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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文學空間 월간 문학 공간 우(03149)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40-1, 4층(견지동 98)
02)735ㅡ4257
space4161@hanmail.net
호 박천 博川
최정순
2011년 문학공간 등단
시집으로 (하늘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시) (홀로 가는 길)
방앗간
博川 최정순
참새 방앗간 들리니
아무도 없네
가족도,
이장도,
누렁이도 없네.
곡물 옷 벗기려 피대돌던 기계도
마차 쌀가마니 싣던 마부도
조강불포(糟糠不飽) 풍속화를
미덕으로 알던 인심도 없네.
우리네 농부들 업 삼던
디딜방아 연자방아 물레방아
절구 공이 빻던 흔적 가뭇없어
이제는,
곡물 쪼아먹던 참새 도시로 달아나
전봇대 위 누옥 짓고 사네.
마누라 눈 가리고 쌀가마 빼내어
정다방 김 양 쌍가락지 사주던 박씨 없고
칼날 매운 시집살이 울던 아산댁도 없이
전설만 남겨둔 채,
텅 빈 방앗간 죽어가고 있다.
거미
博川 최정순
길 가다 너 보니
교미 끝낸 수컷 달게 먹고
네 쌍 다리 허공 할퀴며
실샘 나온 줄은
메뚜기 칭칭 감고 있네
눈은 상대 제압하려
표독스럽게 빛나건만
저 멀리서 너를 노려보는
뱀 있음 알기나 할까
축시
博川 최정순
금강의 빛나는 든든한 나의 아들
오늘 소중히 맺어진 물오름달
환한 인연꽃 폭죽처럼 터뜨려
서로 서로에 기둥 되어 의지하고
서로 서로에 지붕 되어 덮어주며
끊임 없이 샘솟는 새물뿌리 되어
험난한 파도와 골짜기
외눈박이 비목어比目魚처럼
둘이서 서로의 눈으로
영겁(永劫)의 세월 멈춤 없이
외날개 비익조(比翼鳥)처럼
함께 서로의 날개 되어
이제 두 사람 한몸 약속 하였으니
천년 한결 같은 연리지(連理枝)로
항상 서로의 반쪽으로
사로(思路) 언로(言路) 소통
자기 수련 통해 마음 비움 배우고
매사 서로 보탬되는 지혜 찾아
인생살이 여러 갈래 있으나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늘 서로 배려하는 동행되어라
사랑하는 아들아,
사랑하는 며늘아,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약진하며
건강하고 행복해 다오.
겨울비
博川 최정순
아무 데도 쓰잘 데 없는 너
아무도 반기지 않는 너
외롭고 고독의 눈물 뿌리며
온다, 오누나
떨어진 낙엽 짓뭉개며
마른 가슴 속으로 파고 들며
온다, 오누나
네 마음 닮은 나
주방 부리나케 달려가
달콤쌉사롬 청춘차
곰삭은 애통차
갇혀 버린 두메차
독한 망각차 끓여 내놓으니
섬돌 내려앉아
차 한잔씩 하고 가시오.
임진각에서
博川 최정순
음력 원단(元旦),
칼바람 칼춤 추는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
아버지 영정 들고
서성이는 눈물의 어머니
망부 혼 달래며
자리 떠 날 줄 모르는데
생전 다시 가보지 못한 고향
혼불이나마 마음 놓고 날아가라며
북녘바라기 할 때
방송작가 카메라 앵글 초점
아버지 영정 떠날 줄 몰랐네.
아버지 집안,
공산당 분단 위원장
백부 실력자 손가락 안 들고
학구열 높은 장손 아버지
월반 일본 조기 유학
탄탄대로 거침없었네.
집안끼리 튼 혼사
사랑 알밤처럼 튼실해
이를 시기한 신
전쟁으로 갈라놓고
남과 북 갈 수 없어
전처 그리움 애태웠는데
망자 되어 찾아가니
아버지 알아나 볼까,
군항제에 내리는 꽃비
博川 최정순
벚꽃 질 무렵
진해 군항제 오니
꽃비가 폭포로 쏟아지는데
생전에 함께 왔던 날도 그랬지요,
아버지.
꽃비에
당신 사랑의 편린들
번뜩거려 정겹게 보이네요,
아버지.
갑자기 부는 사나운 바람
꽃비는 강물 되어 흘러가고
당신의 모습도 멀리멀리 흘러가네요,
아버지.
이별
博川 최정순
구름 벗고
살그머니 다가와
향기로운 입맞춤 남긴 당신
먹구름 쌓여
얼굴 감추더니
뇌우雷雨 깊은 상처 주고
구멍 난
내 가슴 깊이
대못 하나 쾅, 박고 떠나가네.
그리움(2)
博川 최정순
문득 먼 아득한 하늘 쳐다보니
당신은 회색빛으로 거기 누워 있네
그날,
고개 떨구고 이별의 모습으로
묻어 두어야 할 사연 감추며
가슴으로만 감싸 안던 수많은 이야기들
내 가슴에 들어와 괴롭히던 속앓이
동그랗게, 동그랗게 무심히 그려 놓고
당신은,
그리움이라는 올가미 하나
튼실하게 걸어 두고 저 멀리 떠났네.
망부의 한
博川 최정순
천지 피로 물들이며
포성 목 터지게 울던 날
평북 박천 봉하리 막혀
말고개 숨 가쁘게 넘으며
가슴 터져라 통곡했지
남으로, 남으로 향하는
고독한 발걸음 눈물 흘리고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데
떠나는 사람 붙잡지 못하여
기적 소리도 목이 쉬도록 울었지
휴전선 허리 동강 나
아득한 망연자실
평생 속울음 안고 살았을 아버지의 한
철없이 산 내 가슴 적신다.
말
博川 최정순
눈에 보이는 것
다가 아니듯
입 뛰쳐나간 게
다는 아니지
아름다운 향기 품은
입바른 꽃잎들
거센 바람에 흩어지듯
허공에 뿌려지는 수많은 말
피지 못한 꽃
몽우리 터져 죽은 기억
가지야, 너는 아는가
뿌리야, 너는 그 슬픔 아는가
생각의 가지 마음의 뿌리
인고의 계절 견디며 너희들,
화신花神 만나 순리 배워
말의 꽃을 피워라.
민들레
博川 최정순
임진강변 철조망 날아가
싹 틔운 눈부시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꽃 아니더라도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북녘 향해 북바라기하며
피어나는 외줄기 그리움
매일 새로이 꽃을 피우며
개화開花의 아픔에
눈물 흘리며
잔잔히 미소 짓는
철조망의 민들레.
여로 (旅路)
博川 최정순
땅 끝에서
또 다른 땅 끝
잃은 것 어느 하나
메울 길 없는 마음으로
여명黎明의 새벽길 허청이며 달려
청갈치빛 서늘한 하늘에
이별의 필무가筆舞歌 튕기우며
헐떡이며 울렁거리는 가슴
흰 보자기 가득 담아 두고
서먹하게 서먹하게
모두를 잃고
모두를 얻으러
다시 가야만 하는 발길
나그네 족적足跡.
구름과 나
博川 최정순
하늘이 제 집이라서
바람결 주춤주춤 흘러와
계곡 어느 외딴집
지붕 위 잠시 머물다
장독대 항아리 속
간장에 헤엄치며 놀다
물수제비 뜨는 개구쟁이
눈 속에 머문다
내 마음도 구름 같아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정처 없이 흘러 다니다가
어느 날 무심히 돌아선
당신의 그림자에 내려앉는다.
간월암에서
博川 최정순
넓게 팔 벌려 얼싸안은 모감주나무
섬 속 섬에서 달 보다 도 얻은 무학대사 도량처
물때 따라 열고 닫는 속세 이음길
갈매기 우웽우웽 소리치며 나그네 인도하니
소원 한 자락 소원 탑에 올리고
채움 비움 답 찾아 해탈문 올랐는데
몇백 년 풍상 견디며 살아온 사철나무
홀로 파란색 옷 입고 외로운 나그네 반기니
마음의 채움과 비움 바로 거기 있었네
경내 들어서 좁쌀만큼 비우고 좁쌀만큼 채우니
중생들 수복修福 기원하는 스님의 독경 소리
중생들 번뇌 씻어 줄 스님의 독경 소리
갈매기 날개 실어 멀리멀리 날아가고
간월암 황금빛 낙조 길게 누우면
나그네 하많은 응어리 풀어헤치고
얼굴 붉게 물들이며 활활 타고 있다.
하얀 카네이션
博川 최정순
자식 농사 소박하나 구순하여
아이들 명랑하고 씩씩하니
저승 가면 조상님 뵐 면목 선다며
서쪽 하늘 보며 호탕하게 웃던 아버지
아버지 낳으시고 아껴 준 어진 은혜
염치없는 핑계로 피하고 피하다
창졸지간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지니
아쉽고 그립기 그지없어라
목매어 불러도 대답 없는 북녘 고향
그리고 그리다 지친 한 많은 세월
가슴앓이 하던 아버지 가신 지 몇 년 지나
하늘 계신 아버지에게 보내는 시
모으고 모아 어렵사리 시집 펴내니
북에서 온 혈육 언니 시집 보고
인연인지 기적인지 기별 닿아
어버이날 영전에 꽃 두 송이 바치니
부족하고 부족한 딸들의 회한
아버지 가슴처럼 숯덩이 같은 밤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며
딸들이 올린 하얀 카네이션 달고
아이처럼 밝게 활짝 웃고 계시네.
회자정리(會者定離)
博川 최정순
푸른 옷 걸치고 팔다리 활짝 편
나무 겨드랑이 튼 축구공 둥지
음습한 자궁 박차고 나온 어린 새
밝은 세상 노래 불러 찬미하며
어미 물어다 주는 음식 받아먹고
날마다 날갯짓 익혀 어미 사냥 배워
세상 온 몫 하려다 천적 물려
어미 가슴속 먹구름 물들이다
겨드랑이 피멍 들며 폭우 속 날아가면
어미 새 낙엽 위 주둥이로
장문의 작별 편지 쓴다.
자유로에서
博川 최정순
자유로 달려
임진각 가는 길
평양 개성 77 표지판
언제부터 있었나
배꼽 걸려 숨통 끊긴
저 철책 꼬리 감추면
북으로 북으로 단숨에 달려
아버지 고향 박천 당도하여
혼이나마 해후하련만
말로만 자유로 가장자리엔
봄꽃 아우성치며 부서지는 임진강
속으로 울며 여울지는 피눈물은
고향 떠나 서럽게 살다간 아버지 통곡.
헤이리의 봄
博川 최정순
명지바람 나풀나풀 춤사위
새초롬히 버들가지 애무하는데
감자 고구마 어린 손 슬그머니 벌리네
미소로 정다웁게 재롱떠는 꽃길
봄 햇살 자박자박 까치걸음
순진무구한 아기처럼 날아들고
쇼윈도 책 찢어 마구 던진 모습에
창작의 무늬 쑥쑥 발돋움질
작가의 고뇌 반추하며 흩어져 있네
헤이리 봄의 향연
여기저기 꿈틀꿈틀 속살거리며
생명의 꽃 피우고 있더라.
한설
博川 최정순
한설 무렵
평북 박천 봉화리 마을
사나흘 굶긴 매 방울 달아
꿩 사냥 나서면
날 선 동천冬天 선벽鮮碧에
은 이불 덮고 누운 산하
매와 날리는 휘파람
산 허리춤 조카들 그물망 포위
매 꿩 포식 전 방울 소리 듣고
구럭 무게 커져간다.
꿩 깃털 넣어 푹신한 베개 만들고
발갯깃 먹물 뚝뚝 수묵 담채화 치고
꿩 꽁지 잉크 묻혀 쓰던 일기 덮으면
가마솥 꿩뼈 우려낸 국물
김치 꿩고기 다져 넣은
입 안 가득 채우는 주먹 꿩 만두
고향 설 풍경
아버지 이제, 함께 하겠지요.
아버지의 그림자
博川 최정순
이유 없는
그리움이
뭔지 알아질까.
오래 묵힌
뒤돌아선 그림자
곰삭아져
툭! 떨어진
그리움 하나
있다.
그것은 아버지
부처님 오신 날에
博川 최정순
님께서 연꽃 즈려밟고 오신 날
각양각색 연꽃등 대롱대롱 불 밝혀
홍진에 물든 중생 마음 밝히니
삼라만상 모두 허공 보고 웃는데
무릎관절 앓는 노모
거북처럼 어기적거려 내,
근처 나뭇가지 주워 지팡이 삼게 하니
노모 미소 꽃비처럼 퍼지고
종두스님의 명종 108번 울어
자비 깨우쳐 연기(緣起) 알리니
노모 독실한 불자 아니어도
오늘만큼은 탐욕그릇 저 멀리 던지네
봉린산 심원사
博川 최정순
지금은 갈 수 없는
부친 고향
평북 박천군 산양리
산정(山頂) 바위 봉황새 나래 펴고
아래 너럭바위 기린 목 닮아
봉린산(鳳麟山) 심원사(深源寺)
배흘림 통 굵은 기둥 보광전에
조모 백일기도 스며들어
얻은 부친,
고향바라기 하며 기도할 때
법당 창 쏟아지는 별빛
높새풍 예제없이 춤추고
야화 성글게 뒹구는 뒤란
목어 홀로 울 적
청천강 새밭 추억
마음 황포 돛배 싣고
서해로 흘러, 흘러
꿈에서나 만나네,
봉린산 심원사 조모를,
파도
博川 최정순
억겁을 사납게 몰려들어
물 부수고 바위 깨는 파도야
어미 품에서 갈라져 나온
몽돌 부수지 마라
너한테 지지 않으려
둥글게 살고 있지 않냐
세월의 파도에
고개 숙인 아버지.
무정
博川 최정순
이별 한 장단 튕기며
하늘 휘몰아 운다
춤추는 등나무 등줄기 바람
어설프게 휘어지도록 붙잡고
우웅웅 한스럽게 후두둑 터지는
다시 못 올 가락이던가
서해로 천길만길 서해로
두메 계곡 휘돌아 울며불며
한 서린 중중가락 신명내다
크고 작은 분화구마다
당신의 행성
매몰차게 부숴 버리고
애간장 녹이고 녹이다
사라지는 은결스런
당신의 무정.
온양 장터에서
博川 최정순
오늘은 일요일
아버지 따라 우시장
설화산 장딴지께서 십 리 길
온양 오일장 실옥리 우시장
새벽 찬 이슬 주인 따라
인근 소 다 모였는데
중계인 흥정 걸고 구전 받는 틈새
때깔 빛난다. 빗질
건강하다며 등짝 쳐대는
왁자한 우시장 풍경
우시장 아침 8시 파장
썰물처럼 빠져나간
우시장 근처
주막집 술청 장사치 북새통
남았니. 본전이지 밑졌네.
막걸리 사발에 쏟아지는 육두문자
소장수 아버지
남우세스러워 손잡고 나와
들어서는 먹자골목
팥죽 떡 빵 국수 국밥
눈 잎 즐겁던 장터 풍경
백화점 마트 밀려
아버지처럼 사라지고 없다
오늘도 온양 장터 기웃거리며
사라진 쇠전에서 없는 아버지 찾는다.
아버지의 첨성대
博川 최정순
경주 시내 술병 모양 첨성대 있지
천체 움직임 관찰하던 곳이었어.
하늘 알아 책력 만들어야 명실 공히 천자거든
당나라에 신라 자주국 알리는 쾌거 아니던가.
자갈 황토 섞은 벽돌로
아버지 첨성대 닮은 뒷간 만들었지
동네 사람들 신기한 눈으로 보고
외지인 사진 박으며 설왕설래
마을 사람들 아버지 흉내 내려 하나
번번이 실패했어.
수학 교사하던 아버지
수학 공식 이용한 작품이거든
원통부 구멍으로 바람 나들며 속삭이고
정井자형 꼭대기 북두칠성 환히 웃으니
뒷간에서도 천자가 된
아버지 기분.
누가 알아줄까.
알밤
博川 최정순
대수술 받은 이듬해
거동 순조롭다며
뒷산 올라 버섯 따고
밤 주워 가루 만들어
손수,
전 부치고
수제비 뜨고
튀김 만들어
몸 좋아진 것 같아 좋아하면서
철없이 먹어치운 불효자식
저승길 마지막 선물이었네
산길 지나다
떨어진 아람 밤송이 보니
아버지 생각에
차마 줍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네.
울엄마
博川 최정순
호박잎 데쳐 쌈 싸먹고 싶은데 엄마가 만든 강된장 먹고 싶은데 곁에 엄마가 없다 허공에서 엄마가 말한다 강된장은 물 많이 잡지 말고 매운 고추만 들어가면 되여 나는 고개 절레절레 흔든다 근디 나는 안 되네 비빔국수 먹고 싶은데 엄마가 만든 김장 김치 먹고 싶은데 엄마가 안 보인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자식 엄마가 해주던 음식들 생각나 엄마 찾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작달막한 체구 항아리 같은 체구 엄마 자식들 엄마 속 무던히도 썩혔지 여러 자식 입맛 챙겨 주던 엄마 장독 장맛처럼 곰삭은 애정으로 지켜 주던 엄마 잘 익은 묵은지 같은 엄마 그리워한다 천만년 끄떡없을 줄 알았던 울 엄마 벽시계처럼 시침 분침 망가져 가다 멈출 날만 남았네.
빈집의 꽃들
博川 최정순
미숙이 돈석이 나와 함께 살다
떠나 버린 텅 빈 전설 같은 집
장독대 주변 이들이들 핀 꽃들
어제의 향기 아련히 꿈틀거리고
돌배나무 가지 위 참새 기웃거리면
허리 허물어진 돌담 아래
사금파리 무덤에선 조무래기들
재잘거리며 튀어나온다
미숙이, 돈석이, 나
미숙이 족두리꽃 머리에 얹어
시집갈 준비하고
돈석이 분꽃 목에 걸어
님 맞을 준비하였는데
미숙이 십팔 세 폐병
순백합화로 고개 숙여 다시 피어나고
반백이 다 되도록 돈석이 시집 안 가
허리 굽은 순할미꽃 되었네
도깨비 불꽃으로 살다가는 나,
심심산천 시들지 않는 도라지 꽃
마음에 가득 담았네.
고향 저수지
博川 최정순
설화산 허벅지 기산리 위
젖무덤 사이 작은 저수지
까까머리 단발머리
규섭이랑 춘심이랑 가재 다슬기 잡다
푸른 음모 우거진 수초 아래 더듬으면
송사리 피라미 참붕어 많기도 했지
매운탕 끓여 놓고 물수제비 뜨면
입 큰 개구리 깨금발로 걸어 나와
입 크게 벌리고 뱅글뱅글 함께 웃었지
우렁이 녀석 물방울 몽글몽글 만들면
쇠백로 눈길 피해 우렁이 잡아먹던
저수지 훼방쟁이 말썽쟁이 웅어
규섭이 한 손에 냉큼 잡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걀걀 웃었지
매운탕 먹고 장수잠자리 쫓으며 낮 보내고
밤이면 반딧불이 잡아
호박꽃에 가두고 마을 휘저었지
규섭인 판사 되던 해 등반 사고로 죽고
규섭이 좋아하던 춘심이
시집가서 한 달 만에
이 저수지 뛰어들었는데
그네들은 간 곳 없고.
저수지 담 아래
봉숭아꽃만 노을에 더 붉네.
(문학공간)에 보낸 시
2011년 3월 2편 (방앗간, 거미)
2012년 4월 2편 (축시, 겨울비)
2015년 4월 (잘 모르겠음 4~ 8월까지 실리지 않았슴(임진각에서,,군항제에 내리는 꽃비)
몇월호에 실려있는지 기억 안남
2016년 3월 2편 (말,민들레)
2016년 9월 2편 (여로 (旅路),구름과 나)
2015년 9월 2편 (이별, 그리움(2)
2017년 5월8일 2편 간월암에서, 하얀 카네이션
2018 1월 22일 2편 회자정리(會者定離), 그리움 (1)
2018 3월 12일 2편 자유로에서 헤이리의 봄
2018 9월 9월 5일 아버지 고향, 가을비
2019 2월10일 한설, 아버지의 그림자 5월17일 부처님 오신 날에,봉린산 심원사/10월31일) 파도,무정
2017년
3월 구름과 나
7월 간월암에서
11월 하얀카녜이션<나중에 확인후 수정할것임
2020년 2월 24일 佛心/보따리
2021년 1월 19일 <아버지의 첨성대/온양 장터에서 10월1일/만추(晩秋)에/가을 바람
2022년 9월 14일 < 알밤,울엄마
2023년 2월 27 (빈집의 꽃들 / 고향 저수지
2023년 8월 20 (설화산 동화 / 설화산 전설
2024년 2월 5일 마감인데 19일에 보냄 )성황목(城隍木)/ 마음
2024년 8월9일 등대/아버지의 꿈
호 博川
최정순
문학공간 등단
시집으로 (하늘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시) (홀로 가는 길)
우편번호 17904 경기도 평택시 조개터로 42번길 30 -10 <합정동 897-17>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2편 14년 (24집)
홀로 가는 길
그리움(1)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2편 15년 (25집)
겨울비
망부의 한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16년 (26집)
아버지의 그림자
나의 쉼터에서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17년 (27집)
이름 없는 들꽃에게/알밤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18년 (28집)
사랑/이별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19년 (29집)
야생화/그리움(2)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20년 (30집)
낙엽(1,2)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21년 (31집)
봉린산 심원사/한설
시인연대에게 보낸 시 21년 (32집)
임진각에서/군항제에 내리는 꽃비
23년 11월 춘난(春蘭) 동구 정자나무
사랑
博川 최정순
꽃 시들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몸은 죽어 가도 향기는 남는 것
눈 감을 때까지 온전한 생명체인 것을
이별
博川 최정순
구름 벗고
살그머니 다가와
향기로운 입맞춤 남긴 당신
먹구름 쌓여
얼굴 감추더니
뇌우雷雨 깊은 상처 주고
구멍 난
내 가슴 깊이
대못 하나 쾅, 박고 떠나가네.(발송)
야생화
博川 최정순
멀고 깊은 산길
명지바람 흔들리는 잡목 사이
너 고개 숙여 수줍은 미소 짓는데
잠깐 고개 숙여
이름 없는 너를 보며
제자리 종종 돌다
황망히 네 자리 떠나며
등 돌려 뒤돌아보니
아주 오래전
알았던 사람이던가 싶어
가던 걸음 멈추고
쉬이 못 가네.
그리움(2)
博川 최정순
문득 먼 아득한 하늘 쳐다보니
당신은 회색빛으로 거기 누워 있네
그날,
고개 떨구고 이별의 모습으로
묻어 두어야 할 사연 감추며
가슴으로만 감싸 안던 수많은 이야기들
내 가슴에 들어와 괴롭히던 속앓이
동그랗게, 동그랗게 무심히 그려 놓고
당신은,
그리움이라는 올가미 하나
튼실하게 걸어 두고 저 멀리 떠났네.
낙엽(1)
博川 최정순
개밥풀꽃 핀 듯
적단풍 버릇처럼 취하여
앵도라진 붉은 입술
중심 잃은 몸뚱이 꿈틀대고
낙하하며
세상을 씹어대며
넘어지고 자빠져
시체처럼 포개지고
치기 어린 항거도
거두지 못할 흑빛 무덤도
부질없는 인사만 겹겹이 쌓여져
죽음의 그림자에 쫓겨
절망 아래 널브러진다.
낙엽(2)
博川 최정순
여명 고개 드는 새벽
안개 덮인 계단 내려서니
소복소복 낙엽 진영
모두 날개 잃고 누웠네
밤새 먹빛 여의도록
달도 별도 울고
황금기 찬란한 전설
서릿발 아래 차갑기만 한데
사납게 흘러가는 세월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어디론가 흩어진다.
동구 정자나무
博川 최정순
커다란 가지 쩍쩍 벌리고 잎 틔워
하많은 세월 품은 마을 정자나무
동네 어귀에 일백 년 말없이 서
오가는 사연 모두 안고 있었지
매미 소리 소낙비처럼 쏟아지고
태양 열탕에 숨 턱턱 막히던 날
전기톱 괴물에 굵은 허리통 잘려나가
몸뚱이 기둥 되고 팔다리 지붕 되어
팔각정으로 변했지
마을 정자나무처럼
세월도 인심도 변한 시골
옛것과 정 버리고
노닥이는 늙은이들 감싸 안고
매연 뒤집어쓰고 오는
마을버스만 망연히 바라본다.
춘난(春蘭)
博川 최정순
척박한 고산지대
바위틈서 날아와
봄이면 산기슭 양지에
분홍과 흰색으로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너
평북 박천 땅 떠나
인생의 숲 길 잃어
넘어지고 자빠지며 산 삶
살아남기 위해
격렬한 파도에 맞서고
뒤틀린 소음 털어내다
분노로 바뀌면
너를 보며
아버지는,
늘 인생을 새로 시작했다.
첫댓글 2017년
3월 구름과 나
7월 간월암에서
11월 하얀카녜이션
시인연대 제26집
아버지의 그림자
나의 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