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들 안녕하셨는지요, 대숲임다.
요것을 포근하다고 해얄지, 덜 춥다고 해얄지 모르는 따순 가을날, 잘 견뎌내고 계십니까.
네번째 수업이 지난 지도 어언 2주가 넘었군요.
지난달과 요번달 날짜가 워째 그렇슴다. 그래서 3주 텀이 된 건 아시지요잉.
그렇다고 지난 수업 보고를 아니할 수는 없는 노릇.
단풍 물든 피아골 걷기, 못 하신 분들과 함께 나누고 가려 합니다.
이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코스였슴다.
원래, 이 버스는 아니고요, 성삼재행 버스를 타야 되는디, 비가 오고 길이 미끄러워서 임걸령~피아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바꿔 곧바로 피아골로 가는 버스를 탔습져. 구례의 부락들을 연결하는 군내버스의 풍경임다.
우리 걷기반의 첫 수업장소였던 오봉산이 보이심까?
오봉산자락에도 은근슬쩍 단풍이 내려오고 있등마요.
논에는 누런 나락들이 황금들판을 이루고 있고요.
피아골로 달려가는 군내버스 옆으로 가을빛 깊어가는 섬진강도 따라 흐르네요.
연곡사에서 버스를 내려 함태식 선생을 뵈었슴다. 우종수 선생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등반대 겸 산악구조대인 연하반을 만드신 분, 노고단과 피아골 대피소에서 30년 넘게 살아오신 '지리산 호랑이'. 그가 이제 지리산을 떠나심다. 음... ...
세대차가 확 나브네요잉. 핸펀을 들여다보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 호호호~
연곡사에서 직전마을로 오르는 길목임다. 음... 웬지 독수리 5형제의 포스가 느껴진다능...
연곡사 단풍길에 비 온 뒤의 정갈함과 고즈넉함이 서려 있군요.
오늘의 청강생, 술사랑님 되겠심미다. 구례터미널에서 잎새주를 한 병씩 노놔 주셨고요, 에또... 잎새주엔 Maple 시럽이 들어간다니, 그는 피아골에 도착하기도 전에 단풍에 취하기 시작했었던 게지요.
개인사정으로 포항에 다녀온 재영님의 스피디한 걸음.
실은, 이 날 사진들이 거의 흔들렸으요. 이른바 'Hand-held' 촬영기법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요런 사진들이 이른바 핸드 헬드 되겄심다요. 거칠고 투박하지만 속도감있는 영상, 바로 그것입져. ㅎㅎ~
피밭골로 치고 오르는 구간, 가을빛 완연한 길을 이미 단풍에 취하기 시작한 사내가 터벅터벅 오르고 있군여.
핸드 헬드의 끝을 보여주는군여. 실은 이 날, 올리비아님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함다.
다른 이들에게 핸펀을 수없이 들이대는 그녀지만, 카메라가 의식되면 왠지 휘~리릭.
그래서 요렇게 같이 걸어감시롱... 요건 몰랐을 거임다. 흐흐흐~ ^ ^*
어떤 이는, 아 글쎄, 가을 단풍길 위에서 옛 은사님을 만났군여.
오랜 세월 끝에도 잊혀지지 않은, 두 손 따숩게 맞잡은 그 인연, 참 보기 좋았슴다.
직전마을 끝자락에서 내려다본 피아골 초입임다.
지리의 종주능선에서 피아골로 하산하는 이라면, 엄청 반가워할 첫 마을 되겄슴다.
표고막터를 지나, 본격적으로 피아골로 오르는 발걸음.
자, 저 발걸음의 주인은 누...굴까요? 한 번 '형사 콜롬보'에 도전들 해 보셈.
그런 '미드'가 있었습져. 아, 그의 꼬깃꼬깃한 바바리 코트가 그립군여. 항시 피워대던 그 망할 씨거 연기...
자, 저 파란모자를 쓴 이는 또 뉘실까여? 크크크...모두 피아골 계곡에 빠져 오르기 시작...
피아골을 오릅니다, 수직적인 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녀도.
"니는 피죽도 못 묵어봤냐?"
라고 할 때의 그 '피'가 많았던 피밭골이라는 말씀이군여.
아직은 철 이른 초입을 거쳐...
삼홍소에 도착했습져. 삼홍이 왜 삼홍인지는 해설판 참조하시고요잉...
삼홍교 위에서 찰칵!
허허~ 우리의 젊은 피, 김반장 눈가에도 세월의 흔적이 자글자글 허구마요. ㅋㅋ (쏘리쏘리...)
음...정말 사람 얼굴도 붉게 보이는 삼홍소구만요. 붉은 색 후드티 때문만은 아닐 거임다.
"너희가 단풍을 아느뇨?" 라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가 아니고요,
'스스로를 비워내는 지혜'라고 말하겠어요.
아, 퍼런 이파리가 삘겋게 물드는 거이 단풍이제,
단풍이 머 별 거시여? 라고 말씀하신다면,
모르는 말씀 허덜덜 마시라고,
수만년 지구에 적응해 온 식물들의
엄청난 지혜가 단풍에 담겨 있노라고 말씀드림다.
햇빛도 부족하고 기온은 떨어지는 겨울,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진대사에 필요치 않고 표면적이 넓어 에너지 소모가 심한 잎들을 떨궈내는 거임다.
스스로를 비우고 떨궈냄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준비하고 더 나은 미래를 튼실히 준비하는 지혜, 그것이 단풍 되겄심다요.
우리네 사람들은 얼마나 더 비우고 비워야
저 나무들을 닮아갈 수 있을지요. 아니, 정말 닮아갈 수는 있는 것일지요.
어머, 진짜? 라고 물으시는 듯한 재영님.
아프신 어머님을 따숩게 돌본 그 마음, 발그래한 그 마음도 단풍빛을 닮았겄지요.
문수골 민박집엔 이제 인터넷이 잘 뜨고 있는지, 아님 새 거처를 정하신 건지...
삼홍소보다 윗쪽인 구례포교의 단풍이 절정임다.
이런저런 권위 내세우지 않고 항시 소탈하게 살아온 사내의 얼굴에서 붉디 붉은 단풍냄새가 납니다.
단풍이 어디 따로 있는 거임까. 사람도 때론, 단풍임다.
본인은 아마 모를 거임다.
무엇에 집중할 때, 뉘보다 찐한 빛, 붉은 애기단풍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말이져.
아는 사람은 알 거임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입매 뒤에 숨겨진, 해맑게 빛나는 붉은 빛깔을.
우리는 잘 모름다.
그가 왜 악양 골짜기에서 길냥이들을 보살피고 있는지를. 더 깊은 골짜기로 올라가 살 수도 있다고 늘 말하는지를.
그러나 어렴풋이 느낍니다. (풀)이라는 그의 닉처럼, 낮은 곳으로 떨어져 다시 자양분이 되는 잎들처럼, 그의 심장도 단풍을 닮아 있으리라는 것을 말이져.
이 분은, 잘 분간이 안 되네여. 머시 사람이고 머시가 단풍인지. 캬캬캬~ (읽는 님들, 죄송함다. 조큽니다, 조크~~)
구례읍내, 그녀가 내어주는 커피잔에선 늘 콩닥콩닥 하하호호 사그락사그락 밝은 웃음이 쏟아질 듯도 합지여.
무얼 그리 관조하시나이까.
피아골까지 달려와서도, 내려놓지 못하는 그 긴장은 어인 이유입니까.
배가 고프신 거임까. 대피소 가믄 아~멘, 아니고 따끈따끈한 라멘이 기다리고 있다고 이르지 않았슴까.
그려, 속는 셈 치고, 또 올라가자.
단풍을 위하여, 이 가을을 위하여,
3대의 선업을 쌓아야 묵을 수 있다는, 아! 그 환상적으루다가 맛나다는 바로 그 대피소 라면을 위하여~
잎새주의 마력이 서서히 물러갈 즈음, 그 역시 이래저래 추월당하고.
그려 가세, 라면 묵으러, 빨리 올라가 보세. 특히, 국물은 제발 쫌 남겨주시게나...
이 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싱마요.
이 쯤 되신 분의 귀엔, 이런 게송이 아련히 들려옵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라면승아제 김치사바하(가자 가자 저 높은 곳, 라면과 김치가 있는 곳으로)!
저거이 단풍이냐, 라면이냐.
가도가도 눈에 밟히는, 왓따, 징글징글허요, 그 단풍.
이제 서서히 촛점을 잃어가는 한 분.
이 철계단만 넘어가믄 대피소라는 대숲의 세번째 말에 쉬크한 무표정으로 응대하시는 중...
정말 요 계단만 넘어서믄 대피손가요? 라면이 기다리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옆집아제 뒷집아제... 아, 환청이 이런 것이란 말가.
아! 저거이 무언가. 대피손가.휴게손가...
할렐루야!! 드뎌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했슴다.
맛난 라면과 점심밥 풍경은 올리비아님 후기 참고하시고요...
기력을 되찾은 술사랑님, 기냥 내려갈 수는 없심다.
일필휘지, 하도 빨라서 휘갈겨 써내려가는 그의 筆劍을 본 이가 없을 정도라는 후문임다...
오호~ 저 아자씨, 뭣 쪼까 쓸 줄 아시네...
淸澗有聲玉(청간유성옥) 맑은 계곡물이 옥소리를 내니
聲聲洗客心(성성세객심) 소리소리 나그네 마음을 씻어주네
秋天不覺暮(추천불각모) 가을하늘 해 저무는 줄 몰랐는데
山月照楓林(산월조풍림) 산 위에 뜬 달은 단풍숲을 비추네.
이제 다시 돌아갑니다.
라면도 묵었고 하니, 에~또, 이젠 거 머시냐 파전 묵으러 내려 갑니다.
아름다운 길 걷기반의 네 번째 인증샷.
얼굴 크게 나온다며 상체를 뒤로 젖힌 올리비아님과
단풍에 젖어 취생몽사, 여기가 어드메뇨 신선이 되신 술사랑님과
오늘 수업이 젤 좋았다며 유쾌해 하신 재영님.
삼홍소까지 기어이 찾아와 주신 깊은강님과
늘 밝은 미소로 사람을 환하게 해주는 김반장님과
허허실실,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풀)님.
피아골에서 함께 누렸던 이 날 단풍이 님들의 가슴에 오래토록 남아 있기를.
먼 훗날, 아련히 살아온 길 되돌아 볼 적에
붉은 빛 한 장, 잠시나마 꺼내어들고 추억에 잠길 수 있게 되기를...
이상, 단풍 유람기, 구례에서 걷기반의 대숲이었슴다. ^ ^*
첫댓글 함께 다녀온듯 합니다
언제나 유쾌한 글 감솨~~
'함께다녀온듯不如함께다녀옴'입져. ㅎㅎ~ ^ ^*
오래 오래 기억될 단풍길 추억입니다.. ^^ 고맙습니다 함께 걷는 모든분들께!! ^^*
그시간들이 그립습니다
바로 얼마전이었는데 마치 먼 어느날 같습니다...
아~~살을 빼야해~~ ㅠㅠ
왜요? -_- ;;
단풍도, 단풍에 취한(?)모습도 아름답습니다.^^*
Kusobi님도, 단풍빛에 취하시면 아름다울 터인데 말임다. ㅎㅎ~ ^ ^*
직장일로 못다녀온 슬픔을 피아골 단풍축제때에 가서 마음껏 누렸습니다. 삼홍소의 붉은단풍과 무명가수들의 노래소리가 산천을 울리더이다. 선상님 멋져부러요.
청산님, 발목은 좀 어떠신지요. 기브스까지 하셨다니 걱정이네요.
빨리 완쾌되시길 지리산의 노고할매님께 빌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