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의 폭염에도 노란 티셔츠를 입은 강정지킴이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제주 강정 평화 순례 5일 째 날, 이른 아침 제주 강정마을을 출발한 천주교 순례단은 한림읍 금악정자부터 성 이시돌 목장까지 평화의 순례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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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를 봉헌하는 천주교 순례단 ⓒ한수진 기자 |
서영섭 신부 "기도를 통해 치유하고 연대하자"
성 이시돌 목장에서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서영섭 신부(꼰벤뚜알수도회)는 이날 복음에 나온 예언자를 예로 들며 “우리의 행동이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외면 받을 지라도 하느님은 우리를 기쁘고 예쁜 마음으로 안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려워해야할 것은 그들의 시선이 아니라 “우리가 정의와 사랑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묻는 하느님”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 신부는 “기도는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초월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해준다. 기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찢겨진 삶들을 치유하고 연대하며 살아가자”고 덧붙였다.
천주교 순례단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드린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강정마을의 평화를 빌고 무사히 순례 다섯째 날을 마치게 이끌어준 하느님께 감사를 전했다. 한 참가자는 “내일로 다가온 순례 마지막 날이자 강정평화대행진에 천 명, 아니 만 명, 십만 명이 모여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모으길 희망한다”고 기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지난 5년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쓴 주민들의 아픔을 당신의 손으로 어루만져 달라”고 바랐다.
미사 말미에는 문정현 신부가 강정지킴이 이광원 씨에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와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등에서 모금한 성금을 전달했다. 이광원 씨는 지난 5월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레미콘 트럭 위에 올라가 7시간을 버티다 내려온 후 시멘트 분진 등에 인한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받았다. 문정현 신부는 “구럼비에 사는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처럼 무리 중의 하나가 되어 열심히 살아가자고 생각했는데, 이광원 형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하고 건강을 회복하기를 당부했다.
경찰과 용역, 어김없이 해군기지 공사장 앞 미사 방해
한편, 이날 오전 11시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드리는 매일미사가 임문철 신부(제주교구 화북성당) 주례로 봉헌됐다. 특별히 제주교구 동광성당 복사단 어린이들이 도보성지순례 방문지로 강정마을을 찾아 미사에 참석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철 어린이는 “하루빨리 강정마을이 이겨서 해군기지 건설을 막고 생태계를 보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광성당 어린이 복사단은 지난여름 구럼비 둘레에 펜스가 쳐지기 전 강정마을을 방문한 이후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강정마을을 찾았다.
미사가 끝날 즈음에는 여지없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레미콘 차량의 출입을 막기 위해 연좌하고 있던 이영찬 신부(예수회)와 평화활동가 7명을 경찰과 용역이 강제로 이동시키면서 소란이 벌어졌다. 경찰이 활동가들을 에워싸고 길가로 밀치는 동안 레미콘 차량 2대가 공사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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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 연좌했던 평화활동가의 사지를 들어 강제로 옮기는 경찰 ⓒ한수진 기자 |
천주교 순례단은 5일 마지막 순례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참가자들은 4.3 평화공원을 방문하고 동광성당에서 ‘강정평화대행진’이 열리는 제주시 탑동 공원까지 행진을 한다. 탑동공원에서는 제주도 동쪽과 서쪽을 나눠서 순례한 참가자들과 만나 강정평화대행진 평화콘서트에 참석한다. 평화콘서트는 방송인 김미화 씨가 사회를 맡았으며 가수 들국화, 안치환, 사이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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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평화순례 천주교 순례단 ⓒ한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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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평화순례 다섯째 날 도착지 성 이시돌 목장 ⓒ한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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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에 강제로 옮겨진 후 다시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 앉아 묵주기도를 드리는 이영찬 신부 ⓒ한수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