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이제 SBS까지 정권의 나팔수를 만들려 하는건가? 문화일보 이신우 논설위원의 칼럼입니다. 이 칼럼을 읽고 너무나 충격적이여 전국의 네티즌과 논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은 게시합니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그만큼 가치중립적이어야 하며 공정성을 생명으로 여겨야한다. 따라서 “좌파적 시각을 확산하고 권력의 편에 선 방송”(정진석 외국어대 명예교수)이 사실이라면 그와 반대편에 서 있는 시청자들의 돈은 받지말아야 순리에 맞다. 그런데도 KBS는 ‘공영성’을 명분으로 전국민에게서 시청료를 거둔다.
필자 역시 시청료를 내는 사람중 하나다. 하지만 KBS는 가능한 한 보지않는다. 어쩌다 보더라도 뉴스나 시사 프로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주로 SBS쪽이다. 시청료를 내면서까지 KBS의 ‘주창’을 듣고 봐야 하는 처지가 억울해서다. 도대체 한국 말고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열린우리당 그리고 참여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들이 현 시국에서 어렵사리 민영방송의 명맥을 유지해가는 SBS에까지 손을 댈 모양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제 더이상 피할 곳도 없다. MBC가 있지 않은가고? MBC 역시 그 방송의 내용은 KBS와 난형난제인 것으로 들리고 비친다.
이들이 SBS에 손을 대는 배경은 간단하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춰 길들이기 위해서다.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은 그들이 추구하는 속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방송은 전파사용권을 허가받은 것일뿐 사유재산이 아니므로 재산상속이나 주식상장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경영진이 아닌 지배주주나 그 가족이 상시 출근해서도 안된다”면서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는 이런 점들이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니나다를까.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14일, 방송위원회가 SBS를 대상으로 재허가기준에 미흡하다며 추가 소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성과 공익성에 심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였다. 하지만 방송위원회를 비롯한 현 집권세력의 행위나 수법을 감상하다 보면 그냥 솔직한건지 아니면 세련되지 못해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인지 당사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공공성이나 공익의 관점에서라면 SBS는 KBS 2TV보다 나은 편이다. 2004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즉 KBS 2TV가 시청률은 물론 자체개발 공영성 지수에서도 4개 주요 채널중 최하위라는게 노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에 대해 “공영성을 희생하면서 시청률도 이렇게 낮다면 채널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탄까지 했다.
그렇다면 방송위원회는 SBS가 아니라 노 의원이 지적한 KBS 2TV를 재허가 심사대상으로 삼아야 논리적으로 맞다. 게다가 공공성을 표방하면서도 철저히 공공성을 잃어버린 다른 TV 채널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런 행태는 방송위원회의 직무유기다. 이쯤되면 방송위원회를 재허가심사 대상으로 삼아야 옳은 일 아닌가.
방송은 재산상속이나 주식상장의 대상이 될 수 없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인가. 전파사용권을 방송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파사용권이 공공재산이라도 전파사용료를 내지 않는가. 김재홍 의원 논리대로라면 각종 주파수는 공유재산인만큼 주파수 대역권을 할당받아 사용하는 이동통신회사들도 재산상속이나 주식상장이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SKT와 LGT도 각오해야 한다. 경영주들은 내일부터 당장 회사에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
공익성을 트집잡는 것은 그렇다쳐도 지배주주나 그 가족이 상시 출근해서도 안된다면 이는 완전히 독재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수준이다. 궁금하면 한번쯤 일본 민영방송들을 감상해보라. 공익성 수준에서 SBS가 한 수 위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감히 민영방송들의 소유권 박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1970년대 초반 유신헌법이 막 등장하던 어느 날, 동아일보 1면 하단에 이런 풍자가 실렸다. “새야 새야 유신새야/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정부와 방송위원회의 ‘SBS 길들이기’에 대입해 2004년판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어떻게 될까.
이신우 / 논설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4/09/22
PS...SBS는 정권의 감시자로 국민의 방송으로 꼭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