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담 결렸다’고 말하는 통증이 있는데, 일시적으로 근육이 경직되거나 기혈순환이 막혀 생기는 병증이다. 이러한 경우 주로 견갑골과 등 쪽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옆구리 쪽에 나타나기도 한다.
중종 39년 10월 7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어의들이 중종의 증세에 대해 묻자, 왕이 답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통증이 있던 견갑(肩甲)에 고약을 붙였더니 지금은 조금 낫다. 또 왼쪽 옆구리도 통증이 있으므로 다시 고약을 붙였다. (중략) 중한 증세는 아니다. 문안하지 말라.” 사실 이 처방은 이틀 전에 어의들이 중종에게 아뢰었던 처방이다. 이틀 동안 탕약과 고약을 붙였더니, 견갑골과 등 쪽의 통증이 나아졌으므로, 옆구리의 통증도 마찬가지의 처방으로 치료하겠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실제 가벼운 증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옆구리 통증이 이렇게 가벼운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종 43년 5월 25일의 기록을 보면, 어의들이 고종이 담(痰)에 걸렸다는 증상을 전해 듣고 자세하게 진찰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가 입진(入診)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고종이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므로 입궐할 필요가 없다”는 하명을 내린다. 그러나 사흘 후인 28일의 기록을 보면, 증상이 좀 호전되기는 했지만, 허리와 옆구리가 결리는 증상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하면서, ‘풍화(風火)가 겉으로 발산되는 것이 병의 원인’이라는 얘기를 한다. 다시 말해 단순한 근육이나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 인체 내부에서 일어난 병변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얘기인 것이다.
이어서 어의가 치료법을 얘기하는데, 왕의 나이가 많아 노쇠해진 점과 음식을 조절하고 생활을 조심한다든지 생각을 적게 하고 정신을 기르는 것 등을 언급한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고종의 옆구리 통증이 내상(內傷)에서 비롯된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옆구리 통증을 호소할 때도, 이와 같은 점을 모두 고려해서 진료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다가 옆구리가 결려서 오는 경우는, 당연히 바로 그 부위의 근육이나 늑골 등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특히 골프 등의 운동일 때가 많은데, 한쪽으로 급격하게 스윙을 하다 미세골절이 일어나는 일까지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는 침치료와 교정치료로 많이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옆구리가 아프면서 소변 색깔이 진해지거나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데, 더불어 요로결석의 경우에도 옆구리가 아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우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데, 옆구리나 등 쪽을 촉진하면 자지러지게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옆구리 통증이 사라지는데, 오히려 옆구리 통증을 통해 내부질환의 유무를 추측해볼 수 있는 진단의 지표가 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고종의 경우에도 나이가 많아 노쇠해진 점과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꼭 건협통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몸이 허해진 것이 옆구리 통증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옆구리 통증도 단순한 원인부터 매우 복잡한 원인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사소하게 여겨 병을 키우지 말고 꼭 전문가에게 진찰부터 받기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