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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 |
행복한 눈물
팝이 태동한 1950년대 후반과 그 전성기를 이룬 1960년대는 서구 산업사회의 물질주의 문명이 황금기를 구가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므로 팝아트는 미국적 물질주의 풍조의 반영이며, 근본적 태도에 있어서는 당시의 물질문명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즉 팝아트는 산업사회적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양식의 관점에서는 미술 내적 개념인 변혁의 추구라고 할 수 있는 큐비즘이나 추상미술 등과 같은 모더니즘 운동들과는 다른 차원을 지녔다. ‘팝(pop)’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경향이 있지만 ‘popular’의 약자로 보는 경향이 유력하다. 즉 통속적인 이미지, 일상생활에 범람하는 기성의 이미지에서 제재(題材)를 취했던 이 경향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용어이다. 팝아트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팝 아트는 기존 미술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기 때문에 광고물, 연예인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소재들을 사용하며, 다소 과장된 구성과 강렬한 색채로 답답한 조직사회를 탈출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갈증을 시각적으로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다.
그를 그리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경우 만화의 형식, 주제, 기법 등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값싼 만화가 인쇄되는 제판 과정에서 생기는 망점을 세밀하게 재현해 사물을 확대하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넓은 붓자국을 만화양식으로 변형시켜 대규모의 연작으로 발표하는데 이는 추상표현주의의 과장된 표현방법을 비판하는 의식으로도 해석된다.
리히텐슈타인의 작업 양식은 아주 간결하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색채와 형태를 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선명한 검은색 테두리와 형태들을 메우고 있는 점들이다. 이처럼 리히텐슈타인이 만화에서 이미지를 따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자신의 어린 아들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미키 마우스 책을 보여주며 아빠는 이만큼 그림을 못 그릴 것이라고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하는 바람에 이에 자극을 받은 리히텐슈타인이 이런 경향의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에 빠진 소녀
그의 작품은 마치 신문에 실리는 사진처럼 작은 점들로 채워져 있는데, 리히텐슈타인은 일률적으로 구멍이 뚫어져 있는 판을 사용하여 색점들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일명 ‘벤데이 점(Ben Day Dot)’이라고 부른다. 이 망점은 그가 직접 드로잉하고 채색한 것이 아니라 구멍이 뚫린 판을 사용하여 색점들을 만들어내는 매우 기계적인 작업에 의존 한 것이다.
이번에 유명세를 치룬 ‘행복한 눈물’ 처럼 리히텐슈타인은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미지의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는데, 사실 이 행복한 눈물이라는 테마는 몇 가지 재미있는 분석거리를 제공해준다.
보통은 행복과 눈물은 상반된 개념으로 이해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작가는 이 상반된 개념을 한 작품 속에 표현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작가가 이 작품의 명제를 ‘행복한 눈물(Happy Tears)’로 표기를 했을 때 그림 속 여인이 행복감에 겨워 흘린 눈물이었을 것이다.
크라잉 걸
하지만 현재 이 작품은 그 소장가가 누구였든지 간에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정당한 경로를 통해 소장되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구입한 명화들은 소장가를 잘못 만나 영원히 세상과 등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장 자체가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워 지하 수장고 깊은 곳에 숨겨두곤 해서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이다. 얼마 전 이 작품의 실제 소유주라고 주장하는 서미갤러리 대표가 이 작품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아직도 이 작품에 대한 진짜 소유주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공개된 작품 속 이 여인이 흘리는 눈물이 행복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왜 일까?
한 때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고가의 작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던 이 작품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대기업 비자금 의혹의 축으로 전락한 것이 서러워서는 아닐까? 이유야 어찌됐든 부디 이 작품이 주인을 잘못 만나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 팀장 : 이미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