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겹쌓고 서까래 많이 올린 ‘언덕 위 하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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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생 처음 집을 지어봤다는 도예가 이홍근씨의 언덕 위의 하얀 집 모습. |
도예가 이홍근씨가 집을 지었다. 처음 지었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꼼꼼하다.
건축 형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벽돌 조적식을 택했다. '하면 된다'라는 오기로 도전해 '정말' 집을 짓게됐다. 는 이홍근씨의 하얀 집짓기.
가평 널미재 넘어 홍천 가는 길을 쭈욱 따라가다 큰 고개 한두어 번 더 넘으면'동막리'란 자그마한 동네가 왼편에 나타난다. 논두렁 길 따라 동네 안쪽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 물가에 온통 하얀색을칠한 집 한 채가 '문득' 나타난다. 마치 눈이라도 온 듯 온통 새하얗다.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뒷 언덕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 그래 보인다. '눈이 오면 찍자'고 촬영을 한사코 미루던 이홍근씨의 의중을 이해할 만한 풍경이었다.
마침 이홍근씨는 마당에서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신중하면서도 선한 표정이 어려 있는 얼굴. 반갑게 맞는 그와 함께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인근 교회 트리를 장식하고 남은 것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이 트리는 올해 네 살이 되는 아들, '환'이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 집의 내부 전경. 촘촘하게 올린 서까래의 가지런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첫눈에 봐도 얘깃거리가 많은 곳임을 느낄 수 있다.
아직 데크가 마무리되지 않아 현관으로 직행, 상부에 전망창이 조그맣게 뚫려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직접 지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실내 모습이 나타났다. 촘촘히 늘어선 서까래 아래로 올망졸망 작은 소품들이 잔뜩 들어차 있는 풍경. 얘깃거리가 한참이나 많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부인 정영진씨는 "남편은 생각하면 그대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라며 "언젠가 집을 짓겠다고 하더니 정말 집을 지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집이 한순간에 지어진 것은 아니다. 이홍근씨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짓기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습득했다고 한다. 우선 자금이 문제될 것을 고려해 건축비가 비교적 저렴한 벽돌 조적을 선택하고 내외부에는 핸디코트를 발라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려냈다. 집의 전체적인 형태는 대지의 형상을 최대한 고려, 100% 활용했다.
▲ 미처 마감이 다 끝나지 않은 작업실의 모습. 흙을 만지는 공간이어서 주거동처럼 핸디코트로 마감하지 않고 흙을 발라 마감했다. 통나무를 잘라 독특한 모양새를 살리기도 했다.
몹쓸 대지 살려낸 길다란 'ㅗ'자 집
마을 사람들은 이씨 부부가 구입한 땅을 몹쓸 땅이라고 했다. 가로로 길기만 했지 폭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울이 바로 옆에 있어 여름에 폭우라도 오면 문제가 될 성싶어 부러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이 땅은 대지였다. 이홍근씨는 한적한 마을에 고즈넉하게 물 옆에 자리잡은 땅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 현관 쪽 모습. 밖에 데크를 만들어 붙이면 안에 마련된 현관으로 밖으로 나가게 된다. 임시로 바닥에 현관 턱을 만들어 놓았다. 문쪽 창가에 이씨의 독특한 도예작품과 그가 수집한 고물 시계 부속품들이 전시돼 있다.
남들이 모두 안 된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길다란 모양'은 정작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단층짜리 작업실과 2층짜리 주거동을 붙여 지어야 하는 그에게는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물가의 얕은 땅이라는 점은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한겨울에도 줄기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물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지를 한층 높이기로 했다.
흙을 한 50대분은 쏟아부었다고 한다. 대지가 약 1.5m 높아져 예전에는 위로 쳐다보아야 했던 개울 맞은편 논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게 됐다. 그렇게 비가 많이 왔던 작년 여름에도 별 탈 없었고 실내 내부에서 바라다 보이는 조망도 훨씬 좋아져 일단은 성공작이라고 한다.
미처 만들지 못한 데크를 만들면 개울가도 훌륭한 조경 공간으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 선풍기 없이도 '춥게' 지낸 지난 여름이 더욱 서늘해질 거라고.
▲ 벽면과 창은 모두 수납 및 콜렉션 공간으로 활용했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모습이 서까래의 반복되는 선과 함께 매우 단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창틀 폭을 일부러 넓게 해 장식 선반으로 활용한점도 인상적이다.
흙투성이 작업실과 깔끔이 집
도예가인 이홍근씨는 작업실이 필요했다. 전원에 나온 것은 작업을 위해서였다. 작업실을 집과 따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건물을 함께 지었다. 아들 환이도 흙을 만질 수 있고 정서상 초등학교까지는 전원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한다.
작업실은 어차피 흙을 만지는 공간이어서 주거동처럼 하얀 핸디코트로 마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멘트 벽돌을 이용해 벽을 쌓고 내외부에 통나무를 얇게 잘라넣고 흙을 발라 마감했다.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우러나는 독특한 분위기의 작업실이 됐다. 이 작업실 안에는 전에 살던 집 지붕을 뜯어내고 건져올린 가마가 들어가 있다.
▶ 식탁, 홈바, 접객 공간으로 구성한 거실 한쪽의 모습. 일종의 오픈된 다이닝 공간으로 부엌과는 천으로 구분돼 있다.
벽아래 쪽에는 원목 탁자, 위에는 도자기 수납 선반이 있어 차나 술을 간단히 할 수 있는 미니 바이다.
주거동은 내외부가 핸디코트로 마감돼 매우 깔끔한 모습이다. 작업실과 마찬가지로 벽돌을 쌓아 지었다.
단열이 중요한 바깥쪽 벽면은 겹쌓기를 해주고 안쪽에는 홑쌓기를 했다. 가운데에는 스티로폼을 넣어 주었다.
벽두께가 30cm가 넘을 정도로 두텁다. 지붕엔 슬레이트를 올렸다. 나중에 너와를 올릴 모양이다. 슬레이트 아래에는 역시 스티로폼과 OS보드를 넣어 마감했다.
슬레이트 위로 덧마감을 해주지 않았는데도 현재 그대로의 모습이 돼 꽤 괜찮은 편이다.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쪽에 부엌이 있다. 바깥쪽에서 바라본 부엌 모습. 식탁에는 부인의 슬립커버 센스가(왼쪽 사진), 수납장에는 남편의 목공 솜씨가 (오른쪽 사진) 각각 숨어 있다. 부엌 창가에는 남은 싱크대를 가로로 눕혀 알뜰하게 활용하고 있다.
2층짜리 아담한 주거동 내부 생김새
주거동은 길다랗게 생긴 1층과 짤막한 사각형인 2층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이 길다랗게 지어진 이유는 대지의 형태가 그렇기 때문이다. 길다란 1층 공간은 다시 커다란 거실과 침실, 부엌, 화장실 등으로 나뉜다. 2층 공간은 1층과 통하는 계단을 중심으로 응접실과 창고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 소파가 놓인 거실 한쪽의 모습. 한가롭고 따뜻한 정경이 연출되고 있다. 작은 분에 들꽃을 꽂아 낚시줄로 창틀에 걸어 놓아 훌륭한 소품이 되었다.
주거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응접 및 휴식, 전시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거실. 이곳에는 이홍근씨가 만근 각종 도예 작품들이 '생활처럼' 전시돼 있다.
특이한 점은 전시한 창틀의 모습. 단단해 보이는 폭넓은 원목을 창 깊숙이 넣어 콜렉션용 진열대로 사용하고 있다. 창틀이 벽면 바깥쪽이나 안쪽으로 조금씨 돌출해있어 벽면 두께보다 훨씬 더 넓은 폭을 가지고 있다.
창틀과 함께 눈여겨볼 만한 것은 내부 마감. 그냥 핸디코트를 발라주면 식상할 것같아 난, 화분 등에 넣어두는 흙알갱이 등을 섞어 흘러내리듯 발라줬다. 평면적이지 않고 좀더 입체적인 문양의 벽면 디자인이 연출됐다.
천장에도 역시 핸디코트를 발라주었는데 이전에 OS보드에 칠해 주었던 오일 스테인이 바깥으로 배어나와 마치 닥지를 붙인 듯 군데군데 불특정한 문양이 멋지게 만들어졌다.
▲ 2층 응접실의 모습. 앉아서도 밖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창의 위치를 적절히 조절했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모습이 손님을 맞는 집주인의 예의를 보는 듯하다.
침실, 화장실, 부엌은 거실 안쪽에 만들었는데 부엌과 침실 사이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놓여 있다. 침실 역시 거실과 마찬가지로 한쪽 벽면 상부를 창으로 할애해 바깥의 점낭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 시원하게 창을 낸 침실의 모습. 컨트리풍의 초록색 벽지를 발라 주었다. 침대 앞의 종이 집은 아들 환이의 놀이집이다.
이곳에는 과감하게 초록색 컨트리풍 벽지를 발라주고 창가에는 부인인 정영진씨가직접 만든 커튼을 달아주었다.
부엌에서는 이홍근씨가 목수 솜씨를 한껏 발휘해 한쪽 벽면 가득 격자무늬 사각 수납장을 짜넣고 자잘한 부엌 물품들은 이곳에 가지런히 정돈했다.
응접실이 있는 2층은 서재로도 쓰인다. 낮은 탁자 하나에 방석과 쿠션, 책장 그리고 전망 좋은 창이 전부. 손님을 접대하려는 가지런한 주인의 몸가짐새가 자 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눕거나 앉아 밖을 내다보기에 딱 좋은 창 높이를 가지고 있다. 이곳 천장은마감을 미처 다 끝내지 못했다.
지붕도 그렇고 데크도 그렇고 미처 완성되지 않은 집을 공하기가 왠지 미안하다는 이홍근씨는 벽돌로 빚어낸 자신의 집이 가마에서 제대로 구워져 나올 날을 고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