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 무렵 주변 온도 32도보다 낮으면 수컷, 높으면 암컷으로 태어나요
남생이
지난 2022년, 24년간 남생이를 집에서 기르던 사람이 얼마 전 천연기념물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한국남생이보호협회에 맡겼대요. 이 남생이는 그 해 6월에 조성된 남생이 사육 시설에서 살게 되었답니다. 남생이<사진>는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거북입니다. 등딱지는 최장 45㎝까지 자라고 오각형이나 육각형 판으로 나뉘어 있죠. 몸 색깔은 전체적으로 어두운데, 눈 뒤에서 목덜미까지는 노란 줄무늬가 있어요.
거북은 사는 곳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해요. 큰 바다를 헤엄치면서 주로 모래사장에 알을 낳는 바다거북이 있고요. 또 건조한 지역에서 선인장 등을 먹으며 살아가는 육지거북이 있죠. 마지막으로 강이나 호수·연못에서 서식하는 민물거북이 있어요. 바다거북은 우리나라 바다까지 헤엄쳐 오기도 하지만 실제로 보기는 힘들어요. 육지거북은 우리나라에 살지 않고요. 그래서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건 민물거북이죠.
우리나라의 토종 민물거북은 남생이와 자라 두 종류예요. 말랑말랑한 등딱지를 가진 자라가 주로 물속에서 살아가는 반면, 남생이는 물과 뭍을 오가면서 살아가요. 물고기나 곤충·물풀을 먹는 잡식성으로 위턱과 아래턱에 이빨 대신 있는 날카로운 돌기로 먹이를 자르죠.
물속 진흙 바닥이나 바위 아래에서 겨울잠을 자던 남생이들은 봄기운이 완연한 이맘때가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해요. 암컷들의 배에는 알이 들어 있을 거예요. 남생이는 10~11월 짝짓기를 한 다음 겨울잠에 들거든요. 짝짓기할 때는 수컷이 암컷 앞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매력을 뽐내요. 암컷 거북의 몸속으로 들어간 수컷 정자는 겨우내 보관돼 있다가 다음 해 봄이 돼서야 수정된대요.
암컷은 수정된 알을 품고 다니다가 6월이 되면 강 주변이나 제방 부근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답니다. 새끼의 성별은 부화할 즈음의 주변 온도로 결정된대요. 섭씨 32도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수컷이 되고 높으면 암컷이 되는 거죠.
남생이는 원래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식용·약재용으로 쓰거나 등딱지를 장신구 등으로 만들기 위해 잡아들였죠. 또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서식지도 파괴돼 숫자가 줄어들면서 보호 동물이 됐어요. 특히 요즘에는 같은 거북들이 남생이를 위협하고 있답니다.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강이나 연못에 버린 외래종 민물거북들이 새로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으면서 남생이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남생이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