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차 산행(5/18) 충북 단양 <수리봉(1,019m)-황정산(黃庭山, 959m)> 산행
[산행코스]☞ 윗점-수리봉(1,019m)-용아릉-신선봉-삼거리-남봉→기차바위-황정산(959m)-
안내판삼거리-낙엽송숲 (오후 4:30) ↳ 석굴-전망바위-빗재(4:00)
* [프롤로그-오월의 산행]—온천지,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때…
☆… 신록(新綠)의 넘실거리는 오월(五月)이다. 사월의 봄꽃이 화사하게 주변을 눈부시게 하더니, 어느새 꽃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산야는 ‘초록초록’ 새로운 생명의 기운으로 넘실거리고 있다. 사실 지난 4월의 국민적 비극이 된 세월호 참사는 잊을 수 없는, 또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4월 16일, 그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국민들은 비탄과 분노에 빠지고, 희생당한 사람들의 그 마지막 아픔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재앙 같은 부모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지금도 온 나라가 ‘노란 리본’으로 한마음 사랑과 애도를 바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조문 행렬만큼이나 마음의 끈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꽃들은 아프게 지고 우리들은 그들이 다하지 못한 아픔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다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어제 5월 19일 오전,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귀한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의 초췌한 얼굴에 흘러내리는 두 줄기의 눈물, 나라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국민을 안전하게 살도록 해야 할 임무를 가진 책임자로서 그 힘겨운 고뇌가 묻어나왔다. 이제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결집하여 문제점은 철저하게 규명하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유형무형의 모든 국가적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도 잘못된 관행과 안일한 의식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 [오늘의 산행 : 수리봉-황정산 암릉]—백두대간에서 치고나온 도도한 산줄기
☆… 오늘은 단양군에 소재한 수리봉-황정산을 산행지로 잡았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예천군 상리면 경계를 이루는 저수령에서 서진하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벌재’에 이르기 전 살짝 들어 올린 산이 옥녀봉(1,076m)이다. 이 옥녀봉에서 백두대간을 이탈하여 북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산줄기가 있다. 이 산줄기가 장구재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선미봉(1,080m)으로 솟아오른 다음, 계속 북서로 내달리며 아름다운 암봉으로 이어진 산이 수리봉(1,019m)과 황정상(959m)이다. 수리봉 정상 너머 북으로 험준한 암릉은 곧이어 펼쳐진 아름다운 산세와 설악산 용아장성을 옮겨다놓은 것 같은 경치가 일품이다. 산의 능선에 서면 월악산국립공원도 한눈에 들어오고, 장엄한 소백산 연봉이 이어진다. 단양 수리봉-신선봉(985m)-영인봉(824m)-황정산 능선은 한국 산수의 전형을 보여주는 산줄기다. 단양과 제천 일원의 산봉이 빠짐없이 바라보이는 뛰어난 조망에다 능선 곳곳에 암봉이 솟구치고, 몸을 제멋대로 뒤튼 낙락장송이 바위벼랑에서 그 기품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 수리봉-신선봉 능선은 설악의 암릉 하나를 떼어놓은 듯한 절경을 이루어 ‘수리봉 용아릉’이라 일컬어진다.
* [산으로 가는 길]—청산에서 심신을 가다듬고 관용(寬容)의 삶을 지향하는…
☆… 오전 7시 45분 서울 군자역을 출발했다. 날씨는 화창했다. 오월 특유의 신선한 바람결이 살가운 아침이다. 오늘은 29명의 대원이 참가했다. 우리의 초록버스(분당항공여행사)는 중부선과 중앙선의 고속도로를 타고 질주했다. 차는 많은 정체되지는 않았다. 오늘은 시모상을 당한 꽃구름 부회장이 부군과 함께 나와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오늘 장 회장이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아, 호산아 고문이 인사말을 했다. ‘… 근래 나라 사정이 너무 무겁고 어려워 국민정서가 패닉상태에 빠진 듯한 이때, 오늘 오월의 신선한 산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의 모든 이에게 좀더 서로 관용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강조했다.
치악휴게소에서 바라본 치악산의 산줄기
☆… 중앙고속도로 치악산 휴게소는 우리나라 휴게소 중에서 공기가 가장 맑은 휴게소 중의 하나이다. 붐비는 문막에서 쉬지 않고 치악에서 휴식을 취했다. 평소에 비교적 한가하던 휴게소가 화장실에 긴 줄이 이어진 만큼 오늘은 많이 붐볐다. 한적한 중앙선을 내달려 단양I.C에서 내려 59번 국도에 들어서서, 사인암 지나서 산곡도로로 접어들었다. 오른쪽에는 도락산, 왼쪽이 황정산이 솟아있는 빗재룰 넘어가는 길인데 방곡삼거리에서 다시 59번 국도를 만났다. 이 국도는 백두대간 벌재를 넘어 경상북도 동로면으로 이어지는 도로이다. 산행들머리는 방곡도예전시관을 지나 ‘오목내’ 삼거리에서 저수령으로 넘어가는 ‘도예로’를 따라가는 길목인 ‘윗점’이었다. 햇살은 화사하고 공기는 신선하고 청정했다.
산행 들머리 : 도예로(방곡리-저수령-예천)의 윗점
* [연둣빛 신록이 넘실거리는 산]—그래서 산(山)은 모든 생명(生命)의 원천이다.
☆… 오전 10시 35분, 산의 들머리 '윗점'에서 대원 전체 사진을 찍고 산행에 돌입했다. 오늘 산행은 승조 김화영 대장이 선두에서 서고, 핸드폰 김의락 총무님이 중간에서 간격을 조절한고, 후미는 지평 민창우 대장이 수습해 오기로 했다. 모두 무전기를 휴대하고 있어 수시로 상호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산은 처음부터 오름길이었다. 그러나 산길은 비교적 완만하고 쾌적한 흙길로 시작되었다. 한참 오르다 앞은 바라보니 아득한 바위산(수리봉)이 위압적으로 버티고 서 있는데 산록은 온통 연둣빛 신록이 피어나서 촉촉한 생명의 기운이 더했다. 그렇다. 산은 언제나 우리의 생명이다. 가파른 경사진 면을 치고 오르니 문득 암봉이 나타나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파른 바윗길에는 안전 자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게 서서히 오르막을 오르니 능선에 이르고 시야가 열리니 동쪽으로는 저수령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수리봉
* [대슬라브를 오르는 짜릿함]—화창하게 열린 오월의 산(山)
☆… 오전 11시 5분, 수리봉을 오르는 길목의 대슬라브 암반에 도착했다. 슬라브는 그리 경사가 급하지 않아 많은 대원들이 그대로 리치등반하듯이 치고 올랐다. 그 오른쪽 소나무 아래에는 철봉으로 안전시설을 만들어 놓아서 비가 올 때에는 그리로 이용할 수도 있다. 슬라브 암반 위에 올라서니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산곡과 그 주변의 산군들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동남쪽에서 서쪽으로 장대하게 이어지는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백두대간이다. 남쪽의 맞은편에 우뚝 솟은 산이 문복대(1,074m), 그 오른쪽의 한 줄기 도로(59번 국도)가 넘어가는 안부가 벌재,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황장산(1,077m), 대미산(1,100m) 등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군(山群)들이 포진하고 있다. 슬라브는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 대원들이 여유 있게 오르면 스냅 사진을 찍기도 했다.
* [숲 속에 피어있는 연분홍 철쭉꽃]—미소인 듯 은은한 정취(情趣)…
☆… 그리고 이어지는 길은 신록의 숲길, 신선한 오월의 바람결이 더운 이마를 씻어준다. 다시 바위 위에 올라앉았다. 저 남쪽의 산곡도로가 휘어져 지나가고 맑은 풍광이 가슴을 열어준다. 오르막 산길 곳곳에 장대한 낙락장송이 수많은 세월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산야를 뒤덮은 신록의 연둣빛이 신선한데, 그 숲속에 수줍은 듯 곱게 핀 철쭉꽃이 은은한 질감으로 다가와 가슴을 물들인다. 소백산-연화봉-죽령-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높은 고도에는 이맘때 철 늦은 연분홍 철쭉이 만개하여 길손의 정감을 그윽하게 한다. 오늘 수리봉 오르는 산길에도 그 고운 철쭉이 신록 속에서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참의 오름길은 계속되었다. 신록의 숲이 신선하고 연분홍 철쭉의 은은한 정취가 좋다.
* [수리봉 정상에서]—도락산의 장엄한 산채
☆… 오전 11시 45분, 수리봉 정상(1,019m)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따르면 산행들머리 윗점에 1.34km 올라온 지점이다. 다음 등산의 포인트인 신선봉(985m)까지는 430m를 더 가야한다.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여럿이 혹은 개인별로 인증샷을 누르고 잠시 머물다가 산행을 계속했다. 승조 대장의 선두는 이미 지나가고,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산길 주위는 철쭉꽃이 만발하여 그 맑은 기운에 지루한 줄 몰랐다. 그렇게 숲길을 걷다가 문득 시야가 열려 앞을 바라보니 서쪽으로 천인단애의 절벽이 있는 산봉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신선봉이다. 그리고 능선 길에서 시야가 확 열리니 서쪽 건너편에 우람한 산채가 눈에 들어왔다. 도락산(道樂山)이다. 우리 산악회에서 6년 전에 오른 산이다. 선암계곡길(59번 도로)과 빗재 넘어가는 지방도로 사이 있는 도락산(964.4m)은 암봉과 낙락장송이 어우러진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 [아슬아슬, 절묘한 ‘용아릉’ 암릉 길]—위험과 스릴이 있는…
☆… 수리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암릉 길, 가파른 바위를 오르고 험난한 벼랑을 타고 내리는 길이 연속되었다. 바로 오늘 산행의 중요 포인트인 ‘용아릉’ 암릉 구간이다. 위험한 구간에는 철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아서 그리 위험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암릉 길은 스릴이 있지만 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암봉의 절벽 위에 까만 오석(烏石)으로 된 돌판이 하나 있다. 작은 바위에 시멘트로 접착해 놓았다. ‘… 황정에서 너는 산이 되었구나 / 사랑한다 천일아 / 2005.5.29’ … 이곳에서 조난을 당한 친구를 추모하는 동료 산악인들이 세운 작은 비석이었다.
☆… 앞에 보이는 신선봉은 바위를 타고 가파르게 내려가서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는 산세(山勢)였다. 실제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험하고 가파른 암봉길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냥 바위를 통과할 수 없는 곳에서는 견고한 철제 계단을 시설해 놓았다, 그렇게 암벽의 모퉁이를 돌아가면 다시 바위의 측면을 붙어서 지나가는 난(難) 코스도 있다. 바위에 철제 와이어를 박아놓기는 했지만 발 놓을 자리가 쉽지 않는 매우 위험한 구간이다. 앞서 보았던 추모비의 주인공은 이곳 어디쯤에 조난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신선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암봉을 타고 오르는 구간이 이어졌다. 앞을 올려다보면 신선봉 산정의 바위가 아득하게 보인다. 막바지 가파른 바윗길에는 쇠줄이 박혀 있었다.
* [오월의 햇살이 내리는 숲 속]— 즐거운 점심식사
☆… 낮 12시 20분, 신선봉 정상 바로 아래에 도착했다. 숲 속의 너른 자리가 있어 승조 대장이 점심식사를 할 장소를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후미의 지평 대장 부부도 도착했다. 햇살이 성가시지 않는 숲속에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따라 지평대장이 며칠 전 강원도에 가서 채취해온 곰취로 만들어온 곰취쌈밥을 풀어놓았다. 그 중 하나를 권하기에 먹어보니 그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자연산 곰취의 그 진한 향기가 아주 독특한 맛은 내는 것이었다. 자연의 맛은 그냥 그것 자체가 순수하다. 오늘도 꽁지 사장이 가져온 홍어회는 인기를 누렸다. 김 총무가 멍게젖을 찾았으나 오늘 꽁지는 준비해 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맑은 바람, 화사한 햇살, 가지고 온 음식을 내어놓고 다함께 나누어 먹는 즐거움, 거기에 따뜻한 우정이 흐른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