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L.
그러니까 내 돈을 들여서 구한 첫번째 스피커.
그 전에야 고딩 때 부모님이 사주었던
소노라마 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으나
그게 맛이 가면서 앰프, 스피커, 턴테이블을
따로 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게으르기도 하거니와 기계치에
가까워서 "좋다" "안 좋다" 정도로
구분하지, "어떻게 좋다"는 잘 모른다.
JBL 정도면 나한테는 과분했다.
그래서 10년 넘게 잘 들었다.
캐나다 이민 짐에도 저 큰 걸 넣어왔다.
그런데, 이민 초창기 막 외롭고 하여
막 사람들과 어울리던 시절,
노래방 가기도 힘들어(음주운전해야 하니)
집에 노래방 기기 사다놓고 놀기도 하던 시절,
스피커를 따로 사기는 그렇고 하여,
JBL 스피커와 마란쯔 앰프에 노래방 기계를
붙였었다.
소리가 괜찮네? 하면서 소리 지르고 그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리가 찢어져서 나왔다.
괴로웠다. 저거 없으면 음악을 어케 들어? 하면서.
그래서 방치해 두었었다. 방치해 두었다지만
지하방에 나려가면 보였으니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오디오를 잘 아는 어느 친구가
"이베이에서 사면 된다"고
했으나, 어떻게 사는 줄도 모르니,
귀찮기도 하여
그냥 뒀었다. 마침 가라지 세일에서 작은
스피커 세트를 하나 사는 바람에
그 정도로 만족.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음악을 일부러
턴테이블에 걸고 듣는
기회는 당근 드물어지고.
지난번 좋은 스피커를 길거리에서
특템하고 그걸 유튜브 봐가면서
고쳤다. 소리가 좋아서
열심히 듣다 보니, 예전 것이 생각났다.

커버를 열었더니 우퍼에 붙은 폼이 다행히
다 나간 건 아니었다. 위, 아래 두 개 중에서
아래 것 하나에 실금이 간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본드로 붙여도 될 것 같아
금이 간 부분에 위의 사진처럼 본드를 짜놓기만 했다.
본드는 지난번 수리할 때 쓰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를 말렸다.

물론 본드가 살짝 굳었을 때 손으로 만져서
붙여주기도 했다. 한번
작업해 본 적 있다고 요령이 생겼다.
하루가 지나니까 위의 사진처럼
잘 굳었다. 손으로 눌러도 문제가 없었다.
다시 스피커에 끼우고
앰프에 연결.
소리가 제대로 나온다.
일단 폼을 따로 주문하지 않고도
이렇게 당분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이라지만 터지기 전까지.
못해도 10년은 이렇게 가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 평생.
그래서 이 스피커는 등 뒤에 세워뒀다.
책꽂이가 조금 삐딱해서
보기가 좀 그렇지만
소리는 아주 좋다.
Infinity와 JBL을 번갈아가며 듣는다.
소리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
Infinity는 중후하고 소리가 깊다.
JBL은 거기에 비해 쨍쨍거리기는
하지만 발랄하다.
둘을 동시에 같이 들으면 진짜 음악감상실 같다.
예전 학교 다닐 때 들어가서
음악 들으며 잠자던
그 편한 감상실.
이제는 누가 스피커 터졌다고
고쳐달라고 하면, 내가 직접
고쳐줄 수도 있겠다.
알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도
모르면 죽어도 못할 수도 있다.

모양이 이렇게 나왔다.
물론 앞의 커버를 뗀 상태.
오른쪽 아래 우퍼는 찢어지기 직전이라
본드를 한번 둘러주었다.
*비염, 아토피, 분노조절 장애 · ADHD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분들만 보세요.
나홀로잡지 <위클리성우제>가 추천, 소개하는
캐나다산 건강보조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