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유와 배경
길 위의 청년학교는 청소년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학교입니다. 청년들이라 함은 나이와 관계없이 청년성을 가진 이들을 뜻합니다.
일찍이 월남 이상재 선생님은 “청년이여”라는 글에서 "우리 인생이 인생다운 인생 노릇을 하려면 먼저 저 스스로의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나를 잃지 않으려면 나를 찾아야 하고 나를 찾으려면 무엇이 나인지를 알아야 한다. 진정한 나를 어디서 찾을까? 인생의 목숨 되는 ‘정신’이 그것이니 어떠한 일에 임하던지 어떠한 물을 대하던지 내가 거기에 있느냐, 없느냐 하고 항상 스스로를 보살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거기에 있느냐 없느냐”를 살피라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실질적인 참여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많은 청년들의 진로가 일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삶의 가치를 찾기 보다는 안정적인 급료가 나오는 직장을 선호합니다. 그러한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스펙이라는 것을 쌓습니다. 이마저도 치열한 싸움 안에서 어려워합니다.
청소년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일상적으로 만나왔습니다. 치열하게 자기 고민과 성찰을 하며 청소년들과 소통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저 자신조차 부끄러워 어찌할 수 없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청소년들이 그들 직업의 대상자로서 돈을 버는 수단에 불과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환경을 탓하고 어려워했습니다. 이 분들이 우리 청소년들을 만난다니 마음이 아팠던 기억도 있습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청소년을 만나는 분들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당사자인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희망을 줄 수 있을까요?
청소년관련 일을 하는 청소년활동가, 상담사, 복지사, 학교교사 등과 공부하는 대학(원)생들과 소통하며 이들을 위한 일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길 위의 청년학교(이후 길청)”가 만들어 졌습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지닌 예비 청소년활동가를 위한 학교입니다. 청소년활동가는 법적인 청소년활동의 개념이 아닙니다. “청소년이 자주성을 가지고 그들에 의해(by youth) 사회와 수평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그들과 함께(with youth) 하는 일”을 ‘청소년자치’라고 조작적으로 정의 내렸습니다. 청소년자치에 고민이 있는 이들을 총괄하여 청소년활동가라고 칭했으니 청소년지도사 뿐만 아니라 교사나 사회복지사, 상담사와 함께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 모두가 가능하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를 운영하면 앞에서 제기했던 어려움들이 크게 나아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 위치와 부족한 수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제 가슴안의 꿈틀거리는 작은 희망에 따를 뿐입니다.
한 가지 더 고백하자면 10년이 넘는 동안 머물렀던 단체를 떠났습니다. 떠나면서 자비량으로 집중해야할 ‘청(소)년 운동(movement)’ 가운데 하나라고 보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2. 운영주체
학교를 운영한다고 하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건물은 어디 있는가?”였습니다. 건물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배움이 있는 ‘길’은 모두가 학교입니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주체를 교사와 학생으로 보고 있습니다. 학부모를 포함시켜 3주체로 논의하는 이들이 있으나 개인적으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교사(수)와 학생들이 핵심 주체입니다.
먼저 좋은 선생님들을 모시고자 했습니다. 순전히 주관적인 관점입니다만 전국에서 본받을 만한 스승상을 가진 귀한 분들이 계십니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귀한 가치를 지니고 삶을 사시는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특히 청소년과 관련되어진 일들을 진행하는 분들입니다. 이 시대의 청소년과 관련한 귀한 스승들을 저희 학교 선생님으로 모셨습니다.
먼저 교장 선생님은 들꽃청소년세상의 김현수 대표님에게 부탁드렸습니다. 첫 달 대표님의 기관에서 교육도 받고 식사대접도 받았습니다. 귀한 삶의 가치를 지니고 사시는 분이십니다.
2012년 한 해 동안 저희 학교의 선생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현수 대표님(들꽃청소년세상), 심한기 대표님(품청소년문화공동체), 최수연 대표님(우리누리 공부방), 고형복 관장님(방배유스센터), 송인수 대표님(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지석 박사님(국경선평화학교 대표), 배경내 상임활동가(인권교육센터 들), 박진 선생님(다산인권센터), 쌍천 이영춘 박사님(작고), 박시현 선생님(월평빌라), 이학영 의원님(국회의원), 전효민 소장님(새벽백성사회복지사무소), 이근석 대표님(전. 의제21 사무처장), 권혜진 위원장님(교육희망네트워크 교육위원장), 강하자 관장님(서귀포청소년문화의집), 문정현 신부님(길 위의 신부님), 황태영 국장님(제주YMCA), 박성수 선생님(환경운동가), 양윤모 선생님(전. 영화평론가 협회장, 현재 환경운동가) 등이십니다. 2013년 선생님들은 더 많아집니다.
2012년 1월 개교했습니다. 학생들은 2011년 12월 희망청소년 온라인 카페(http://cafe.daum.net/ymcaleader)를 통해서 전국단위로 모집했습니다. 모집인원은 12명이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학습 과정과 제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서 일단 20대와 30대분들을 중심으로 다섯 분을 더 추가해 선별해서 17명을 받았습니다. 참가자들을 더 추가해 보려고도 했지만 제가 감당하기에는 많은 인원이었습니다. 40대 이상의 중년층 분들은 향후에 다른 과정으로 함께 했으면 한다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교장선생님을 포함 교사와 학생들도 확정되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담임교사가 되었습니다. 1월에는 저희 지역에서 학교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겸 워크숍을 이틀 간 진행하고 본격적으로 학교운영이 시작되었습니다.
3. 교육과정
교육은 일 년 과정으로 청소년과 관련된 내용 중심으로 기획했습니다. 청소년인권, 문화, 교육운동, 청년성, 평화, 지역운동(방과 후 사업), 청소년기관시설운영 등 다양하게 접근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교육과정에 따라 담당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학습합니다. 떠나기 전 선생님이 쓰신 책이나 글을 모아서 학생들에게 읽게 합니다. 읽으면서 의문 나는 점이나 고민 점들을 메모하게 하고 선생님을 만나면 두 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교육받고 질문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특히 선생님들에게는 자신의 청년기 때에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와 그 삶 안에서 왜 이러한 가치 있는 일들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렸습니다. 학생들 중에 현재 행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을 만난 이후에는 자신의 느낀 점이나 생각들을 정리해서 개인 블로그에 올립니다.
학생들의 지속적인 소통공간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활용했습니다. Facebook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친구를 맺었고 그룹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역동적으로 교재하며 소통했습니다. 희망 청소년 카페는 관련 사진과 자료들을 간략하게 축적하는 곳으로 사용했으며 가능하면 학생들 모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게 하여 글을 올린 후 카페와 페이스북 그룹에 공유하게 했습니다.
강의 내용은 선생님들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외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교류 안에서도 교육적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길을 떠나는 순간 학습은 이루어집니다. 3시간을 연강해도 지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길청을 떠나는 순간 차안에서 학생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길게는 5시간까지 되더군요. 조금 지칠 때가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기관의 조직관계와 자신이 청소년에 대한 비전뿐만 아니라 개인사와 이성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서로간의 귀한 학습과정입니다.
여름에는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습니다. “길 위의 청년 길을 찾아 떠나다”라는 주제로 제주의 강정마을에서 문정현 신부님께 인사드리고 박성수 선생님과 함께 황태영 국장님, 강하자 관장님을 만났습니다. 양윤모 선생님의 제주에 대한 깊은 사랑과 삶의 전환점에 대한 말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올레길 걷고 새벽녘까지 우리 가슴에 있는 삶의 희망에서 대해서 나누었습니다.
교육과정의 핵심은 선생님의 철학과 현장 사례뿐만 아니라 그 분들의 삶 그 자체를 두고 있습니다. 항상 강의를 진행하기 전에 청년기에 갈등했던 당신의 삶의 모습과 현재 행하는 일들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이후에도 가능하면 선생님들과 우리 학생 분들과의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해 주고 싶어서 페이스북 하시는 선생님들은 그룹에 초대를 해서 SNS상에서라도 관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과정은 떠나는 순간 기쁨과 감사가 함께 합니다. 자발적 참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역동성이 들뜨게 합니다. 자기고백과 함께 참여한 분들과의 신뢰 또한 지속되었고 다양한 관계에서 서로 간 지지와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4. 향후 계획
본래 계획은 일 년 과정으로 진행한 후 매년 기수별로 내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졸업시점을 늦추자는 학생들의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처음의 의지대로 100% 참여도 어려웠습니다. 몇 분은 참여하면서 개인적 상황 때문에 자퇴 했고, 중간에 편입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길위’에서 자연스레 만나는 순간 그 자체가 학습인걸요. 이번 해 까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지속해서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길위’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청년기의 귀한 말씀을 모아서 책을 출판하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당사자 분들에게 여쭙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결정은 하지 못했습니다. 조심스레 여쭙고 상의 드려 보고자 합니다.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십여 명 넘는 분들과 결합할 만한 청년들을 다시 모집할까도 고민 중입니다. 2013년 과정은 학생들 간에 소통하고 자기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더 가지면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안의 목소리와 다양한 경험을 기록할 수 있도록 방법도 강구하고자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의 여건과 환경이겠지요.
5. 마치며
단체를 사직한 후 일 년여가 흘렀습니다. 그 가운데 제 안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제 앞의 일만을 욕심냈던 적이 많습니다. 먹고 살자는 논의에서 떠났다고 생각했으나 이전에 조직에서의 제 모습은 세상적 가치와 하늘의 가치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다시 세상을 보니 다른 각도에서 운동(movement)의 목적이 보였습니다.
이 땅 떠날 때까지 청년이고 싶습니다. 청년은 이상과 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집중하는 세대라고 믿습니다. 나이를 거론하지 않습니다. 10대, 20대 중에서도 70대 어른보다도 더욱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청(소)년들을 기억합니다. 보수적 성향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보수성은 사회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는 중요한 성향입니다.
다만 청년기의 삶은 안정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불안하더라도 자신이 꿈꾸는 어떠한 희망을 실현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그 희망을 품고 사회에서 열정적인 몸부림을 칠 수 있는 세대입니다. 이 사회에서 소비를 많이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할지라도 청년은 그의 때에 삶의 이상을 고민하며 몸부림치는 시간입니다.
삶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때.
이때를 벗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예전에 너무나 부족해서 넘어지며 상처 입고 상처 주었던 제 모습을 기억합니다. 작디작은 불안한 관계 때문에 아파했던 적도 많습니다. 모든 게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일들을 할지 모릅니다. 다만 청년성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 열정과 에너지는 가슴에 계속해서 간직하며 살고 싶습니다.
길 위의 청년학교를 1년여를 진행하고 보니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듯싶습니다. 저의 청년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저의 학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이 학교가 멈출지라도 그 순간까지는 저와 우리 학생들의 청년성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 각주가 있습니다. 자세히 읽고 싶은 분들은 문서를 다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
출처: 청소년자치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정건희
첫댓글 선생님은 진정한 청년이신거 같으시네요... 멋지십니다.. 저도 분발해야 겠네여 ㅎㅎ
청년. 감사합니다. 정미님도 오랫토록 청년하심 좋아요^^
우리에게 배움이 있는길은 모두가 학교 입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가슴을 울리는 부분 이었습니다 교수님같은 분이 계시기에 아직도 우리의 교육은 희망이~~
화이팅 입니다~
왕비님 공감해 주시니 고마워요. 그 희망 함께 그려가요^^
훌륭하십니다. 제주에 오셨었군요.
가는 길이 같으니 어느 지점에서는 만나뵐 수 있겠지요? ^^
건강하세요.
부지런히 뒤쫒아갈게요.
네 선생님 언젠가 뵙겠지요. 기대합니다.
뒤쫓지 마시고 어깨 나란이 하고 함께 걸어요. 감사합니다.
앞에 이상재 선생님의 글이 넘 맘에 들어 수첩에 메모해 두었습니다. 내가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를 항상 잘 살펴야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네. 김은미 선생님 저도 "청년이여"라는 이상재 선생님의 글은 참 좋아합니다.
정신... 우리 안에 있어야 할 가장 귀한 가치라 믿습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저는 이땅의 모든 청소년들의 엄마로서 살고픈게 소망이였는데,.. 이젠 같이 걸어갈수 있는 청년으로 살고프네요.. 이 학교가 영원했으면 합니다.
전은정 선생님 학교를 응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전선생님도 청년으로 다시 설 수 있음을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학교란 어떤 공간을 생각했지... 우리에게 배움이 있는 길은 모두 학교라는 말씀...너무 상큼합니다..작은 일렁임과 함께...이시대의 가정 멋진 청년을 보았습니다. 교수님을 통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