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힘은 보통 때는 반주의 저음처럼 조용하면서도 단조롭게 나의 인생의 주변에 머물 뿐이었다.
내가 평상시의 생활에서 그 존재를 의식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무엇인가의 영향으로(그 것이 어떤 영향인지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거기에는 규칙성과 같은 걸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세가 강해졌을 때, 그 힘은 나를 마비와도 흡사한 깊은 체념 속으로 몰아 넣어 갔다.
그럴 때면 나늠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그 곳에 있는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 곳에서 무슨 짓을 해보았자, 무엇을 생각해 보았자,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기 몫을 챙겨 가고, 그 몫을 손에 넣을 때까지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생기 없는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나는 오히려 결단력이 강한것은 아니지만 있었고, 뭔가를 한번 결정하면 그것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하며,일반적인 운명론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인가를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걸 도저히 실감할 수 없었다.
나는 자신이 항상 운명이 이끄는 대로 '결정되어져 왔다.'고 느끼고 있었다.
가령 당시에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내 자유 의지로 결정한 것이다라고 자신한 것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실제로는 외부의 힘에 의해서 교묘하게
'자유의지'라는 형태로 위장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것은 나를 온순하게 길들이기 위한 먹이와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혹은 내가 '주체적으로'결정한 걸 자세히 보면, 실제로는 결정할 필요도 없는 자질구레한 것들뿐이었다.
나는 자신을 실권을 장악한 섭정의 강요에 의해서 단지 국쇄를 찍을 뿐인,
이름뿐의 국왕 같다고 느꼈다.
첫댓글 흠 전 그래도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은 자유의지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