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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갈치 낚시는 수심 70~100m에서 이뤄진다. 낚시 도중 왕갈치를 잡아올린 대학생 조사 박재민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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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설비 갖춘 낚싯배 근해 조업
- 먼바다 못잖은 씨알·마릿수 성과
- 깊은 수심층 대상 전동릴은 필수
- 두꺼운 옷으로 추위·바람 대비를
가을은 낚시의 계절이다. 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기상여건이 낚시를 즐기기 가장 좋은데다가 모든 물고기가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어 손맛 또한 최고이다. 지금 부산 앞바다에서 가장 왕성하게 벌어지는 낚시는 바로 갈치 낚시다. 감성돔 낚시와 참돔 부시리 낚시가 제철을 맞았지만, 그리 썩 좋은 조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 출조해 보지만 감성돔과 참돔, 부시리 등 대표적인 가을 어종들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올해 특이한 점이 있다면 갈치 낚시가 상당히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이맘때 갈치 낚시가 말 그대로 흉작이었다. 올해 갈치 낚시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상황이 180도로 급변했다. 그중에서도 부산 앞바다 선상 왕갈치 낚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현재까지는 통영 먼바다에서 부산권 바다까지 갈치가 잡히고 있다. 그러나 어군들이 점점 북상함에 따라 조만간에 부산 앞바다에 거제,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의 갈치 낚싯배들이 총집결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해본다.
■부산 인근 어군 형성 뜻밖의 조과
사실 부산 앞바다 갈치 낚시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그리 없었다. 약 보름 전부터 소형 어선들 위주로 조업이 이루어진 결과 그렇게 재미있는 조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용 설비를 갖춘 낚싯배들이 조심스럽게 조업을 해 본 결과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먼바다에 뒤지지 않는 씨알과 마릿수를 확인했다. 현재 어군은 통영권과 부산권까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산의 꾼들은 이래저래 신이 난 것은 사실이다. 갈치를 잡기 위해 멀리 여수, 완도권까지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갈치 낚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용장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전동 릴은 필수사항이다.
씨알이 굵은 왕갈치를 대상으로 하는 낚시는 수심이 보통 70~100m의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수심층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 앞바다는 왕갈치 낚시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깊은 수심층에서 이루어지는 낚시인 만큼 힘 좋은 전동 릴은 필수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갈치 낚싯배들에서 전동 릴을 대여해 주고 있으나, 될 수 있으면 자기 손에 익은 자신의 전동 릴을 사용하는 것이 조과에 도움이 된다. 배에서 대여하는 전동 릴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다 보니 관리가 부실할 뿐만 아니라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과에 상당히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대여한 전동 릴에 손이 익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면 자연히 옆 사람과의 채비 엉킴이 발생한다. 낚시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채비 트러블 때문에 시간을 뺏기게 되면 짜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깊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갈치 낚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갈치 낚시에서 미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싱싱한 꽁치를 예쁘게 포를 떠서 최대한 길게 썰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미끼의 간격도 일정하게, 최대한 예쁘게, 그리고 예리한 칼로 깔끔하게 썰어야 왕갈치 입질이 이어진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끼를 끼우는 방법이 아주 중요하다. 맨 끝 가장자리를 끼워야 한다. 중간을 끼우면 줄꼬임이 발생하며 원줄에 달라붙어 미끼 손실이 클 뿐만 아니라 입질 또한 현저히 떨어진다. 요즈음은 꽁치 살과 반짝이는 빛이 살아있는 작은 갈치의 살이 아주 좋다. 꽁치는 가능하면 신선한 생미끼가 좋고, 갈치 미끼는 비늘이 상하지 않게 예리한 칼로 깨끗하게 썰어줘야 왕갈치 입질 빈도수가 높아진다.
갈치의 활성도가 좋거나 오징어가 많을 땐 질긴 미끼가 좋다. 질긴 미끼라 함은 낚시 도중 올라온 삼치, 고등어, 만세기 등이 있다. 이런 어종들은 표피가 질기므로 조과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만세기는 표피가 아주 질겨 갈치 낚시에 좋은 미끼가 된다.
■장비 외 방한·멀미도 대비해야
갈치는 어떻게 먹어도 맛이 있는 고기다. 특히 회로 먹을 때의 그 부드러운 질감은 낚시꾼이 아니면 느끼기 어렵다. 구워도 좋고, 조림도 좋다. 어떤 요리로 만들어도 사랑받는 물고기가 갈치다. 그리고 요즈음 갈치의 가격이 워낙 좋다 보니 한 쿨러 가득 잡아가면 본전을 뽑고도 충분히 남는 낚시 대상어이기도 하다.
갈치 낚시는 밤새워 하는 낚시인 만큼 보온이 가장 중요하다. 추위와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방한이 제대로 된 두꺼운 옷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멀미에 대비한 대책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깊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육지와 가까운 바다와 달리 조금만 기상상태가 나빠져도 밤새 고생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대비를 철저히 해야 제대로 된 갈치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가을은 분명히 감성돔을 비롯한 참돔과 부시리, 대전갱이 낚시가 제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부산 앞바다는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자 그런 어종들의 조과가 뚝 떨어졌다. 유독 몇 년 동안 부진했던 갈치 낚시가 의외의 호조황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외면할 수가 없다. 점점 깊어가는 늦가을의 정취와 초겨울의 운치를 은빛 찬란한 갈치의 날개 움직임으로 느껴보는 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길이 아닌가 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 생선 갈치를 부산 앞바다에서 만나보자. 그것도 소위 말하는 왕갈치를 가까운 바다에서 만난다면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