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보다 더 단단해… 누에가 뽕잎 대신 먹기도 하죠
꾸지뽕나무
늦겨울인 2월 무렵이 되면 농가에서는 이 식물의 가지치기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톱이며 가위로 자른 가지가 농촌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죠. '꾸지뽕나무'의 가지인데요. 이때 자른 가지는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말리고 달여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하고, 진액을 추출해 건강 식품으로 먹기도 하지요. 때로는 삼계탕에 넣어 닭 냄새를 없애는 데 쓰기도 하고요.
이렇게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건강한 나무를 만들기 위해서예요. 종종 한 나무에서 해가 덜 든 자리의 가지가 유독 말라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다른 쪽의 가지가 비대해지면서 줄기가 휘어지거나 병에 걸릴 수 있어요.
특히 꾸지뽕나무는 열매<사진>며 잎, 가지 모두 식용이나 약용으로 알뜰히 사용하는데요. 못나게 난 가지나 마른 가지를 잘라줘 영양분을 낭비 없이 고루 전달되게 하는 거랍니다. 가지치기를 하면, 나무는 튼튼한 가지를 만들고 좋은 열매를 맺는 데 집중할 수 있어요.
꾸지뽕나무는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 지역과 중국, 일본 등지에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농가 어디에서든 자연스럽게 3~6m가량 자라요. 하지만 농가에서 키우는 많은 꾸지뽕나무는 어른이 서서도 충분히 가지치기를 할 수 있을 정도 높이인데요. 첫 수확을 할 무렵인 4~5년 차 나무부터 가지치기를 하며 나무의 키를 조절하기 때문이랍니다. 5~6월에는 둥글고 황색인 작은 꽃을 피우고, 9~10월에는 달콤한 붉은색 열매를 맺어요. 열매는 새들에게도, 동네 사람들에게도 좋은 간식이 된답니다.
꾸지뽕나무의 어원은 '굳이뽕나무'입니다. 뽕나무와 비슷하지만 더 단단하다는 뜻으로 '굳이'가 붙어 불리다가 '꾸지'로 바뀌었다고 전해집니다. 꾸지뽕나무는 뽕나무와 달리 가지에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의 가시가 발달돼 있어요. 그래서 한자 이름에는 식물의 가지에 생긴 날카로운 돌기를 뜻하는 '자(刺)' 자가, 영어 이름에는 '가시(thorn)'자가 붙어 있어요.
꾸지뽕나무 잎도 뽕나무 잎처럼 누에의 먹이가 되기도 해요. 누에는 나방에 가까운 모습을 한 야생 해충인데요. 수십 일 동안 자라면서 실을 만들 수 있는 고치를 지어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뽕나무와 함께 누에를 길러 왔습니다. 흔히 누에가 뽕잎만 먹으면서 자란다고 알려졌지만, 야생의 누에는 뽕잎이 부족할 때에 꾸지뽕나무의 잎을 갉아먹고 더 질긴 실을 만들어냅니다. 꾸지뽕나무 잎이 더 단단하기 때문이에요. 1637년쯤 만들어진 중국의 전통 과학을 담은 책 '천공개물(天工開物)'에는 "꾸지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 누에의 실로 활시위를 만들면 더욱 단단하고 질기다"라고 언급돼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