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여성조선 기자
빈티지 컬렉터 키스마이하우스 김지현 대표가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저 한곳에 모셔두는 장식용 빈티지가 아닌,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실용 빈티지의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었다.
- 빈티지 소품 숍 키스마이하우스(www.kissmyhaus.com)와 북유럽 빈티지 가구 전문 쇼핑몰 다스하우스(dashaus.kr)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현 대표. 그녀가 소장하고 있는 빈티지 가구와 소품으로 꾸민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반려견과 함께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내가 누군지를 보여주는 것 그게 빈티지다
빈티지는 향수를 느끼게 하고 디자인적으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우리 생활에 바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무척 실용적이고 튼튼하다. 그 시대의 문화와 디자인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의 산증인과도 같은 빈티지는 그래서 컬렉터 김지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모던한 집이든 클래식한 집이든, 어쨌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할머니가 물려준 재봉틀, 할아버지가 쓰시던 의자 등과 같이 추억이 묻어나는 빈티지인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 모던한 집 한쪽 자리를 꽉 채우고 있는 작은 소반 하나가 그 집과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히 말해주잖아요.”
- 1 거실에는 중후한 멋의 빈티지 사이드보드를 한쪽 벽면에 배치하고 몬스테라와 코코스 식물을 아트 프린트한 액자와 라디오, 조명, 모자 틀 등 빈티지 소품을 매치했다. 몬스테라와 코코스 아트 프린트는 키스마이하우스에서 판매. 2 거실 사이드보드 맞은편에 놓인 소파. 미국에서 직접 수입한 원단으로 제작한 다스하우스의 쿠션을 매치했다. 소파 뒤에는 철제 슬라이딩도어를 단 붙박이장을 짜 넣어 물건을 수납한다. 3 그동안 소장해온 빈티지 가구가 새집에서 빛을 발한다. 오후의 햇살이 비추면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빈티지 가구들의 매력도 한층 더 살아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빈티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쓰던 것, 중고를 왜 비싼 돈 주고 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공간, 내 삶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추억과 향수가 깃든, 그래서 디자이너의 명품 가구보다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빈티지를 더 찾게 되는 것이다. 빈티지 소품 전문 숍 키스마이하우스(www.kissmyhaus.com)와 북유럽 빈티지 가구 숍 다스하우스(www.dashaus.kr)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현 대표.
그녀는 빈티지를 인테리어 장식이 아닌 그 자체로 즐기고 직접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빈티지 가구는 그 자체가 오브제이자 작품이에요. 때문에 어떻게 꾸밀까를 생각하기보다는 빈티지가 주는 시간의 매력을 그대로 만끽하면서 실생활에 직접 사용하는 것이 빈티지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죠. 빈티지 입문자라면 우선 소품부터 시작해보세요. 보고만 있어도 옛 감성이 돋는 아날로그적인 다이얼 전화기나 시계, 조명부터 시작해 디자인이 좋은 빈티지 의자, 사이드보드 등 빈티지 가구로 넘어가는 것이 좋아요.”
- 1 침대 옆 틈새에 붙박이 수납장을 설치해 그동안 모아온 인형이나 피규어 등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2 키 낮은 빈티지 수납장을 침대 옆에 배치해 사이드 테이블 겸 공간을 분리하는 파티션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3 북유럽 빈티지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고가구와 소품, 일본 빈티지 등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다. 4 겨울에 활용하기 좋은 빈티지 블랭킷. 차가운 가죽 소파에 그냥 걸쳐놓기만 해도 좋고, 침실 커튼이나 벽 장식으로 사용하면 집이 한결 따뜻해 보인다. 5 주방 벽면에 놓인 빈티지 그릇장. 화이트 그릇만을 모으는 그녀의 취미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6 빈티지 소품들과도 잘 어울리며 자잘한 소품을 수납하기에도 좋은 타공판. 에이치바이엔지에서 주문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것은 앤티크, 50년 전 것은 빈티지라고 한다. 특히 빈티지 가구는 북유럽 국가들의 원목가구를 말하는데, 산업화로 인해 대량생산이 본격화되기 전 1940~7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기계가 아닌 가구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꼼꼼히 만들었기 때문에 세기가 바뀐 지금까지 사용해도 좋을 만큼 튼튼할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 또한 경이롭다.
- 7 우리네 소반 위에 유럽 빈티지 미니 재봉틀과 탁상시계를 놓아 믹스 매치했다. 8 빈티지 임스 체어와 1950년대 영국 교회에서 사용하던 빈티지 테이블로 따뜻한 감성이 깃든 주방을 연출했다.
“1940~50년대 빈티지 가구가 지금도 우리에게 사랑받는 건 생활 속에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실용적이라는 점 덕분이에요. 우리가 보통 ‘디자인하다’라고 말하면 ‘예쁘게 만들다’라고만 생각하는데, 원래 ‘사용하기 편하게 만드는 과정’을 ‘디자인하다’라고 표현해요. 제대로 된 디자인은 예쁘기만 하지 않아요. 실용적이고 편해야하는 것이죠. 북유럽의 빈티지 가구가 딱 제대로 된 디자인인 거 같아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에요.”
취향이 닮은 두 사람이 만나 완성한 집
- 취향이 닮아 서로 친해지게 되었다는 김 대표와 Mstyle 유미영 대표.
김 대표와 Mstyle의 유미영 대표는 리빙업계에서 알아주는 소울메이트이자 베스트프렌드다. 새로 생긴 숍이나 미술전시회, 트렌디한 카페 등은 빠짐없이 함께 다니며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일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 최근 김 대표가 새롭게 이사를 하면서 취향이 닮은 두 사람이 합심해 키스마이하우스와 다스하우스의 홈 오피스를 겸할 살림집을 새롭게 꾸몄다.
“예전 집은 수납이 부족해 창고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새로 이사한 곳은 수납에 신경을 많이 썼죠. 그리고 제가 소장하고 있는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이 제자리를 찾은 듯 편안해 보이는 집, 그런 집을 꾸미고 싶었어요.” 우선 전체적으로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정하고 바닥은 헤링본 무늬의 원목마루를 깔았다. 거실 한쪽 벽면은 모두 올리브그린 컬러를 칠한 철제 슬라이딩도어의 붙박이장을 짜 넣어 에어컨부터 자잘한 살림살이, 책 등을 모두 감췄다.
“짙은 헤링본 무늬의 바닥재는 입체감이 있기 때문에 다른 가구나 오브제가 요란하지 않아도 집이 무게감 있어 보여요. 그 덕에 묵직한 빈티지 가구들도 더 중후해 보이는 효과를 주죠. 단, 집 안 전체에 깔면 지루할 수 있으니 거실에만 포인트로 시공했어요.”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창고 겸 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는 안방이다. 한쪽은 도서관처럼 수납장을 세로로 길게 짜 넣어 키스마이하우스 제품들을 보기 좋게 수납하고, 맞은편 한쪽 벽면에는 시스템 선반과 서랍, 철제 보드 등을 활용해 그녀만의 감각적인 오피스 공간을 꾸몄다.
그리고 빈티지 컬렉터답게 북유럽부터 일본, 한국 빈티지까지 다양한 나라의 빈티지가 집 안 곳곳에서 자리를 빛내고 있다. 주방 한쪽 벽면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화이트 그릇들만 모은 빈티지 그릇장이, 거실 복도 벽면에는 옛 재봉틀이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며 옛 추억을 떠오르게 만들어준다. 그녀의 침실은 사이드 테이블, 파티션으로 활용하는 키 작은 빈티지 수납장과 소파 그리고 한국 전통가구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을 안겨준다.
“진정한 빈티지의 멋은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생각하는 자세이자 삶의 태도인 거 같아요. 우리가 빈티지에 열광하는 건 곧 자신의 인생에 열광하는 것과 같죠. 새것들만 가득한 남의 집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가득한 자존감 높은 집. 그런 집이 곧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집의 조건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