년까지 40%로 높이고 2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만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우리 무역구조가 환율 원자재가격 등 외부환경에 취약한 만큼 수출 저변 확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수출의 고용 효과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2000년 15.3명에서 2007년 9.4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수출이 늘어도 고용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주력 수출상품의 핵심부품과 소재 등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10만원짜리 휴대폰 1대를 만들 때 2만5,000원 어치의 핵심부품을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결국 수출의 고용 효과를 높이려면 부품과 소재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게 관건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201화] 유럽합중국 출범, 동아시아의 교훈으로
유럽합중국 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알리는 리스본조약이 오늘 발효한다. 유럽연합(EU)의 초대 대통령으로 불리는 헤르만 판롬파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당선자는 오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이를 축하하는 기념식을 하고 ‘새로운 유럽연합의 탄생’을 선포할 계획이다. 이로써 1951년 독일·프랑스·벨기에 등 6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E)를 창설함으로써 시작된 유럽통합 움직임이 58년 만에 미니 헌법을 갖춘 정치공동체로 결실을 보게 됐다.
유럽을 폐허로 만든 1·2차대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통합 노력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통합에 비판적이었던 영국을 끌어들이는 일이나, 유럽경제공동체를 유럽연합으로 확대시키는 일, 그리고 단일통화 유로를 도입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특히 동유럽의 옛 사회주의권 국가 10개국을 받아들인 2004년에는 정상회의에서 유럽 장래문제협의회가 마련한 헌법조약을 합의했음에도, 개별 회원국의 정체성을 퇴색시키는 내용이라는 반발에 직면해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비준동의안이 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국기 등 초국가적 내용을 뺀 새로운 리스본조약을 채택해야 했고, 체코가 지난달 3일에야 비준 대열에 참여해 3년 만에 헌법 채택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참여국들의 타협의 정신과 인내가 없었더라면 이런 지난한 과정을 58년간 이어오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럽통합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우선 27개국의 결사체로 더욱 단단해진 유럽연합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다. 그들이 대외교역이나 대외정책에서 27개국 공통의 목소리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유럽통합의 교훈을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다양한 층위에서 동아시아공동체가 논의됐지만, 이념과 체제의 차이 등을 이유로 제대로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상호의존성이 심화하고 있는 이 지역 나라들엔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킴으로써 안보불안을 해소해야 할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동아시아공동체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일본 하토야마 정권의 등장을 계기로 논의의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다.
[동아일보 사설-20091201화]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형기준 명확히 밝혀야
현재 고교 2년생이 치르는 201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더 확대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어제 발표한 2011학년 대입요강에 따르면 118개 대학에서 3만7628명을 선발해 신입생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이기수 대교협 입학전형위원장은 어제 “학교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뽑는 게 입학사정관 제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과 고액 컨설팅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새 제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걱정이 많다.
점수 1, 2점으로 합격 불합격을 가르는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 대신에 학력과 과외활동 등 다양한 요소를 놓고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평가해 선발한다는 입학사정관 제도의 기본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2009학년도의 경우 대학당 평균 5.75명에 불과한 입학사정관들은 한 사람당 많게는 661명까지 심사했다. 그러니 그 많은 응시생을 놓고 입학사정관들이 짧은 시간 내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한다.
6월 방한했던 미국 스탠퍼드대의 미셸 하시모토 입학처 부처장은 “사전에 응시생에게 대학이 중시하는 평가 요소와 기준을 확실히 전달하는 게 입학사정관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우리 대학들도 막연히 ‘글로벌 리더’ 부문에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추천서, 증빙서류’ 등을 요구할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 혼돈과 뒷말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내신 몇 등급 이상’이라고 밝혀놓아야 학생들이 성적 1, 2점 올리는 데 매달릴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수학(修學)능력을 중시하면서도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도 수험생을 속이는 일이다. 서강대처럼 ‘해외봉사활동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줘야 큰돈 들여 해외봉사활동을 가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대교협 측이 ‘고교들 가운데 최초로 방과후 학교를 시행한 서울고처럼 리더십 있는 교장 밑에서 실력 있는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을 많이 뽑는 쪽으로 가겠다’고 밝힌 방향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선택제 대상이 아닌 현재 고2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장, 교사에 대한 평가를 가산하는 것은 학생 쪽에선 억울하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완전히 넘겨주고 그에 따른 공적 책임을 지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91201화] 세종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성공하려면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30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에 유치할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국토연구원은 세종시가 대규모 부지 공급, 우수한 대학·과학기술연구소·첨단기업 유치, 우수인력 확보와 교통 인프라 등 4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투자규모는 3조5000여억원에 달한다. 우선적으로 200만㎡ 사업부지에 기초과학연구원과 함께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장기적으로 5개 연구단 3000명 규모로 조성되고, 중이온가속기는 기초과학 연구 핵심시설이어서 외국 기업 연구소나 우수 대학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민관위는 9부2처2청 이전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나 백지화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후 여론이 다소 좋아졌다고 하지만 실제 여론은 지역으로 찬·반이 완전히 갈라지는 등 전형적 한국형 정쟁(政爭)화의 길을 걷고 있다. 충청권 반발은 격해지고 있고, 야당들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해 공조키로 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측도 원안 추진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상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자신하기 힘들다.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 대결로는 풀 방법이 없다. 행정적·경제적·사회적 접근을 통해 충청권과 국민 전체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길로 가려면 평범한 주부, 회사원, 학생들이 세종시를 다시 쳐다보게 할 대안이 나와야 한다.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이 세종시 수정보다 더 여론이 좋지 않다. 세종시 수정은 원천적으로 상당수 반대 국민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4대강 사업은 그런 성격이 아닌데도 이렇다. 4대강과 관련해 정부의 말 바꾸기, 통계 오류, 통계 변경 같은 무리한 일들이 계속된 결과다.
지난 10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주요 과학기술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내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오로지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틀에서 입지를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종시에 건설한다는 중이온가속기는 지질학적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세종시에 이런 조사가 실시된 적이 없다. 이래서는 잘못하면 다시 세금 수천억원을 날릴 수 있다. 세종시보다 앞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준비하던 다른 18개 지역의 반발도 다독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전국의 기업도시·혁신도시 등이 세종시가 모든 혜택을 빨아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의 성패는 국민 여론에 달렸다. 세종시 문제에서도 4대강 추진 과정과 같은 허점이 계속 드러나고 잡음이 이어지면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리게 된다.
[서울신문 사설-20091201화] 스위스에서 퇴짜맞은 한국 과격시위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우리나라 농민·진보단체 대표단 3명이 제7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시위에 참여하려다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서 입국을 저지당했다.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벌인 항의시위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보고에 따라 연방차원에서 입국을 불허하기로 결정이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제네바에서는 반세계화 시위가 한창인데 폭력시위 ‘전과’가 확인된 이들을 입국시킬 경우 시위가 과격양상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각료회의 당시 쌀 시장개방 반대 시위를 벌이던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05년 말 홍콩에서 열린 제 6차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각료회의 때는 1000명의 원정시위대가 참여했다. 폴리스라인을 넘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폭력시위 장면이 전세계에 고스란히 보도됐다. 폭력·과격 시위가 국가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시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리 구현을 위한 자유로운 의사표현 수단으로 용인되고 있다. 서구 국가에서는 평화적인 시위가 대부분인 반면 우리의 시위는 폭력적인 양상으로 번지기 일쑤다.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겨운 농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없다. 그러나 폭력·과격으로 치달으면 공감은커녕 반감만 살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의사전달을 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01화] 두바이 쇼크 한고비 넘겼다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두바이 쇼크'가 일단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폭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어제 2% 넘는 반등에 성공했고 급등했던 원 · 달러 환율도 12원70전 떨어지며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다. 폭락했던 유럽 증시가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한데다 미국 증시도 당초 예상보다는 하락폭이 크지 않은 영향이 컸다. 아라에미리트(UAE) 중앙은행과 아부다비 정부가 두바이 지원의사를 밝힌 것도 시장 안정에 한몫했다. 어쨌든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던 금융시장이 다시 정상화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지난해 금융위기와는 성격이 다르고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금융권의 두바이 투자금이 전체 대외 투자액의 0.17%에 불과한데다 우리 건설업체 중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나 우리나라가 대외 순채권국으로 전환돼 대외신인도가 높아진 것도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긴장을 늦추기에는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아부다비의 명확한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은 데다 두바이 사태로 유럽발 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나면 신흥시장의 외화유동성 악화와 자산가격 하락을 초래, 외국자본 이탈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두바이 사태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보름 만에 세자릿수로 올라갔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이번 사태의 충격이나 파장(波長)을 애써 축소해서는 안되며 있는 그대로 알리고 미리미리 철저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정부가 어제 관계부처 합동으로 두바이사태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가 타개될 때까지 일일점검체계를 갖추겠다고 발표했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된다.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라는 정부의 말만 믿다가 국민들이 또다시 위기를 맞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1201화] 연말 예산낭비 관행 이번엔 뿌리뽑자
감사원은 어제 15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예산 집행 실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연말만 되면 되풀이되는 밀어내기식 예산 집행으로 나랏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흥청망청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를 적발하기 위한 감사는 이미 지난달 실시됐다.
연말 예산 낭비는 뿌리 깊은 고질병이다. 지자체들이 예산을 남기지 않으려고 멀쩡한 보도블록까지 파헤치는 것은 이제 일반 시민도 다 아는 낡은 수법이다. 중앙부처들도 쓰지 않은 예산이 많으면 다음해 예산이 깎일까봐 엉뚱한 곳에 돈을 쓰는 폐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예산당국과 국회, 감사원이 이런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제 이런 식으로 예산을 낭비하면 낭비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깎는 식으로 불이익을 줌으로써 다시는 나랏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각 부처가 남은 예산을 다른 곳에 돌려 쓸 때 낭비요소가 없었는지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작년 41개 중앙부처가 당초 목적과 다른 곳에 전용한 예산 8431억원 중 50%(4262억원)가 11~12월에 집중됐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 방위사업청 국방부 경찰청에서 연말 예산 전용이 많았다.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노동부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12개 부처는 예산정책처가 요구한 자료도 주지 않았다. 예산 운용에 대한 각 부처 자율성을 가능한 한 존중하더라도 낭비성 예산 전용은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예산당국이나 감사기관이 모든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씀씀이를 일일이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산 심사와 성과 평가를 대폭 강화해 아무리 힘센 부처라도 나랏돈을 헛되이 쓰다 적발되면 예산 타내기가 어렵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예산을 `눈 먼 돈`쯤으로 여기고 흥청망청 쓰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교부금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1201화] 문자질에 취한
현대에 태어났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마 백년해로했을 터다. 줄리엣이 딴 남자와 결혼 안 하려고 가짜 독약을 먹었다는 편지를 로미오가 제때 못 받는 바람에 둘 다 비극적 최후를 맞지 않았나. 지금은 휴대전화로 문자 한 통 날리면 됐을 일이다. ‘자기야 나 진짜 죽은 거 아니거든^^걱정 말고 기다려♥♥♥’
사실 요새 젊은 층은 휴대전화를 통화보다 ‘문자질’에 더 많이 쓴다. 지난해 우리나라 10대들은 하루 평균 25건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미국 10대들은 80건씩 주고받았다니 문자 사랑엔 국경이 따로 없다. 연인·친구 사이의 소통을 도와주는 순기능이 크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은 게 문제다.
언어 파괴 현상이 대표적이다. 자판 두드리기 번거로운 중국에선 발음이 비슷한 숫자를 즐겨 쓴다. ‘사랑해(我愛你·워아이니)’를 ‘520’(우얼링)으로, ‘죽어버려(去死吧·취쓰바)’란 욕은 ‘748(치쓰파)’로 대신한다. 영어권은 축약이 심하다. u(you·너), lol(laughing out loud·큰 웃음), brb(be right back·금방 갈게) 식이다. 이런 요상한 말들을 일상 대화는 물론 리포트·이력서 같은 공식 문서에도 거리낌 없이 써대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도한 문자질은 건강도 상하게 한다. 엄지와 목 근육에 무리를 줄 뿐 아니라 수면 부족, 집중력 결핍 등을 부추긴다. 최근엔 나와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운전 중 문자질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intoxicated(술 취한)’를 본뜬 ‘intexticated(문자질에 취한)’를 꼽았을 정도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연구 결과 운전 중 문자질을 하면 평소보다 사고 위험이 23배나 커지는 걸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이나 운전 중 통화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다.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얼마 전 미국에선 GPS 센서 기술로 운전 중 통화와 문자를 아예 차단해 버리거나, 문자가 들어오면 목소리로 읽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그만큼 중독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에 따르면 문자질의 중독성은 흡연과 맞먹을 정도란다. 그렇다면 운전 중 문자질 자제를 개인의 의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우리도 법으로 금하든, 차단 기술을 도입하든 해야 한다. 곁들여 문자질 못지않게 위험천만한 운전 중 DMB 시청도 함께.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091201화] 검찰 배지
1970년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근무했던 한 과학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당시 KIST 소장과 연구개발실장에게 ‘특별통행증’이 주어졌다고 한다.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이 높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장·차관이나 특수기관 일부 간부들에게 주어졌던 야간통행증을 KIST에도 준 것이다. 특별통행증으로 통행금지 단속을 모면했던 주당(酒黨) 과학자들의 일화는 지금도 꽤 많이 전해 내려온다. 야간통행증이 당시 KIST 직원에게는 자긍심과 함께 특권의식을 심어준 일종의 마패였던 셈이다.
조선시대에도 성균관 유생들에게 비슷한 야간통행증이 있었다. 왕이 유생들에게 하사한 은 술잔이다. 유생들이 제사를 지내거나 왕에게 상소를 하기 위해 깊은 밤 이 술잔을 갖고 나가면 포졸들이 감히 잡지 못했다. 영조 30년(1754) 포졸이 한밤중에 은 술잔을 가진 성균관 유생을 잡아다 곤장을 치자 유생들이 동맹휴학을 벌인 적이 있다. 결국 포도대장이 왕에게 혼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검찰이 수사검사와 수사관용 배지를 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야간통행증 얘기가 떠오르는 이유는 검찰 배지에서 야간통행증의 부정적 그림자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기관인 검찰의 배지는 조선시대의 마패처럼 무소불위 권력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배지를 단 김준규 검찰총장의 모습이 현 정부의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취임 직후 자신을 마패에 비유한 장면과 겹쳐지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무슨 일일까.
원래 마패는 그려진 말의 수에 따라 역참에서 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권리를 표시한 단순한 징표다. 마패에는 한 마리에서 열 마리까지의 말 그림이 있으며 암행어사들은 보통 말 세 마리를 부릴 수 있는 삼마패를 받았다. 십마패는 왕족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마패는 백성들에게 아무것이나 할 수 있는 허가증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검찰은 “검찰의 업무수행 여부를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검찰 배지를 제작했다고 한다. 글쎄다. 국민이 얼마나 검찰의 수사를 쉽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검찰 수사관은 “압수수색이나 체포 나갈 때 영장 갖고 나가는데 무슨 배지가 또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의 설명보다 훨씬 수긍이 간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김형기(부국장 겸 국제부장)-20091201화] '아시아 연합'은 불가능한가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욕은 '이런 영국 놈 같은 놈'.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욕은 '이런 프랑스 놈 같은 놈'. 오래전 유럽 출장 때 들었던 현지 유머 한토막이다.
역사적으로 숱한 분쟁을 겪은 유럽의 주요국 스페인ㆍ프랑스ㆍ영국이 국가 단위로는 몰라도 민간 단위로는 매우 껄끄러운 감정들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여기에 보태서 독일과 프랑스는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지냈던 접경국이다. 두 나라는 여전히 여러 영역에서 서로를 노골적으로 견제한다.
서로에게 뼈아픈 역사적 경험들을 지닌 영국ㆍ프랑스ㆍ스페인ㆍ독일을 한꺼번에 묶어놓으면 여지없이 분쟁의 불꽃이 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한 유럽의 27개국이 오늘부터 '하나의 유럽(12월1일부터 리스본조약 발효)'이 됐다. 역사의 시점에서 보면 상식이 뒤집어진 모양새다. 영국과 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 등 유럽 정치통합체는 앞으로 통상ㆍ외교 등에서 연합국 일환으로 움직인다.
짧게 보면 유럽의 장래 문제를 협의해보자고 합의한 지난 2001년 12월 유럽 정상회담 이후 8년 만이고 길게 보면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유럽 6개국이 석탄철강공동체를 만들었던 1951년 이후 58년 만이다. 사실 정치적 통합체 구상단계부터 각국의 이해관계나 국가적 자부심이 치열하게 부딪쳐 '하나의 울타리로 묶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결국 묶어냈다.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교역의 힘 때문에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웠지만 개별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정치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갈수록 거대하고 막강해지는 미국 파워를 견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 데 성공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럽 세력이 미국을 얼마나 견제하는지는 우리나라가 진행시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살펴봐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자유무역권역을 구축하기 위해 한미 FTA를 체결하자 화들짝 놀란 유럽이 한ㆍ유럽연합(EU) FTA 체결을 서둘렀고 오히려 의회 비준에 막혀 있는 미국에 앞서 EU 회원국 비준을 끝냈을 정도다.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투자처라고 평가되는 북한을 놓고도 가장 열심히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는 곳이 유럽 경제계다. 몇 년에 한번꼴로 북한이 해외자본을 향해 펼치고는 했던 '투자설명회'에는 여지없이 유럽계 기업들이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이 참가했다. 속내를 열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아시아 경제권에서 미국 자본이 손대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여겨졌을 것이리라.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물론 두바이월드 사태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대외변수에 유독 취약하다. 경제구조의 문제도 크지만 단일경제로서 크기에 제약이 있어 그만큼 외풍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일본은 과거 자민당 시절의 '오만한 외교'와의 단절을 선언한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가 들어서 변화와 개혁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리먼 사태 후유증에다 엔고 압박까지 겹쳐져 심각한 디플레이션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중국이 현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형편이지만 홀로 미국이나 EU에 맞상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들 두 나라 역시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통합체 구성의 필요성에 공감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화합보다 분쟁의 경험이 훨씬 많았던 한국과 일본ㆍ중국 3개국을 정치적 연합체로 묶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경제적 연합체를 향한 접점 찾기 노력은 헛된 구상만은 아닐 것이다.
내년에 마침 주요20개국(G20)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경제국경을 없애려는 실천적 행동의 일환으로 개별 국가 단위를 뛰어넘는 '한ㆍ중ㆍ일 3국 간 자유무역지대 구상' 또는 '3국 간 무제한 통화스와프' 같은 노력이 좀더 진지하게 검토됐으면 한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