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상산고’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높은 곳에 도전하는 게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3학년이 시작되었다. 3월부터 매주 일요일에 셀카를 다니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교육을 받고 오면 뭔가 움직임이 생긴다.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어 오곤 했다.
※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로, 2014년도 자료다. 날짜만 다를뿐 교육주제는 비슷했던 것 같다.
한번은 학교에 ‘과학동아리’를 만들겠다고 선생님께 얘기를 드렸다고 했다. 그러고서
아이들을 하나씩 꼬시기 시작한다. 동아리를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아이들이 필요하니까. 동아리 이름부터 활동 목적과 취지, 1년간 활동할 대략적인 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하고 승인이 되면 동아리가 만들어진다.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의 리더로서
활동하게 된다. 과학동아리는 함께 과학영화를 보고 영화 속에 숨겨진 과학을 찾으며 함께 토론하고,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목적의 동아리다. 함께
영화 보는 것은 신나게 참여하는데, 후속 작업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자발적이
아니라 꼬심을 당한 친구들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재미없는 작업에는 빠지기 일쑤였고, 개인에게 할당된 숙제도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숙제는 아들과
의지가 있는 소수의 몫이었다. 말 안 듣는 동아리원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먹을것으로 유인하기도 했다. 손에 쥔 채찍은 효과가 별로 없어서 당근으로 회유작전을 펼치지만 아이들은 잘 끌려와주지 않아 속을 많이 태웠다.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웠다.
"엄마가 치킨 쏠께~! 우리집에서 숙제하자고 해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런것 밖에 없었다.
아들은 리더로서의 고충을 느끼고 초심이 흔들리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셀카에서 자소서를 업데이트하며 고충을 견뎌냈다. 자소서에
써 먹을 만한 그럴듯한 활동을 해야 했고, 자신만의 특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자소서를 쓰면서 가장 늦게 채운 항목은 ‘인성’부분이었다. 본인의 인성을 배려, 나눔, 협력, 타인 존중, 규칙준수 등으로 구분해서 기술해야 하는 부분을 가장
어려워했다. 어른인 내게 써보라고 해도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일화를 들어가며 스스로를 평가하고 은근한 자랑을 해야 한다. 글자수도 제한적이다. 무한정 길게 쓸 수도 없다. 내게도 질문을 여러 번 했다.
“엄마, 나는 어떤 게 장점이지?”
“배려 하고 나눔하고 뭐가 다르지 엄마?”
매주 자소서를 업데이트 한다. 업데이트를
해가면 선생님이 빨간 펜으로 추가할 부분, 빼도 되는 부분, 더
줄여라, 내용을 추가해라 등의 코멘트를 해서 주신다. 이해가 안가는 곳에는 물음표로 표시되고, 그 곳은 다시 작성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매주 있었다. 논리적으로 앞,뒤 맥락에 맞게 작성을 유도했고, 주어진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작성되도록 가이드를 해주었다. 설득력
있는 문장력과 압축력, 하고싶은 말을 효율적이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많이 요구되었다. 논리적인 글쓰기의 핵심적인 능력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니 그 점이 매우 좋았다. 문장을
직접 써 주는 게 아니라 지적을 하면 아이 스스로 다시 작성해 가는 형태였다. 어떤 단어를 쓸지, 어떤 문장으로 구성할지는 아들 스스로 해야 했다. 매주 자소서는
업데이트 되어갔고, 서류 접수를 위해 완성될 즈음엔 자소서가 통째로 외워질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읽고 고치고, 다시 읽고 수정하고의 반복이었다. 처음 3,200자가 넘었던 글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준인 2,000자 이내로 완성된다. 글을 좀 써봤다는 나조차도 아들의 자소서는
건들지 않았다. 내가 쓰는 자유 글쓰기와 학교에서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형태의 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식견을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게
통했던 걸까? 아들은 서류심사에 무난히 합격했다.
이제 면접을 준비할 시간이다. 짧은
가을이 저물고 있다.
첫댓글 이런 고난의 과정이 있었군요...
작년 가을에 좀 힘들어 했어요. 점점 날짜가 다가오니까요. 공짜로 얻을 수 있는건 없네요. ㅠㅜ
자소서는 주느님이 많이 도와 주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반인은 한계가 있나보네요. 돈 많이 벌어 놔야겠어요^^;
자신이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전문가가 낫겠죠.
아들이 처음엔 자소서도 잘 안 보여주려고 해서 몰래 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