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초가집(고카야마合掌村을 돌아보고) 소운/박목철
나이가 들면 여행도 고달픈 법이다. 특히 가고 오고의 번잡함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웃 일본 만 해도 국제공항이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천공항 한곳에 집중해 놓은 탓에
비행기 타기까지의 과정이 지겹게 마련이다. 군소 항공사는 탑승구도 구석에 있어 걷는 거리도 만만치
않고 자기부상 열차를 타기까지 해야 하는 수고를 거치고 나면, 떠나기도 전에 진이 빠지게 된다.
손주 녀석이 공룡을 하도 좋아해 일본 가나자와에 있는 후쿠이(福井) 공용 박물관을 또 찾게 되었다.
대 도시도 아닌 곳에 잘 갖춰진 공룡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에서 일본의 문화적 저력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공룡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서식지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면에서는
일본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손주 녀석은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연신 공룡 이름을
외워 대지만, 어른들이 대게 그렇듯 공룡 이름은 그게 그거 같아서 무슨 무슨-사우로스로 뒷 사우르스
외에는 기억하기가 매우 어려워 공룡들 매개로 손주와의 공감대를 만들기는 난망한 노릇이다.
* 후쿠이 공용 박물관은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릴만한 곳이다.


공룡박물관 관람 외에 일정은 일본 전통마을을 돌아보는 것으로 짜여 있어 손주 입장에서는 할배을 위한
일정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박물관 휴게실에 앉아 유튜브를 보며 손주를 기다렸다.
이번 여행에서는 시라카와 고(白川鄕) 인근, 주민이 거주하는 전통 마을(고카야마合掌村)을 돌아보기로 했다.
흔히 크리스마스 마을이라고 불리는 시라카와 고는 몇 차례 찾은 적이 있는 곳으로 몇 번을 찾아도 전통이
잘 보존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매력 있는 관광지이다. 특히 이곳을 포함하여 인근 지방은 갓쇼츠쿠리라는
독특한 구조의 일본 가옥이 산재해 있어 이번 기회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작정하였다.
일본은 목조 건축술이 매우 발달한 나라인데 갓쇼츠크리는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귀족층의 목조
주택과는 달리 커다란 나무 기둥을 人자로 맞대 새끼로 얽어맨 단순한 구조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아주 우수한
삼각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상당한 규모의 건축도 가능하고 지진에도 강한 내진성을 갖춘 합리적인
가옥 형태라 할 수있다.
갓쇼츠쿠리는 내부에 여러 층을 구성할 수 있어 에도 시대 성행하던 양잠을 위한 선반을 만들어 누에를
기르기도 했다. 일반적인 목조 건물은 목재끼리의 맞춤이 아주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갓쇼츠크리는 단순한
구조이며, 목재 연결을 위해 못이나 철물을 사용하지 않고 새끼로 동여매는 그런 구조이다.
지붕의 경사가 심해 누수의 염려도 없고 눈이 쌓여 하중을 받을 일도 없어 적설량이 많은 산간 지방에서
널리 분포되어 있다. 목재와 억새, 새끼 줄 만 있으면 건축이 가능한 구조이지만 단순 노동력은 많이 요구되는
관계로 유이(結)라는 공동체를 통해서 서로 협력하여 품앗이 형태로 가옥을 짓거나 수리한다고 한다.
* 인근 시라카와 고와 함께 갓쇼츠크리 가옥을 볼 수 있는 곳이 고카야먀 합장촌이다. (가옥 외형이 합장하는 손의 모양)

* 눈이 많은 지역이라 지붕의 경사가 가파르다. 나무를 합장하듯 마주해 밧줄로 동여매는 형태이다.

* 내부는 3층 이상의 형태로 당시 유행하던 양잠의 누에 선반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상당한 규모의 건물도 많았다.

일본 문화재인 목조 건물을 돌아보면 그 규모가 상당히 큰 것에 놀라게 된다.
갓쇼 츠크리도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이 눈길을 끌었다. 층수로는 3층, 혹은 그보다 큰 것도 있었다.
일본 건물의 특징은 가로의 길이도 길지만, 세로의 폭도 상당하다는 것이 우리의 건축물과 다른 점이다.
웬만한 건물의 크기를 가늠해 보니 가로 세로가 수십 보에 이르는 건물도 상당히 많았다.
우리나라 주거용 건물의 측면, 세로 쪽은 15자(4.5m) 정도를 넘는 건물이 드물정도로 거의가 폭이 좁다.
민속촌의 대가(99간)나 운현궁, 궐의 침전 등도 세로 폭은 방 하나의 폭이 건물의 폭인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의 전통 가옥은 정면으로나 측면으로나 방 여럿을 연결한 상당한 규모의 건축물이 흔하다.
일본과 우리의 전통 가옥을 규모 면에서 단순 비교하면 우리 것이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연환경과
생활 습관에 따른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우열이 있을 수 없다.
일본은 난방 방법이 우리와 다르고, 그런 다름이 건물의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원인 이기도 하다.
우리는 온돌이 난방 방법이지만, 일본은 후다츠라는 빈약한 난방에 의존하며 대신 다다미를 깔아 냉기를
차단하고 여름철 습기에 대처한다. 다다미는 규격화되어 있어 2장을 합치면 정확하게 1평이 된다.
모든 방은 다다미 몇 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로 크기를 결정한다. 다다미를 깔려면 각(角)도 정확해야 하고
공간의 크기도 정확해야 한다. 이런 정확한 작업을 위해서는 곧고 큰 목재가 필요한데, 일본에는 곧고 큰
나무가 전국에 널려 있다. 삼나무나 대나무는 가공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곧게 자란다.
일본의 숲에는 수십 미터짜리 삼나무가 흔하게 널려 있으니 껍질만 벗기면 가공을 하지 않아도 기둥이나
대들보감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곧고 긴(50m도 넘을) 나무가 숲에 가득할 만큼 목재가 흔하다.
* 어느 집이나 이와 비슷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게 현관과 가까운 곳에 있는데, 아마도 난방 겸 조명의 기능도 겸했을 것,

* 이곳에서 차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는 곳이라는 것이 깔개에서 느껴진다.

* 이런 쇠 주전자가 달려 있었다. 차 물도 끓이고 난방도 하고, 연기로 초가지붕의 벌레를 퇴치하는 기능도 있다고 함,

우리의 온돌은 방이 크면 효율이 떨어진다. 특히 불 때는 아궁이와 굴뚝은 방의 양측에 있어야 하니
방을 잇대어 내부 공간을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 (아궁이나 굴뚝을 건물 가운데 둘 수 없다)
그래서 궐이나 대가 집도 건물의 측면에서 보면 방 하나에 약간의 마루를 이은 정도의 왜소한 폭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일본은 다다미 구조인지라 얼마든지 연결해서 공간을 크게 만들어도
아무 제약 조건이 없다. 그런 까닭에 일본의 저택은 장지문을 구획 삼아 방이 연속돼 있다.
이런 난방 방법에 따른 제약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곧고 큰 재목을 구할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남대문 재건 과정에서 기둥 사이에 걸칠 대들보를 구하지 못해 전국 산을 뒤졌다는 얘기에서 보듯
우리나라에는 곧고 긴 나무가 거의 없다. 소나무로 12자(3.6m) 정도의 목재가 될 만한 나무를 발견하면
미리 잘라다 대들보감으로 후일 건축을 위한 재목으로 간수 할 만큼 우리는 좋은 목재가 귀한 환경이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곧고 긴 목재가 주변에 널려 있고, 다다미방은 아궁이나 굴뚝이 필요치 않으니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실내 공간을 크게 할 수 있기에 큰 가옥이 가능한 것으로 이해 하면 된다.
* 가로지른 보의 왼쪽 끝을 보면 보가 잘리지 않고 넘어간 것이 보인다. 긴 목재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 한국이라면 아궁이와 굴뚝 때문에 이렇게 연이은 구조는 불가능하다. 일본은 다다미 덕에 이런 제약이 없다.

* 대들보를 자세히 보시면 끝이 휘어 있다. 거대한 나무를 깎아낸 것이고, 다음 사진에서 보듯 다음 칸까지 하나의 보이다.

* 앞 사진의 대들보가 다음 칸까지 하나로 온 것이 보인다. 크고 곧은 나무가 흔한 일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 우리의 전통 가옥 마루는 대게 2자(60cm) 길이로 자른 쪽마루를 이어 붙이지만, 일본은 이런 판재를 길이도 원하는 대로,

우리나라 근정전에 버금가는 일본의 주택 내부 공간을 보고 기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자연환경과 삶의 방법이 다를 뿐이지 기술력의 차이나 부의 차이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의 저택을 돌아보노라면, 모닥불 같은 작은 화기 하나에 추위에 떨던 일본인이 가엽게
느껴진다. 유담포라 하여 데운 물을 넣은 통을 이불속에 넣고 발을 녹이거나, 장작도 아닌 잔가지 정도로
피운 모닥불의 열기에 옹기종기 모여 겨울을 나던 일본인, 난로에 숯을 담아 이불을 씌워 열기를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한들 이불 속 외에는 한겨울의 냉기를 견디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크게 지은 집에서 덜덜 떠는 것보다는 작더라도 뜨끈뜨끈한 우리의 온돌이 한결 낫다는 생각에서 갓쇼츠크리를
돌아보니 새삼 우리의 온돌이 고맙고 정겹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목재가 귀한 환경이니 목재의 크기에 맞게 작은 집을 짓고, 온돌방이 따뜻하려면 방이 너무 커서는
곤란하고, 우리의 옛 가옥이 작고 초라하게 보일지라도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우리의 귀한 지혜 이리라,
다름이 우열은 아니라는 생각을 갓쇼츠크리 가옥을 돌아보며 새삼 깨우친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 일본의 전통 가옥을 돌아보며 우리의 옛 초가집을 생각해 보았다. 지붕 개량 사업이라 하여 이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첫댓글 와~~ 이 새로운 느낌은 뭘까?
가까운 나라이지만 우리와 너무 다른 일본입니다.
우리가 일본은 미개한 나라이고 문명이 보잘것 없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탓에 그냥 일본을 보면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걸 어떻게 이해 시킬까 하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목재가 좋아 집 짓는 기술도 대단하지만
보수 공사 하는데 대단한 인력이 필요하네요
일본의 초가집 잘 보고 갑니다~~
목재는 필요하다면 50m 이상의 목재도 널렸더군요,
어떤것은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다듬을 필요도 없이 아주 곧습니다.
나무는 일본이 복 받은 나라인것 같습니다.
초갓집의 규모가 대단합니다.
일본을 겉으로 보면 옛 일본이 문화적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함에 놀라게 됩니다.
옛 건축물의 규모에 압도 되기도 합니다.
일본을 찾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 것에 기죽지 말라는 의미에서 쓴
글이랍니다. 공감하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 드립니다.
고카야마촌의 초가집을 보니 마치 스위스나 독일의
실한 일본인들의 성격처럼
큰 가정집 지붕에 초가를 씌워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초가집은 둥근 노란 박을 가로로
잘라 엎어놓은 형태인데, 이와는 다르게 규모도 크고
직선을 좋아하는
지붕도 집 내부도 직선적이고 정갈한 느낌이네요.
자연재해와 방사능의 악영향만 없다면 일본에서
장기간 거주하고 싶을 정도로 단정하고 깨끗한 건축물과
거리, 그들의 문화 및 시스템이 좋아보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일본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보다
더 친절하고 정직하며 부유해지길 바래 봅니다.
좋은 글과 사진에 감사드립니다. 손주가 의젓해 보이네요
리피터님의 말씀대로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보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앞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는 조센징이라 하여 한국인을 멸시 했습니다.
우리나라 경비정이 일본의 어선보다 속력이 느려 불법어업을 해도
나포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답니다. 지금은 강코꾸징이라 하여 조센징과는
구분하더군요, 아마 북한인은 아직도 조센징일듯 싶습니다.
본받을 점도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남에게 페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세,
같은 3만 불 세대에서 조금만 따라 잡으면 했는데, 안타깝게도 일본은 다시 호황
우리는 제자리 내지는 주저앉는 것 같아 정말 속이 쓰립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결실을 거두시기를,
일본의 초가집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ㆍ
다음에 일본 갈 일있으면~~
보면 알겠네요ㆍ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냥 보면 일본의 문화에 비해 우리가 초라하게 느끼기 쉽습니다.
절대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자는 뜻에서 쓴 글입니다.
멋지내요
네 고맙습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와는 뗄래야 뗄수 없는 나라이지요
절대로 좋아할순 없는 나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배울점은 또 많음을 느낍니다
밉다고 해도 인정할건 해야 되지요
근데.. 일본의 가옥들.. 특히 저 지붕 스타일은 참 특이하근요
우리네와 많이 다르군요
어느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많이 알아가고 배우게 됩니다
일본은 세상에서 인종적으로 우리와 거의 유전자가 같은 가까운
종족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서로 사이가 나쁘니 안타까운 일 입니다.
좋은 댓글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좋은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잘 보셨다니 고맙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멋지네요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