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표지의 사진은 매우 훌륭하다. 어렴풋한 미래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future nostalgia.
그러나 제목은 ㅈ같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여기에서 wholesale은 대량의 뜻인데 이상하게 '도매가'가 되어 있다. 중요한건 가격이 아니라 양의 문제인데. '당신이 대규모으로 기억하게 해줍니다' 정도로 번역하면 좋은데 말이다.
영화 '토탈리콜'을 봐서 그런지 읽는 맛이 있었다. 이 작품에서 그렇게 멋진 영화가 나왔다니. 무엇보다 이 짧은 에피소드가 그러한 확장된 이야기로 진화되었다니. 이 단편의 결말은 소시민적이고 조용하다. 반면 영화는 액션과 박진감이 넘쳐난다. 샤론스톤의 연기는 관능적이며...
이건 각색의 예술, 진화의 예술이라고 봐야 한다. 처음부터 소설이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건 너무 큰 욕심이겠지. 단편소설의 충분한 역할활동이 이 정도 아닐까. 하나의 모티프. 첫 시작점. 나는 표절이 아닌 패러디에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한 패러디를 위한 모티프를 위한 단편소설의 어색함은 그렇게 참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참는다? 무엇을? 나는 이것이 번역의 문제인지 작가와 소설 자체의 문제인지 판단이 서지 않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단편소설의 특징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필립 케이 딕이 글을 잘 못써서인가. 나의 독해능력 부족인가.
첫댓글 문맥상 도매가가 맞는데요... "저렴하게 당신이 기억할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정도가 의역이고 제목은 적절하게 번역된거 같아요
원래 필립 케이 딕 소설이 좀 ㅈ같은데 재밌는거만 가려서 읽으면 정신건강에 매우 유익했던것같어요
어떻게 해도 만족스럽지 않은건 제 정신의 문제는 맞는거 같습니다. ㅎㅎ 딕의 저 제목의 뉘앙스에는, 기억을 판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에 wholesale의 단어를 사용한 의도가 있죠. wholesale을 도매로 사용한다면 소매과 대응되는 개념의 연상이 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기억을 파는 소매업을 할 것도 아니고, 그저 싸게 사려고, 화성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기억판매업체에 간다는 것인데, 그것도, 작은 일부분의 기억이 아닌 일주일이 넘는 휴가철의 기억 전체를 사고 싶어 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기억하게 해드립니다. 그것도 싼값에 대량으로'라고 해야한다는게 제 스타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