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삶의 절규 / 박재곤
일상의 문을 열어
더럽히고 살았어도
바람도 고운 것은
문살 안에 채워두고
성긴 맘
말끔히 닦는
벽을 뚫는 아픔이여
인욕(忍辱)도 다듬으면
핏줄로 번지는가.
햇살을 멀리하고
새 세상 꿈꾸지만
그대로
목비(木碑)로구나
명치끝이 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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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허일
1. 가슴에 고인 눈물
한 생애 살아가며
내가 흘린 눈물이
숨죽인 통곡으로
한을 재워 고였다면
하늘물 퍼렇게 잠긴
저만큼을 깊을까.
2. 혼자서 듣는 소리
밤 깊어
달이 지는 소리 들으면서
별을 쓸며
구름 흐르는 소리도 듣노라네
바람이 들려주고 간
그 의미를 생각하며.
3. 그때는 그랬건만
그때
내가 흘린 눈물은 순수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가슴을 적시면서
그 눈물 눈에 고이면
하늘도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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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진정 꽃입니다 - 장애우와의 어깨동무를 위하여 / 김종
꽃이고자 열매이고자 하였습니다
열매를 키우는 씨앗들의 집이고자 하였습니다
세상의 어둠을 누른 환한 등불이고자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 바위의 그림자에 가려 세상의 비바람에 꺾여
올려 놓은 꽃들의 길이 막혔습니다
자존심 높여 제 길 가는 꽃들의 어깨동무에게
손가락질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꽃들은 밴댕이 속아지같은 그 좁아터진 길을 가면서도
작은 마음들을 보태고 보태고 하였습니다
돌을 골라내고 잡초를 뽑아내고 거름을 주었습니다
대지가 우거질 때까지 길을 내고 도랑을 파고
피맺힌 손톱으로 땀흘렸습니다
파랑새가 난다던 푸른 언덕은 멀기만 하였습니다
용기를 잃을 때마다 꽃들은 손에 손을 잡았습니다
어깨동무 둥글게 서로가 서로를 보역하였습니다
이윽고 나누고 섬기는 세상에 길이 보였습니다
봉긋봉긋 애기꽃봉들이 꽃피울 채비에 바빴습니다
제 향기 제 빛깔을 예쁜 치아처럼 드러내고 웃었습니다
씨앗은 열매를 익혀 남몰래 여물어 갔습니다
조간조간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듯이 여물어 갔습니다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듯이 겨울햇살이 다녀갑니다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지고 다정해지고 환해졌습니다
꽃들의 웃음 넘치는 널따란 광장이 가득합니다
그 광장에 서면 누구나 세상의 빛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품어 안는 그대들 있어 그대들 가슴이 있어
꽃이 꽃을 피우는 열매는 우리들 세상의 집입니다
그대들 있어 세상은 우리들 세상의 주머니입니다
세상의 어깨를 손잡고 건너는 무지개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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