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어려우면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마케팅이 유행하는 이유다. 덕분에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토시나 오리털 점퍼가 ‘추억의 상품’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요즘 토시에 대해 ‘어린아이나 하는 것 아냐’라고 반응했다가는 되레 ‘촌스럽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패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명동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일대엔 화려한 색상의 토시로 중무장한 젊은이가 거리를 누빈다.
목토시는 얼핏 보면 머플러 같고, 팔토시는 니트로 짠 긴 장갑처럼 보인다. 토시가 패션을 입은 셈이다. 이에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부피가 작고 부분적으로 보온효과가 뛰어난 포인트 워머 타입의 토시가 대박을 치고 있다.
판매량도 연일 급증 추세다. 목이나 손목, 발목 등 신체 특정 부위에 간단히 덧댈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1000~1만원대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옥션엔 토시를 팔기 위해 등록한 수가 1800건을 웃돈다. 최근 한 달간 상품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목 부분만 따뜻하게 감싸주는 제품이다.
70, 80년대 유행했던 목티나 목토시를 응용한 제품이다. 목토시(Neck warmer)의 경우 하루 평균 300여 건의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돌아온 목토시는 옷 위에 걸쳐만 줘도 머플러, 후드티 등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목토시는 어깨 부분이 네모 모양으로 재봉돼 있어서 반드시 티셔츠나 셔츠 안쪽에 넣어 입어야만 했던 기존 제품과는 다르다”는 게 옥션 측 설명이다.
팔토시(Arm warmer), 발토시(Leg warmer)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35%나 급증했다. 따뜻한 니트 소재로 된 팔토시는 길이도 다양하다. 캐주얼부터 정장, 세미 정장까지 모든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미니스커트나 레깅스와 함께 착용할 경우 날씬한 다리를 강조하는 동시에 보온 효과도 얻을 수 있는 발토시도 인기 상한가다.
김용규 옥션 패션잡화 과장은 "예전엔 토시가 학생의 전유물로 여겼으니 이제는 패션과 보온 두 가지를 한 번에 커버하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웜비즈룩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고 말했다.
두툼한 오리털 점퍼도 부활의 날갯짓이 한창이다. 오리털은 최근 몇 년간 조류독감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오르고 부피도 큰 탓에 소비자가 외면했던 상품이다.
한동안 패딩 점퍼나 모피. 가죽코트 등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오리털 점퍼가 고물가 등의 변수를 만나면서 고매출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한 것.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경인7개 점포의 경우 이달 들어 오리털 점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이성우 현대 백화점 아웃도어 바이어는 오리털 점퍼는 보온성 때문에 인기를 끌었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워 20,30대 젊은 고객이 외면했다 며 올해는 각 브랜드가 초경량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날씬한 다지인과 화려한 색상의 제품이 등장하면서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고 전했다.
오리털 점퍼가 인기 상한가를 치면서 아웃도어 의류업체는 15~30%씩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노스페이스, 라푸마,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 등이 오리털 점퍼 생산량을 키운 업체다.
업체는 또 품목 수도 크게 늘리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5종이던 오리털 점퍼를 올해는 20개 품목으로 30% 이상 늘렸다. 나머지 업체도 오리털 점퍼 품목을 1년 전보다 2, 3개씩 많은 5~10개로 늘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