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갑질 논란에 대한 단상
김상명(제주국제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2023.11.23 인천지법은 수업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교사에게 ‘넌 교사 자질도 없어’라며, 목을 조른 30대 학부모(여성)에게 징역 1년 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본 판결은 올 7.18 서이초 교사, 8.31 군산초 교사 및 서울신목초 교사, 9.5 대전관평초 교사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이를 추모하고 교권을 보장받기 위해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교권침해 사례들이 제보되기 시작했으며, 그중 일부는 공론화되어 국민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학부모의 갑질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갑질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다. 갑질은 갑을(甲乙)관계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속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행하는 부당한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학부모 갑질은 학부모 자신의 권리나 지위를 이용해 교사나 학교에 부당 혹은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비난 혹은 협박하는 행위다. 이는 교사의 정신적 건강과 교육의 질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왜 학부모들은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 심리적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행위는 교사나 학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갑질하는 학부모의 심리적 이유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과도한 사랑과 요구일 것이다.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최고의 교육을 받고, 최고의 성적을 얻고, 최고의 진학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에서 연유하지만 때론 과도하게 표현되거나 강요되기 십상이다. 만일 자신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교사나 학교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권리나 지위를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부모 갑질은 교육의 질과 교사와 학생의 행복에 큰 장애요소다. 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우울, 자살충동 등을 겪는다. 학부모 갑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교육철학이나 선진적인 교수법을 포기하거나 소통을 줄이는 행위로 이어진다. 이는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교사의 전문성과 자존감을 실추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은 부모의 행동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같은 행위를 하거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동조나 방조로 이어진다.
그럼 대책은 무엇일까. 학부모와 교사, 학교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과도한 사랑과 욕구를 절제하고 자신의 지위나 권리에 대한 과잉인식을 재점검해야 한다. 9.21 국회는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 4법이 통과시켰다. 교육부는 그 후속 조치로 교사 대신 전직 경찰관이 학폭자를 만나는 ‘전담조사관’제도를 도입한다고 12.7 교육부가 발표했다.
교사는 학부모와 소통 ․ 협력하고, 학부모 의견을 존중하되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거절하고, 비난이나 협박에는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간의 관계를 시스템적으로 조정해야 하고, 학부모 갑질의 예방과 규율을 위한 제도를 재정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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