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그리고 산세베리아꽃과의 생활
최 의 상
우리 집 옥상에 내가 가꾸는 정원이 있다. 깊어가는 가을 따라 정원도 쓸슬해진다. 100여점의 못난 수석을 늘어 놓고 사이사이에 화분을 키웠다.
배추도 심고, 고추, 상추, 부추 등 여러가지를 심어서 가끔 뜯어 먹었습니다. 옥상이라 복사열이 심하여 물 주기가 힘들었다. 어쩌다 이틀만에 올라가면 척 늘어져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을 바가지로 흠벅 주고 다음날 아침에 올라가면 천연스럽게 웃고들 있다.
심은 것도 있지만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지도 못하는 야생초들이 자라서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차마 뽑아내지 못하고 두면 들어온 돌이 집돌 밀어낸다고 심은 꽃나무 보다 더 실하게 욱어진다.
올 봄날 이웃집에서 할미꽃 한 뿌리를 주어서 심었다. 4~5월에 할미꽃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쪽두리로 만들어 각시에게 주고 싶었으나 꽃을 자르기가 애처러워 그냥 두고 보기만 하였다.
어느 더운 날 꽃잎이 떨어지고 잎사귀도 말라 버렸습니다. 나의 시선은 다른 꽃나무로 옮겨지고 할미꽃 화분은 마르지 않게 항상 물을 주었다.
그 결과인지는 모르나 10월 중순에 할미꽃 두송이가 피는 것을 보았다. 지금도 저 모습을 하고 있어 나를 옥상으로 자주 불러 주고 있어 즐겁다.
2013년12월 어느눈오는날 핸드폰가게 밖에는 개장할 때 축하 화분으로 장식하던 영화는 없어지고 얼어 죽어가는 화분들이 줄비하게 놓여 있었다.
사장에게 내가 갖어가도 되겠느냐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안에 있던 화분까지 내 주며 가져가라고 하여 등치 큰 화분 10여개 이상을 허리가 휘도록 밤중에 차에 실어서 가지고 와 천신만고 끝에 5층계단을 오르내리며 옮겼을 때 이 산세베리아도 묻어왔다.
정성을 다 하여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보려고 하였으나 산세베리아만 생기를 찾고 다른 나무들은 기척도 없어 실망하였다.
두달 후 금년 2월초에 해피트리에서 고사리 같은 싹이 돋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집사람과 손을 잡고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지금 그 해피트리는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작년에 딸이 광교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딸은 책이 너무 많다고 안 보는 것은 버리라고 집에 오면 하는 소리를 나는 들은 척도 안하였다. 찌들고 만지면 부서질 듯한 누런 책들을 어루만지며 세월을 반추하는 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버리라고 한다.
그렇다고 돈 나가는 고서도 아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화사집, 박목월의 산도화, 박아지의 심화, 일제시대 만든 금강산화첩등 2000여권 중에는 지금으로 부터 60~70년 전에 출판된 책으로 고등학교나 대학시절에 읽었던 책들이기에 내게는 소중한 것이나 지금 아이들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할 것이다.
새로 이사간 집이 넓고 좋으나 공간이 너무 비어 있어 죽다 살아 난 산세베리아 화분을 창가에 놓아 주었습니다. 꽃이 좋다고 화분 몇개를 사 놓았으나 물도 제대로 주지 못하여 죽이고 빈 화분만 채곡채곡 싸 놓는 형편이다.
이런 가정에 기르기 딱 좋은 꽃은 산세베리아입니다. 양지바른 한 구석에 놓아 두고 생각 나면 물 한 번 주기만 하면 산소를 내 뿜어 공기를 청정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25일 보니 꽃이 만발하였다. 말로는 100년에 한 번 피는 꽃이라 행운을 불러 들이는 상서러운 꽃이라 하여 기뻐하였다.
이것도 전화위복일까.
|
출처: 마른나무를 무성하게 원문보기 글쓴이: 운산 최의상
첫댓글 책이 500권이 넘으면 짐이라고 합니다. 어디 도서관에 기증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