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바라보기
작가는 꾸어야 할 꿈을 미리 설계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구축 중인 꿈을 묘사한 듯한 이미지는 사방으로 자유롭게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펠트나 퀼트의 매끄러운 구조를 닮아있으면서 다른 꿈의 상징체계로서 스타를 욕망한다.
글 : 주성열(예술철학/미술비평, 세종대)
[2013. 9. 4 - 9. 15 백운갤러리]
[백운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32-5 백운빌딩 5F TEL.02-3018-2355
프롤로그-바라보기
“만족되지 못한 욕망이 몽상을 충동하는 힘이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몽상은 욕망의 실현이며,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의 수정이다.” - 프로이트
이근택은 매혹적인 도심의 야경이나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엑스트림 스포츠의 강렬한 인상에 주목하면서 명암과 색상의 대비가 극명한 이미지의 차용과 재현을 통해 꿈의 시나리오를 재생산한다. 디지털의 속성인 픽셀로 구조화 된 것을 재조립하고 명암의 그라데이션(gradation)을 최소화하여 선택적 색상만으로 대상을 재현함으로써 이미지에 사실성보다는 환상성을 부여한다.
파울 클레는 근원적인 그림을 위해 원초적 기억인 유아적 상상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작가의 미적 감수성은 삶의 적응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마음의 비어 있음과 결여를 채우려는 열망, 살아온 날들이 만들어 준 기억의 응어리가 누적된 정서가 사유 혹은 감각의 재현으로 되돌아 나온다. 미켈란젤로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시간이라도 어떤 때는 기꺼이 환각에 눈이 멀 수도 있고, 분명히 지금 보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을 관조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화려함이 둘러싸고 있는 사람 혹은 사물의 뒤에는 화려함의 크기만큼 그늘이 드리워진다. 작가는 꾸어야 할 꿈을 미리 설계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구축 중인 꿈을 묘사한 듯한 이미지는 사방으로 자유롭게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펠트나 퀼트의 매끄러운 구조를 닮아있으면서 다른 꿈의 상징체계로서 스타를 욕망한다. 하늘마저 채운 인간의 욕망이 유령처럼 공간을 떠돌고, 성스럽고 깨끗해 보이는 세계는 사회가 꾸민 가치로 뒤바뀔 수 있음을 예견하는 듯하다. 문명은 인간의 추상적 사유를 이끌어내면서 욕망을 분열하게 만든다. 숨 막히고 긴장으로 뭉쳐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유토피아의 환상을 키우고 있으나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몽상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유혹의 이데올로기이다.
이근택이 지각한 세계는 명암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혼란스러운 세계이기에 변하지 않을 세계를 꿈꾸고 있다. 쏟아낸 말들이 소통의 수단이듯 솜털 같은 붓 터치는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흔적과 다르지 않다. 촘촘하게 얽힌 어망과 같은 세상살이에서 승리한 자의 배경에도 무수한 가시밭길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유령 같은 승리의 단물은 순간적으로 변해 독물이 되므로 스타들의 영광을 찬미하기보다는 경제 논리에 얼룩진 이면을 배경으로 삼는다.
전쟁터와 같은 스포츠 마케팅의 공간을 즐긴다는 것은 끔찍한 것들이 감춰져 있음을 알고도 모른척하기와 유사하다. 야경 또한 실재가 감춰진 가짜의 풍경, 즉 불빛으로 장식된 건축물의 허상 이미지로 스펙터클함으로 흥미를 끌지라도 현실에 기생하는 꿈속의 풍경이기도 하고 실재의 묘사이기도 하다. 명암의 전환을 통해 현실이 사라지고, 사라지는 이미지 위에 드러나는 색의 향연이 환상의 창처럼 다채롭다. 화면은 떠도는 선들이나 떠도는 색의 유동적 이미지와 검은 담즙처럼 쓰디쓴 화폐의 증기로 출렁거린다. 스타가 만드는 환상 저 너머의 순수한 욕망에 이르기 위한 모욕당한 기표들을 추스리는 도시에 매혹되면서도 도시의 일상에 갇히기 싫어하는 작가의 태도, 사라져가는 나와 구별되지 않는 나는 여기저기에 표류한다.
“깨어있는 모든 사람에게 세계는 하나이며 공동의 것이지만 잠자는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세계가 된다.” - 헤라클레이토스
좌표가 사라지면 자유가 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좌표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온다는 말이 스친다. 어둠을 걷어내는 건 빛이지만 존재를 건져 올리는 일은 작가의 몫이다. 고뇌를 통해 존재는 심화되며, 익숙한 방식에서도 새로움은 나오는 것이므로 작품 스스로가 힘을 얻거나 지니도록 해야 한다. 절대적인 개성은 범속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탄탄한 형식으로 빛날 때 드러난다. 짐멜(Simmel)은 근본적으로 모든 예술작품에는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감상의 대상으로서의 소극적 미술품이 아니라 인간행동을 변화시키거나 조형 언어로 소통하는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림은 평범한 것일수록 다른 것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지식이라 하기에 부족하거나 과학적 지식의 속성을 지니지는 못하지만 블랑쇼의 말처럼 ‘끝없는 바깥세상’을 향해 열려진 세계이다.
주체와 대상이 희미하게 숨겨져 있는 세계, 주체도 대상도 없는 듯 보이는 환상적인 이미지는 어렵지만 여러 겹의 마음, 다양한 층위의 공간과 만날 수 있음을 암시하지만, 그가 만든 풍경은 우리의 촉각적인 판단이 다가서기에 한계를 지니거나 대립된 방향으로 나아간다. 주체가 없다는 것은 그 이미지들의 연관을 붙들어 매주는 서정적 자아의 통일된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대상이 없다는 것은 이미지가 지시하는 지시대상이 불분명하거나 말소되어 있어서 이미지를 다른 그 무엇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도 대상도 없어 중얼거림에 가까운 이 고백은 삶의 세부를 알기는 어렵지만 작가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삼기에 충분하다.
- 이근택 작가노트 -
감성을 표현하고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작업이라는 것은 그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인에게 있어 작업의 진정한 목적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처음 거치는 시선의 개념과, 즉흥적이며 우연적인 표현을 드러내면서 그 속에 내면의 본질적인 면을 끄집어내는 데에 있다. 특히 ‘그린다’라는 기초적 표현방법들로 형과 색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과정과 사진 기법의 혼합, 디지털 변환이라는 매체의 수용을 통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시선의 재현으로써 심미적 가치가 아닌 현대적 드로잉의 개념적 접근으로서 작업의 의미를 이끌어 내 보고자 한다. 화면은 주로 동시대 현대인의 일상과 우리들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경쾌하고 분주한 도시의 일상, 스쳐 지나가듯 연적인 순간의 포착, 감각의 교차하는 순간의 기록처럼 본인의 시선을 통해 만들어진 현실은 반짝이는 감각적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현실과의 관계를 소통하는 매개체로서 고정된 시선의 대상을 선택하고 인식하는 과정과, 손으로 캔버스라는 화면에 드로잉 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나타나는 본인의 선, 색, 터치들이 또 다시 디지털 이미지들로 변형되어져 새로운 환영의 세계로 인도하게 된다. 거리를 다니다 무심코 고정된 시선의 이미지들은 현실적 공간의 재현이 아닌 본인만의 가상세계의 복제라 할 수 있다. 결국 개인의 경험과 체험이 차곡차곡 쌓여 그것을 드러내는 총체적인 방식이 드로잉이라 볼 때 본인의 현실의 공간들은 하루하루 비춰지는 일기와 같은 것이며 본인의 머릿속에서 항상 드로잉 되고 있다.
이근택 Lee-Geun Taek
세종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3 백운갤러리 초대전 시선-바라보기 (백운갤러리, 서울)
이근택 개인전 시-선 (갤러리이즈, 서울)
2011 아트앤컴퍼니 기획초대전 (신한PB센터,서울/역삼동)
2010 이근택 초대전 (사비니갤러리, 분당)
2009 氣韻生動... 이근택 초대전 (갤러리스페이스모빈, 서울)
2008 기획초대 "선線 의 유혹" (Gallery Hosi, ToKyo / Japan)
2007 GOLD ROSE 展 (단성갤러리, 서울) , (포항문화예술회관, 포항)
단체 및 초대 기획전
2013 ‘DISPENSE KOREA'(SPACEWOMb Gallery, New York)
2012 SCAF (한가람미술관, 서울)
K옥션 온라인경매(K옥션,서울) 선에서 선으로 2인전 (EDA갤러리,서울)
2011 6th 화이트세일 자선경매 (서울옥션,서울) K옥션온라인경매 (K 옥션, 서울)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COAX, 조선화랑, 서울)
아트서울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0 선화랑 개관 33주년 기념展 (선갤러리, 서울)
ART STUCK IN STORAGE 展 (UNOFFICIAL PREVIEW GALLERY,서울)
Beyond展 (Konrin Gallery, ToKyo / Japan)
2009 디자인페어 "솔솔" 초대작가展 (코엑스대서양홀, 서울)
향기속을 거닐다 展 (사비니갤러리, 분당)
Secret Garden (Moon Gallery, Hong Kong)
신새김展 part ll (ARTspace H,서울) 외 다수
작품협찬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MBC드라마), 바람불어 좋은 날(KBS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KBS드라마), 즐거운 나의집(MBC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MBC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MBC드라마), 천일의 약속(SBS드라마), 커피하우스 (SBS드라마)
작품소장
영신기계, 성남아트센터, 포항시청, 한국불교미술박물관, 제주도립미술관, 영신인더스트리, 한국지오매틱스, 백운갤러리, 제주현대미술관 외 개인소장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118-20 번지 2층
010-5129-7878
9422024@naver.com
http://leegeunt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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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pm8 130.3X65.5cm Acrylic on Pane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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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따다 193.9X112.1cm Pigment on Canva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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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고요함 91.9X65.1cm Acrylic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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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기다림I 72.7X50.0cm Acrylic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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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따스함 72.7X53.0cm Acrylic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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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바라보기I 90.9X65.1cm Acrylic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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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빛의 거리 130.0X89.4cm Acrylic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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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색동 마을 43.0X34.7cm Acrylic on Pane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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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화창한 오후 72.7X53.5cm Acrylic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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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회색도시116.5x59.5cm Acrylic on Canvas 2012
첫댓글 시선 너무조으네요 특히회색도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