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7년
십오야 만월이 서원의 동산 위에 어엿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 일단의 젊은이들은 망월루에서 호화로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적취지에 띄운 유람선에 올랐다.
애독자님의 기억력을 돕기 위해 다시 한 번 말해두고자 한다.
서원과 적취지는 수양제 양광이 낙양궁 곁에 조성한 유원지다. 서원의 둘레는 이백 리(과장된 수치임), 넓이 수백만 평이었으며, 그 안의 적취지는 둘레 십여 리, 굴곡을 감안해도 삼십여 만평이 넘는 호수였다.
수양제는 그 드넓은 인공 정원 안에, 발해 바다 속에 잠겨있다는 전설상의 산들,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 등 삼신산三神山을 조성하고, 분수를 만들어 백여 척 높이 솟아오르게 했으며, 화려하고 정교한 대, 원院, 당堂, 루樓, 전각 등을 곳곳에 세웠는데, 동산은 앞이건 뒤건 선경仙境과 같았다고 한다.
겨울철, 궁궐 내 수목들의 잎이 시들고 떨어지면 채색 비단으로 꽃과 잎을 만들어 나무에 꿰매 붙였으며, 조화造花와 인공 잎사귀의 색깔이 바래면 새것으로 교체해, 동산은 항상 따스한 봄 같았다. 겨울의 적취지에는 얼음을 깨고 비단으로 연꽃과 줄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수양제는 달 밝은 밤, 궁녀 수천을 거느린 채 말을 타고 서원에서 노니길 즐겨했으며, 그 때 청야유곡淸夜遊曲이라는 노래를 지어 연주하게 했다<자치통감>.
선상의 누각에는 각종 과일과 술, 진미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오색 등불이 적취지의 물결을 수놓고, 달빛은 이른 봄의 밤기운을 타고 남녀 무리의 가슴을 짓궂게 파고든다.
자리가 정돈된 후 태평공주가 제안했다.
“오늘 밤 이 자리에서 만큼은, 온갖 번잡스런 예의를 폐하기로 하는 게 어때요?”
모든 사람이 의아한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달빛과 오색 등불에 비친 태평공주의 얼굴이 여유로운 기운을 뿜고 있다.
“우리가 뱃놀이하는 동안은, 승속僧俗, 남녀, 귀천, 신분, 지위, 연령 등을 따지지 말고, 피차 자유분방하게, 격식 없이 대하기로 해요. 설사 예의범절에 어긋나게 생각되더라도 그걸 무례하다고 해석하지 않는 거예요.”
“···?”
“예를 들면, 남녀예절을 따지지 말고 남녀가 자유롭게 서로 술잔을 권하거나 주인과 종을 구분하지 말고 상호 평등하게 대하는 거 말이에요.”
모두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침묵을 지켰다. 무태후가 입을 열었다.
“그건 좀 너무한 것 아니냐? 그럼 내게도 나이와 지위를 떠나 함부로 대하겠네?”
“물론, 함부로 대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남녀차별, 신분구획, 승속단절 등을 모두 타파하고 상호 친근하게 대하자는 뜻입니다. 호칭은 현재 그대로 하되, 구구하고 까다로운 예절 혹은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다루는 행위 등은 피하자는 거예요.”
“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한 번 해보자. 그러나 도중에 이건 너무 지나치다 싶은 것이 있으면, 내가 제지하기로 한다.”
“좋아요. 어마마마께서 어른의 입장에서 그렇게 해 주세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원칙이 있어요. 그건 서로의 의사를 존중해서 무엇이든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무엇 때문에 네가 그런 제의를 하는지 궁금하구나.”
“그냥 재미를 위해서요. 너무 갑갑하잖아요? 그 복잡하고 엄격한 궁중예절 좀 훌훌 벗어버리고 나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어요.”
태평공주가 하늘의 달을 한 차례 쳐다보고 수면에 서린 등불 색을 훑어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아, 오늘 밤 난 취하고 싶어요. 월광에 취하고, 밤바람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정情에 취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무태후가 말했다.
“술은 한 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취한 것 같구나.”
“그래요. 전 취했어요.”
태평공주는 자기 앞의 잔에 손수 술을 가득 따른 후 단숨에 마셨다.
“키야! 맛 좋다.”
그녀가 회의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대사님, 아니 숙부도 한 잔.”
회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이고, 소승은 술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그건 파계행위입니다.”
“그래요? 그럼 강요는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소승이 뭐예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습관이 되어서.”
“내 이럴 줄 알고 술이 아닌 감미로운 차를 한 병 준비했죠.”
태평공주가 시중을 들고 있는 하녀에게 눈짓하자 하녀가 선실로부터 호로병을 하나 들고 나왔다.
병을 건네받은 태평공주는 병마개를 열고 회의의 잔에 호로병을 기울였다. 밤이라 무슨 차인지 알기 어려웠으나 향기로운 내음이 물씬 풍긴다. 태평공주는 회의의 잔을 직접 들고 회의에게 차를 권했다.
“어서요, 숙부. 이 차는 대단히 값비싼 건데, 작년에 강남의 부호에게서 특별히 얻은 거예요.”
잠시 머뭇거리던 회의가 찻잔을 받아 살짝 음미했다.
“음, 향기가 기가 막히군. 내게 무슨 행운이 임하려고 공주마마께 이런 상도 받나?”
“다도茶道니 뭐니 따지지 말고 시원하게 좀 마셔 봐요.”
공주의 재촉에 회의가 단숨에 냉수 마시듯 차를 들이켰다.
“커! 그 맛 한 번 일품이네!”
그가 입을 쓱 문지르며 감탄했다.
“호호호! 숙부님이 생전 처음 마셔보는 차일 거예요.”
태평공주는 재미있게 웃었다.
회의는 그것이 차가 아니라 술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호로병의 술을 혼자서 홀짝 홀짝 마셨다.
그 사이 좌중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권커니 잣커니 술잔이 오갔다.
그 때 미시아는 누군가가 권하는 술잔을 사양하고 있었다.
“저는 원래 술을 마실 줄 모릅니다.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에이, 재미없게. 그러려면 이 자리엔 왜 왔나?”
누군가의 취기 어린 말에, 그 광경을 지켜보던 태평공주가 대답했다.
“아, 술을 마실 줄 몰라도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내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오늘 다양한 차를 준비해 두었죠.”
그녀의 눈짓에 시녀가 선실에서 또 다른 호로병 하나를 내왔다.
“자, 여깄어요. 이건 아주 진귀한 찹니다. 오늘 밤 내가 특별히 미시아 아가씨에게 선사합니다.”
태평공주는 병마개를 열어 미시아 앞에 놓은 잔에 차를 가득 따르며 부탁했다.
“부디 나의 애정을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
미시아는 잔을 받아 입으로 가져갔는데, 독한 향기가 코를 쏘았다. 그녀가 막 입으로 들이키려는 찰나, 누군가가 손을 뻗어 과일을 집다가 실수로 미시아의 팔꿈치를 건드렸다.
그 바람에 미시아가 잔을 놓치고 말았다. 잔이 탁자 위에 떨어지며 찻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이고! 언니, 죄송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니라, 미시아 곁에 앉아 있던 여미아였다. 여미아는 좌중의 눈길이 자신에게 쏠렸음을 의식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죄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마음이 즐거워서 가슴이 들떠있다 보니, 제가 그만 실수로···.”
“아니, 괜찮아요. 뭘 그런 걸 가지고.”
이렇게 말한 이는 태평공주다. 하지만 그녀는 속으로 여미아를 욕하고 있었다.
‘흥! 네가 고의로 잔을 떨어뜨렸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는가? 나를 어린애와 봤나?’
태평공주는 그럼에도,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부언했다.
“자, 그에 대한 벌로 내가 여미아 아가씨에게 술 한 잔을 권하겠어요.”
“감사합니다.”
여미아가 선선하게 대답하며 태평공주가 따라주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허! 요것 봐라. 제법인데?’
여미아가 술을 거절할 줄 알았다가 시원하게 마시자 다소 놀란 태평공주는 재차 권했다.
“그럼, 한 잔 더.”
여미아는 감사를 표하며 주는 대로 마셨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무 태후가 여미아에게 말한다.
“여미아 아가씨, 나도 한 잔 권하고 싶은데 받을 수 있나요?”
“그럼요. 영광입니다.”
여미아는 무 태후로부터 술을 받아 마신 후 차례로 무 태후와 태평공주에게 술을 따라 잔을 올렸다. 그녀들도 유쾌하게 받아마셨다.
건너편에서 여미아의 얼굴을 응시하던 조영과 이루하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의 태도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 사이 시녀가 탁자 위에 쏟아진 찻물을 깨끗이 닦아냈다.
연거푸 몇 잔을 받아 마신 여미아는 술에 취한 듯 불그족족 홍조 띤 볼로 곁에 앉은 미시아에게 소곤거렸다.
“언니, 술 맛이 참 좋아요. 언니도 마셔 봐요.”
그녀는 미시아에게 술 한 잔을 따라준 후 귀에 대고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차 안에 독이 들어있어요.”
“괜찮아. 할아버지가 주신 미혼약迷魂藥 해독제를 지니고 있어.”
미시아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여미아만 알아듣게 대꾸했다. 여미아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때를 대비해 일전에 영주에 올라갔을 때, 할아버지 임가노장주 임장청이 두 손녀에게 강호의 험난함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종류의 미혼약에 죄다 잘 듣는 해독제를 주었던 것이다.
여미아가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미시아가 좀 근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넌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도 괜찮니?”
“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미아의 주량에 고조영이나 이루하는 물론 장내의 모든 남녀들도 대단히 놀랐다.
태평공주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나도 술을 좀 마실 줄 아는데, 여미아 아가씨는 그 동안 술을 얼마나 마셨기에 그토록 술에 강한가요?”
여미아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약과입니다. 우리 언니는 저보다 한 수 위예요.”
특히 남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이 어여쁜 쌍둥이 처자가 말술에도 끄떡없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 때 누군가가 호기롭게 말했다.
“아가씨! 나와 함께 술 마시기 내기를 하면 어떻소?”
여미아가 돌아보니, 그는 우림군羽林軍(황궁수비대) 장수 사비우였다. 몸집이 거대하고 듬직하게 생긴 호걸풍의 사나이 사비우는 척 보기에도 대주가大酒家처럼 보였다.
“어머나! 뭘 걸고 내기하고 싶으신데요?”
의외로 여미아가 선뜻 응했다.
“내가 만일 진다면 앞으로 일 년 동안 아가씨의 종노릇을 하겠소.”
“호호호호호! 그러다가 진짜로 진다면 어떡하실 셈이에요? 내기 조건이 너무 무겁지 않아요?”
여미아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적취지의 달빛에 파문을 일으키며, 술에 얼큰히 취한 뭇 사내들의 심금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사비우가 대꾸했다.
“하지만, 아가씨가 질 경우에는 어떤 벌을 받겠소?”
“글쎄요. 그건 장군님이 말씀해보세요.”
“아가씨가 진다면, 아가씨는 나의 아내가 되어 주시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매우 파격적이고 용감무쌍한 말이었다. 젊은 여인 앞에서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더듬거리기까지 하는, 수줍음 많은 총각 사비우가 술김에 용기를 얻었는지, 선상의 여러 군웅 앞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거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 같은 천한 계집종이 장군님의 첩이 아닌 정실이 된다면, 장군님의 성예에 누가 되지 않을까요?”
“누가 아가씨를 천한 계집종이라고 깔본단 말이오? 그런 사람 있으면 내게로 데리고 오시오. 내가 한 방에 요절을 낼 터이니.”
사비우는 술에 취했는지, 좀 심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 경우도 생각해 보셔야죠. 만에 하나 제가 이길 경우, 장군님은 우림군 장수 직을 어떻게 하고 일 년 동안 저의 종노릇을 하실 건가요?”
“물론 사임하겠습니다.”
호기롭게 대답한 사비우가 무 태후를 돌아보며 물었다.
“폐하, 그것을 윤허해 주실 거죠?”
“허락하겠네.”
무 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습니다. 조건은 그렇게 걸기로 하고, 술 마시기 시합 방식은 어떻게 할까요?”
여미아가 물었다.
뭇 영웅호걸 열녀들은 손에서 잔을 놓은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서로가 잔에 술을 따라 교대로 상대방에게 마시도록 하면 됩니다. 마시다가 먼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이 지는 겁니다. 괜찮습니까?”
“네, 괜찮아요.”
여미아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사비우가 벌써 게슴츠레한 눈으로 태평공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공주마마, 술은 얼마든지 있는가요?”
“네, 대량으로 준비되어 있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오늘 참 좋은 구경거리를 보게 될 것 같아요. 너무 시원하고 흥미진진해서 십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말한 후 태평공주는 시녀에게 부탁했다.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독한 술을 내 오너라.”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말할 필요 없이, 고조영과 이루하, 미시아는 물론 이해고까지도 놀란 눈으로 여미아를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얘가, 너 술에 많이 취했구나. 귀하신 폐하와 공주마마, 장군님들 앞에서 큰 실언을 하고 있어. 어서 속히 실언에 사과드리고 내기 음주를 취소해라.”
미시아가 여미아의 소매를 붙잡고 제지했다. 여미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언니,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자신 만만한 태도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가, 의아해하며 미시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여미아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여미아는 그 동안 여러 잔의 술을 마셨는데도 정신이 온전하고 멀쩡해 보였다.
“그럼 됐소. 내가 먼저 아가씨의 잔을 받겠소.”
사비우가 굵은 목소리로 말하며 자기 잔을 여미아 앞에 내밀었다. 여미아가 술을 가득 따라 주니, 사비우가 단숨에 마셨다. 이번엔 여미아 차례다. 여미아 역시 망설임 없이 잔을 싹 비웠다.
선상의 모든 사람은 각기 걱정과 흥미, 고소함이 깃든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술잔이 여러 차례 오가자,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사비우는 점점 몸을 가누기 힘들어 하는데 반해, 여미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끄떡없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하는 표정이 점점 강렬해졌다. 여미아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처럼, 마셔도, 마셔도 취기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조영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으로 십년감수했다고 생각했다. 작년, 숭산에 유람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루하와 여미아를 색한에게 빼앗겼을 때도, 이토록 조마조마했을까?
여미아가 내기에 지면 영락없이 사비우의 처가 되어야 할 판이니까.
몇 잔이 더 오고가자 마침내 사비우가 정신을 잃고 탁자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선상의 군웅들은 여미아가 전혀 취기를 보이지 않자, 드디어 대경실색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혹시 저 여인은 사문邪門의 요술을 쓰고 있는 것 아니오?”
많은 사람이 의혹의 눈초리로 여미아를 쳐다보았다. 궁금증을 참다못한 태평공주가 물었다.
“여미아 아가씨는 전혀 취한 것 같지 않군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건 저의 비밀이니 묻지 말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더 알고 싶네요.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정 알고 싶으시다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 대답을 듣고 나면 실망하실 겁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꼭 들려주세요.”
여미아가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제가 섬기는 임금님께서 저를 도우셨습니다.”
좌중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없나요? 왜 전혀 취한 것 같지 않죠? 얼굴에 홍조가 감돌기는 하지만 그건 취기가 아닌 것 같아요.”
태평공주가 물었다.
“마라나타, 주 예수님.”
여미아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대답했다.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저의 하늘 임금께서 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일찍이 경교승景敎僧(당나라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성직자)들이 도술을 쓴다는 소린 못 들어 봤는데?”
(다음회로 계속)
************************
샬롬
2024. 8. 17. 아직한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