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시절 투수로 활약했던 NC 나성범, 타자로 전향하여 대졸 출신 즉시전력감이 되었다 (사진 제공 : NC 다이노스)
[비즈볼 프로젝트 김민환] ‘그때는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노래한 한 가수의 곡이 히트한 것은, 어쩌면 20대 초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젊음과 열정, 자유와 낭만으로 대표되는 그 시절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되곤 한다.
그런데 야구 선수들에게 해당 시기는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프로 야구 선수’라는 평생의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들에게 20대 초반은 너무나 극명하게 그 성패가 결정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매해 수백 명씩 쏟아져 나오는 고졸 및 대졸 학생 선수들 중 고대했던 프로의 꿈을 이루는 선수들은 단 10~15% 남짓. 오히려 많은 야구 선수들에게 그 시기는 좌절의 시기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드래프트가 잔인한 것은 비단 드래프트 지명을 기다리는 야구 선수들에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선수를 뽑아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도 드래프트는 팀의 초석을 다지는 가장 중요한 일임과 동시에 성공과 실패가 명확히 갈리는 비정한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잘 뽑은 신인 선수들은 10년 이상 구단을 책임져 줄 선수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잘못된 판단은 구단의 암흑기를 불러옴은 물론이거니와 두고두고 팬들에게 조롱거리로 회자되기도 한다.
때문에 ‘어떤 선수를 뽑을 것인가’의 문제는 항상 구단 운영의 가장 핵심적인 고민 중 하나다. 그리고 지명할 선수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고졸과 대졸이다. 4년의 대학무대 경험으로 좀 더 완성된 실력을 가진 대졸 선수와 4살 어린 나이 덕분에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고졸 선수 사이에서 각 구단은 미래와 현재의 전력을 모두 잡기 위해 고심한다.
특히, 구단들이 대졸을 선호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앞서 밝혔듯 대졸 선수가 프로에 적응하기에 좀 더 완성된 실력을 갖추었고, 따라서 프로무대에서 ‘즉시 전력감’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말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힌 대졸 선수들은 4살 어린 고졸 선수들보다 더 즉전감에 가까웠을까. 최근 7년간 대졸 및 고졸 선수들의 기록을 통해 답을 구해보고자 한다.
2008년부터 2014년 드래프트까지 총 7년간 지명된 모든 선수들을 대졸과 고졸로 나누었다. 그리고 ‘즉전감 여부’를 알 수 있도록 그들이 지명된 후 2년간 프로에서 기록한 성적을 분석했다. 상위 라운드와 하위 라운드에서 구단의 전략이 다를 것이라 판단, 상·하위 라운드 역시 각각 구분하였다. 상위 라운드의 경우 1차 지명을 포함한 드래프트 4라운드까지, 하위 라운드는 그 이하로 정했으며, 해외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상무에서 지명받은 선수 등 고졸과 대졸의 구분이 무의미한 선수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각 구단들이 하위 라운드 지명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은 2008년의 경우 2차 3라운드까지를 상위 라운드로 구분했으며, 그 아래를 하위 라운드로 계산했다. 육성선수로 입단한 선수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졸과 고졸, 누가 얼마나 지명받았나
7년간 지명을 받은 총 560명의 선수들 중 고졸 선수는 240명, 대졸 선수는 216명으로, 대학교 진학보다는 프로구단 입단을 선호하는 최근 고졸 선수들의 경향성이 잘 나타났다. 특히나 이런 경향은 상위 라운드에서 두드러지는데, 상위에 지명된 총 276명의 선수들 중 고졸 선수는 182명으로 66%를 차지했다.
하위 라운드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총 284명의 선수들 중 대졸이 146명, 고졸이 134명으로 각 구단들은 하위 라운드에서 오히려 대졸 선수들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장 가능성이 큰 상위 라운드의 선수들은 어린 고졸 위주로 지명하고, 팀의 주축 선수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즉시 투입될 수 있는 하위 라운드의 선수들은 경험이 많고 완성된 대졸 선수들로 지명하는 전략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상·하위 라운드를 막론하고 각 구단들은 대졸 선수들을 확실히 더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드래프트 된 선수들 중 지명 후 2년 안에 단 한번이라도 1군에서 기회를 받은 선수의 비율은 고졸보다 대졸이 더 높았던 것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 대졸 선수들은 고졸 선수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빨리 1군 무대에 데뷔했다. 특히 하위 라운드에서 뽑힌 선수들의 경우, 대졸 선수의 46%가 2년 내에 1군에서 기회를 받은데 반해 고졸 선수들은 18%만이 기회를 받았으며, 더욱이 고졸 투수들의 경우 85%가 넘는 선수들이 2년 안에 1군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이러한 수치들을 보면, 구단들은 확실히 대졸 선수들을 고졸보다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고 드래프트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고졸 선수들은 4살이 어린 만큼 2군에서 충분히 육성을 해서 1군에 맞는 실력을 갖춘 후 투입하려 했다. 이에 반해 대졸 선수들은 4년간 대학 무대에서의 경험을 인정해 1군에서 빠르게 기회를 부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졸 선수들은 고졸 선수들에 비해 팀에 즉시적으로 도움이 되었을까.
야수 - 더 많은 기회, 대졸의 효율은?
먼저 야수들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졸 선수들은 많은 기회를 받은 것에 비해 실제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고졸 선수들이 지명 후 2년간 더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상위 라운드 고졸 선수들은 대졸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특히 김하성, 오지환, 김상수, 안치홍 등은 데뷔 이후 2년 안에 팀에서 핵심적인 선수로 자리 잡으며 이들을 상위 라운드에 지명한 구단의 기대를 만족시켰다. 특히나 이들은 공격에서뿐 아니라 빠른 발로 주루에도 능했으며, 센터라인 내야 수비를 맡으며 수비에서도 팀에 기여하는 부분이 컸다. 따라서 비슷한 누적과 비율 기록에 비해 WAR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반해 대졸 선수들 중에는 나성범과 나지완 만이 팀의 중심 선수로 거듭났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대체 선수 수준, 혹은 그 이하의 활약을 보이며 많은 기회에 비해 팀에 공헌하지 못했다.
이러한 경향은 하위 라운드 야수들에게도 나타났다. 하위에 지명된 대졸 야수들 중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기회를 받았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팀에 큰 공헌을 하지 못했다. 고졸 선수들의 경우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받아 빠른 시일 내에 1군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지만, 더 높은 WAR을 기록하며 오히려 대졸 선수들보다 더 즉시 전력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각각 5라운드와 9라운드에 뽑힌 정수빈과 김선빈은 데뷔 후 2년 동안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으며,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즉, ‘대졸 야수는 고졸에 비해 즉전감이다’라는 일반 구단들의 기대는 틀린 셈이다. 구단들은 대졸 야수들이 즉시 팀에 보탬이 되어주길 바라며 더 많은 기회를 주었지만 대부분은 대학리그와 프로 사이의 큰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들이 더 효율적으로 1군 무대에 정착하였다.
투수 - 상위 고졸 루키들, 빠르게 프로에 자리잡다
예나 지금이나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선호되는 선수는 어리고 가능성 있는 투수들이다. 때문에 고교리그 정상급 투수들은 상위 라운드부터 구단들의 부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졸 투수들은 상위 라운드에서 가장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며,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뽑히는 만큼 이들이 각 팀의 선발과 불펜의 핵심요원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은 지명 받은 직후 2년간으로 범위를 한정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상위 라운드에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입단한 선수들은 다수가 2년 내에 1군 무대에 데뷔했고 곧바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냈다. 특히 팀 정책적으로 고졸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던 넥센 히어로즈의 경우 조상우, 고원준, 한현희, 문성현, 강윤구 등 상위 라운드 출신 고졸 투수들이 입단 즉시 팀 전력의 축을 담당하며 구단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책임지고 있다.
대학무대에서 검증된 상위 라운드 출신 대졸 투수의 경우 70%가 2년 내에 1군에서 기회를 받았지만 이를 1군 정착의 발판으로 삼은 선수는 많지 않았다. 다만 이들 중에서도 고창성, 윤명준, 박지훈, 손정욱 등은 중간계투 요원으로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공통적으로 이들은 대학시절부터 ‘완성형에 이른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이었다.
야수들에 비해 투수들은 하위 라운드 출신 선수들이 성공하기가 훨씬 더 힘들었다. 잠재력 있는 투수들은 우선적으로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되는 만큼 하위 라운드에서 뽑히는 선수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회 역시 우선적으로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위 라운드 출신 선수들만큼은 대졸들이 고졸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하위 라운드 출신 고졸들은 장기간 2군에서 육성한 후 1군에서 통할지 여부를 알아보는 ‘긁지않은 복권’의 성격이 강하다면, 대학에서 좀 더 많은 타자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대졸들은 비록 하위 라운더라도 일단 경기에 투입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희관의 경우 입단 후 2년간은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군 복무를 마친 후 어느 상위 라운드 투수 부럽지 않은 리그 대표 좌완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야수처럼 투수들의 경우에도 대졸이 무조건적으로 고졸보다 즉시 전력감에 가깝다는 가정은 참보다는 거짓에 가까웠다. 타자들에 비해 리그 적응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투수들의 경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들도 1군에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경우가 많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뽑은 고졸들이 즉전감으로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하위 라운드 출신 선수들의 경우 대졸이 상대적 강세를 보였는데, 이들이 던진 이닝 자체가 많지 않아 유의미하게 대졸이 즉전감에 가깝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이러한 분석에도 맹점은 존재한다. 먼저,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들은 이미 고졸 시절 프로구단에 지명된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고졸 선수들이 대졸 선수들에 비해 운동 신경이 뛰어난 만큼 프로 지명 이후의 성적 역시 고졸 선수가 나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록으로 나타낼 수 없는 선수들의 활약은 담아 내지 못했다. 프로에 갓 데뷔한 선수들은 주로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팀에 기여한 선수들의 활약은 충분히 분석되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표본이 충분히 크지 못한 단위를 분석할 때는 한두 명의 아웃라이어들이 평균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지적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대졸이 즉전감이다’라는 명제가 틀렸다는 분석 전체를 뒤집을 수는 없다. 구단들은 대졸들이 대체로 상위권 고졸 선수들에 비해 운동 능력이 떨어짐을 알고 있음에도 ‘일단 즉시 쓰기에는 좋다’라는 점 때문에 선호하는 점, 드러나는 성적 이외에 대수비나 대주자 등으로 인한 기여는 판세를 뒤엎을 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 실제 선수들의 자료를 분석해 봤을 때, 15 시즌의 김하성, 14 시즌의 조상우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세를 왜곡할 만한 아웃라이어가 많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고졸 지명이 답인가
대졸과 고졸 선수들을 각각 야수와 투수, 상위 라운드와 하위 라운드 출신으로 나누어 분석해 본 결과 '즉시 전력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대졸 선수들을 뽑았다'라는 많은 구단들의 전략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린 고졸 선수들이 즉시 전력의 측면에서도 대졸보다 팀에 도움이 되었음이 기록으로 증명되었다.
나이가 더 어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현재의 실력도 더 뛰어나다면, 직관적으로 봤을 때 구단이 굳이 대졸을 뽑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KBO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이 병역의 의무를 부담해야 하기에 입단 당시 이미 20대 중반을 향해가는 대졸 선수들의 경우 위험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좀 쓸만하면 군대 가야하고 전역하면 이미 서른 살이 되어가더라’라는 팬들의 대졸 지명에 대한 비판은 분명 타당한 측면이 있다.
2차 9라운드 지명 후 대학에 진학을 택해 프로 입단 뒤 한국시리즈 우승팀 주장이 된 두산 오재원 (사진 제공 : 두산 베어스)
그렇다면 고졸을 지명하는 것이 답인가. 기록이 말해주지는 않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고려해봐야 할 요소들이 있다. 야구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리고 선수 개인과 개별 구단의 측면에서 봤을 때 고졸들의 프로 직행에는 분명 폐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실패한 고졸 선수들의 양산’은 야구계 전반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평생 야구만 해온 선수들 중 프로 입단에 성공하는 선수들은 소수며, 입단한 선수들 중 안정적인 1군 선수로 거듭나는 선수는 그중에서도 극소수다. 즉,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엘리트 체육 제도 하에서 교육받은 선수들에 대한 대책도 반드시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대학교 진학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대학교 졸업장’이 다양한 사회 활동에서 아직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사회의 성격상, 야구 선수로서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 선수들이 제2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고졸보다 대졸이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선수로서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로 연결되지 않고 또 다른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 야구 저변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학생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야구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선수 개인의 측면에서도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마냥 불리한 것은 아니다. 류현진처럼 이미 학창시절 때 탈아마추어급 실력을 가지고 입단한 선수가 아니라면, 선수들은 프로에 입단하는 동시에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갓 20살이 된 선수와 대학생활을 겪은 24살의 선수가 이 경쟁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에는 아직 신체적 성장이 완성되지 않아 경쟁을 위해 무리하는 것은 미래의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적인 문제는 이보다 더 중요하다. 멀리 갈 것 없이, 고등학교 졸업 직후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확연히 달랐을 것이다. 이는 학생 선수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만약 선수 본인이 당장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해진 후 경쟁의 틈바구니에 뛰어드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철저하게 드래프트를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도 고졸을 뽑는 것이 항상 이득인 것은 아니다. 비록 고졸 선수들이 더 어리고 즉시 전력감에도 가까웠지만, 이것이 팀의 운영에 항상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대졸 출신으로 불펜의 핵심인 kt 조무근, kt 구단은 조무근의 전성기 기간을 서비스타임으로 쓸 수 있다 (사진 제공 : kt 위즈)
이미 KBO 리그도 FA 선수들의 몸값이 100억 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4살 어린 고졸 선수들은 그만큼 FA 자격을 일찍 획득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FA를 획득한 선수들의 몸값은 더 높은 가격에 형성되기 마련이고, 원소속 구단들은 오랫동안 키운 선수들을 최전성기의 나이에 타팀에 빼앗길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총액 67억의 FA 대박을 터뜨린 이용규가 대졸이었다면 원 소속 구단인 KIA는 국가대표급 선수의 30~32살 시즌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며, 32살 시즌 이후 FA가 되는 이용규를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도 잔류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만약'이라는 단서를 붙인 일이긴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비슷한 실력의 고졸 선수는 대졸 선수에 비해 FA를 빨리 맞게 되어 마냥 팀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명한 선택은 무엇인가
'즉시 전력을 위해 대졸 선수를 우선해서 뽑는다'라는 흔한 드래프트 전략은 스카우트 팀의 미신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고졸을 뽑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틀린 명제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드래프트에 관한 긴 논쟁은,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정에 맞는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는 막연하고도 뻔한 말로만 결론지어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왕도가 없는 드래프트 전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신인을 뽑는 것이 구단의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졸이 즉시 전력에 가까울 것이다'와 같은 막연한 추측에 기대어 장기적 구단의 농사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많은 지명권을 포기했었던 팀, 덮어놓고 대졸만을 뽑아왔던 팀들이 유망주 기근에 시달리며 하위권을 전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본 칼럼 역시 대졸을 뽑는 것이 잘못되었기에 고졸을 뽑아야 한다는 논지가 아니라, 이토록 중요한 신인 지명을 검증되지도 않은 잘못된 믿음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꼬집고 싶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그리움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의 마음에는 어쩌면 좀 더 그때의 소중함을 몰랐었던 과거에 대한 후회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신인 지명도 마찬가지다. 한 명 한 명을 팀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선수에게도 구단에게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중한,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할 선택일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그때는 아직 그것이 소중한 줄 알지 못했다’고 느낄 때는, 이미 늦은 때 일 지도 모른다.
기록 출처 : 스탯티즈, KBO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