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휴 가을 나들이의 정점 될 듯
뉴질랜드 가을은 남쪽으로부터 온다. 최남단 도시 블러프의 경우 아침 최저 기온이 최근 들어 4도까지 떨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가을은 아침 저녁 기온의 차가 유난히 클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기온 차이가 크면 클수록 단풍의 빛깔은 더욱 고와진다고 한다. 남섬의 가을은 이미 정점에 와있다. 가을 축제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남섬의 와나카의 경우 와나카 호수 일대의 가을 빛깔은 예년에 비해 더욱 아름답다고 세계 언론들이 경탄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오클랜드 거주 한국 교민들은 가을 나들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밤 줍기 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홉슨빌에 있는 밤 농장에는 한국교민가족들만 30여 팀이 몰렸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나온 이들은 밤송이를 까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가족들과 함께 밤을 줍던 뉴린 거주 교민 박미애(47)씨는 "해마다 가을이면 밤을 따러 왔다"면서 "올 가을 밤은 유난히 굵고 벌레도 거의 먹지 않은 토실토실한 알밤이 대풍년"이라고 말했다.
역시 지난 주말 노스쇼어 메시대학교 주변 지역 토토리 나무에는 한국 주부들이 함께 토토리를 줍기도 했다. 모 교회 선교회 회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토토리 묵을 만들어 이스터 홀리데이 연휴에 함께 토토리 묵 파티를 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한 주부는 각자 만들 토토리 묵을 놓고 맛의 경연대회를 펼칠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또 다른 한 주부는 뉴질랜드 토토리는 한국 토토리보다 다소 쓰고 떫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잘 우려내야만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노란 은행 잎 아래에서 은행나무 털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최근 데본포트 일대 은행나무 가로수에는 일부 교민들이 은행을 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오클랜드 일대에서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마운트 알버트의 일부 지역 가로수와 원 트리 힐 파크 내의 은행나무, 그리고 멀리 와이타케레 레인지 일대에도 수십 년 생 은행나무들이 산재해 있다. 오클랜드 시티 카운슬의 한 직원은 동네가 오래된 곳일수록 은행나무가 더러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키위들 가운데 일부는 징코에는 혈액 순환에 좋은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거두어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교민들도 가을 정취에 맘껏 취해있다. 크라이스트처치 리카든에 살고 있는 교민 N모씨는 이스터 홀리데이를 맞아 이웃들과 함께 애로우타운으로 가을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고 자랑했다. 금광도시로 유명한 애로우타운은 남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여주는 도시로써 해마다 가을정취를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애로우타운 관광당국에 따르면 올해의 가을은 예년에 비해 훨씬 선명하고 아름답다고 밝히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겨울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교민들도 많다. 올해에는 겨울 난방비가 부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력요금이 인상됐다. 노스쇼어 교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네시스 에너지의 경우 5월부터 2.8% 인상키로 했다. 제네시스는 이미 올 초에도 5%나 인상한 바 있다.
메리디언도 전기요금을 6.5%나 인상키로 했다. 많은 교민들이 겨울철 난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역시 전력이다. 대부분 전기 히터나 전기 장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겨울 난방비 가운데 하나인 가스도 요금이 인상되게 됐다. 콘택트 에너지는 다음달부터 가스요금을 13.5센트 인상하기로 했다.
노스쇼어에 살고 있는 교민 C모씨는 최근 거실에 난로를 설치했다. 전력요금이 오르면서 겨울철 난방비가 너무 들자 아예 올 겨울에는 장작을 피우기로 했다. 그는 알바니 일대 목재소에서 나오는 무료 장작들은 부지런히 모아서 쌓아놓고 있다. 브라운스베이에 살고 있는 교민 김모씨도 겨울철이 가까이 오면서 트레이드 앤드 익스체인지에 실려 있는 '프리 파이어 우드'를 열심히 찾고 있다. 그는 겨울이 오기 전에 장작을 확보해 잘 말려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겨울 난방 기구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교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부 교민들은 교민지에 실리는 중고 난방기구를 찾거나 게라지 세일을 뒤져 알뜰 장만에 나서고 있다.
이민 15년째에 접어들었다는 노스쇼어 교민 박모씨는 뉴질랜드 가을은 한국의 가을처럼 첫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을 기다리는 맛은 없지만 나름대로 정취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질랜드의 경우, 특히 오클랜드는 가을 단풍이 한국처럼 많지 않고 은행나무가 거의 없어 가을 빛깔을 뚜렷하게 느낄 수 없으며, 주변 풍광이 겨울이 되어도 푸른 나무와 잔디로 둘러싸여 있어 가을이라는 느낌을 크게 받을 수는 없지만, 낙엽이 뒹구는 한적한 공원이나 호숫가에서는 확실히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또한 부활절 연휴는 한국에서는 만끽할 수 없는 가을 연휴로써 이때 남쪽 작은 도시 캠브리지로 드라이브 나가면 각별한 가을 나들이가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뉴질랜드의 가을은 3월에 시작되어 5월에 끝나지만 기상당국에 따르면 올 가을의 경우는 예년에 비해 높은 기온을 유지하면서 6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북섬의 일부 지역의 경우 4월말이나 5월초까지 비치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또한 기상당국은 올 가을의 경우 예년에 비해 낮은 강우량을 보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가뭄에 약한 정원수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