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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백용후의 안내로 신황과 신원 형제는 바위 뒤에 교묘하게 숨겨진 균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균열은 마니산의 지하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사람이 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틈,
그러나 균열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넓어져 결국에는 거대한 지하 동굴을 형성했다.
지하 동굴은 금세라도 무너질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조그만 돌들이 쉴 새 없이 떨어지며 조금씩 붕괴하고 있었다.
백용후는 신원의 등에 업혀 있었다. 이미 그의 의식은 끊어져 있었는데도 굳이 안으로 데려온 것은 그가 원해서이기 때문이다.
"쌍룡맥이 움직이면서 산을 이루는 주맥이 어긋나고 있다."
신원이 흔들리는 동굴 벽을 보며 중얼거렸다.
각 산에는 기본 줄기를 이루는 주맥이 있다. 각산의 주맥은 또 다시 연결되어 커다란 대맥을 이룬다.
그렇게 형성된 거대한 줄기는 인체의 등뼈와 같아서 하나라도 어긋나게 되면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지금 마니산의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붕괴는 비록 전체로 놓고 보자면 미약한 부분일지 모르지만 종국에는 전체의 파국을 초래하는 시발점이 되고 말 것이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점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불산자가 앞장을 서며 말했다.
"생각보다는 상태가 양호한 편이군. 쌍룡맥이 준동했으면 진즉에 이곳이 붕괴되어야 했을 텐데......"
"그럼 진행이 더딘 편이란 말입니까?"
"그러네! 사실 참성단이 파괴된 그 순간부터 쌍룡맥이 준동했어야 했고, 지금쯤이면 주맥이 어긋났어야 정상이네. 하지만 웬일인지 생각보다 진행이 느린 것 같네."
"음!"
불산자의 말에 신황이 침음성을 삼켰다. 그 이유가 어찌됐든 진행이 느리다는 것은 그들에게 무척이나 희망적인 일이었다.
"어떤 희생을 치루는 한이 있더라도 쌍룡맥을 잠재워야 하네.
쌍룡맥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어떤 수를 스더라도 진행을 멈출 수 없네. 아직까지 쌍룡맥이 준동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도움이네."
불산자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동굴의 깊숙한 곳까지 도착했다.
"위치로 볼 때 이곳이 두 마리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쌍룡맥이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신천지였다. 거대한 지하 호수가 자리를 잡고 있고, 거대한 기둥 몇 개가 천정을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별천지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지하호수의 물은 끊임없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지하공간을 집어삼킬 듯 요동치고 있는 호수의 모습에 일행은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인간의 힘이 강하다 할지라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는 그야말로 티끌만도 못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곳이 쌍룡맥?"
신원이 망연히 중얼거렸다. 그 역시 쌍룡맥이라는 말만 들었지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불산자가 신원의 의문에 답했다.
"전설에 의하면 쌍룡맥이 있는 곳엔 반드시 호수가 있다는군.
두 마리의 용이 한꺼번에 잠든 곳이니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네. 그렇게 본다면 이곳이 쌍룡맥이 분명할 것이네."
"쌍룡맥의 붕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잠시만 기다리게. 일단 이곳을 살펴야......"
순간 불산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눈에은 믿을 수 없다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저...저?"
그가 말까지 더듬자 신황 형제의 시선도 불산자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돌아갔다.
순간 신황 형제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새어나왔다.
"아버지?"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 곳은 호수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바위였다. 집채만 한 바위의 위쪽에 신황 형제의 아버지인 신권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콰콰콰콰!
거대한 진동이 지하세계를 집어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권영은 전혀 미동도 없이 석상처럼 앉아 있었다.
"아...버지."
신원이 신권영을 보며 침음성을 삼켰다.
조선의 환란에도 이제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의구심을 가졌는데 이곳에 먼저 와 있다니 정말 뜻밖인 것이다.
"너희들이 왔구나."
그 순간 신권영이 눈을 뜨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에 신황 형제가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했다.
"돌아 왔습니다."
"수고...했다. 나는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자식들을 바라보는 신권영의 눈에는 따스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특히 신황을 바라볼 때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자신의 품을 떠나 수많은 세월을 자신의 무예를 닦기 위해 천하를 떠돌아다닌 아들.
그의 성취가 어떤지는 몰래 지켜봐서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크게 자라있었다, 그의 아들은.
"어찌된 일입니까?"
"보다시피 이...곳을 막고 있다."
"...그럼?"
"이곳이 바로 쌍룡의 중심이다."
신권영의 말에 신황 형제는 단숨에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렷다. 그들의 아버지인 신권영은 화천의 속셈을 먼저 알아차리고 미리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바위를 굴려 쌍룡맥의 중추를 압박하고 자신이 내공으로 이곳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신권영이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간이 없어 급한 대로 내... 몸으로 쌍룡맥의 준동을 막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은 나의 힘으로도 무리다. 어서 쌍룡맥의 준동을 막아야한다."
이곳에 신권영이 들어왔을 때는 이미 참성단이 파괴되고 난 이후였다.
시간이 없던 그는 급히 근처에 있던 거대한 바위를 파괴한 후 호수에 박았다. 이후 혼신의 내공을 끌어올려 쌍룡맥이 움직이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인간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자연의 움직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결국 신권영의 힘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는 더 이상 쌍룡맥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권영의 얼굴에서는 연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였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쌍룡맥이 움직이기 전에 이곳을 이루는 주맥을 파괴해야 한다."
"주맥을 말입니까?"
"말도 안 됩니다."
신권영의 말에 불산자가 기겁하며 급히 소리쳤다.
"주맥을 파괴하면 그렇지 않아도 쌍룡맥 때문에 흐트러진 기운을 복구하는 데 너무나 요원한 시일이 걸릴 겁니다.
그리 된다면 이 나라의 국운은 크게 쇠락해 힘이 다하고 말 겁니다."
"멸망하면 그나마 희망도 없소. 나라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한가닥 희망은 있소. 차라리 그것이 나을 것이외다."
"하지만 그동안 백성들이 겪을 고통은......"
불산자의 눈에 안타까운 빛이 떠올랐다.
조선 팔도의 다른 산들과 연결돼 있는 마니산의 주맥을 파괴한다면 쌍룡맥이 준동한다 하더라도 피해를 마니산에 국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 혹독하고 무서워, 조선의 국운은 크게 기울고 말 것이다. 한 번 기운 국운을 되살리는 것은 수백 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나라는 생기를 잃고 분란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때문에 불산자가 이리 놀라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신권영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이 이상 늦는다면 그나마도 방법이 없소.
그리고 주맥을 파괴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오. 이곳은 쌍룡맥이 숨 쉬는 곳, 주맥을 바치고 있는 기둥들을 자세히 살펴보시오."
그의 말에 신황 형제와 불산자가 지하공간으 떠 바치고 있는 돌기둥을 살폈다. 평범한 돌은 아니었다.
온통 검은색으로 윤기가 흐르고 있는 돌기둥은 단단하기가 천하에서 제일이라는 만년한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기둥 전체가 만년한철로 이루어졌단 말인가?"
불산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기둥전체가 만년한철로 이루어져 있다면 기둥을 파괴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 지하공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만년한철 기둥은 어른 둘이 손을 벌려도 맞잡을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그런 거대한 만년한철 기둥을 파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신권영의 얼굴이 점점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이젠 그의 내공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그가 신황을 향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곳의 기...둥을 파괴해라. 비록 우리가 명...왕이라는 이름으로 음지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나, 그래도 이 땅의 백성임이 틀림없다.
터전이 없는 백성은 존재할 수 없고, 그것은 우리나 은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너...는 이곳의 기둥을 반드시 파괴해야 한다. 내 말 알겠느냐?"
"네!"
신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그가 탈골되어 삐죽 튀어나온 주먹을 맞대고 힘을 주었다.
뚜두둑!
뼈마디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신황의 눈이 부릅떠졌다. 억지로 뼈를 맞추다보니 지독한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러나 신황은 이을 악물고 튀어나온 뼈마디를 하나하나 맞춰갔다. 그 모습에 신원 역시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산인께서는 저 아이들에게 어디를 파괴해야 할지 알려주시구려."
"꼭 그러셔야 되겠습니까?"
"지금은 파괴해야 할 때이오. 비록 국운이 잠시 기울어지겠지만 하늘의 뜻은 오묘해 부족한 것은 스스로 채우고,
파괴된 것은 스스로 복구하오. 지금은 그런 하늘의 뜻을 믿을 때이오."
"으...음!"
신권영의 단호한 말에 불산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신권영의 말이 납득이 가기도 했다. 지금은 그의 말처럼 파괴를 해야 할 때였다.
불산자는 결심을 굳힌 후 지하공동을 떠받치고 있는 만년한철 기둥을 자세히 살폈다.
쿠쿠쿠ㅡ!
점점 더 심해지는 대지의 울림, 상황은 점점 더 급박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에 불산자의 마음도 급해졌다. 때문에 그는 급히 움직였다.
"어딥니까?"
불산자의 곁에 신황이 다가왔다.
절망적인 상황에 절망적인 몸 상태였지만 아직 신황의 눈은 포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포기를 한다면 이 땅의 백성들뿐아니라 밖에 있는 무이와 홍염화의 목숨마저 위험해진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피의 길을 걸었던 그였다.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한 지금 가만히 앉아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신황의 눈에는 오직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기둥만이 보였다. 자신이 그것을 부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만약이란 없었다. 반드시 눈앞의 기둥을 부셔야 했다. 그에게는 뒤로 물러설 자리 따위는 없었다.
불산자는 기둥 몇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북쪽의 두 개와 남쪽의 한 개, 그리고 서쪽에 한 개, 마지막으로 가운데 서있는 주 기둥을 무너트려야 한다네.
그래야만 마니산의 주맥이 무너지며 더 이상 파장이 번져가지 않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불산자가 가리킨 기둥을 향해 신황 형제가 다가갔다.
신황과 신원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생각을 읽은 것이다.
"흐...읍!"
신원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그의 덩치가 더욱 부풀어 올랐다.
마치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힘줄과 근육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이야아아앗!"
콰ㅡ아ㅡ앙!
신원이 커다란 기합과 함께 만년한철 기둥에 일전격을 날렸다.
그러자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기둥이 크게 흔들리며 잔금이 쩍쩍 갔다. 그러나 아직 무너지지 않고 제 형태를 유지했다.
순간 만년한철 기둥의 진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신황이 월영륜을 날렸다.
쩌ㅡ어ㅡ엉!
다시 만년한철 기둥이 찌르르 울렸다. 이어 잔금이 전체로 번져가더니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좋았어! 다음......"
신원이 자신의 주먹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명왕권이 양의 권이라면 신황의 권은 음의 권이다. 양의 권으로 기둥 전체를 흔들어 놓고 음의 권으로 내부에서부터 부숴가는 방식.
제아무리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기둥이라 할지라도 두 가지 기운의 공격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과도할 만큼 엄청난 내공의 소모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신황 형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그들은 몸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다음 기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부르르~!
지독한 고통에 주먹이 아려왔다. 그러나 신원은 이를 악물며 다음 기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콰ㅡ아ㅡ앙!
다시 만년한철에 작렬하는 신원의 일전격, 뒤를 이어 신황의 월영륜이 작렬했다. 그에 기둥에 균열이 가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신황과 신원의 안색 또한 더욱 창백해졌다.
신황 형제는 그렇게 차례차례 네 개의 기둥을 파괴하고 제일 중앙에 있는 기둥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괜찮겠소? 얼굴이 창백한데......"
불산자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신황 형제를 바라봤다. 그렇지 않아도 극도의 탈진 상태의 신황 형제가 걱정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신황 형제의 체력과 공력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도 신황 형제는 중앙의 제일 큰 기둥을 향해 망설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력을 모두 불태워서라도 눈앞의 적을 무너트린다.
그때까지는 결코 쉴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신황의 적은 눈앞의 거대한 기둥이었다.
눈앞의 기둥을 무너트리기 전에는 그는 쉴 수도 누울 수도, 죽을 수도 없었다. 그가 쉴 때는 죽었을 때뿐이니까.
백용후는 거대한 바위에 기대 흐릿한 눈으로 신황이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를 이해해줄 같은 종류의 사람. 그가 바로 신황이다.
지금 이 순간도 그의 친우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불현듯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꼴...사납구나, 백...용후. 일생을 내 뜻대로 남자답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남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꼴이라니. 결국 난 남의 뜻대로 살아온 허수아비 인생인가?'
몸의 피가 태반이 유실되면서 그의 생명도 점점 사그라지고 있었다.
정말 초라한 죽음이 그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웅혼한 내력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었지만 이제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콰ㅡ아ㅡ앙!
거대한 진동이 다시 지하공동을 울렸다. 금세라도 무너질 듯 진동하는 지하공동, 그러나 눈앞의 거대한 기둥의 몸체는 위풍당당한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중앙의 만년한철 기둥은 다른 것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아까처럼 한 번에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반진력으로 내상을 입혔다.
"후욱, 후욱. 끝까지 해보자는 거지."
신황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앞의 기둥을 노려보았다. 눈앞이 흐릿해져 왔다. 그러나 그는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해 이를 악물었다.
다시금 그가 신원과 손을 맞춰 월영륜을 날리려고 할 때 불산자가 신황에게 급히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말해두고 싶네. 이 기둥이 파괴되고 나면 우리가 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네.
이 산 전체가 통째로 가라앉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게나."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만년한철 기둥을 파괴하는 것도 힘이 들지만 더욱 힘이 드는 것은 붕괴되는 지반을 피해 탈출하는 것이다.
어쩌면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묻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자신의 목숨을 챙겨가면서 계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지막은 나에게 맡겨주지 않겠소, 신형!"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신황의 귀를 울렸다. 신황이 고개를 돌리니 비틀거리면서 백용후가 다가오고 있었다.
"백형?"
"나가시오, 신형! 여기는 내가 맡겠소."
백용후의 얼굴은 의외로 편안해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던 그의 얼굴이 지금은 혈색이 돌아와 있었다.
'회광반조(回光反照)?'
생명이 끝나기 전에 딱 한 번 찾아오는 현상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고 꺼지는 촛불이 최후의 순간에 더욱 화려한 불빛을 발하듯, 백용후도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려 하고 있었다.
백용후가 거대한 바위를 누르고 있는 신권영을 보며 포권을 했다.
"신형의 아버님께 아무런 예도 취하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신형의 아버지이시면 저에게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괜찮네. 황이는 제대로 된 친구를 두었군."
"감사합니다."
신권영의 미소에 백용후의 얼굴에도 흐릿한 웃음이 떠올랐다.
신권영의 모습에서 오래 전에 죽은 아버지 백무광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기 때문이다.
백용후가 신황에게 재차 말했다.
"여긴 나에게 맡기고 신형은 밖으로 나가시오. 아직 신형은 할 일이 많소. 여기서 죽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의미 없는 죽음일 뿐이오."
"백...형?"
백용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비록 나도 모르게 남의 뜻대로 허수아비 삶을 살았지만 죽음 만큼은 내 의지로 결정하고 싶소. 이곳을 나의 무덤으로 삼고 싶소. 허락해 주시겠소?"
"백...형!"
"고마웠소, 신형! 잠시만이라도 신형과 우정을 나누었다는 것이... 다음 생에도 태어난다면 그때도 신형과 친구가 되고 싶소."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오."
"고맙소! 그럼 그만 가보시오. 더 이상 늦었다가는 빠져나가기도 전에 이곳이 붕괴될 것이오. 잘 가시오."
"다시 봅시다, 지옥에서라도......"
"후후! 먼저 가서 기다리겠소."
백용후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신황의 입가에도 비슷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어 신황이 몸을 돌렸다.
그 뒤를 이어 신원과 불산자가 따랐다. 그들은 모두 백용후에게 인사를 하고 신황의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신권영이 바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러자 쌍룡맥이 더욱 거세게 용트림하기 시작했다.
신권영이 백용후를 보며 말했다.
"자네를 잊지 않겠네."
"저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그렇게 신권영마저 사라지고 거대한 지하 공간에 백용후 혼자만이 남았다.
'다시 봅시다. 그곳이 설혹 지옥일지라도......'
그것이 신황에게 보내는 백용후의 마지막 인사였다.
백용후가 거대한 만년한철 기둥을 올려다봤다. 그의 눈가에 잠시 한줄기 빛이 맺혔다 사라졌다.
"크하핫! 나, 백용후, 진시황이 부럽지 않구나. 이 거대한 공간 전체가 나의 무덤이라니......"
이어 그의 주먹에서 엄청난 빛이 작렬했다.
번쩍ㅡ!
하얀 빛이 공동전체로 퍼져 나갔다.
운명의 그날 거대한 변혁이 있었다.
대지는 신음했고 산은 비명을 질렀다. 마니산에서 시작된 진동은 조선 전체를 울리게 하였으나 차츰 제자리를 찾아갔고, 피해는 강화도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충격의 여파로 마니산은 몇 장이나 높이가 가라앉았다.
은자들은 급히 참성단을 복구했으나 한 번 기울기 시작한 국운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변방에서는 여진족이 호시탐탐 국경을 침범하고 남쪽에서는 왜구들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은자들이 뒤늦게 단결해 대책을 수립했으나 이미 전화의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은자들은 이 시기를 일컬어 십년지난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시작으로 조선의 국운은 조금씩 기울어간다.
<완결>
건강하시고 조은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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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그동안 즐감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감사히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
그 동안 재미있는 글 올려주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수고 하셨습니다.행복하세요.
그동안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
그동안 즐감하고 갑니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하루 하루가 보고픈 마음으로! ...
감사드리고 건강 하시길! ~~~ ^^
정말 감사히 잘보았읍니다
매회마다 긴장과 스릴로 보았읍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소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잘 보았습니다. ^ ^
수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감상했음이니다
그동안 감사하였읍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어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애써주신 무협소설 끝까지겨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싸, 항상 감사 드리면서오늘도 ,독. 하고 있읍니다
즐감 했음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지창조 . 인간의 삶 의미. 그것은 질서 위한 목적은 창조자를 경외하는 자체...
감사합니다~~
즐독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 갑니다~^^
ㄳㄳ
잘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았습니다^_^
즐감 하구 갑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하구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고맙습니다
즐.독하였 읍니다.
즐.독 하였 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