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 풍경 중 하나. 각자 물컵 사용하기는 당연히 식탁에서의 예의입니다. 이걸 가르치기 위해 완이에게는 늘 같은 컵만 제공해서 그 컵으로만 물을 마시도록 했습니다. 자기것이라는 인식도 만들어 주고, 남의 컵에 손대지않게 하며, 더 나아가서 두 개를 번갈아 제공하여 전에 사용했던 컵은 씻어서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물컵에 대한 꾸준한 노력의 목표 중 앞의 두 가지는 그런대로 잘 된 듯 한데, 세번째는 아직 어렵습니다. 아직 음식먹는데 손을 많이 사용하는지라 완이 컵은 식사를 하고나면 음식자국이 많이 남지만 제가 빨리 치우지 못하면 다시 사용되곤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자기컵으로 정수기에서 물따라 마시기 정도는 잘 되고있어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준이는 남의 컵은 절대 쓰지않으나 지켜보지 않으면 전에 썼던 컵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좀 수시로 하고, 태균이는 한번 썼던 컵은 저한테 바로 지적하면서 새 컵으로 바꾸어달라고 합니다. 태균이도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 위생개념이 부족하긴 하지만 썼던 컵이나 식기 등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 정도까지는 왔습니다.
밖에 나가려고 차에 올라타면 완이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차바닥에 떨어진 과자나 빵부스러기 주워먹기.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집에 돌아오면 완이 앉았던 자리주변, 차에 떨어져 있는 각종 부스러기들을 빨리 치워야하는데, 집에 도착하면 바로 식사준비해야 하는 조급함에 못 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차에 타면 바로 소리부터 지르곤 합니다. '주워먹지 마!'
완이와 살다보니 결국 완이를 위한 조치인데도 완이 개인에게는 참 스트레스가 크겠다 싶기는 합니다. 수정하고 다시 가르쳐야 하는 기본적인 상황들이 너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때로 미안할 정도로 혹독해 질 때가 많습니다. 특히 위생과 관련된 일은 더욱 그렇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손목 관절사용이 늘 비슷한 방향으로 굳어져서 포크사용이나 젓가락은 꿈도 못꾸고, 손에 쥐어준 포장에 담긴 구미나 과자도 바닥에 자주 쏟습니다. 오징어채를 너무 좋아해서 산책할 때 통에 담아 들고다니면서 먹으라고 하면 신체협응이 안되니 바닥에 쏟기를 몇 번, 완이도 늘 쏟는 게 상습화된지라 주워담기도 잽쌉니다.
물론 두뇌성장상 기본적이 것이 빠져있으니 위생관념을 갖기는 어렵지만 결국 손스냅이나 만들어내는 동작의 정교성이 있어야 위생교육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합니다. 위의 사진이 작년 4월의 사진이니 그 때에 비하면 손에 쥔 먹을 것 놓치는 빈도는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바닥에 떨어진 것에 대한 반응은 여전합니다. 동작의 정교성과 더불어 위생개념에는 거울뉴런 작동이 핵심입니다.
일반아이들이 위생개념을 배우는 것은 절대 논리적인 것이 아닙니다. 거울뉴런의 작동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문명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위생개념에 철저하고 그 위생개념은 부모가 어느정도인지에 따라서 아이들이 그 정도를 배우게 됩니다. 부모가 잘 씻지않고 위생개념이 희박하면 아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고, 늘 쓸고 닦고 깔끔한 부모 아래 자녀들은 그대로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않는 세균이나 먹어서는 안되는 물질이 묻은 음식물에 대한 반응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는 부모의 생활태도에서 반사적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만큼 거울뉴런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필수 중에 필수이지만 특히 위생개념 정립에는 핵심 중에 핵심입니다.
거울뉴런은 놀랍지만 왠만한 동물들도 상당수 장착하고 있는 학습의 기본전제입니다. 인간도 초기 출생 후 세상을 알아가는 성장과정에서 거울뉴런에 크게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동물들의 거울뉴런 작동은 인간에 비해 다소 단순하지만, 영장류의 경우 거의 인간에 버금가는 뇌적 처리과정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거울뉴런이 작동하지 못하는 자폐스펙트럼의 경우 당연히 부모의 위생태도를 배울 수가 없기에, 열심히 뜯어말리고,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다듬어주지 못하면 결국 동물적 위생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이 점은 너무 중요해서 결국 거울뉴런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가 없으니, 악을 써가며 교육해야 하는 현실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위생은 본능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샤워하기, 양치하기, 식사 전 손씻기, 바닥에 떨어진 것 주워먹지 않기, 오래 방치된 음식에 손대지 않기, 남이 먹던 것 절대 먹지않기, 대소변은 지정된 장소에서 처리하기 등등 현대를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예절 중에는 위생이 차지하는 부분이 꽤 큽니다.
가끔 준이가 샤워거부, 양치거부 모드가 강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짐작컨데 이 때는 역시 경기파장이 세게 올라오는 날이라 강한 성에너지의 파급에 따라 전두엽 기능이 마비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쩔 수 없이 거실에서 꼼짝하지 않는 준이에게 억지로라도 양치질을 시킬 수 밖에 없는데요, 경기파장이 인간다운 모습을 얼마나 파괴시키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거울뉴런이 작동하지 못할 때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주관을 갖고 아이를 끌고가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절감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다 극복하려면 피나는 노력과 시간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고생이 많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