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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장 신철 교수가 연구실에서 기타를 연주해 보이고 있다./고대 안산병원 제공
"진료실서 잠깐 연주했을 뿐인데
정식 공연까지 하게 됐죠"
고교 때 음악에 빠져미 8군서 밴드 활동…
의사되고 기타 10대 장만
21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1동 고려대 안산병원 별관 1층의 인간유전체연구소장실. 외국 전문서적들이 들어찬 책장 옆에 전자기타 2대와 앰프가 놓여 있었다. 출입문 옆에는 길이 1.5m쯤 되는 검은색 기타 케이스 2개가, 소파 옆에는 통기타가 눈에 띄었다.
이 방의 주인인 신철(52) 교수가 전자기타를 들고 재즈곡 'All Blues'의 한 소절을 연주해 보였다. 책상 위 모니터에는 동영상 검색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에서 찾은 재즈 기타리스트 덕 먼로(Munro)의 연주 동영상이 떠있었다. "정식으로 기타를 배운 적이 없어 여전히 악보를 보는 것보다 듣고 따라 연주하는 쪽이 편하다"는 그는 "연구실에서 혼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를 맞춰 놓고 영상을 보며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22일 오후 7시 경기도 부천시 상동 '뮤지엄만화규장각'에서 열리는 '해피툰 크리스마스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서울재즈소사이어티 오케스트라 연주의 협연자 자격이다.
"세 달쯤 전, 서울재즈소사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숭실대 김성관 교수님이 코골이 때문에 진료를 받으러 오셨어요. 연구실에 들러 기타를 보더니 깜짝 놀라시더군요. 연주를 잠깐 들으시더니 다음에 같이 연주하자고 제의해 이번에 정식 공연까지 하게 됐죠."
고려대 안산병원의 수면호흡장애센터장이기도 한 신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면장애 전문가다. 최근에는 자는 동안 누운 사람의 자세를 자동으로 바꿔 코골이를 줄여 주는 매트리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지미 헨드릭스(Hendrix)의 음악에 매료돼 기타에 빠져들었죠. 3학년 때는 미 8군에서 B급 밴드로 연주를 하기도 했어요." 그는 "미 8군에서 밴드 오디션을 보기도 했는데, 신중현밴드 같은 데는 A급, 우리는 B급이었다"며 "당시 B급 밴드 월급이 25만원쯤 됐는데, A급 밴드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B급 밴드 월급으로는 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누나(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를 따라 유학 길에 오르기도 했으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1983년 고려대 의대에 편입했다.
그가 가진 기타만 전자기타와 통기타를 합쳐 10대다. 연구실에 5대, 집에 5대를 두고 연습을 한다. 2005년 기타를 다시 치기 시작한 이후 기타 값만 3000만원쯤 들었다. 오전 7시 연구실 문을 열면 먼저 기타를 잡고 1시간 동안 선율을 맞춘다. 환자 보고 세미나 참석하면서 짬짬이 시간을 내 매일 2∼3시간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무대에 오르면 음악 말고 다른 생각이 안 나서 좋아요.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라 설레네요.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