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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7.2-7.13. 간 나는 러시아, 북유럽 4개국, 에스토니아를 여행했다. 그 기간에 작성했던 메모들을 모아 일기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여행기는 총 13회에 걸쳐 12개의 동영상과 함께 게재될 것이다. 이미 같은 지역을 여행했던 분들에게는 즐거웠던 추억을 다시 한 번 회상해 보는 계기로, 그리고 앞으로 여행하실 분들에게는 여행 전 참고 자료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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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유럽 4국, 에스토니아 여행기
<시작하며>
올해 북유럽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은 다분히 작년 5월의 서유럽 여행 때문이다. 그때 서로 낯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16일간의 여행을 하며 맺었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몇몇 여자 분들이 다시 북유럽을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우리 부부도 동참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나보다는 아내가 먼저 열의를 보였고, 나도 기꺼이 응했다.
사실 나는 1980년에 유럽여행 중 코펜하겐을 잠시 방문한 일 이외에는 북유럽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 쯤은 이 지역을 여행하고 싶었다. 더구나 이번 여행 일정에는 북유럽 이외에도 러시아와 에스토니아까지 포함된다고 하니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로 확정하고 나니, 갑자기 기대와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다. 북극곰으로 연상되는 러시아는 나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올까? 여행사가 내세우는 노르웨이 피요르드의 절경과 발트 해의 크루즈 여행은 어떤 즐거움과 감동을 줄 것인가? 여행 기간 내내 계속될 백야 현상과 북극권의 여름철 날씨도 궁금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룩한 북유럽 각국의 저력에 관해서도 궁금했다. 또한 푸시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19세기 러시아의 문호들과 레닌, 스탈린, 고르바초프 등 역사의 진로를 바꾼 정치인들과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 그리그 등 천재적인 작곡가들과 북유럽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그려낸 화가 뭉크 등의 자취와 숨결을 그들이 태어나고 숨 쉬고 꿈꾸었던 현장에서라면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소풍을 앞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초등학생 때처럼 들뜬 마음에 온갖 기대와 설렘을 가지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작년 서유럽 단체여행 때처럼 이번에도 여행사가 짜놓은 일정대로 빡빡한 여정에 시간에 쫓기어 사진만 찍고 떠나는 여행이 될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아쉽고 미련이 남을 것이 뻔해 보인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 볼 수 있는 시간도, 그토록 아름답다는 북유럽의 대자연속에서 푹 파묻혀 볼 여유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이번 10박 12일의 북유럽 여행은 떠나기 전에 가졌던 온갖 기대와 설렘만으로도 노년의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는 이미 충분히 값지고 눈부신 일이었기 때문이다.