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 형
ㅇ수필문학으로 등단 (2010년)
ㅇ수필문학추천작가회 회원
ㅇ남강문학회 회원
ㅇ신작 수필 청탁 원고 (2012년 추천작가회 동인지 원고)
애 완 견
이 문 형
1. 엄마 여기 있네.
엄마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정감이 간다. 들으면 들을수록 포근하고 따뜻한 그리움 같은 느낌이 온다. 봄날 보도 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느낌이 온다. 내 생명의 근원이고 생장의 바탕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리워도 부르고, 슬퍼도 부르고, 다급할 땐 더욱 절박하게 부르는 소리는 “아이구 엄마”다.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지만 나와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의 보호자요, 양육자요, 구원자이기 때문이리라. 굳이 계촌(計寸)을 하자면 부모와 나는 1촌이다.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산책을 하면서 우거진 수목도 보고 길섶으로 흐트러지게 핀 야생화들도 보면서 혼자 천천히 걷고 있었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순간 나를 망각하고 발걸음만 옮기고 있었다. 누군가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짜증스런 하이소프라노 음성이 고막을 울린다. “엄마 여기 있네. 어디 가? 이리 와. 엄마 여기 있네.” 유난히도 엄마를 강조하는 것 같아 “누군지 그 녀석 참 에미 속 좀 썩히는 개구쟁이구나”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엄마 여기 있네. 빨리 와.” 다시 소프라노의 금속성 음성이 울리기에 궁금하기도 하여 호기심에 뒤를 돌아보았다. 화려한 복장에 예쁘게 오색 리본으로 머리를 단장한 강아지 한 마리가 멋대로 뛰어다니면서 소프라노의 주인을 향하여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2. 남편보다는 개가 좋다.
마을 가까이 공원이나 산책길을 걷다보면 애완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부쩍 눈에 띈다.
어떤 이는 외출을 하면서 가슴에 꼬옥 안거나 가방 속에 무슨 보물처럼 넣어 머리만 쏘옥 내민 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하기야 애완견도 한 생명이니 가볍게 다룰 수야 없겠지.
그리고 무슨 장난감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개라는 뜻으로 애완견이 되었겠지만 언제부터 애완견의 선호도가 이토록 높아졌는지는 모르겠다.
거리의 간판을 유심히 봐라. 애완견 미용실, 애완견 스쿨, 애완견 병원, 애완견 용품점, 애완견 호텔, 그리고 슈퍼마켓의 한 코너는 애완견 식품매장이 제법 넓은 비중으로 점령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리라.
TV를 보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대에 진행되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시간이다. 결혼 2년차 되는 신혼부부 이야기다. 남편은 지방에 직장을 두고 있는 주말부부란다. 젊은 아내는 혼자 살면서 애완견을 키웠고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애완견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이후 다시 애완견을 기르면서 행복을 느낀다고도 한다. 젊은 아내는 출산의 기대나 육아의 고통이나 희열보다는 애완견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도 한다.
그리고 애완견에 투자하는 돈이 2천만 원이 넘는다고도 한다. 40만원이 넘는 개 침대, 개 유모차, 유기농 사료 등 최고급 애완견용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남편의 많지 않은 월급으로 애완견에 투자하다 보니 저축도 힘들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남편보다는 개가 더 좋다고 한다. 하기야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한두 사람뿐일까 마는 어쩐지 씁쓸하다.
이산가족 생활을 하면서까지 애오라지 애완견 가족을 성실히 부양하는 젊은 남편은 또 어떤 사람일까. 하해(河海)같은 마음이 없고서야 어디 가능한 일일까.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을 보면서 글쎄 나도 이젠 좀 늙었나?
첫댓글 狗는 먹는 개 예) 황구
犬은 먹지 못하는 개 예) 애완견 /구자운
남편 보다 개가 더 좋다
이해가 안되지만
애완견을 잠시 키워본 사람 입장에서
이해 하지요
정말 예뻐요
너무 예뻐요
안병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