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어지럼증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중풍신경센터 조현경
어지럼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연령분포를 보면 단연 노인층이 많다. 조사에 의하면 75세 이후의 노인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많은 원인이 어지럼증이며,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 중 약 30%가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그럼 어지럼증이 왜 노인층에서 다발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은 평형기능에 관여하는 전정계, 시각계, 고유감각계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데, 노인에서는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인해 여러 구조의 기능이 동시에 저하되어 어지럼증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즉 속귀의 감각세포 숫자가 감소하고, 전정신경과 뇌의 뇌간, 소뇌, 대뇌 신경세포수가 감소하여 전정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부정확해지고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도 감소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시각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데 시각 역시 노화에 따라 저하되어 평형유지를 더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여러 감각의 퇴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지럼증이 자주 발생하며, 젊은 성인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이상도 노인에서는 어지럼증을 유발시키고, 오랫동안 지속되게 한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 중에 특히 나이가 들면서 많아지는 것들이 있는데 양성돌발성체위성 어지럼증이 대표적이다. 양성돌발성체위성 어지럼증은 속귀 중 전정 안에 들어 있는 이석(돌가루)이 여러 가지 이유로 떨어져나가 반고리관 안에 들어가서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는 것인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나 고개를 돌릴 때,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숙일 때 수초에서 일분 가량 지속되는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특징이다. 병명의 ‘양성’이란 단어와 같이 수일간 반복되다가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정확한 진단에 따른 치료법이 필요하다.
어지럼증이 갑자기 생기면 응급치료를 요하는 중풍인지, 아니면 귀에서 오는 어지럼증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의 평형을 유지하는 중추는 소뇌와 뇌간인데 이 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추골뇌저동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지럼증이나 평형장애가 잘 발생한다. 중풍은 혈관이 막히는 형태로 많이 나타나는데, 완전히 막히는 경우를 뇌경색이라고 하고 상당수는 이전에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혔다가 뚫리는 상태를 경험한다. 이를 일과성허혈발작이라고 하며 앞으로 뇌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추골뇌저동맥의 분지에 일과성허혈발작이 생기는 경우는 어지럼증 외에 구토, 어둔, 물체가 둘로 보이는 등의 시각장애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중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동년배의 사람들에 비해 10배가 높으므로 적극적인 중풍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특별한 자세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서있는 자세에서 고개를 좌 또는 우로 완전히 돌린 상태를 유지하거나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갑자기 어지럽다면 추골뇌저동맥이 척추에 의해 눌려 혈액 흐름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빠르게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어찔한 느낌이 발생하면 일어설 때 혈압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할 수 있고, 노인에서는 특히 부정맥 등의 심장 질환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반드시 정확한 진찰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명확한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 우선적으로 이를 치료해야한다. 그러나 대부분 원인이 불분명하고 복합적이므로 종합적이고 다양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 어지럽다고 어지럼증을 완화시키는 진정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집중력저하, 졸음, 평형저하로 어지럼증을 지속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선 어지럼증을 현훈(眩暈) 또는 현모(眩冒)라 하는데, 노인성 어지럼증은 주로 기혈이 부족하거나 신장의 정(精)이 소모되어 뇌에 영양을 공급시켜 주지 못하는 경우와 영양물질흡수 및 수액대사 기능저하로 인해 인체에 쌓인 노폐물인 습담(濕痰)이 기혈 순환을 방해하는 경우에서 흔히 발생하다.
따라서 한의학적 진찰방법인 사진(四診)을 통해 어지럼증이 발생한 원인을 찾고, 원인에 따른 치료 즉 기혈과 신정(腎精)을 보하거나 대사기능을 회복시켜 습담을 제거해 주는 치료를 통해 잘 회복되지 않는 노인성 어지럼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 중 3분의 1 이상은 어지럼증 때문에 1년에 한 번 이상 쓰러진다고 한다. 낙상은 골절 가능성을 높이고 낙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2차적인 사회활동의 제약이 생긴다. 그러나 노인 환자에서 어지럼증은 종종 정상적인 노화현상으로 여겨져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인의 어지럼증은 단지 불편함 차원이 아니라 삶의 질에서나 비용 발생이라는 측면에서도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좋은 자료라 퍼 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