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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모임의 좋은책읽기…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 ||||||
김흔정/정산중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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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선생님의 권위도 대단했다. 철없던 어린 학생은 선생님께 칭찬도 듣고 싶었지만, 외모와 배경에서 밀렸다. 우리 반엔 얼굴 예쁘고 집안 넉넉하며 공부도 제법 하는 여학생이 세 명 정도 있었다. 선생님은 늘 세 명에게만 책 읽을 기회를 줬다. 다른 학생 모두 불만이었지만, 절대적인 권력에 뒤에서 투덜거릴 뿐이었다. 어느 날 용감한 여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선생님, 왜 쟤네들만 시키나요? 저희도 책 읽을 수 있어요.” 용기와 불만으로 가득 찬 큰 목소리로 선생님께 반항했다. “니들이 수업 태도가 좋으면 시키지 왜 안 시키겠냐! 왜 너도 읽고 싶으냐? 그럼 한 번 읽어봐라.” 한참 고민하던 여학생은 벌떡 일어나 책을 읽었다. ‘그만’이라는 지시도 듣지 않았다. 읽고 싶은 만큼 읽고는 책을 탁 덮었다. 짧은 순간 ‘우와’ 하는 친구들의 지지가 들렸지만, 후환이 두려웠던 여학생은 귀도 멀고 눈도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이후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책 읽을 기회를 주는 등 조금 변했다. 몇 가지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내 어린 시절이다. 자존심은 ‘일반적으로 남에게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남에게 받아들여지고, 자기를 높이 평가하려는 감정 또는 태도’라고 풀이돼 있지만, 대개는 단순히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자존심은 나를 남들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힘, 내가 다른 사람에게 굽히지 않아도 되는 능력이라고, 어떤 측면에서든 우위에 설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라고 나는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다면적인 인간관계에서, 자존심의 진정한 의미를 때론 나를 중심으로 좁게, 때론 우리를 중심으로 넓게 보여준 렌즈 같았다. 진중권 교수의 ‘자존심의 존재미학’은 나의 개인적 자존심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는다.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배려이며 인정이라고 했다. 자기에 대한 존중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보헤미안처럼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조직 속에서 실타래처럼 얽혀 돌아가는 나를 찾아보았다. 정태인 교수의 ‘한미 FTA와 마지막 자존심’을 읽으면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당연히 그 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연관된 일인데 왜 나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행동으로 실천은 못하더라도 타인의 행동을 이해는 하고 있어야 했는데,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었던 나를 발견한 순간의 부끄러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희진 교수의 ‘누구의 자존심? 자존심의 경합’을 읽으면서는 내내 무릎을 쳤다. 오감을 통해 체험하는 매 순간의 느낌이 살아있는 멋진 이야기에 속이 뻥 뚫렸다. 자존심은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맥락 속에서만 존재하는 관계의 말이며, 권력은 누구한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반박하고 싶었지만 얕은 지식으로 늘 전전긍긍하던 가려운 데를 쏙쏙 골라 논리적으로 긁어주는 시원한 말들을 머릿속에 새기고 또 새겼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에게 무서움을 무릅쓰고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시절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용기의 발로였던 것 같다. 그 후 친구들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시간 이후 퇴색한 나의 자존심을 이제는 되찾아야 한다고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첫댓글 흔정샘 글 잘 읽었어요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그리고 지난번에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쓴 글을 내가 신문에서 읽고 올라왔나하고 찾아보니 없어서 못올렸어요 잘 읽었는데 혹시 샘이 써 두셨던 거 올려주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