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부처님 오신 날 기념으로 인근 담양의 병풍산을 다녀왔다.
일전에 한 번 다녀왔는데 숲의 향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와이프를 대동하고 집을 나선다.
오전 10시쯤 출발, 시내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연휴를 즐기는 차량들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신행 깃점인 수북면 대방제에 도착하니 11시가 좀 안 되었다. 등산화로 갈아 신고 스틱을 준비하는데, 어라 스틱이 잘 안 빠진다. 싸구려를 가지고 오래 쓰긴 했다. 하지만 더 망가질 때 까지 악착같이 사용해 보련다.
산으로 들어서자 바로 키 큰 편백나무들이 울창하다. 이 편백나무들 때문에 숲의 향기가 진하게 퍼져있다. 30여분 계속 올라가면 쉴만한 장소가 나온다. 여기서 커피도 마시고 반바지로 갈아 입는다. 얇은 여름 자켓이 벌써 땀으로 다 젖었다. 장갑도 벗어버리고 오늘은 반바지, 반팔티와 맨손으로 스틱을 들고 산행을 이어간다.
첫번째 봉우리 천자봉(725m)에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는다. 벌써 12시가 넘었지만 병풍산 정상 지나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천자봉에 세워진 돌탑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멩이 하나씩 올려 놓는다. 여기서 진행방향 좌측으로 난 길이 병풍산 가는 길이다. 지난번에 우측 길로 잘 못 가서 약 1킬로 이상 알바를 했던 씁쓸한 추억이 있다.
천자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능선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정상 근처의 암봉을 오르려면 철계단을 하나 만나게 된다. 힘들여 오려면 탁 트인 조망에 가슴이 다 후련해 진다. 여기서는 전후좌우 사방이 다 조망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적 좋은 날씨라 그런지 남쪽으로 무등산도 보이고 동쪽의 추월산, 북쪽의 입암산 등이 다 보인다. 오늘 산에 오길 참 잘했다.
병풍산 정상에 도착하니 등산객 한 분이 앉아있다가 자리를 내어주고 먼저 출발한다. 여기 정상부위는 자리가 비좁다. 우리도 기념사진만 하나씩 찍고 점심을 먹을 자리를 찾아 투구봉 쪽으로 향한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점심을 먹는 시간은 이미 1시가 넘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기정떡 한 조각과 쵸코바, 방울토마토 몇 알 그리고 막걸리와 맥주다. 이제는 막걸리를 얼려서 다녀야 할 계절이 돌아왔다. 아침에 냉장고에서 꺼내온 막걸리는 어느새 온도가 미지근해져서 갈증을 탁 풀어주는 능력이 반감되어 버렸다. 그래도 출출함을 달래주고 땀흘린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막걸리는 정말 최고다.
식사와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이제 투구봉 쪽으로 나아간다. 20여분 내려오니 투구봉 3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하산하지 않고 삼인산으로 가려 했는데 길을 또 잘 못 들어 투구봉을 애매하게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만남재에 도착, 여기서 삼인산을 가든지 아니면 하산을 하든지 결정해야 한다. 나 혼자 왔다면 삼인산으로 방향을 잡았겠지만 요즘 몸이 좋지 않은 와이프를 생각해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하산길에 만나는 계곡물은 탁족하기 안성맞춤이다. 탁족에 대한 예찬은 설명이 필요없다.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알테니 말이다.
등산로가 끝나고 길은 임도로 이어진다. 성암국제훈련원이라는 휴양시설이 꽤나 크게 자리잡고 있다. 야외 수영장도 두 개나 설치되어 있는데 시설은 낡아보인다. 사람의 흔적도 별로 보이지 않고 썰렁한 느낌이다. 키가 큰 편백나무를 보면 이곳 시설이 꽤나 오래 전에 지어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입구를 빠져나오면서 보니 훈련원 간판 옆에 전라남도 환경연수원이라고 적혀 있다. 무주 안성에 있는 자연학습원 같은 시설인가보다.
산행을 마치고 트랭글 기록을 보니 총거리 약 8km, 중식 및 휴식 포함 6시간 이 채 안 걸렸다. 전에 혼자 왔을 때는 간식 먹는 시간을 포함해서 4시간이 안 걸린 것 같았는데 오늘은 쉬는 시간이 좀 많았다. 우리 산사모 산행으로 다음에 한 번 추진하면 좋을것 같아서 산행기록을 남겨둔다. 산행 개념은 아래 트랭글 기록을 참조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