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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처럼 여행하기
로버트 고든 지음
펜타그램 / 2014년 7월 / 344쪽 / 16,000원
▣ 저자 로버트 고든
미국 버몬트 대학교(The University of Vermont) 인류학과 교수이며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 스테이트 대학교(The University of The Free State)의 연구원이다. 나미비아, 레소토, 남아프리카 공화국, 파푸아 뉴기니에서 현지 조사를 했다. 하이킹과 카약을 즐기는 지칠 줄 모르는 타고난 여행자이며 다섯 대륙에 있는 수십 개의 나라들을 여행했다. 『부시맨 신화』 등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최근에 『타잔은 생태 관광객이었다』를 공동 편찬했다.
▣ 역자 유지연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지그재그, 창의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국제정치이론과 좀비』, 『워런 버핏이 말하는 워런 버핏』, 『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 『살고 싶은 북유럽의 집』, 『유혹하는 심리학』, 『협상과 흥정의 기술』, 『150세 시대』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나는 외국 유학 경험이 있고, 많은 이주자와 관광객을 관찰해 왔고, 해외 유학생들을 수없이 상담해 본, 자칭 베테랑 여행자이다. 내가 보기에 해외여행은 나를 포함한 여행자들에게 감동적이라 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영향은 기존의 고정 관념을 단순히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무언가를 배웠다는 착각을 일으키거나 세계관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변화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보통 해외로 나가려면 자금 지출을 비롯해 그 밖에 여러 가지 수고가 필요하고, 윤리적 문제에 시달리게 되기도 한다. 나는 이 짧은 책을 통해 단순히 해외여행의 경험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려고 한다.
이 책의 목적은 여행 특히 이른바 제삼세계나 남반구 여행을 더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데 있다. 이런 소비중심주의 시대에 흔하디흔한, 비서구권 국가를 식민주의적 고정 관념으로 정형화하고 폄하하는 경향을 부추기는 대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상품화된 패키지여행 형식에서 벗어나 해외에 있는 동안 스스로 주도해서 배우고 성장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이 만날 사람들에 대해 올바로 아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기가 겪는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독자를 인류학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학적 관점이 해외여행의 질을 높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 차례
인류학자처럼 여행을 시작하며 - 인류학적 관점이 어떻게 해외여행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가
1부 방향 감각 상실
1 인류학적 관점이라 불리는 괴물
2 우리는 왜 해외로 나가는가
3 스스로를 본다는 것
4 여행 의례와 개인적 변화
5 여행안내 책자를 해석하는 법
2부 여행의 핵심
6 여행을 준비할 때 고려할 문제들
7 짐을 가볍게 하고 여행하기
8 현지인과 수다 떨기
9 건강과 안전 문제
10 좋은 여행 이야기 쓰는 능력을 높이는 방법
여행을 끝내며 - 인간은 우주 속 티끌 같은 존재
부록 / 역자 후기 / 주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로버트 고든 지음
펜타그램 / 2014년 7월 / 344쪽 / 16,000원
여행의 핵심
짐을 가볍게 하고 여행하기
무엇을 집에 두고 떠날 것인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짐이 너무 많다.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는 안전을 위해서뿐 아니라 편리와 즐거움, 또 때로는 뻔뻔스러운 소비지상주의 때문에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 싶은 유혹이 든다. 나는 하이킹을 하거나 카약을 탈 때마다 자기 장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어하는 사람들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게 늘 불만이다. 나는 모든 감각이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는 것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편에 서고 싶다. 이제는 갈수록 여행자들이 여행지에 가지고 간 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집에 두고 간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여행자를 분류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나는 어느 초여름 날 뉴햄프셔 주 화이트 산에서 마주쳤던 등산객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최고급 등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만 눈길을 끈 것은 아니었다. 그는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비디오카메라, 기상정보 청취용 라디오, 최첨단 GPS 수신기 같은 액세서리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끊임없이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는 아이팟도 있었다. 그는 전자 장비들로 이루어진 고치에 싸여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내 동행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이 저러고 아프리카나 히말라야에 갔다면 강도를 당해서 전자 기기들은 여기저기 소위 재분배되고 말았을 거야.”
경험은 어떻게 전달할까? 이것은 많은 철학자들을 사로잡은 유서 깊은 질문이기도 하다. 특별히 혜택 받은 최첨단 세상에서는 경험을 전달하기는 쉽지만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 현재 온갖 통신 장치 덕분에 사람들은 직접적인 경험은 거의 하지 않지만 세상에 대한 경험을 경험한다.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운 경험보다는 전달로 바뀌고 있다. 즉 전달이 여행의 목적이 되었다. 전자 장비 애호가인 여행자들은 해외에서의 경험을 반추하는 대신 문자로 보내기 위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이런 새로운 최첨단 전자 기구들 상당수는 해외로 나갈 때 불필요하다. 이런 기기들은 통제력과 안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오작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기기들은 주로 또래들에게 으쓱댈 기회나 될 뿐이며 가진 자 못 가진 자 간에 점점 벌어지는 격차를 강조할 뿐이다. 이 말은 아예 이런 기기를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기술을 선별적으로, 또 저렴하게 이용하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여행은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전자 기기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다. 부유한 신종 유목민들은 쉴 새 없는 문자 메시지와 휴대전화 게임, 2분짜리 시트콤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어진, 끝없이 확장되는 디지털 오락 세계라는 혜택받은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한 휴대전화 제조사는 ‘소소한 권태감’조차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기도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자 기기 공세에 권태는 사치가 된다. 민족지학 현지 조사자 중에 장시간 권태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약 3시 사이에는 거의 모든 게 정지한다. 가만있어도 진을 빼놓는 더위와 파리 떼 때문에 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루함은 외부 세계에 대한 반응을 멈추고 내부 세계를 탐색하는 상태다. 지루함은 혼자 힘으로, 자주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예전에 당시 열 살이었던 우리 딸이 가족들을 설득해서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된 프린스에드워드 섬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관광 명소에 도착하니 딸은 자기를 몇 시간만 혼자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소설에 나온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려 보고 싶다고 말이다. 어린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는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불확실성과 지루함을 오래 잘 견딘다고 알려져 있다. 여행도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여행은 우리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되살리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펜에서 카메라까지 기록 장비의 변천: 19세기 중반에 사진이 등장했을 때, 여행자들은 탐험가든 관광객이든 모두 이 새로운 사진 촬영 기술을 재빨리 도입했다. 사진은 여행담을 전할 때뿐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구두와 문서로 하는 증언을 뒷받침하는 데도 쓰인다. 또 사진은 미학적인 면에서도 효용이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어떤 경치에 실제로 경외감을 갖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위험천만하기로 악명 높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높은 히말라야의 케이투 봉으로 약 23킬로그램에 달하는 영화 카메라를 굳이 끌고 올라가는 노력을 달리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사진은 기록 장치로서, 비망록으로서, 해외에서 보낸 경험의 산물인 상품이나 에세이나 책의 일부분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사진 촬영은 보이는 세계를 보여 주는 중요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사진은 이야기만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효과적인 증거가 되며, 말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기록의 진실성을 입증한다.
디지털카메라가 탄생하기 이전 필름이 상당히 비싸던 시대에는 여행자들은 모든 사진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신중하게 구도를 잡았다. 그러나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살펴보고 삭제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이런 태도를 바꿔 놓아서 더 이상 구도를 잘 잡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카메라를 사용할 때 다음과 같은 조언들은 도움이 될지 모른다.
먼저 관광 및 여행안내 소책자에서 본 사진을 그대로 따라서 찍지 말라. 그럴 바에야 그냥 다운로드하면 될 테니까 말이다. 가장 멋진 장면뿐 아니라 적당히 볼 만한 장면과 가장 시시한 장면도 찍어라. 화려하고 멋진 장관 말고 일상적인 평범한 것도 찍어야 한다. 전형적인 관광 명소만 찍지 말고, 설사 그게 부정적인 경험이었다 해도 나중에 여행담을 말할 때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 장면과 사건도 찍어라. 예를 들어 자기가 만났던 흥미로운 사람들, 동행자, 거리 풍경 같은 것을 말이다. 외국에서 접한 쓰레기와 위생 시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도 이런 것을 실제로 보여 주는 사진은 극히 드물다. 더불어 눈에 띄게 흥미진진한 ‘관광객용’ 장면을 보거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진을 찍어라.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다. 해외에서 자기가 한 경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경험을 실제로 보여 주기 위해서는 어떤 사진을 써야 할까? 카메라를 이용해서 피사체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모습뿐 아니라, 더 중요한 피사체의 세부도 보여 줘야 한다. 이와 동시에 사진을 찍는 데 너무 집착하지도 말아야 한다. 내가 근래 여러 박물관 큐레이터 동료들에게 전해 들은 걱정스러운 이야기는, 카메라나 다른 기록 장비를 든 사람들일수록 전시장에서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이런 사람들은 멈춰 서서 전시 대상을 음미하는 대신 그냥 사진을 찍고는 금세 다음 전시물로 옮겨 가 버린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이런 현상이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에게서도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경험들에서 나온 조언들도 있다. 나는 해외에 가져가는 모든 장비에 대해 그러듯이, 카메라도 ‘재분배’되거나 망가질지 모른다는 예상을 한다. 그래서 굉장히 아끼는 물건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저가 카메라를 사는 편을 선호한다. 사용법을 모르는 장비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자. 가입한 가계 보험으로 장비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필요한 경우 특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다. 나는 메모리 카드도 여분으로 몇 개 더 가져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진을 다운로드해 놓는다. 정기적으로 장비를 청소하고, 부딪히거나 떨어뜨렸을 때 또는 이따금 만나는 폭우 등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해줄 수 있는 주머니를 준비한다.
카메라 외에 현지 조사를 위해 민족지학자가 현장에 갖고 가던 다른 두 가지 장비는 녹음기와 타자기였다. 이제는 더 작고 더 성능 좋은 녹음 기구들이 둘을 대체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나 종류의 녹음을 하든지 황금률, 아니 늘 읊조려야 하는 주문은 ‘백업하라’이다. 현지 조사자가 현지 조사 메모와 관찰 노트를 날려 먹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물론 요새는 자료 백업도 메모리 카드에 다운로드한 다음 가장 가까운 인터넷 단말기에서 안전한 이메일 계정으로 보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 되었다.
이런 녹음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옛날 방식인 펜과 메모지도 여전히 장점이 많다. 고장이 나거나 도둑맞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만으로도 말이다. 한편 더 중요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또 한 가지 장점은 빠르게 잘라서 붙이는 컴퓨터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 공책에 직접 손으로 관찰 내용을 정리해서 적으면 쓸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생각을 체계화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주 튼튼한 공책 두 권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공책 속지가 백지인 경우에는,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바로 스케치북이다. 최근까지 캐나다와 영국 군대에서는 장교들, 특히 포병대 장교들에게 스케치를 가르치는 게 관례였다. 스케치를 통해 관찰자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올바르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스케치는 시각적인 슬로푸드 운동이다.
현지인과 수다 떨기
두려움은 상상력과 여행의 숨통을 죈다: 해외여행은 모르는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을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된다. 민감한 여행자라면, 해외여행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잘하면 인생관 및 인생철학까지 바꿔 놓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기적으로 굴 경우 해외여행이 순진한 현지인들을 착취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단체여행이 아니라면, 여행자는 한 가지 중요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바로 어슬렁거릴 자유이다. 독립적이거나 반독립적인 여행자라 하더라도 일정을 짤 때는 분명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른다. 자금 위기가 생길 수도 있고 할 일이나 공부할 게 있기도 하다. 그래도 독립 여행자가 되면 시간을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뜻밖의 행운을 누릴 여유가 생겨서 대부분의 여행 경험이 비옥해진다. 예를 들면 알고 보니 흥미로운 사람들, 어쩌면 나중까지 소중한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접근하는 능력은 조사 기술이기도 하지만, 해외에서 생존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의심이 많고 피해망상에 빠져 있고 웃음거리가 될까 두려워한다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렵다.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지낸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믿고 일단 좋은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
경계는 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을 열라. 두려움에 반드시 굴복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비책은 항상 세워야 한다. 친구들이나 호텔 종업원이나 민박집에 자기가 어디로 갈 예정인지, 또 대충 언제쯤 돌아올지 말해 두자. 모르는 동네에 간다면 친구와 같이 가고 호신술을 배우라. 핸드백을 갖고 다니지 말자. 아니면 몸에 가로질러 멜 수 있는 끈이 긴 백을 준비하라. 귀중품을 가득 넣고 다녀서도 안 된다. 그냥 신분증과 적은 현금만 지참하라.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동네로 산책을 나가 장소에 점점 더 친숙해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어디를 다니면 되는지 주인집과 확실하게 의논하고, 날씨와 시간대도 고려하자. 첫 번째 산책은 낮에 동네가 그리 번잡하지 않을 때 하는 게 이상적이다. 지도를 구했다면 자기가 있는 구역을 되도록 외워서 남들이 다 보는 데서 눈에 띄게 지도를 펼쳐 들지 않도록 한다. 범죄자들은 길을 잃거나 불안해 보이는 여행자를 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도움이 될 만한 짤막한 상식을 하나 알아보자. 열 살짜리 여자애들이 자기들끼리만 밖에 돌아다닌다면 그 지역은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
산책은 중요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일 뿐 아니라, 성찰을 하고 온갖 종류의 새로운 현상을 눈여겨볼 시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라. 썩은 하수에서 나는 악취, 음식 노점에서 풍겨 오는 군침 도는 냄새, 현지인이 보내는 짓궂은 야유 같은 것에 대해서 말이다. 탐험에 나서라. 어느 길모퉁이에서는 행인들이 무엇을 갖고 다니는지 주의 깊게 보라. 어쩌면 여행안내서에 나오지 않은 시장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좀 더 공공장소라 할 수 있는 시장 같은 곳 말고도, 개인적 배경과 관심사 때문에 나는 공공 도서관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공공 도서관에 가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나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지역 신문들을 읽어 보려고 노력한다. 사진과 만화는 훌륭한 장소성을 제공한다. 읽을거리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화번호부다. 전화번호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여행자들이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보통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여행 사진과 여행안내 소책자에 어린이들이 그렇게 압도적으로 자주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회춘하는 기분과 가부장주의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도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 사진을 찍을 생각이면 주로 몸짓으로 허락을 구해야 한다.
가격 흥정은 단순한 경제적 행위가 아니다: 미국인들은 비공식적 경제 활동으로 차고나 창고 세일에서 흥정을 벌일 때를 빼면 가격 흥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대다수의 거래를 사무적이고 돈을 기반으로 해서 하는 데 익숙하다.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흥정은 일반적인 관행으로, 상당히 예술적인 행위로 발전하기도 했다. 특정 환경, 특히 이방인이나 동일한 ‘도덕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과 흥정을 할 때는 양측 모두 어떻게든 거래에서 자기가 가장 이득을 보려고 갖은 애를 쓰겠지만, 흥정은 흥겨움을 자아내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흥정은 오래갈 수 있는 탄탄한 교환 관계를 만들어 낸다. 때로는 흥정과 정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돈을 내겠다는 제안을 상대가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미비아에서 내가 즐겨 찾는 곳은 선술집, 주막, 슈빈 같은 무허가 술집 등이다. 이런 곳에서는 누군가가 모든 여행객에게 술을 한 잔씩 돌리겠다고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만약 여행객들이 자기가 마신 술값을 내겠다고 하면 현지인들은 인심 좋은 자기 이미지를 모욕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흥정은 경제 행위를 극대화한 것이라기보다 의례일지 모른다. 해외에서 자본주의식 고객 만족 윤리는 기대하지 말자. 가끔 보기 좋게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화를 참고 터뜨리지 말라. 돈은 불화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그러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 보자면 내가 아무리 저가 여행자일지라도 나한테 바가지를 씌운 사람보다는 그래도 훨씬 부자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 좋다. 또 내가 그렇게 지출하는 돈은 십중팔구 저 사람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쓰이지, 어떤 부자 나라에 본사를 둔 수상쩍은 다국적 기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도 명심하자. 나는 콜라나 펩시 대신 현지에서 생산하는 과일이나 청량음료를 사려고 일관되게 노력한다.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흥정에서는 전반적 사회 환경을 고려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가, 아니면 관광객을 좀처럼 보기 힘든 곳인가? 현지인들이 하는 것을 관찰해서 그렇게 하고, 주인집 사람들에게도 자문을 구하라.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 맛있게 먹기: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 중에는 낯선 음식을 즐기고 싶다는 것도 있다. 해외여행이 용기가 필요한 무언가가 되는 데는 요리도 분명 한몫을 한다. 여행자들은 평소 고국에서는 입에 댈 거라 꿈도 꾸지 않았을 온갖 음식을 먹어 보려 한다. 실제로 낯선 이국 음식이야말로 외국에 왔다는 징표 중 하나다. 외국에 가 본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나 대화를 꽃피게 하는 화제가 바로 음식이다. 이런 대화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먹은 음식이 얼마나 별나거나 역겨웠는지를 가지고 서로를 이기려 들곤 한다. 일반적으로 요리가 ‘역겨운’ 것이었을수록 우위에 설 수 있다.
음식으로 모험을 해야 하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여행자가 레스토랑이나 시장에서 그 요리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로, 어디까지나 돈을 주고 사 먹는 상황이다 보니 여행자가 그 별미를 먹거나 거부할 선택권을 갖고 있는 경우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것은 두 번째인데, 여행자가 묵는 곳 주인이 손님을 예우하는 의미에서 특별 대접을 하거나 잔치를 벌이기로 한 경우다. 그런 대접에는 딱정벌레 애벌레나 메뚜기에서부터 모파니 애벌레나 쥐에 이르는 어떤 진귀한 지역 별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별미를 거절했다가는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십상인데,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연유가 있다! 이럴 때는 주인을 모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를 안 먹겠다고 하는 것이 왜 그렇게 모멸감을 주는 걸까?
인간은 이방인과 음식을 나누는 유일한 종이다.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행동이다. 먹는다는 것은 칼로리 섭취가 다가 아니다. 파푸아 뉴기니의 싱싱 축제에서 사람들은 선물로 받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운 다음 가까운 들로 나가 토해 버리고는 돌아와서 더 먹는다. 계속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선물을 준 사람이 얼마나 인심이 후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행동이다.
음식과 음식 먹기가 생활 양식, 사회적 지위, 계급, 계층 등을 알려 준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여러 가지 정교하고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가 잔치 예절을 통해 실행에 옮겨진다. 음식은 친선 관계를 공고히 하는 접착제 구실을 한다. 따라서 구애, 정치, 사업을 할 때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로 음식과 잔치는 구별을 나타낸다. 먹는 행위는 가족, 교우 관계, 종교를 명확히 규정해서 사회적 결속을 낳는다. 세 번째로 잔치는 주인이 인심이 후한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러니 주인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한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입에 맞지 않는 역겨운 요리를 참고 먹을 수 있을까? 입맛은 복잡하다. 혀에 있는 수용체들은 짠맛, 단맛, 쓴맛, 신맛만 감지할 수 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게 냄새다. 후각 중추는 하부 뇌에 있기 때문에 냄새와 기억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비위가 상한다거나 역겨움을 느끼는 것은 주로 학습된 행동이다. 역겨운 음식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한 문화에서 역겨운 음식이 다른 문화에서는 대단히 귀한 별미가 된다. 겉모습과 냄새가 식도락 경험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보통 해외에서 먹는 음식은 양념이 굉장히 강할 때가 많다. 구역질 나는 상한 음식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해서이다. 향신료를 쓸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보통 신선한 식품을 구입할 경제적 여유도 있다. 동시에 식품 특히 고기가 질이 좋지 않다는 의심이 들면 양파, 마늘, 올스파이스(서인도 제도산 상록 교목 열매를 말려 만든 향신료)를 넉넉히 곁들여 유독한 박테리아를 대부분 파괴한다. 맛보기 수준의 설명이었지만 이걸로 부디 입에 맞지 않는 요리를 꾹 참고 삼킬 수 있기를 바란다. 대접한 사람이 그걸 먹고 죽지 않는다면 여러분도 죽지 않을 것이다! 식사 자리는 대화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대화를 계속해 나가는 방법 중 하나는, 화답하는 의미에서 자기 나라 전통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분명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장담한다.
건강과 안전 문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해외여행에서의 배변 문제: 해외에 나가서 겪는 가장 충격적인 경험 중 하나가 대변 누기와 몸의 청결 유지일 수 있다. 배변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여행안내서들은 배변과 청결 문제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신체적 기능들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펴보면 아주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배변과 관련된 외국 관습이 자기 나라의 위생에 대한 관념과 대조를 이루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배변과 청결 유지는 중대한 건강과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 한편 의약 문제에 한해서는 현지인들에게 조언을 얻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변소와 관련된 풍습은 전 세계적으로 아주 다양하며 대소변에 대한 이런 문화적 신념은 여행자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쾌적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아메리카로 모험 여행을 떠났던 내 여성 친구는 변소라고 있는 게 현지 안내원들이 모여 잡담을 하는 곳 가까이에 세워 놓은 작은 텐트였다고 회상한다. 이런 상황에 너무나 곤혹스러웠던 친구는 결국 변비에 걸려 변비약을 먹어야 했다.
완벽한 청결은 보통 실현 불가능한 목표다. 반면 신체 특정 부분들, 즉 구멍들과 무엇보다 손은 가능하면 깨끗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샴푸, 비누, 세탁 세제를 겸할 수 있는 농축 살균 세정제 작은 병과, 젖은 옷을 싸거나 스카프나 숄로도 쓸 수 있는 중간 크기의 잘 마르는 타월을 가져갈 것을 권한다. 어떤 경우든 손을 씻는 게 제일 중요하다. 물이 없을 경우 흙에다 문질러 씻더라도 말이다. 손에 묻은 세균은 문지르는 과정에서 제거된다. 그러나 이런 일은 도시 환경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대형 NGO인 워터에이드는 변소에 다녀온 후 손을 비누와 물로 씻는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설사병을 40퍼센트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변소가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럴 때 청바지나 반바지보다 치마나 사롱을 입는 게 확실히 유리하다.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볼 때 품위를 지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야외에 혼자 있다면 약 15센티미터 깊이의 구덩이면 충분할 것이다. 일을 본 후 흙과 나뭇잎으로 덮으면 분해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 그리고 나무나 바위를 등지고 일을 보는 게 스트레스가 덜할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수지 근처에서 일을 봐서는 안 된다. 인류학자처럼 여행하는 데는 사려 깊은 행동이 제일 중요하다. 개 주인이 자기 개가 싼 똥을 집어 가듯이 사려 깊은 여행자도 자기 똥을 적절히 치우고 처리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안전하게 처리되지 않은 물로 이를 닦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있는 곳에 따라서 커피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커피는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파는 패스트푸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상추를 비롯한 익히지 않은 채소와 크림이 들어간 디저트와 계란 노른자와 크림이 주재료인 기름진 소스도 피하라. 껍질을 벗겨 먹으면 되는 과일과 채소, 또는 제대로 조리한 음식만 섭취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구급상자 챙기기: 구급상자는 여행자 각각의 필요에 맞춰 꾸리고 의사와 상의해서 보충하는 게 좋다. 내용물은 여행 기간, 행선지, 병력, 현지 의료 서비스 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응급 처치용 필수품과 흔한 질병을 위한 치료제가 들어가야 한다. 내 추천은 다음과 같다.
- 네오스포린이나 바시트라신 같은 항균 연고와 가능하면 3M에서 나온 상처 봉합용으로 나온 가느다란 반창고인 스테리스트립 몇 통. 베이고 긁히고 가려운 곳에는 패혈증이 쉽게 올 수 있다.
- 두통이나 열이 날 때를 위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 인후염일 때 양치질을 할 수 있도록 가급적 물에 녹여 쓸 수 있는 게 좋다.
- 소형 야전용 붕대 적당량. 품질이 좋은 엘라스토플라스트를 선택하라.
- 지사제. 이모디움과 로모틸 등.
- 정수용으로도 쓸 수 있는 빨리 마르는 살균제인 요오드. 요오드팅크, 또는 테트라글리신 하이드로페리오다이드 정제. 포터블 아쿠아, 또는 코글란은 스포츠용품점과 약국에서 살 수 있다.
-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작은 튜브에 든 히드로코르티손 크림.
- 이부프로펜 같은 소염제 약간.
- 베나드릴 같은 항히스타민제 일정량과 호흡기 감염에 쓰는 항생제도 가능한 대로 준비.
- 특히 열대 지방에 갈 때는 무스콜이나 디트 같은 방충제.
-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도 당연히 준비해야 한다.
여행자 특히 여성 여행자를 위한 안전 대비책: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옷이다. 튀지 말라. 어떻게든 주변과 잘 어우러지도록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옷차림을 하려고 애쓰는 게 바람직하다. 고급 시계를 차지 말라. 강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헐렁한 옷을 선호한다. 현금과 여권을 강도가 발견하지 못할 곳에 넣고 다닐 수 있으니까 말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여행자들이 안전과 관련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국에서 뭔가를 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외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행에는 자기 자신과 현지 사회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 외국의 가부장제에 맞서는 페미니즘적인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현지 여성들에게는 모욕적일 수도 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들에서는 최근까지도 미니스커트나 심지어 청바지를 입고 밖을 돌아다닌 젊은 현지 여성들이 윤리 자경단들 손에 발가벗겨지는 수모를 당하곤 했다. 또 아프리카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마케레레 대학교는 여성들에게 엄격한 복장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여성 여행자들은 길이가 무릎 이상 오는 긴 치마나 원피스를 단정하게 차려 입어야 한다. 현지 복장 규정을 존중해야 더 안전할 뿐 아니라, 현지 여성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현지에 도착하기 전에 여성들에 대한 문화적 태도를 세심하게 조사해 두는 게 아주 중요하다. 서구권에서 일어난 페미니즘 혁명은 아직까지 세계를 완전히 휩쓸지 못했다. 그러니 상황에 맞춰 옷차림을 조절하라.
인상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언제나 자기가 뭘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풍겨라. 스스로 알아서 잘할 수 있다는 듯 행동하라. 당면한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라. 길을 잃어 당황한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출발하기 전에 목적지를 조사하고 지도를 꼼꼼히 살펴본다. 숙박지로 돌아올 때 택시를 탈 수 있을 만큼 돈을 챙겨 가라. 떠나기 전에 호신술 수업을 듣는 것 외에도 크게 소리 지르는 법도 배워 두자. 언제나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여자 동료 한 명은 양팔을 넓게 벌린 다음 가해자가 손 닿는 범위에 들어왔을 때 양쪽 귀를 동시에 세게 후려치라고 조언한다.
여행은 무모한 행동을 부추기는 것 같다. 자기 나라 어디에서도 후미진 골목을 혼자 걷거나, 교회에 갈 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거나, 모르는 사람 차에 선뜻 올라타지 않듯이 해외에서도 그런 짓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대체로 해외에 있는 동안에는 혼자든 동행이 있든 끊임없이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관찰력이 날카로워진다. 미리 조심해야 하는 다른 문제들도 있다. 나는 택시를 이용할 때, 특히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의 경우에는 정식 등록된 택시를 타고 모든 문을 잠근다. 강도 사건은 교통 신호에 걸려 정차했을 때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가짜 경찰이나 부패 경찰도 조심하자. 만약 경찰이 체포하려 하면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 후 휴대 전화로 친구나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자.
밤에 호텔 방에 있을 때도 언제나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다. 의자를 문에 기대 놓아서 누가 억지로 들어오려고 하면 쐐기 역할을 해서 문이 열리지 않게 하거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넘어지게 한다. 그러면 불청객은 보통 겁을 먹고 튀게 마련이다. 어떤 여행자들은 작은 나무 쐐기를 갖고 다니기도 한다. 특히 의자가 없는 데서 불편하게 지내야 할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매트리스에 핏자국이 있는지 살펴보자. 핏자국은 빈대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빈대 때문에라도 침낭 라이너를 가져가는 게 좋다. 물론 이런 안전을 위한 예방책 중 일부는 귀찮기 짝이 없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해외여행이 가진 매력의 일부로 보고, 사람들에게 늘어놓을 이야깃거리라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