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조밀화로 75% 충당...30% 신개발
1주일에 키위 1천여명이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이주한다. 저수지에서 물이 빠지듯이 빠져나간다. 저수지에서 물에 빠지면 가장자리부터 마른 땅이 나타난다. 뉴질랜드를 저수지에 비교하면 저수지의 중심은 오클랜드다. 즉 키위들이 연간 5만명 호주로 이주하고 나면 그만큼 빈 자리가 생긴다. 그 빈 자리를 뉴질랜드 정부는 다시 이민으로 채운다. 키위들이 빠져 나간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불러들인 해외로부터의 이민자들은 절반 이상이 오클랜드에 정착한다. 호주로 빠져나간 빈 자리는 결국 오클랜드와 그 이외의 지역이겠지만 이민자들이 정확하게 그 자리를 채우지 않고 오클랜드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 까닭에 오클랜드는 만성 주택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오클랜드의 주택부족 현상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뉴질랜드 생산성 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하여 지적한 바 있듯이 오클랜드의 주택부족은 결국 오클랜드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 만나는 부동산 업계의 진단은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즉 오클랜드 주택가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오클랜드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즉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오클랜드에서도 또다시 저수지 물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오클랜드의 주민들도 상당수가 호주 이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빠져 나간 자리는 다시 이민자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새로운 이민자들은 오클랜드에서도 결국 몰리는 지역으로만 몰린다.
오클랜드의 외곽은 다시 저수지의 가장자리가 되는 셈이다. 오클랜드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몰리는 지역은 시티를 중심으로 하는 센트럴지역과 노스쇼어의 베스트 학군지역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주택은 만성적인 부족현상을 일으키는 가운데에서도 더욱 극심한 지역이다.
오클랜드는 향후 2040년까지 40만가구의 주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오클랜드 시당국은 이들 40만가구를 어떻게 조달하려고 하는 것일까. 최근 렌 브라운 오클랜드 시장의 언급에 따르면 40만가구 가운데 75%는 기존 주택지를 조밀화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오클랜드 시티를 중심으로 하는 센트럴 지역을 고층화하거나 택지분할을 통한 고밀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신규 주택단지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은 40만가구 가운데 25%에 불과하다. 오클랜드 주택사정을 이처럼 개괄적으로 조망을 할 경우 오클랜드 주택시장의 현 흐름을 대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시티와의 접근성이 좋거나 베스트 학군지역의 경우 현재 주택부족현상으로 주택가격이 급등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렌트 구하기 경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방을 쪼개어 임대를 주는 소위 인컴 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전에는 아시안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때 유행하던 인컴 하우스 대열에 이제는 키위들도 동참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추세는 다분히 신규주택단지 개발이 되지 않고 기존 주택이 조밀화 현상을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오클랜드 주택 40만가구가 시티 센트럴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주택의 고층화 조밀화로 충당되어야만 한다면 이 지역의 주택가격과 임대료 상승은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다.
오클랜드가 신규주택단지 개발보다 기존주택의 리존(re-zone)을 통한 주택공급을 결정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 생산성위원회는 오클랜드의 주택 택지 가격이 이미 주택가격의 60%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시드니 25%, 아들레이드 10%에 비하면 턱없이 비싸다. 오클랜드의 만성적인 택지부족이 주택가격 상승의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오클랜드 주택건축비는 호주의 주요도시에 비해서 30% 더 비싸다.
이는 건축자재가 더 비싸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주택 건축을 위한 행정비용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기존주택을 증개축하거나 분할을 통한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설계와 건축허가 등이 필수적인데 이같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최근 수년동안 엄청나게 올랐다. 더욱이 건축행정과 관련된 관료들의 심각한 관료주의는 건축의 속도화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는 건물 신축 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원인의 하나로도 지적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지난해 11월말의 신규주택건수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주택 건축허가 건수는 주택과 아파트를 모두 합하여 1,384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5.9% 하락한 것이다. 뉴질랜드 주택사정과 오클랜드의 주택사정은 우리 뉴질랜드 한인동포들의 경우에도 결코 빗겨갈 수 없다. 현재 아시안 이민자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하고 있는 한인사회는 저수지 물빠지는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즉 한인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노스쇼어를 저수지의 중심으로 볼 때 외곽 지역들은 한인 감소 현상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오클랜드 하익을 중심으로 하는 동부지역의 상인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는 한인 상점들을 목격하고 있다. 오클랜드의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해밀턴과 팡가레이는 이미 한인사회가 한창시절에 비해 절반으로 축소됐다. 이들 지역의 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려고 해도 주택이나 비즈니스 거래가 되지 않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뉴질랜드 한인사회 축소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이같은 저수지 물빠짐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