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린다.` 흔히 쓰는 말에서 보듯,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는 역사를 연상시키는 하나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명품 시계 업체들은 이 같은 연상에 따라 시계 속에 시대를 담곤 한다. 오랜 역사 그 자체를 기념한다든가, 특정 어느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든가, 또 역사 속에서 천천히 쌓아 올린 현재 관록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시대성은 하나의 작품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시계 디자인에 반영된다. 역사와 함께하는 명품 시계들을 소개한다.
◆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문워치`
= 오메가는 아폴로11호 4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았다. 1969년 7월 21일, 인간이 처음 달에 착륙한 순간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과학적인 업적.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올드린은 오메가 시계를 차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달 착륙선 내부 전자 시계 시스템이 오작동을 하는 바람에 암스트롱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오메가 시계를 착륙선 내부에 남겨뒀다는 것이다.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문워치`의 아폴로11호 4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은 이 같은 경험을 기념해 스테인리스 스틸ㆍ실버 색상(7969개)과 플래티넘ㆍ옐로골드(69개) 2가지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파편 방지 처리가 된 히솔라이트(Hesalite) 크리스털이 사용됐고, 오메가 칼리버 1861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케이스 뒷면에는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날짜인 `July 21, 1969`가 새겨져 있다. 이 숫자는 생산된 이번 한정판 제품 수를 연상시킨다. 포장도 나무 상자에 넣어 한정판 번호는 상자 위에 입체적으로 새겨진다. 이 제품은 올해 문을 연 미국 뉴욕 5번가의 오메가 부티크에서도 판매된다.
◆ 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
= 브라이틀링은 창립 125주년을 기념해 `125주년 기념 한정판 네비타이머`를 선보였다. 크로노그래프 개발 역사의 핵심 부분을 차지한 브라이틀링은 비행기의 계기판 장비, 파일럿용 시계로 `항공계 공식 시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 같은 전문가용 장비로 가장 잘 알려진 모델은 바로 의심할 여지없이 네비타이머 크로노그래프. 비행기 운항이 필요한 모든 계산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정판 네비타이머는 2009개로 한정 제작되며, 은근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금속 케이스는 결을 교차식으로 내면서 마무리했고, 브레이슬릿(금속 시곗줄)은 1960년대 디자인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초고가 시계 브랜드들은 저마다 독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계를 구동시키는 장치를 의미하는 `무브먼트`는 그 시계 가치를 대변한다. 이 무브먼트의 작동 원리 유형을 말하는 `칼리버(무브먼트 고유번호)`는 시계의 정확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다.
네비타이머는 칼리버26 무브먼트를 사용했고, 시간 기록을 알아볼 수 있는 적산계도 배치했다. 이번 모델은 레드골드 색상으로도 출시된다.
◆ 블랑팡 `500 패덤`
= 블랑팡은 스포츠 워치의 대표적인 컬렉션인 `피프티 패덤즈`의 500 패덤즈 빅 시스터를 선보였다.
1000m 방수기능을 가진 이 시계는 다이버들의 거친 환경에 알맞게 `헬륨 감압 밸브`가 장착됐다. 케이스는 직경 48㎜로 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크라운 가드를 장치해 방수 기능도 높으며, 케이스 10시 방향에 감압 밸브가 있다. 블랑팡은 이와 함께 금속 케이스 안에 야광의 큰 글자로 숫자를 새겨넣었다. 시간 표시와 시계 테두리, 시침과 분침이 야광 코팅됐고, 초침에는 야광 코팅과 함께 빨간색 표시로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읽을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검정 다이얼의 야광 베이스는 어둠 속에서만 형체를 드러내 평상시 눈에 띄지 않는다. 날짜는 4시 방향에 위치해 검정 배경에 흰 글자로 새겨졌다.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티타늄은 충격에 의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약간 휘어 있다. 두께는 16.95㎜로 빗살무늬를 가진 티타늄 케이스로 제작됐으며, 500개만 한정 생산된다.
◆ 브레게 `마린 5829BB`
= 브레게의 창시자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는 투르비옹(지구중력으로 오차를 제거하는 장치), 퍼페추얼 시계를 발명하는 등 시계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브레게의 아름다움은 나폴레옹 황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등에게서 발자크, 푸시킨, 빅토르 위고 등 역사적인 문화 인사까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켜왔다. 1775년 창립 이래 새로운 무브먼트와 신소재 개발 등으로 시계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브레게가 18K 화이트 골드로 만든 마린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로 날짜 표시가 6시 방향에 있다. 시침 기능은 9시 방향에 있으며, 시계 테두리, 케이스 밴드 등에 10.45캐럿의 158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12시에서 3시 방향 사이에는 1.22캐럿의 55개 바게트 컷 사파이어가 박혔다. 사파이어 케이스 백으로 만들었으며 시계 직경은 42㎜다.
◆ 위블로 `킹 파워`
= 위블로는 48㎜ 사이즈로 기존 모델보다 더욱 강한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만든 `킹 파워`를 출시했다. 올해 위블로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인 킹 파워는 8분의 1초까지도 잴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밖에 영국의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인 모건과 파트너십을 맺어 `에어로뱅 모건`을 내놓기도 했다. 범선 창문 틀을 본떠 디자인한 위블로의 시계 케이스는 금속과 심플한 블랙 다이얼, 블랙 러버 스트랩과 어우러져 위블로 만의 독창성을 잘 표현한다.
위블로는 기존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러버 스트랩 위에 악어 가죽줄을 붙여놓았다. 러버와 악어 가죽줄 혼합으로 기존 악어 가죽줄보다 10배 이상 내구성을 자랑하게 됐다. 또 러버 스트랩처럼 부드럽기 때문에 처음부터 손목에 감기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위블로는 세계의 많은 왕족과 유명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계로 손꼽히고 있다.
◆ 오데마 피게 `밀리너리 MC12 투르비옹`
= 오데마 피게의 `밀리너리 MC12 투르비옹`은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마세라티 MC12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 힘 있고 독창적인 디자인에서는 카리스마마저 느껴진다.
시계가 마치 살아 숨쉬는 듯 매순간 톱니가 맞물리며 움직이는 생동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MC12의 메인 색상인 푸른색 계열이 시곗줄, 인덱스, 부품 등에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번져 있다. 자동차 연료계를 연상시키는 시계 다이얼 왼쪽의 `10일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카본, 플래티늄 등 하이테크 소재와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옹의 섬세한 기술력을 담아내고 있다. 150개 한정 생산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
= 롤렉스에서는 다이버들을 위한 `서브마리너 데이트`를 선보였다.
롤렉스는 이 제품에 `글라이드록(Glidelock)` 클라스프를 장착했다. 이 기능 덕에 잠수복을 입은 채로 손목에서 시계를 풀지 않고도 시계줄 길이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자성에 강한 `파라크롬 헤어스프링`과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시계줄 등 롤렉스의 첨단 기술이 모두 담겨져 있다. 다이얼은 블랙과 블루 색상 두 가지 버전이며, 수심 300m까지 방수가 된다.
◆ 태그호이어 `모나코`
= 사각형 케이스 디자인이 매력적인 태그호이어의 스포츠 워치 `모나코(Monaco)`.시계 역사상 최초의 방수시계로 1969년 처음 등장한 이래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모나코`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내놨다.
2009년 `모나코`는 브랜드 고유의 클래식한 전통을 바탕으로 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게 특징. 무엇보다 대범한 사각형 케이스가 매력적이다.
이 제품은 태그호이어와 모터레이싱이 추구해온 유구한 역사를 기념하는 산물이다.
태그호이어는 1950년대 전설적인 자동차 경주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랠리`에서 이름을 딴 `카레라(Carrera)` 라인,인체공학적 디자인과 함께 수상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아쿠아레이서(Aquaracer)` 라인, 포뮬러 원,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탄생시킨 `SLR` 라인 등 다양한 스포츠 시계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