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평생 처음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 보았습니다.'
훗카이도 목장 문중섭 집사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 되면 도시인들은 한 번 씩 '주말농장'에서 '텃밭농사'를 지어 볼까 생각하게 된다.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주말을 이용한 텃밭농사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선한 공기와도 같을 거라고 상상한다.
학교생활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시로 나와 살면서 오랜 세월 농사라고는 잊어버리고 살아오다 가끔 화분에다 채소를 심어서 뜯어먹은 것이 취미가 되었는데, 다니던 회사의 경기가 악화되고 주5일 근무가 주3일 근무로 바뀌면서 시간이 너무 많아 다른 일을 찾아봐야 되나 어쩌나하면서 지내는 도중 선산장날 우연히 오래전 한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지인형님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 제 사정을 들어보던 형님께서 "너 농사 한 번 지어볼래" 하시면서 자기가 농사지은 밭을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냥 해본 소리려니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그 다음 장날에도 또 만나게 되었다. 모처럼 만났는데 점심식사나 같이하자고 말씀드리니 그러자면서 흔쾌히 시간을 내 주셨다. 식사를 하면서 지난 세월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정식으로 밭을 가꿔먹으라고 재차 말씀하셔서 함께 밭을 보러 가게 되었다.
예비해주신 주님께 감사를...
밭은 800평 크기에 집에서 십분 거리에 있었고, 무엇보다도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있어야 되는데 다행히 지하수가 있었고, 창고가 있고 농사에 필요한 도구가 다 있어서 말 그대로 몸만 가면 되었다. 최상의 여건으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럼 제가 한번 지어보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오십 평생 처음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 보게 되었다. 그것도 아무세도 내지 않고 공짜로 지으란다. 할렐루야!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큰 어려움을 미리 아시고 예비해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시골 농부의 7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저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알아갔던 게 전부여서 걱정도 되었지만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선뜻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랬었나 싶다.
4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밭이어서 잡초와 척박한 땅 이었지만 쉬는 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피곤한줄 모르고 잡초를 제거하고 거름과 비료를 살포하고 밭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로타리를 치고 골과 두둑을 만들고 비닐로 덮어씌우면서 피곤한 줄 모르고 열심을 내었다. 100배 60배 30배의 결실을 맺으며...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상추를 많이 심었는데 밤에 고라니가 와서 한가운데를 싹둑 잘라먹어서 망쳐 버린 일, 고추를 300포기나 심었는데 두 번의 태풍과 오랜 장마가 겹치면서 탄저와 칼라병으로 뽑아내어서 수확을 하지 못해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옥수수와 땅콩, 참깨는 얼마나 잘 되었는지 주변의 농사지으신 어르신들께서 밭으로 구경까지 오시고 어떻게 이렇게 잘 지었느냐고 재배법을 물으실 때는 우스운 이야기지만 왠지 뿌둣함도 있었다. 내년에 심을 종자씨를 하신다고 수확도 하기 전에 예약도 받았다. 심고 물을 주는 것은 내가 하였지만 작물을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셨던 것이다. 농작물을 짓다 보면 농사와 우리 삶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농작물을 키우다 보면 꼭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음을 여러 번 느낀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애쓰다가 목표한 것도 못 이루는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소욕지족(小欲知足)'도 배운다. 또 장마 등 자연재해로 농사를 완전히 망치는 일이 생기면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야 하는지 겸손도 배우게 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은 점이 있다면 싹이 나오지 않으면 너무 깊어서 그런가, 아님 새가 쪼아 먹어서 그런가, 병이 들면 약을 살포하고 잎이 마르면 물을 주고 자라지 않으면 비료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령님께서도 우리가 엇길로 가거나 악한 길로 갈 때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시면서 기도하게 하시고, 찬양하게 하시고, 말씀으로 큰 힘을 주시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 ‘텃밭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 인가?’는 휴대전화로 검색만 해 봐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함께 농사짓는 이들과 나름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면서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교회도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성령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