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푼 하늘! 초록의 발악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무는 무고 공은 공이다. 하지만 무가 유가 되고 유가 다시 무가 되기도 한다. 다시 모든 게 공이다. 집착을 버려야 한다.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온다. 난 여신처럼 도도하게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물 위를 걷는 도마뱀처럼 헐떡거리며 달린다고 했다.
기괴한 걸음걸이는 이제 내 상징이 되었다. 특허 출현해야겠다. 사실 나 자신이 내걸음을 잘 알지는 못한다. 내 것인데 남들이 더 잘 안다. 얼굴도 내 것인데 나보다 남들이 더 자주 보고 평가한다. 워낙 빨리 걸어서 짧은 다리가 컴퍼스처럼 길게 보인다고도 한다.
혹자는 나를 수레를 막는 팔 벌린 사마귀 당랑거철(螳螂拒轍)처럼 언제든 허그에 허기진 자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모든 게 정이 떨어지고 재미 없어지고 고통스러워질 때, 그냥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내가 국과수 시체실에 누워 발가락에 번호표를 단 제인 도(Jane doe)처럼 보일 때
그냥 이유 없이 노상에서 맞아죽은 무명녀 처럼 느껴질 때
질척하게 남은 마지막 찌꺼기 같은 욕망마저
전자레인지 속에 유성처럼 타버린 한 줌의 냉동밥처럼 느껴질 때
죽이고 싶은 자들이 자꾸 부활해 나를 괴롭힐 때
TMI라고 말을 잘라버리는 희망도 꿈도 모르는 이과 남자랑 살 때
언제든 다시 버릴 수 있는 작은 꿈이라도 찾고 싶을 때
정신과 의사마저 아니라고 소리치고 병동에 처넣고 싶어지는 욕망이 찾아올 때
거침없이 지르고 책임에 대한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싶을 때
설암 수술을 받고 입이 귀까지 찢어진 지인이랑 밥을 먹을 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이해하는척하며 배려라고 과감하게 단정 지을 때
그녀의 삐뚤어진 웃음을 보면서 남의 일이라 다행이라 자위할 때
갈기 갈기 찢어 삼키고 싶은 신과의 피의 계약서를 대신해
말년의 양식서를 써야 하는 결정의 때
블루 마우스(Jellyfish) 보다 강한 돈독 오른 의사의 협상 아닌 통보를 받을 때
시인들이 왜 고통에서 피어난 피의 꽃으로 만든 자인지를 깨닫는 순간이 올 때
하루살이들이 마지막 짝짓기를 끝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처럼 bye bye를 하며 양육비도 청구하지 않고 쿨하게 헤어질 때
허공의 구름을 뭉개서 연기를 뿜는 근육질의 우람한 기차를 만들 때
궤도에서 벗어나 일탈하는 인공위성처럼 우주 쓰레기로 남을 때
텅 빈 집에서 홀로 번뇌한다. 사바나를 가로질러 달리는 기린이 된다. 물소가 된다. 사자의 눈치를 살피는 하이에나가 된다. 철학자들의 우울증이 주제넘은 두통이 링거가 된다. 삶은 기약 없는 이별 편지들로 침몰한다.
무는 유다. 유도 무다. 차안이 피안이다. 너바나(열반, Nirvana)가 사바나(Savanna) 가 된다.
나를 위한 치유의 글, 이 글을 읽는 내내, 당신도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