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를 위해 여름 내내 준비하고 바쁘게 생활하다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출국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출국하기전날 긴장이 되어서였을까 잠도 못자고 긴 밤을 새어버렸습니다.
정신없이 비행기에서의 4시간을 보내고 정말 오고 싶었던 필리핀에 도착하였습니다.
단기선교팀을 모을 때에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던 마음은 없어지고 그저 설레고 감사하는 마음뿐었습니다.
선교센터에서 간단히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시온교회를 방문하였습니다. 이렇게 준비하였던
단기선교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미숙한 점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방문한 교회의 환경에 맞추어
준비한 워쉽과 사물놀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저희가 연습했던 환경과는 너무 맞지 않아 모든것을
그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을 보여준 다음 시온교회 학생회들이 찬양을 인도하였습니다.
그들의 찬양하는 모습에 나의 모습이 비교되어 부끄러웠습니다. 좋은 악기도 악보도 없지만 열정적으로
주님을 찬양하는 필리핀사람들의 모습에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는 너무 크고 많지만 항상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할 만한 것들만 찾던 내 모습들이 생각나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 사람들을 따라
찬양을 하고 어린아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를 해주었습니다. 예쁘게 그려주지도 못하는
내게 고마워하고 활짝 웃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제가 고마웠습니다.
저녁식사를 기다리면서 청년들과 춤을 추면서 찬양하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잘 안 돼는 영어로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짜여진 조를 따라 시온교회 성도들의 가정으로 홈스테이를 하러 갔습니다.
같은 조인 저와 민경언니와 주희선생님은 스무살 남짓 되어 보이는 자매분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홈스테이를 예전에 해보았기 때문에 많이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어려운 가정이 였습니다.
자매분의 할머니까지 삼대가 살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자매분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친구와 함께 4명이 살고 있는 작은 집이었습니다. 집안은 가로등도 없는 필리핀 작은 동네의 거리처럼 캄캄했습니다.
역시 화장실은 불이 없었고 따로 씻는 곳도 없어 주방 싱크대에서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였습니다.
샤워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침대는 아니지만 스펀지로 된 매트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피곤하고 졸립지만 잘 안되는 영어로 한국 게임을 설명해 늦게까지 놀았습니다.
필리핀사람들은 한국 배우나 드라마 또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제게 필리핀 가수나 배우 중 알고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해서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홈스테이가 끝나고 나중에 단기선교팀원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그 물음을 들었을 때 대답을 못해 역시 미안했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한참을 놀다 너무 피곤해서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정말 좁은 자리에 매트 두개를 깔고 셋이 누워 잠을 잤습니다.
새벽마다 눈을 뜨면 보이는 건 민경언니의 얼굴! 언니도 눈을 뜨면 제 얼굴이 보여서 놀랐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좁은 곳에서 셋이 붙어 잠을 자다 보니 제 방과 침대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래도 홈스테이 했던 가정에서 저희가 더울까봐 선풍기를 밤새 틀어 주셨습니다.
새벽에는 너무 추워지만 저희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침이 되어 머리는 감아야하는데
제가 갔던 가정에는 수도꼭지도 없어서 물을 퍼서 날라 쓰던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머리를 감고 보니
싱크대와 연결되는 배수관이 없어서 양동이에 물을 받아버리시는데 저희가 물을 너무 많이 써서 양동이에
물이 넘쳐버려 부엌바닥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걸레도
바닥을 닦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민경언니와 제가 씻고 방에 들어와 로션을 바르고 있을 때 거실에 있던 주희선생님이 놀란 얼굴을 하고 방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거실에 엄청난 거미를 봤는데 소리도 못 질렀다면서 정말 그렇게 큰 거미는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조금 있다가 그 엄청난 거미가 저희가 있던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말 정말 그렇게 큰 거미는 처음이었습니다.
셋이서 저 거미는 스파이더맨 같다고 조금 있으면 변신할 것 같다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렇게 홈스테이 했던 날은 지나갔고 빡빡한 일정으로 쉴 시간이 없어 몸이 너무 힘들었지만 워쉽을 보여주고
페이스페인팅을 해줄 때마다 활짝 웃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이 났습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필리핀 사람들처럼 항상 주님 주신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해에 또다시 단기선교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필리핀에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귀하신 사랑을 올해보다 더 열정적으로 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